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패션 스쿨의 양대 산맥, 파슨스 디자인 스쿨 & F.I.T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뉴욕의 패션 잡지사를 배경으로 화려한 스타일, 매력적인 브랜드 등의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왜 수많은 도시 중 하필 뉴욕일까? 바로 뉴욕은 전 세계 패션의 중심지로 추앙받기 때문. 그리고 그 중심지엔 세계적으로 유명한 패션 스쿨들이 있으며, 여기서는 해마다 유수의 패션 디자이너들이 배출되고 있다. 패션의 도시 뉴욕에서 디자이너를 꿈꾸는 그들의 둥지를 찾아, 패션 스쿨의 양대 산맥이라 불리는 파슨스 디자인 스쿨과 F.I.T에 가 보았다.

뉴욕 패션 스쿨 중 유일하게 캠퍼스를 갖고 있는 학교, F.I.T

왼쪽 사진은 하얀색 외벽의 학교 전경, 오른쪽 사진은 학교 앞 벤치에 학생들이 앉아 있는 모습이다.뉴욕 예술 대학 중 유일하게 캠퍼스를 가지고 있는 F.I.T.

F.I.T(Fashion Institute of Technology)는 맨해튼에 위치한 패션 공립 대학이다. 캘빈 클라인, 마이클 코어스 등 유명 디자이너들의 모교이기도 한 F.I.T는 1944년 개교해 70년의 전통을 자랑하고 있으며, 뉴욕 예술 대학 중에는 유일하게 캠퍼스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때문에 정문에 들어서는 순간 그들만의 활기차고 자유로운 분위기가 느껴진다. 학생들은 학교의 건물 앞에 저마다 삼삼오오 모여 무언가를 먹기도 하고 이야기를 나누거나 혼자 사색을 즐기기도 한다.

왼쪽 사진은 교내 학교 입구로, 유리문 한 쪽이 열려 있다. 오른쪽 사진은 하얀 복도 왼편에 철제 캐비닛이 쭉 늘어서 있다.  길고 좁은 복도와 철제 캐비닛이 마치 영화 속에서 본 듯한 풍경이다.

F.I.T는 공립 대학교로 학비가 다른 학교에 비해 저렴한 편이지만 사실 유학생들보다는 현지인에게 주어지는 혜택이 더 많다. 장학금을 받기 어려운 부분도 있어 단지 저렴한 학비만을 보고 입학하는 것보단 본인의 스타일과 취향에 따라 지원 여부를 검토하는 편이 낫다는 것이 재학생의 의견. 패션 스쿨이라 원단들이 쌓여 있고 부자재들이 널브러져 있지 않을까 싶었지만 직접 살펴본 건물 내부는 전반적으로 깔끔했다. 캠퍼스는 구관과 신관이 있는데 구관도 꾸준한 리모델링을 해 내부는 굉장히 깨끗했다.

어두운 강의실 안에 창가에서 쏟아지는 햇살이 교실 안을 밝히고 있다. 미싱이나 제도기 같은 것들이 설치되어 있는 강의실도 있으며 몸체 마네킹이 쭉 나열된 곳도 있다. 한쪽에는 체리색 테이블 위로 빨간 모자를 쓴 흑인 남학생이 패턴을 그리고 있다F.I.T의 내부 모습. 방학 중에 찾은 강의실은 사람이 거의 없는 편이었지만, 그럼에도 학교에 나와 공부하고 있는 학생을 찾을 수 있었다.

패션 스쿨답게 일반 대학과는 다른 강의실 전경이 인상적이다. 디자인하며 패턴을 제작하는 제도실, 재봉실, 일반 강의실 등 다양한 교실들이 마련되어 있다. 토르소(몸체만 있는 마네킹)엔 드레이핑의 흔적들이 즐비하다. 개강 중엔 이 강의실 안에서 많은 학생들이 정신없이 패턴을 그리고 재단을 하며 미싱을 가동하기 때문에 상당히 분주한 풍경이 그려진다고.

게시판에 일러스트 사진, 패턴 천 실물, 직접 제작한 드레스 등이 걸려 있다. 학교 곳곳에 붙어 있는 F.I.T 학생들의 작품들.

