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를 지키는 우리 곁의 숨은 얼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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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학교에 가면 늘 보게 되는 사람들이 몇 있다. 같은 과의 선후배나 동기들, 교수님들, 혹은 동아리나 교양수업에서 만나는 다른 과 사람들 정도가 될 수 있겠다. 조금 더 나아가, 자주 가는 식당의 주인 아주머니나 단골 카페 알바생도 해당될 수 있을 터. 하지만 여기서 아주 조금만 더 생각해보자. 우리 기억 속에 그다지 크게 자리 잡고 있지는 않지만, 위에 언급한 이들만큼 우리 곁에서 자주 마주치는 그들을 말이다.

사진_김종오(제20기 학생기자/동국대학교)

연세대학교 어느 건물을 촬영한 모습. 초록 덩굴에 건물이 가득 둘러싸여 있다.
연세대학교 캠퍼스. 우리는 캠퍼스에서 얼마나 많은 이들을 만나고 있을까. (이미지 출처 : Grace Infinity @Flickr)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는 차치하고, 대학생으로서 겪는 나름의 근심과 걱정은 아마 취업이나 성적, 혹은 이성 문제와 경제적인 것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학교는 안전한지, 청소는 잘 되어 있는지, 학교에서 먹는 음식은 괜찮은지 등을 고민하며 학교에 다니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어떻게, 왜, 우리가 이런 문제들에 큰 신경을 쓰지 않고 오로지 ‘대학생’이기에 누릴 수 있는 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우리도 모르는 사이, 푸릇한 캠퍼스의 건강한 웃음을 지켜주는 이들, 가깝고도 먼 우리 곁 누군가의 노고와 수고로움을 이 글을 읽는 잠깐이라도 느낄 수 있기를.

우리가 보는 그들

우리 곁에는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들 중 누군가는 수백, 수천 명이 오가는 길목을 매일같이 쓸고 닦는다. 또 그들 중 누군가는 하루 대부분을 한자리에 앉아 창 밖을 묵묵히 관찰하고 지켜보며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누군가는 별다른 대화 없이 짧은 거리를 반복적으로 버스로 운전해 사람들을 태워 나르고, 또 누군가는 얼굴도 모르는 이들을 먹이기 위해 음식을 만들어 나르고 그것을 나누어 준다. 이들은 모두 우리 주변의 사람들이다. 그것도 캠퍼스 안에서 어쩌면 매일 마주하는. 경비 아저씨가 될 수도 있고, 교내 셔틀버스 운전기사나 학식 조리사 아주머니가 될 수도 있다. 일일이 언급할 수 없는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당연한 듯 누리고 있지만 그들의 존재는 결코 당연하지 않다. 어찌 보면 그들은 그저 자신이 맡은 일을 하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들로 인해 누리고 있는 안전과 편안함에 대해 우리는 마땅히 감사해야 함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교내의 숨은 일꾼들에 대한 이미지를 나타내는 사진. 어느 보안요원이 학교 길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다.
학생들을 바라보는 교내 보안요원의 뒷모습.

“사실 감사해야 하는 것은 맞는데, 그냥 별 생각 없이 지나치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런데 하루는 청소해주시던 아저씨께 가벼운 묵례를 했더니, 정말 기뻐하시면서 받아주시던 모습이 뭔가 뭉클했어요. 그래서 그 뒤로는 모르는 분이어도 학교 안에서 일해주시는 분들께 인사를 건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 가천대학교 화공생명공학과 이OO

“대부분 교내 경비아저씨들은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잖아요. 점심시간에 친구들과 그냥 걸어가고 있는데, 한 경비아저씨께서 앞에 의자를 가져다 두시고 지나다니는 학생들을 가만히 보고 계시는 걸 봤어요. 그 모습에 순간 저희 아빠 생각도 나고, 어딘지 모르게 외로워 보이기도 하셔서 친구들과 음료수 하나 사서 드렸더니 참 좋아하시더라고요.” – 고려대학교 수학교육과 박OO

“저는 기숙사에 사는 학생인데요. 샤워실이나 화장실, 기숙사 복도를 청소해주시는 아주머니가 계세요. 솔직히 처음에는 씻고 있을 때나 화장실에 있을 때 옆에서 청소하시는 것이 조금 껄끄럽기도 하고 신경 쓰이기도 했는데, 어느 날 저한테 ‘밥은 먹었어요?’하고 청소하시면서 물으시더라고요. 자녀분도 대학생이라고 하시면서요. 지금까지 저희 어머니 같은 분을 안 좋은 시선으로만 봤던 저 자신이 좀 부끄럽고 죄송스러웠어요.” – 홍익대학교 신소재공학과 조OO

