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를 런웨이로 만든 패셔니스타 4인방, 그들과의 유쾌한 수다



“1998년 썸머는 재미로 졸업앨범에 스코틀랜드 밴드 Bell and Sebastian의 노래 가사를 인용했다. 그녀가 살던 미시건에서는 그 밴드의 앨범 판매가 급증했다. 음반산업 관계자들은 시장 분석을 하느라 골머리를 썩혔다. 대학교 2학년 시절 썸머가 아르바이트를 했던 아이스크림 가게는 신기하게도 매출이 212% 증가했다. 썸머가 계약하는 아파트는 모두 평균가보다 9.2% 낮은 임대가를 제시했다. 그녀의 통근 시간대에는 하루 평균 18.4명의 두 배에 달하는 승객이 탑승했다.”
– 영화 <500일의 썸머> 중, 주인공 탐이 썸머에 대해 설명하는 내레이션

분명 이 이야기는 ‘썸머’라는 인물을 설명하기 위해 과장이 보태진 극적인 장치이다. 그러나 머나먼 스크린 화면 속이 아닌 우리의 행동 반경 안에도 톡톡 튀는 매력으로 다른 이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썸머들이 존재한다. 쩍쩍 갈라진 머리, 아무렇게나 뒤집어 쓴 후드 점퍼, 반쯤 떨어져 나간 슬리퍼만이 대학생의 전유물이라는 생각은 오늘 이 기사를 읽은 뒤부터 과감하게 버리기를. 자신만의 개성이 드러나는 스타일로 캠퍼스를 사로잡은 패셔니스타 4인을 만나보자.

오늘의 주인공들을 모아놓은 사진. 차례대로 배결/한재호 씨(상단), 이청진 씨(하단 왼쪽), 장혜림 씨(하단 오른쪽)

Figure 1. 때로는 러블리하게, 때로는 고혹적으로 – 서강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과 11학번 이청진

붉은 조화 한 송이가 심어진 화분 옆으로 보이는 이청진 씨가 수줍게 미소를 짓고 있다. 그녀가 선택한 붉은 롱스커트의 꽃무늬와 조화가 닮았다.

대학생 대상 패션 스트리트 웹진 ‘캠퍼스스타일아이콘’을 훑어보던 럽제니의 눈길을 강하게 끌었던 서강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과 이청진 씨. 무채색 일색인 대학생들 가운데 홀로 스냅백과 화려한 파란색의 스키니진을 선보인 그녀였다. 오늘은 어떤 ‘귀엽고 발랄한’ 아이템을 카메라에 담을지 기대했는데 웬걸, 그녀는 검은색 골지 민소매와 붉은 장미가 수놓아진 롱스커트로 성숙한 매력을 발산하고 있었다.

매거진을 읽고 있는 청진 씨. 왼쪽 사진은 고개를 숙인 채 책을 보고 있는 모습이고, 오른쪽 사진은 고개를 들어 카메라를 향해 웃고 있는 모습이다.

럽젠Q : ‘캠스콘’에서 본 모습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에요.

뚜렷한 스타일이 없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원래 다양하게 입는 편이에요. 때로는 빈티지스럽게, 때로는 모던하게, 때로는 꾸러기 같이 말이죠. 대체로 여성스러운 스타일을 선호하는데 ‘언니’ 같은 느낌보다는 ‘소녀’ 같은 느낌을 좋아해요. 제 입으로 말하긴 쑥스럽지만(웃음). 그래서 힐도 잘 안 신어요.

럽젠Q : 아이쇼핑을 즐긴다고 들었어요. 특별한 쇼핑 노하우가 있나요?

패션블로그를 운영하고 있긴 하지만 꾸준히 포스팅하는 편도 아니고 매거진을 즐겨보지도 않아요. 대신 아이쇼핑의 경우에는 요즘 어떤 옷이 나오는 추세인지, 어떤 스타일이 인기 있는지 확실히 파악할 수 있죠. 전 옷을 한 번 살 때 신중하게 구매하는 스타일이라 쇼핑하는 데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이에요. 길 가다가 예뻐보이는 옷들을 구매하자면 사고 싶은 게 너무 많아져서 당황스럽잖아요. 그래서 전 아이쇼핑으로 여러 번 둘러보고 그 다음에도 그 아이템이 눈에 아른거린다 싶으면 그 때 구매해요.