층별로는 학생들이 작업한 패션 일러스트와 작업물들이 게시판에 전시되어 있다. F.I.T에서는 같은 패션 디자인이라도 여성복부터 란제리, 아동복, 남성복까지 다양한 전공을 고를 수 있는데, 이 중 실력 있는 학생들의 감각적인 작품들이 게시판에 올라간다고 하니 이 곳에 자신의 작품이 전시되는 것마저 학생들 사이에서는 동기부여가 되기도 한다.

무수한 패션 서적들이 비치되어 있다. 도서관에 비치되어 있는 무수한 패션 관련 서적들.

F.I.T는 타 대학과 조금 다른 커리큘럼을 가지고 있다. 원래 2년제 대학교였기 때문에 대부분의 전공이 2년제 학위(AAS)를 거쳐 BFA 학사 학위를 취득하도록 되어 있다. 자신이 원하면 다양한 분야를 배울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학위 프로그램과 학사 학위 프로그램이 나눠져 있으니 입학이나 편입을 원하는 이들은 홈페이지 입학 관련 카달로그를 확인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Mini Interview
F.I.T 재학생 이호준 씨

학교 앞, 인터뷰에 응해준 이호준 씨는 긴 곱슬머리에 헌팅캡을 눌러 쓰고 나왔다.인터뷰에 흔쾌히 응해주신 이호준 씨.

“F.I.T에는 유학생들이 많은데 그 중 한국 학생들 비율이 가장 높아요. 그리고 전반적으로 한국 학생들이 잘해서 이미지도 좋은 편이고요.”

F.I.T의 학생들은 대개 패션 디자인과를 기준으로 1학년 때는 기초 과정인 드레이핑, 패턴, 봉제를 배우며 2학년 때 본격적으로 실습에 들어간다. 그렇게 해서 2년 학위 과정을 마치고 졸업하는 경우도 있으며 학사 학위 과정을 밟는 친구들도 있다.

“사실 이쪽이 공부를 더 한다는 게 큰 의미는 없다고 다들 생각하거든요. 2년 더 공부를 하더라도, 그러지 않고 일을 하면서 배우더라도 막상 하는 작업이 크게 다른 건 아니니까요. 그래서 2년 학위 과정만 마치고 졸업하는 경우가 많은데 혹자는 공부를 더 이어서 하기도 해요. 저도 학위 과정을 마친 뒤에 학사 학위 과정까지 밟을 계획이에요.”

학위 프로그램 중에서는 테크니컬 디자인이 최근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의류 산업 분야에서 복잡한 기술 설계를 위한 토대를 가르쳐 주는 전공으로 외부에서도 각광받고 있으며 타 대학에는 거의 없는 전공 분야에다가 F.I.T 학교 측에서도 관심을 많이 갖고 있는 전공이며 취업률도 높다고. 혹 입시, 편입에 관심이 있거나 패션 쪽에 관심이 있다면 참고해 볼 만하다.

학교에 걸려 있는 보라색 현수막엔 크게 FIT라고 쓰여 있고 WELCOME으로 도배되어 있다. WELCOME F.I.T!

비즈니스에 최적화된 커리큘럼, 파슨스 디자인 스쿨

파슨스 디자인 스쿨은 뉴스쿨(The New School)이라는 종합대학에 포함되어 있다. 그래서 정식 이름은 ‘Parsons the New School for Design’이다. 원래는 독립적인 학교였지만 몇십 년 전 뉴스쿨에 흡수된 것. 뉴스쿨은 따로 캠퍼스가 있는 것이 아니고 맨해튼 내 여러 군데의 건물이 퍼져 있는 형태다. 캠퍼스를 구분하는 방법은 바로 사진에서 보이는 빨간 현수막이다.

돌로 만들어진 건물에 THE NEW SCHOOL이라는 문자가 써있는 빨간 현수막이 붙어있다. 파슨스 디자인 스쿨이 있는 THE NEW SCHOOL.