“학교에서 거의 15분마다 매일 운행하는 교내 셔틀버스를 자주 이용해요. 탈 때, 내릴 때마다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하고 인사하는 학생들을 보고 처음에는 ‘뭐 저렇게까지 하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한 명 한 명 고개 끄덕이며 인사해주시는 기사분의 흐뭇해 하시는 표정에, 저도 언제부턴가 꼭 인사를 해요.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었는데, 오가는 인사로 인해 기분도 좋아지고 제가 더 감사하는 마음도 갖게 되는 것 같았어요.” – 한양대학교 경제학과 정OO

그들이 보는 우리

여러 학생과의 대화를 통해, 우리가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어떤지, 어떤 생각과 마음을 가지고 대했었는지를 들을 수 있었다. 그분들의 노고에 값비싸고 거창한 선물을 드리거나, 온갖 아부와 애교를 떨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의 부모님이자, 누군가의 할아버지나 할머니일 수도 있는 그분들의 노고에 우리가 최소한의 도리와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 마음의 표현 방법은 가벼운 인사가 될 수도 있고, 음료수 한 캔이 될 수도 있다. 작은 미소도 어쩌면 큰 힘이 될 수도 있다. 받는 것에 대해 감사할 줄 모르고 외면하며, 무뚝뚝한 얼굴로 ‘쌩’ 지나치는 모습은 결코 대학생답지도, 어른스럽지도 않은 우리들의 삭막한 오만일 테니 말이다.

① 한양대학교(ERICA) 서중석 보안요원
한양대학교(ERICA)의 언론정보대학에서 업무를 보고 계신 서중석 보안요원. 경비원 제복을 입은 그가 교정에 서서 카메라를 보고 있다.
한양대학교(ERICA)의 언론정보대학에서 업무를 보고 계신 서중석 보안요원.

럽젠 Q 캠퍼스 내에서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

“학생들의 인사 사고와 화재, 도난 사고를 중점적으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실질적인 경비 업무는 이런 것들인데, 이 외에도 학생들과 관련해서 행정적인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종합적인 문제를 담당하고 있죠. 이곳에서 일한 지 올해로 10년째네요.”

럽젠 Q 학생들과 늘 함께 생활하시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는 젊었을 적에 30여 년 동안 학생들의 수험서를 출판하는 일을 했어요. 그래서인지 그 뒤에도 저는 학교에서 일하고 싶었고요. 저에게 학교와 학생, 가르치는 사람에 대한 이미지는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것 이상이에요. 학생들을 보면 그냥 무조건 반갑고, 할 수 있는 걸 다 해주고 싶고요.(웃음) 하지만 잘못하는 건 호되게 나무라기도 하고, 한없이 예뻐하기도 하고 그러죠. 진심으로 잘 되길 바라니까요. 제 나이가 70인데, 드나드는 학생들을 보면, 남이 아니고 그냥 제 손주들 같고… 참 귀엽고 예뻐요. 꽃 같고. 저는 어디다가 학생들을 마구 섞어놔도 우리 학생들 전부 다 골라낼 수 있다니까요.(웃음) 참 제가 행복한 사람인 거죠. 이 이상 행복할 수가 없어요.”

인터뷰하고 있는 서중석 보안요원의 모습.
친절히 답변해주고 계신 서중석 보안요원.

럽젠 Q 특별히 기억에 남는 학생이 있으신가요?

“장OO라는 한 여학생이 있는데, 일부러 졸업식 꽃다발이랑 먹을 것들을 사서 저한테 왔어요. 사진도 같이 찍고. 그 꽃다발은 아직도 집에다가 잘 말려놓고 있는데… 그 학생도 기억에 남고, 또 05학번이었던 한 학생은 우리 학교 언론준비반에서 몇 년 동안 공부를 하고 결국 꿈을 이뤄서 갔더라고. 그 학생도 참 고생해서 공부했는데 잘 돼서 나갔으니 좋죠. 10년 가까이 학생들을 보니까, 하나하나 기억에 남는 학생들이 참 많아요.(웃음)”

럽젠 Q 앞으로 바라시는 점이 있으신가요?

“항상 가장 좋은 순간이, 방학인 몇 달이 지나고 개강하면 학생들이 잔뜩 신나서 다시 학교에 돌아오는 걸 보는 거에요. 어떤 꽃도 학생들만큼 예쁜 게 없어요. 저한테는 이 아이들이 보약이나 마찬가지에요. 그 학생들 모두 건강하고 그렇게 계속 하는 일 잘 되었으면 좋겠어요. 또 요즘 취직하기가 참 힘들다는데, 일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면 일단 그곳에서 최선을 다해 일하다가, 그 다음에 꿈을 찾아 갔으면 좋겠어요. 무조건 높은 곳만 바라보고 오랫동안 학교에서 만나게 되는 학생들 보면, 참 마음이 아프고 짠하더라고.”