멋진 포즈를 취하고 있는 청진 씨
서래마을의 평범한 주택가를 어느 번화가 못지않은 훌륭한 배경으로 승화한 청진 씨. 상의는 forever21, 스커트는 빈티지, 신발은 브레드앤버터, 가방은 핸드메이드(자체 제작) 제품.

럽젠Q : 패션 관련 대외활동도 여러 번 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렇게 스타일에 관심을 가지게 된 구체적인 계기가 있으신가요?

아버지가 의류업계에서 종사하셨어요. 아버지께서 샘플들을 집에 자주 가져오시다 보니까 집에 옷이 많았었죠. 그리고 어렸을 때 중국에서 살았는데, 당시 사 입는 것과 맞춤제작하는 것 사이에 가격 차이가 별로 없더라고요. 그래서 어머니와 함께 원단을 고르러 가기도 했죠. 콕 집어 말할 계기는 없지만 이런 환경적인 특성들이 모여서 자연스럽게 옷에 관심이 생기지 않았나 싶어요. 이건 엄마가 말씀해주신 일화인데 제가 어릴 적에 고집이 굉장히 셌대요. 그래서 유치원에 가기 싫다고 떼 쓰는 날에는 어떤 말로도 달랠 수 없었는데 엄마가 원피스를 사준다고 하면 갔다고 하더라고요.(웃음)

럽젠Q : 자신만의 스타일을 갖는다는 게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들에게도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어쩔 수 없이 패션이라는 게 남들에게 가장 먼저 보이는 부분이잖아요. 어떤 옷을 입는다는 건 그 자체로도 내가 어떤 사람이며 어떤 취향을 가지고 있는지 확실하게 표현하는 수단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자신만이 발산할 수 있는 아우라를 옷에 담다 보면 자연스럽게 자신감이 생기는 것 같아요. 일반인들이 패션을 어렵게 생각하는 건 옷을 선택할 때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볼지 가장 먼저 떠올리기 때문 아닐까요? 타인이 바라보는 관점에 갇히면 옷을 고르는 게 지루하죠. ‘내가 남들에게 어떻게 보이고 싶은지’를 먼저 생각하는 게 좋아요. 친구들과 피크닉을 가고 싶다면 편안한 옷차림을 선호한다든지, 고혹적으로 보이고 싶다면 레드립을 바른다든지 하는 것 말이에요.

청진 씨의 활동 사진들. 왼쪽 위부터 4컷이 모두 청진 씨가 다양한 옷을 입고 화보 촬영을 한 모습이다.
보끄레 머천다이징에서 스타일 큐레이터 2기로 활동했던 청진 씨. 한 장 한 장 분위기가 색다르다. 놀랍게도 스타일링, 모델, 포토까지 오로지 학생들의 손에 의해 탄생된 작품이라고. (사진 제공_이청진)

혹시 ‘시간이 없어 제대로 꾸미지 못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께 팁을 드리자면, 전 옷보다 액세서리를 활용하는 편이에요. 사실 전 머리카락이 길고 숱도 많아서 머리를 감지 못하면 큰일나는데, 한 번은 시간이 없어 머리를 못 감은지라 비니 모자를 쓰고 그에 맞게 귀여운 학생 차림으로 집 밖을 나섰어요. 사람들이 오늘 참 예쁘다고 해 주셔서 내심 뿌듯했죠.(웃음) 꼭 힐을 신고 미니스커트를 입어야 예쁜 게 아니라, 그 상태에서 연출할 수 있는 것들을 하면 더 좋아요.

붉은 벽돌의 주택 앞에서 밝은 미소를 짓고 있는 청진 씨.

럽젠Q : 남은 여름, 그리고 올 가을에 유행할 아이템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실버 아이템과 시스루! 메탈 느낌의 실버가 아무래도 시원해 보이죠. 계절감 때문에 가을까지 길게 유행하기는 힘들겠지만요. 시스루의 경우에는 작년 겨울, 그리고 올해 봄부터 쭉 유행하고 있는데, 그냥 하나만 입기보다는 그 밑에 다른 원단이 덧대어진 아이템들도 많이 나와서 좀 더 진화한 패션 아이템이 된 것 같아요.