세계 3대 디자인 스쿨 중 하나인 파슨스 디자인 스쿨. 마크 제이콥스, 안나 수이, 마이클 코어스가 이 학교 출신이며 패션 하우스들의 후원을 듬뿍 받는 학교이기에 루이비통, 마크 제이콥스, 지방시와 같은 유명 브랜드 회사의 입사가 유리한 편이다. 예술성보다는 상업성에 맞는 디자인에 중점을 두는 학교인데, 무엇보다 뉴욕 시장에 얼마나 어필할 수 있느냐를 중요시한다.

강당에서 한 여성이 PPT자료로 발표를 하고 있다. 파슨스 디자인 스쿨의 신입생 OT모습.

미적 감각을 필요로 하는 패션 스쿨답게 파슨스 디자인 스쿨의 내부 인테리어는 매우 인상적이다. 각 층은 색상별로 나누어져 있으며, 센스 있는 그래픽들이 밋밋한 학교 안내를 대신한다.

파슨스의 내부 인테리어의 모습이다. 층별로 빨간/노랑/초록/파랑의 컨셉을 갖고있다. 층별 내부 인테리어.

또한 파슨스 디자인 스쿨의 패션 전공 건물은 신설된 것이라 도서관 시설이 매우 좋은 편이다. 패션은 물론이고 그래픽 디자인까지 방대한 양의 서적들을 제공하여 디자인에 대해 자유롭게 공부할 수 있다. 또한 강의실이나 실습실 외부에는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공부할 수 있게끔 자습 공간이 만들어져 있다. 방학 중이었음에도 개인 노트북을 가지고 학교에 와서 작업을 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인상깊었다.

학생들이 복도의 자습공간에 앉아 공부를 하고 있다.  파슨스의 자습 환경.

Mini Interview
파슨스 디자인 스쿨 재학생 김지은 씨

그렇다면 실제 파슨스에 다니는 학생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파슨스 디자인 스쿨 패션디자인전공 2학년 김지은 씨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인터뷰에 응해주신 김지은씨가 아래쪽을 바라보고 있다.김지은 씨와 학교 근처에서 만남을 가졌다.

“파슨스는 특히 패션디자인 학과에 대해서 굉장히 엄격해요.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이나 타 학과는 편입이 3학년부터 가능한데 패션디자인과는 무조건 2학년부터만 편입할 수 있어요. 엄격한 관리를 통해 배출하려는 파슨스 패션 스쿨만의 프라이드가 있기 때문에 파운데이션 과정인 1학년 과정을 제외했을 때 패션디자인 수업 커리큘럼을 하나라도 따르지 않은 사람은 졸업을 할 수 없는 거죠.”

파슨스 패션 스쿨의 커리큘럼은 1학기와 2학기 과정 중 하나라도 이수하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없게 되어 있다. 그만큼 탄탄한 교육과정 아래에서 좋은 인재를 양성하려는 학교의 위상을 보여주는 것으로, 파슨스 패션 스쿨을 나온 학생들에게도 파슨스의 혹독한 커리큘럼을 모두 이수했다는 자부심이 생긴다고 한다.

“F.I.T의 경우 진짜 실용적인 것, 테크니컬한 것을 완벽하게 가르쳐요. 영국의 센트럴 세인트 마틴은 패션 디자인을 ‘아트’라는 개념 하에 공부하죠. 파슨스 디자인 스쿨은 F.I.T와 센트럴 세인트 마틴의 중간쯤에 있다고 봐요. 비즈니스적인 디자인을 하는 거예요. 팔 수 있는 옷.”

학교의 스타일이 매우 다르니 커리큘럼도 다르다. 파슨스의 경우 팔릴 수 있는 옷을 만들어야 한다면 센트럴 세인트 마틴에서는 독창적인 디자인을 해야 한다. 또한 F.I.T의 경우는 입학시험 때부터 자신이 만들었던 옷을 직접 만들어서 가야 한다. 이처럼 매우 다른 세 학교의 스타일은 결과물 자체도 매우 다르기에 유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자신이 지향하는 목표에 따라 학교를 선택한다고 한다.

노란색의 벽 앞에 마네킹 4개가 세워져 있다. 파슨스의 실습실 모습.

