한창완 – 만화 사랑 그 네버엔딩 스토리

   
 
“한창완의~ 네버엔딩 스토리!”
매주 일요일 밤이면 우리의 귀를 라디오(이소라의 FM음악도시)로 기울이게 하는 ‘교수님’이 있다. ‘세상 속 만화”와
‘만화 속 세상’을 오가며 만화를 읽어주는 남자. 바로 세종대학교 만화애니메이션학과 한창완 교수. 최근 <재패니메이션과 디즈니메이션의 영상 전략>이라는 책까지 내시며,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의 발전에 여념이 없는 그가 만화에 관심을 가진
지 10년이 채 안 된다는 사실을 누가 믿을 수 있을까.
1994년 문화 산업에 관심이 많았던 한창완 교수는 석사 논문의 주제로 ‘한국의 만화산업’을 택했다. 만화에 관한 논문이
처음 등장하기 시작하자 그때부터 그를 찾는 손길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아침 7시, 10분씩 하던 전화 인터뷰를 시작으로
한창 때는 ‘유희열의 FM 음악도시’ 등 무려 방송 5개를 소화하기도 했다. 방송 경력 8년, 그의 방송이 편안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여기 있었나 보다.

“원래 드라마 PD가 꿈이었어요. 전공도 신문방송학이잖아요. 게다가 학창시절
연극 활동도 꾸준히 해었기 때문에, 처음 라디오 출연 제의가 흥미로웠죠. 방송 출연이 개인적으로 시간이 많이 빼앗기는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을 바로 체크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어 좋은 경험인 것 같아요.
일이 많아지면 ‘내 일에 도움이 될 수 있게 바꾸어 하자!’라는 생각으로 임합니다.”

아슬아슬했던 순간도 있었다. 원인은 바로 ‘술’! 그날도 워낙 술을 좋아하시는 그는 방송도 잊은 채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에겐 갑자기, PD에게는 예정된 전화가 걸려오자 횡설수설 전화인터뷰를 하고 만 것. 다행히 PD의 ‘잘 하셨다’는 칭찬으로
무사히 넘어갔지만, 지금 생각해도 아찔했던 순간이다. 매번 철저한 준비로 방송에 임하던 그가 ‘나무에서 떨어질 뻔한’
그날 이후, 덕분에 우리는 라디오를 통해 더욱 성의있는 만화 강의를 들을 수 있게 된 건 행운이다.

 
   
     
    처음에는 ‘만화 교수’라는 자리가 그리 자랑스럽게
여겨지진 않았다. 신문방송학이 전공인 한창완 교수에게 ‘만화’란 부수적인 것 정도밖에 인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1994년 공주의 한 전문대의 ‘만화예술과’에서 만화 강의를 시작한 후에 그의 생각은 바꾸기 시작했다. 서울에서 공주까지
차비를 빼고는 남는 돈도 없었지만, 만화를 통한 학생들과의 만남은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PD, 광고 기획사, 대기업
등 가까운 미래에 대한 갈등 속에서 ‘만화 교수’를 선택한 까닭은 단지 강의가 좋아서였다.
   
    이쯤되면 궁금해진다. 진로를 바꿀 만큼 그의
마음을 송두리째 빼앗아간 만화는? 오세영의 <부자의 그림일기>와 박호영의 <구름을 벗어난 달처럼>.
둘다 당신이 만화를 공부하고 연구한다는 것에 긍지를 심어준 작품들이다. 또, 애니메이션의 깊은 매력은, 영화나 방송과
확연히 구별되는 특징인 제작과정의 휴머니즘이라고. 영화가 테크놀로지와 장비에 의존하여 1초에 24컷을 찍는다고 하면,
만화는 그 24장을 일일이 사람이 직접 작업해야 한다. 이러한 면에서 만화가 비효율적, 비합리적이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그만큼 사람의 혼이 들어간 것이어서 더욱 인간적이라는 거다.
이런 그의 관심과 애정, 노력에 보답이라도 하듯, 당시 하나뿐이었던 애니메이션 관련학과는 현재 120개까지 늘어났고,
우리나라의 떠오르는 전략적 고부가가치 산업이 될 정도로 애니메이션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다. 하지만 ‘더 많은 관심으로
더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만화가 발전할 수 있다’며 강조하는 한창완 교수. 그가 꼽는 우리 만화 산업의 큰 문제점은
만화를 보는 세대가 한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 60대 노인들을 위한 ‘실버 코믹스(Silver
Comics)’가 있을 정도로 만화를 보는 독자층이 다양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를 보면 만화를 보는 세대가 10~20대
이후 단절되는 경향이 뚜렷하거든요. 그러려면, 폭넓은 독자층을 확보하기 위해 정말 재미있고, 비전을 줄 수 있는 좋은
만화들이 많이 나와야 겠지요?”

만화 이야기에 한창 빠져있을 즈음 슬쩍 ‘만화 한 컷만 그려주세요~!’ 했더니 손사래부터 치신다. “어휴, 저는
만화를 공부하지만 정말 만화는 못 그려요. 잘 그리는 사람들 정말 부러워요.”

     
   
     
   
    처음 세종대학교에 부임했던 1996년, 당시 한창완 교수의 나이는
서른살. 그래서 더욱더 학생들과 가까워질 수 있었다는 그의 제자사랑은 유별났다고 한다. 매번 축구 경기에서 지는 그들을
위해 직접 동대문 시장까지 가서 유니폼을 사왔을 정도니까. 그의 기대에 부합한 그의 제자들은 전광판이 멈추고, 경기 종료
휘슬이 불기 전에 아슬아슬 역전골이 터져나와 이겼어야 했다. 만화였다면 말이다. 하지만, 현실은 언제나 만화 같지만은
않다. 축구에서 번번이 지고 마는 제자들이지만 추운 겨울, 난로 하나로 밤늦게까지 작업실을 지키는 그들에게 한창완 교수는
무한한 애정과 신뢰를 보낸다. 덧붙이는 당부의 말.

“무엇보다 전공에 애정을 갖고 임했으면, 그리고 최고만을 바라기보다는
그 과정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합니다. 목표를 향한 과정은 성숙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거든요. 지금 눈에 보이는
고지가 전부는 아니잖아요. 조금씩 조금씩 나를 쌓아나가 서로에게 미래가 될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제자 중에서 최고의 애니메이션 감독이 배출되어 그 시사회에 초청되어 가고, 제자 중에서 나온 최고의 애니메이션 작가를
평론하고 싶다는 그의 꿈은 멀지 않은 듯 하다.

     
   
     
 

글_김지연 / 8기 학생기자
한국외국어대학교 태국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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