Figure 2. ‘뭘 좀 아는 오빠’들과의 대담 – 동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07학번 배결 & 사학과 11학번 한재호

동국대학교에는 패션 학회 ‘어썸피플’이 있다. 옷에 관심 있는 친구들이나 옷을 잘 입는 친구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패션디자인과나 의류학과는 물론, 그들을 위한 커뮤니티조차 없었던 상황이 안타까웠던 재학생 다섯이 모여 결성한 모임. 2년 전 겨울, ‘어썸피플’의 창립자와 함께 수업을 듣고 있었던 한재호 씨와 아는 형의 소개로 그를 만나게 된 배결 씨. 옷에 대한 느낌을 아는 이 두 남자와 럽제니가 만나 웃음꽃을 피웠다.

압구정 로데오의 한적한 인도에 앉아있는 재호 씨와 배결 씨. 왼쪽 사진에서는 재호 씨와 배결 씨가 앉은 채 서로를 마주보는 듯한 포즈를 취하고 있고, 오른쪽 사진에서는 배결 씨는 수줍은 듯 입을 손으로 가리고 있다.
남들 사진은 많이 찍어주었지만 정작 자신이 렌즈 앞에 서자 몸 둘 바를 모르던 배결 씨(우측). 반면 재호 씨(좌측)는 좀 더 편안해 보인다.

럽젠Q : 특이한 옷차림은 아니지만 개성 있는 스타일이신 것 같아요. 본인이 직접 정의한 자신의 스타일은 뭔가요?

배결 개인적으로 가장 싫어하는 질문이에요.(웃음) 배결은 배결인데 어려운 단어를 붙여가면서 내 스타일을 딱 잘라 표현하고 보여줄 필요가 있나 싶어요.
재호 저도 형과 비슷한 입장입니다. 개인적으로 ‘어반 테일러 룩’, ‘아메리칸 차일드’와 같은 거창한 수식어는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편안하면 편안한 룩이고 빈티지스러우면 빈티지스러운 거죠. 누구나 이해하기 쉽고 아름다운 우리나라 말이 있잖아요! 그래도 굳이 정의하자면 ‘옆집 오빠 스타일’? 면접 볼 때는 상황에 맞게 클래식한 옷차림, 반면 편안한 일정에는 자유로운 스타일도 원활하게 소화할 수 있는 옆집 오빠 말이에요.

카메라 옆쪽을 응시하고 있는 재호 씨. 가로 스트라이프 티와 캡을 쓰고 있다. 목에 걸친 스카프가 멋지다.

럽젠Q : 평소 패션 연출에 애용하는 특정한 아이템이나 선호하는 소재가 있나요?

재호 베스트(조끼)나 모자를 주로 착용해요. 요즘에는 볼 캡을 자주 쓰고 있죠. 40~50년대에 캐주얼하게 쓸 수 있도록 나온 야구모자 말이에요. 참고로 말하자면 오늘 인터뷰 때문에 매고 나오긴 했는데 평소에 스카프는 자주 안 맵니다.(웃음)
배결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삐까뻔쩍한 베스트 말고 재호는 캐주얼한 면 소재의 조끼를 잘 매치해 입어요. 전 청남방이든 청바지든 청자켓이든 데님 소재를 좋아하고요. ‘청청 패션’에 대해 부담을 갖는 분들이 많은데, 상, 하의 모두 데님 소재로 된 옷이더라도 서로 다른 컬러를 선택한다면 얘기가 달라져요. 데님이 아니더라도 옷을 고를 때 컬러를 가장 중시하는 편이라 여성 잡지를 자주 보기도 해요. 남성복은 색깔, 패턴이 어느 정도 한정되어 있고 그다지 화려하지도 않은 반면 여성 의류는 색 배치가 대단하잖아요. 잡지뿐만 아니라 영화에서도 색을 주의 깊게 보는 편이에요.

결 씨의 단절 컷. 좌측은 배부터 무릎까지, 우측은 신발을 주로 보여주고 있다.

럽젠Q : 대체로 남자들이 여자에 비해서 패션에 관심이 없는 편이잖아요. 옷에 관심 많은 남자로서 겪는 어려운 점이 있나요?

배결 전 매일 똑같은 옷을 입는 걸 싫어했어요. 그래서 재수하던 시절에도 매일 다른 옷을 입고 갔더니 공부는 안 하고 놀기만 좋아하는 애로 정평이 나 있더라고요. 옷에 신경 쓰는 남자는 날라리일 것 같다, 여자들만 만나고 다닐 것 같다라는 인식이 박혀 있어서 곤란할 때가 있었죠.
재호 저 같은 경우에는 여자친구가 별로 안 좋아해요. 대부분의 여자친구들은 남자친구 선물로 옷 선물도 해주고 머리스타일도 꾸며주러 가는데 그런 건 제가 별로 내키지 않거든요. 그 부분에서 여자친구는 본인이 설 자리가 없다고 판단했던 것 같아요.

