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유예, 학교를 떠나지 못하는 대학생들

학교 열람실. 시험 기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공부를 하고 있는 학생들이 보인다
무사히 학점 이수를 마쳤음에도 불구하고 졸업을 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그것도 자발적으로 말이다. 학교를 떠나지 못하는 학생들, 그들은 왜 대학생으로 남기를 자처한 것일까?

졸업유예를 선택하는 학생들

취업난이 심각해지면서 졸업 요건을 충족하고도 대학생 신분을 유지하려는 졸업유예자들이 크게 늘고 있다. 대학생 신분을 유지하기 위해 초과 학기를 등록하면서 졸업을 미루는 것이다.

2011~2013년 졸업유예 신청 현황 표이다. 재학생 1만 명 이상 대학 중 2011년 이전에 제도를 도입한 26곳 대상이며, 졸업유예자 수치를 나타낸 그래프. 2011년 8270명, 2012년 1만 1568명, 2013년 1만 4975명이다.
교육부에서 밝힌 2011~2013년 동안의 졸업유예 신청 현황.

졸업유예제를 도입한 대학의 졸업유예자 수는 최근 2년 사이 2배로 늘었다. 수료제 등 유사한 제도를 합하면 그 수는 더 늘어난다. 교육부에서 밝힌 졸업유예 신청 현황 자료에 의하면 2011년에는 8,270명, 2012년 11,568명, 2013년에는 14,975명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졸업유예를 시행하는 대학의 수도 2011년에는 26개에서 2013년에는 33개로 증가했다.

“아무래도 요즘 취업이 많이 힘들고, 취업을 하려면 대학생 신분이 유리하다고 하니까 졸업유예를 했었어요. 실제로 주변에서도 많이 하다 보니까 저도 졸업을 미루게 된 것 같아요. 그런데 실제로 대학생 신분이 더 큰 기회를 줬다거나 실익이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저는 오히려 졸업자인 상태에서 취업이 됐었거든요. 사실 졸업유예도 계획을 가지고 해야 하는데 대학생 신분을 요구하는 환경이나 주변에서 많이 하니까 일단 하고 보는 현재의 상황이 졸업유예에 대한 효용성에 의문이 들게 하는 것 같아요.”
– 서울 M대학교 J양(25세)

주변의 권유로 졸업유예를 한 적이 있다는 J씨는 자신의 졸업유예 경험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대학생의 신분이 직접적으로 기업 인사 과정에서 영향을 미쳤는지는 알 수 없으나 유예를 위해 지불한 비용만큼 자신이 얻은 것에 대한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졸업을 미루려면 돈을 내시오!

취업의 어려움 때문에 선택한 졸업유예, 하지만 졸업유예 제도를 택한 일부 대학교는 등록금의 일부를 요구하여 학생들에게 금전적인 부담을 지우기도 한다. 졸업유예를 시행하는 대학 중 대부분은 일부의 비용을 책정해 받고 있다. 10만원에서 70만원까지 학교별로 비용도 제각각. 학생들에겐 취업의 부담에 금전적인 부담까지 따라 서럽기만 한 현실이다.

“유예를 하는 것도 비용이 많이 들어서 여러 모로 부담이 가죠. 집에서의 원조를 기대하기 힘든 경우엔 유예를 하고 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취업을 준비해야 하니까요.”
– 서울 S대학교 H양(26세)

그러나 대학들은 이러한 현실 상황에 처해있는 대학생들을 포용하기보다 외면하는 것과 같은 각종 제도를 내고 있어 많은 학생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L대학교는 기존 등록금을 내지 않고도 재학생 신분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 ‘0학점 등록제’를 폐지하겠다고 최근 밝혔으며 유예 시에는 무조건 등록금의 1/6에 해당되는 금액을 내도록 했다. K대에서도 졸업을 위해 필수로 제출해야 하는 졸업 논문 요건을 없애고 등록금의 일부를 내도록 했으며 S대에서도 졸업유예제를 폐지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소식이다.

졸업유예, 해야 하는 걸까?


포털사이트에 ‘졸업유예’를 검색해 봤더니…

사실 학생들이 졸업을 미루는 이유는 ‘미취업’이라는 이유가 따른다. 이는 단순히 개인적인 문제로 볼 수 없다. 물론 취업에 성공하지 못하는 요인에는 개인의 노력 부족이라는 이유도 있겠지만 사회 구조적 측면도 분명 간과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학이 무조건 학생들을 내몰고 금전적인 부분을 요구하는 것이 옳은 걸까.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졸업유예 제도에 대한 존폐 여부가 아니다. 이미 졸업유예를 선택하는 학생 수는 크게 늘고 있지만 졸업유예 기간 동안의 시간을 효율적으로 보내기 위한 계획 수립이나 졸업유예를 신청한 학생들을 위한 부수적인 방편들이 부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유예제도가 수료제로 변경되고 더 높은 비용을 요구한다고 한들 유예를 택하는 이유에 비추어 봤을 때 위와 같은 제도의 근본적인 맹점은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

학교 열람실. 시험 기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공부를 하고 있는 학생들이 보인다.
밤 10시가 넘은 시각의 도서관. 여전히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이 보인다.