② 동국대학교 김응암 보안요원
동국대학교에서 일하고 계신 김응암 보안요원의 모습.
동국대학교에서 일하고 계신 김응암 보안요원의 모습.

럽젠 Q 캠퍼스 내에서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

“4년 동안 동국대학교 건물 중 주로 문화관과 사회과학관에서 보안 요원으로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보통 강의실과 건물 관리를 비롯해서, 학생들에게 편의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요.”

럽젠 Q 어떨 때 가장 보람을 느끼시나요?

“제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 학생들이 진심으로 고마워하는 게 느껴질 때 보람이 큰 것 같아요. 학생들이 지나가면서 음료수를 건넨다거나, 반갑게 인사를 할 때면, 저도 참 즐겁고 힘이 나거든요. 아침 일찍 건물 문을 여는데, 얼마 전 문을 열자마자 한 학생이 오더라고요. 그 학생도 아침에 일찍 일어나 학교에 오느라 힘들 텐데 저에게 밝은 목소리로 인사하는 거예요. 아침부터 한 학생의 인사로 기분이 좋아지니 하루가 즐거웠어요.”

럽젠 Q 앞으로 바라시는 점이 있으신가요?

“지금처럼 학생들과 학교 생활하면서 잘 어울려 지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또 요즘 대학생들이 많이 힘들다고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죽지 않고 힘을 내서 본인이 하고 싶고 정말 보람 있는 일을 찾아서 열심히 살아가면 좋겠어요.”

③ 강원대학교 OOO 환경미화원

럽젠 Q 캠퍼스 내에서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

“저는 현재 강원대학교 경영대학에서 화장실이나 복도 등 주변을 청소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오래 되지는 않았고 1년 조금 넘었습니다. 학생들이 등교를 하기 전에 일을 마쳐야 해서, 조금 이른 시간인 새벽 6시부터 일을 시작해요. 그래야 학생들이 딱 학교에 왔을 때 기분이 좋잖아요?(웃음)”

럽젠 Q 학생들과 늘 함께 생활하시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사실 제가 여기 오기 전에 생각했던 대학생의 이미지와 너무 달라서 지금은 생각이 조금 많이 바뀌었어요. 전에는, ‘철없고 어린 학생들’정도로만 생각했는데, 막상 와서 학생들과 함께 생활하다 보니까 생각보다 굉장히 성숙하고 인사도 참 잘하고… 참 좋더라고요.(웃음) 특히 여름철에 일하면 굉장히 힘든데, 가끔 음료수라도 한 캔 뽑아줬을 때 굉장히 감동적이더라고요.

럽젠 Q 앞으로 바라시는 점이 있으신가요?

“바라는 점이 있다면, 여기 있는 학생들과 얼굴도 어느 정도 많이 익혔고, 너무 좋아서 오랫동안 여기서 일했으면 좋겠어요. 아! 분리수거에 조금 더 신경을 써주었으면 좋겠네요.(웃음) 물론 지금도 잘하고 있지만, 조금만 더 신경 써준다면 완벽할 것 같아요. 그 이상은 바랄 게 없죠. 너무너무 좋은 학생들이고, 잘들 하고 있으니까.”

가깝지만 먼, 그들과 우리 사이의 작은 벽

교내에서 학생들을 위해 일해주고 계신 보안요원의 모습

왠지 모르게 다가가기 힘들고, 마음 속으로는 고마움을 느끼고 있으나 표현하기는 수줍은 무언가가 있다. 그러나 그것은 그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학생들과,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시는 몇 분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사람 사이에 뭐 그리 크게 다를 것이 있을까. 그들도 상냥한 인사와 음료수 한 캔이면 쌓인 피로가 눈 녹듯 사라지고, 하루가 보람차다고 말한다. 자식 같고, 손주 같은 20대의 어린 학생들 곁에서 그저 묵묵히 맡은 바 최선을 다하고 계신 그들에게, 내일은 용기 내어 미소 띈 얼굴로 반갑게 인사를 건네보는 것은 어떨까.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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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상 감사해야 할 분들!! 이제라도 인사도 더 잘 하고 감사하다고 얘기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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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수진

    맞아요ㅎㅎ 저도 기사 진행하면서 느낀 점이 아주 많답니다!!! 감사합니다^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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