럽젠Q : 쇼핑은 주로 어디서 하세요?

재호 이태원의 ‘UNKNOWN PEOPLE’이라는 편집숍, 온라인으로는 학회 형들과 함께 직구를 이용해요. 저렴하게 구매해서라기보다는 양질의 제품을 제값에 산다는 개념에 가깝죠. 백화점에서는 13만원에 판매하는 제품을 직구로는 만 원에 살 수 있어요. 우리나라의 안전 결제 절차보다 훨씬 간단하고요.
배결 전 그냥 복합쇼핑몰에 가요. 그리고 가끔 광장시장도 들르죠. 요즘엔 동대문 시장에서 판매하는 제품들이 많이 유입되긴 하는데 외국에서 들여온 구제 아이템들이 90%라 재미있어요.

역시 길거리에 앉아 포즈와 표정을 취해주는 두 모델.

럽젠Q : 옷 입기를 어려워하는 대학생들에게 조언을 해 주신다면요?

배결 엄밀히 말해서 옷에 관심 없는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변하기는 쉽지 않아요. 옷을 충분히 잘 입을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를 마음껏 표출할 환경이 조성되지 않아 개성 없이 입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개인적으로 안타까워요. 커뮤니티라든가 패션에 대한 관심을 고양시키는 문화가 마련되면 좋겠어요.
재호 기본에 충실하자는 것! 옷을 잘 입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면 두 종류가 있어요. 아예 옷에 관심 없는 사람과 너무 트렌드를 따라가려다 보니 어긋난 사람이죠. 후자의 경우에는 시대의 흐름을 크게 타지 않는 기본적인 아이템 위주로 매치하라고 조언해 주고 싶어요.

럽젠Q : 앞으로 유행할 것 같은 아이템을 하나씩 언급해 주세요.

배결 플라워든 야자수든 마린룩이든, 해변가에서 입을 것 같은 패가 유행하지 않을까요?
재호 화려한 무늬의 스냅백을 비롯한 과감한 액세서리요. 아, 그리고 벙거지 모자! 방금 뒤에 지나가는 여자 분도 벙거지 쓰셨어요.(웃음)

Figure 3. 여자도 멋있을 수 있다! 시크의 정석 –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13학번 장혜림

신사동 가로수길 한 로드샵에서 신발을 구경하고 있는 혜림 씨. 그녀가 쓰고 있는 모자, 무심한 듯 걸친 선글라스가 인상적이다.

골반에서 다리로 이어지는 라인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밀착형 스키니진과 여름의 제왕 핫팬츠가 그 동안의 기나긴 독주를 잠시 멈췄다. 최근 길거리에서 짧게는 7부, 길게는 10부까지 오는 ‘슬랙스’의 열풍이 거센 가운데, 많은 여성들이 배기팬츠, 무채색의 스냅백, 디트로이드 진 등을 활용하여 중성적인 매력을 뽐내고 있다. 그리고 여기, 시크한 매력의 끝을 보여주는 인물이 있다.

혜림 씨의 옆모습. 그녀의 모자와 여러 피어싱들이 돋보인다.

럽젠Q : 짧은 머리카락이 시크함을 더욱 돋보이게 해 주는 것 같아요. 원래 시크한 스타일을 선호하시나요?

그렇게 마른 편도 아니고 짧은 치마를 입을 만큼 각선미에 자신 있는 편은 아니라서…(웃음) 이런 단점들을 보완하기 위해서 롱 스커트나 폭이 큰 바지를 애용하고 있어요. 또한 옷이 조금 평범해 보이더라도 단순한 아이템 하나로도 전반적인 분위기가 확 반전되기 마련이거든요. 굳이 모자가 아니어도 무난한 코디에서 바지, 액세서리 같은 한 가지 튀는 아이템으로 포인트 주는 걸 좋아해요.

럽젠Q : 스트리트 포토그래퍼의 레이더망에 자주 포착되는 것 같던데, 특별한 비결이 있나요?

저번 학기에는 교내 패션 관련 학회 ‘옷거리’에서 활동했었어요. 그리고 평소에 다른 사람들이 입는 옷을 생각 없이 보는 것 정도? 반드시 특정한 트렌드를 캐치해내겠다는 목적은 아니고 각양각색의 개성을 구경하는 게 좋아요. 그렇다고 따로 패션 매거진을 구독하는 건 아니고 SNS에서 스트리트 전문 포토그래퍼들의 페이지를 많이 참고하는 정도예요.