“졸업자의 신분으로 면접을 보면, 졸업하고 무엇을 했었냐는 질문을 한다고 하더라고요. 기업은 ‘잉여 인간’을 싫어한다는 소리도 들었고요. 그런데 저는 그런 부분에 대해선 딱히 말할 게 없는 거죠. 취업 준비를 했다고 할 수도 없고… 사실 취업 준비라는 것 자체가 막연하잖아요. 그런데 졸업을 미루면 내가 졸업유예를 하고 어떤 것들을 했는지에 대한 자세한 내용까진 기업에서 알 수 없으니 말이에요. 저는 졸업유예 기간 동안 자소서를 쓰면서 외국어 공부도 하고 그랬어요. 재학생 신분을 이용해서 공모전도 나가고.. 아마 취업을 목표로 두고 있다면 대부분이 비슷하게 보내지 않을까요?”
– 서울 S대학교 J양(26세)

인터뷰 결과 졸업유예자 혹은 졸업유예 경험자들의 대부분이 유예 기간 동안 자소서를 준비하며 어학 점수를 올리거나 자격증을 따는데 할애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졸업 전에 취업하지 못했다고 해서 꼭 유예를 해야만이 ‘제대로’ 취업 준비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학청년고용이라는 문구가 쓰여있는 현수막이 보인다.
취업, 그리고 졸업유예?

여기 주목해야 할 내용이 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양정승 부연구위원장의 연구 자료에 따르면 우선 졸업자보다 졸업유예자의 취업의 질이 더 좋았다는 결론이 내려지는 건 사실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는 단순한 졸업자와 재학생에 대한 편견이나 차별에 따른 것이 아닌, 졸업을 유예한 대학생들이 학교에 남아 취업에 대한 정보를 더 활달히 얻고 재학생 신분으로 인턴이나 공모전 등에 참여하여 다양한 경력을 쌓는데 노력했기 때문이라고 밝혀졌다. 게다가 졸업자들 중에도 충분히 양질의 취업을 이뤄낸 사례가 있다.

다만 그는 졸업유예자가 계속 증가한다면 노동시장 진입 연령 상승과 학비 지출 증가 등 사회적 비효율성을 초래할 수 있다며, 불필요한 졸업유예가 늘지 않도록 과도한 스펙 위주의 채용 관행에서 벗어나 실무능력, 경력 중심의 채용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할 것을 말한다. 또한 학생들 역시 취업 시 졸업생이 재학생보다 불리하다는 인식으로 인한 졸업유예의 선택을 자제해야 할 것이며 정책적으로 졸업생에 대한 채용차별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을 촉구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졸업유예를 하고 대학생으로 남느냐, 졸업자로 남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학기를 마치고 취업을 준비하는 기간을 얼마나 유익하게 보냈는지에 대한 것이며 또한 정부나 학교 차원에서도 졸업예정자, 졸업유예자와 같은 취업을 앞두고 있는 이들을 위해 다양한 방편과 취업안을 마련해 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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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동준

    정말 남 같지 않네요.. 인터뷰 하나하나가 다 제 얘기 같기도 하고.. 여전히 고민스러운 문제이지만 선택이 어찌되었든 제 시간을 어떻게 쓰는지가 가장 중요할 거 같네요!
  • sooooobini

    취업이 너무 어려워서 그런가봐요ㅠㅠ 겁나네요
  • 이유진

    구직에서든 어디에서든 '지원'이라는 이름이 들어가는, '자기소개서'를 요구하는 어느 곳이든 (너무 당연하지만) 자기 얘기를 잘하는 사람을 원하는 것 같아요. 졸업 유예, 졸업자와 마찬가지로 휴학생들에게도 그 시간을 어떻게 썼냐고 물어볼 수 있는 거니까 결국 어떻게 시간 활용을 해왔는지를 잘 포장(?)해서 얘기해야 승률이 올라가지 않을까요?...하고 졸업유예를 고민해봅니다 :0
  • 윤수진

    이 기사는 쉽게쉽게 읽지못했네요...왜냐면 제게도 곧 닥칠 현실일수있으니까요ㅠㅠ 중요한 요점만 딱딱 정리해주신 기자님 감사합니다~
  • 취업이 점점 어려워지면서 졸업유예현상이
    사회적으로도 이슈화 되는것 같아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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