파슨스는 캠퍼스가 없는 학교이다. 맨해튼 곳곳에 흩어져있는 뉴스쿨 건물들은 일반적으로 캠퍼스가 있는 우리나라의 대학과는 색다른 느낌이었다. 그렇다면 학생들은 캠퍼스가 없는 학교에 대해 학생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면접을 보러 다녔었는데 F.I.T 같은 경우는 캠퍼스가 있는 학교가 가지고 있는 특유의 포스? 위엄이 있더라고요. 캠퍼스 내에 박물관이 있고, 전시도 하고요. 그리고 학교 안에서 생활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참 좋은 것 같아요. 특히나 디자인과의 경우 짐이 굉장히 많은데 건물과 건물 간의 거리가 멀어서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있어요. 그런데 2, 3학년이 되면 모든 수업은 한 건물에서 진행되니까 그렇게 단점은 없는 것 같아요. 하여튼 캠퍼스가 있는 게 학교도 더 위엄 있어 보이고 좋긴 하겠죠.(웃음)”

푸른 셔츠를 입고있는 김지은씨의 모습이다인터뷰 중인 김지은 씨.

그녀는 성신여자대학교 의상과를 졸업하고 온 편입생이다. 한국 대학과의 차이점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그녀에게 한국과 미국의 교육 환경이 어떻게 다른지 물어보았다.

“제 나이가 26살인데, 딱 직장 생활을 시작하는 나이잖아요. 그런데 이곳에서는 나이가 상관없어요. 정말 나이가 많으신 분은 직장 생활을 하시다가도 배우러 오신 분들도 많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온 어린 친구들도 많죠.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나이에 대한 스트레스는 전혀 없어요.”

그녀는 미국에서 공부를 한다는 자체가 한국보다는 좀 더 자유로운 분위기 안에서 디자인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뉴욕이라는 도시는 박물관과 갤러리들, 그리고 예술과 디자인을 감상하고 창조하는 사람들로 가득 찬 도시예요. 그래서 그것을 연구하는 예비 디자이너들에게는 뉴욕 시 전체가 수업의 연장선에 있다고 할 수 있어요”

파슨스 뉴스쿨의 문이다. 유리에 흰색으로 THE NEW SCHOOL 이라 써있다.

두 명의 인터뷰이들에게서는 학교에 대한 자부심과 패션에 대한 열정이 가득 느껴졌다. 그들은 정말 패션을 사랑하고, 간절히 원하던 일이었기에 이곳에서의 삶이 행복하다고 한다. 그들처럼 유학이나 편입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유학에 대한 목표가 무엇이고, 구체적으로 자신이 어떤 스타일의 디자인을 선호하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한 후 자신과 맞는 학교를 찾아 시작해야 한다는 점 꼭 기억하길 바란다.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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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도 들어보기만 했던 뉴욕의 디자인 스쿨.. 서우기자님과 수현기자님이 공동으로 정말 애쓰셨네요~! 저도 새롭게 알게 된 부분이 많네요ㅎ 기사 잘 봤어요~ :)
  • 민영 :)

    정말 재미있게 읽었어요~ 뉴욕이 패션학교들로 유명한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자세히 읽어보니 더 흥미롭네요. 파슨스가 뉴스쿨이랑 연합되어있다는 건 처음 알았어요. Pratt도 패션학교로 유명하다고 해요!
  • 윤수진

    저는 패션을 잘 모르지만.. 기사 여기저기에서 학생들과 학교의 열정이 마구마구 느껴지네요! 깔끔하게 정리해주셔서 보기 편했어요 ㅎㅎ 기사 잘봤습니다!
  • 긋긋
  • 이지예

    패션을 잘 모르는 저도 익히 들어온 파슨스. 파슨스 패션디자인과는 함부로 입학, 졸업하기 어렵다는 게 와닿네요. 역시 명문 대학은 그냥 만들어 지지 않나봐요!
  • 팥빵찐빵

    파슨스는 그냥 들어본 적만 많은데 기사로 보니 흥미롭네요
  • 송종혁

    파슨스 하면 프로젝트 런웨이 멘토였던 팀 건이 생각나네요~좋은 기사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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