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돌 – 얼어붙은 공기 중에 내뱉는 따뜻한 한숨이 되어

 
 
 
 
    실천이
실종된 시대, 온몸으로 이 시대와 맞서 싸우는 치열한 지식인을 만났다. 그는 무한경쟁으로만 치닫는 우리 사회를 호되게
질책한다. 그래서 일부러 조치원 캠퍼스로 일터를 옮기고, 귀자연 하여 손수 지은 귀틀집에서 자신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는
윤동주의 <참회록>에 나오는 슬픈 젊은이를 닮았다. 그러나 그에게 슬퍼할 겨를이 없다. 왜냐하면, ‘효율성’이라는
신이 모든 것을 삼켜버리기 전에 이 세상을 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두환 독재체제 하에서 저항운동을 통해 노동운동에 관심을 가졌던
대학시절. 졸업 후 실질적인 노동운동와 지식을 이용하여 풀어가는 노동문제 – 둘 중에 하나를 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강수돌 교수는 후자를 택했다. 단지 용기가 없었기 때문이었다고 그가 말했다.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노동조합기업경영연구소 이사직, 민주노총 노동자 전자감시반대모임 참여 등. 그가 택한, 실천하는
운동의 연장선 상에 바로 렛츠(LETS;Local Exchange & Trading System)가 있다. ‘미래를
내다보는 사람들(미내사)’를 통해 처음 LETS를 접했던 강수돌 교수는, ‘렛츠’를 자본주의 사회에 당당하게 내미는 실험정신으로
가득한 도전장이라고 했다.
“‘렛츠’는 자원봉사은행이라는 개념으로 파악하면 됩니다. 자원봉사하는
사람은 자신의 봉사를 열등한 사람에게 베푼다는 특권의식이나 권위주의에 사로잡혀 행하지 않습니다. 도움을 받는 사람도 마찬가지로
부채의식을 가지지 않지요. 도움을 주고 받는 사실 자체에 의의가 있을 뿐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의 장점을 이어가면서도 썩어 들어가는 단점을 극복하려는
대안화폐. 그게 바로 ‘렛츠’다. 렛츠 아래에서는 완전한 공짜가 존재할 수도 없고 실업자 또한 생길 이유가 없다. 또한
자신의 노동에 대한 흥정이 가능한 유연한 시스템이기도 하다. 레츠를 이용한다면 등록금이 없어서 애태우는 대학생이나 급한
사정을 이용해 이자를 챙기는 고리대금업자가 존재할 수 없다. 자신의 건강한 몸이 보증수표로 통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노동을 할 수 있는 가능성까지도 인정해주는 이상적인 사회, 자신의 계정이 생겨 그 속에서 플러스와 마이너스(+/-)를
채워나가는 과정으로도 표현되는 것이 바로 ‘렛츠’다.
그러나 전혀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렛츠’는 수많은 국가에서, 심지어 우리나라에서도 시도되고, 작은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고 있지만 한계 또한 지니고 있다. 인간을 하나의 도구로 평가하지 않고 모든 인간이 가진 개성과 가치를
존중해주는 시스템. 이것이 강수돌 교수가 주목하는 삶의 질이다.
     
   
    “내가 행복감을
느끼면서 살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문제에 계속 주목해야 합니다. 진정한 행복을 느끼면서 살 수 있는 일은 분명히
의미 있는 일이고 그 의미는 인간답게 사는 일입니다. 현실적인 삶을 추구하는 양적인 삶과 인간답게 사는 질적인 삶이 있다면,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말하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질적인 삶에 무게 중심을 두고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현실적인 삶에서
균형을 잡아내며 살아가는 것이지요.”

강교수는 대학생들에게 이론과 실천의 두 축을 강조한다. 대안교육, 생활협동조합, 유기농업운동 등 주위에는 조금만 관심을
기울여도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하다. 하지만 막상 수업시간에 대안운동을 접하고 감동을 받는 학생들조차 수업이 끝나고
졸업을 앞둔 순간 까맣게 잊어버리고 다시 무한 이윤의 사회 속으로 들어가버리는 것이 현실이다.
“실천하라고 하지는 않겠습니다. 최소한, 실천하고자 하는 목표를 언젠가는
실현시키고 말겠다는 몇 개 년 목표라도 잡고 살아갔으면 합니다.”

기자는 그가 내뱉는 한숨을 느낄 수 있었다. 각박하고 불합리한 자본주의 세상에 생각하는 단초 역할을 해내고 싶다는 강수돌
교수. 그는 지역화폐 공동체에서는 그날 함께 마셨던 한 잔의 모과차도 따로 지불할 필요 없이 장부에 올려 자신의 계정에서
‘-개념’만 도입하면 된다고 상세히 설명해주었다. 하지만 막상 찻집을 나가며 자본주의 사회에서 발간된 두 장의 푸른 화폐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렛츠’를 통해 현실을 바라보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한편으로 안타까운 건, 그의 말이 차갑게 얼어붙은
공기 속에 내뱉는 한줄기 한숨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변치 않는 사실은, 그의 따뜻한 한숨이 차가운 공기 중으로 나오면
순간적으로 냉각된다는 것. 그래서 기대할 수 있는 것은 그와 함께 호흡해 줄 사람들이 많아지면 세상은 변한다는, 너무나
어렵지만 지극히 간단한 진리다.
효율성이라는 신의 재물이 되어버린 오늘, 소중한 것이 사라지는 이 시대를 냉소할 수 있겠지만, 그 속에 녹아있는 세상에
대한 더없이 따뜻한 시선이 필요하다. 그 따뜻함의 정체는 ‘희망’이 아닐까.

     
   
     
   
     
   
     
 

글_이가연 / 8기 학생기자
이화여자대학교 사회생활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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