선글라스를 활용하여 여러 포즈를 취해준 혜림 씨. 마치 영국을 배경으로 삼은 듯한 세련된 느낌.

럽젠Q : 쇼핑은 자주 하는 편이신가요? 쇼핑을 나선다면 반드시 들르는 핫플레이스가 있는지 궁금해요.

비싼 가격의 브랜드 옷을 오랫동안 입기보다는 비교적 저렴한 옷을 여러 개 사는 걸 좋아해요. 사실 패션에 처음 관심이 생겼던 것도 어렸을 적부터 한 가지 옷에 쉽게 질리다 보니 계속 다양한 옷을 구매하기 위해 이곳 저곳 둘러봤던 게 계기라면 계기였고요. 그래서 지금도 특별히 선호하는 브랜드는 없고 그냥 내 마음에 들면 사는 편이기 때문에 한 군데 콕 집어서 언급할 정도로 자주 가는 매장도 없어요. 인터넷 개인 쇼핑몰, 스파 브랜드, 고속터미널이나 강남역과 같은 지하상가와 같이 트렌드를 반영하면서도 가격대가 낮은 매장을 선호하는 편이죠.

목부터 허벅지까지의 확대 컷. 비교적 무난한 회색 레터링 티셔츠가 바탕이지만 그 안에 오밀조밀한 폭넓은 아이템 배치, 눈길을 한꺼번에 사로잡는 기하학 패턴의 바지, 무심한 듯 시크하게 걸친 선글라스가 인상적이다.

럽젠Q : ‘나만의 스타일을 갖는다’, ‘신경 써서 옷을 입는다’는 것은 대학생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중요하죠. 사실 중요하다기보다는 살면서 한 번쯤은 옷에 자신의 개성을 담아보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요? 대학에 입학하기 전까지는 공부하느라 정신 없고, 대학을 졸업한 뒤에는 취업에 신경 써야 하니까요. 막상 일자리를 구한 뒤에는 사회가 어느 정도 요구하는 선에 맞춰서 입어야 하기 때문에 개성 있게 옷을 입을 수 있는 시점은 대학생 때가 유일하지 않나 싶어요. 꼭 특이한 패션을 추구하지 않더라도 스타일에 돈과 시간을 투자하는 건 대학생 때 해보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럽젠Q : 바쁜 여대생들은 화장도 하기 힘들 정도로 패션에 신경을 못 쓰는데, 이런 분들께 주고 싶은 팁이 있다면요?

쇼핑할 때 자신이 이미 가지고 있는 옷을 떠올려 보라는 것! 매장을 돌아다니다 보면 진열된 옷이 예뻐서 충동적으로 구매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 옷들은 대개 집에 오면 막상 어떻게 코디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자주 가는 곳에 갈 때 입기는 다소 난해하기도 해서 장롱에서 썩히게 돼요. 그러다 보니 바쁜 아침에 옷을 고르려 해도 막상 입고 나갈 옷은 없는 상황이 찾아오죠. 자신이 정말 패션에 관심이 많은 편이 아니라면 충동적인 구매는 더더욱 말리고 싶어요. 항상 자신의 옷장 속 옷을 생각하면서 그들과 매치하기 쉬운 무난한 옷 위주로 구매하시길 바라요.

혜림 씨의 아이템들. 시계 방향으로 가방, 반지와 팔찌, 손목시계, 특이한 무늬가 새겨진 신발.
머리부터 발끝까지 세심한 아이템 배치가 돋보인다. 신발은 닥터마틴, 손목시계는 클로이, 팔찌와 반지는 각각 클리프웨어와 에이랜드 제품.

럽젠Q : 요즘은 패션에 관심 있는 남자 대학생들도 많지만, 아직까지는 그렇지 않은 이들이 더 많은데요. 여자의 입장에서 남학생들에게 주고 싶은 팁이 있을까?

사실 대부분의 남자 대학생들은 자신의 스타일을 만드는 데에 큰 관심이 없죠. 하지만 이제는 남자도 ‘어느 정도’는 꾸며야 하는 시대라고 생각해요. 반드시 패셔니스타가 되고야 말겠다는 일념 하나로 튀는 아이템을 휘감기보다 무지 티셔츠, 적당한 핏의 바지 위주로 깔끔한 이미지를 만들어보는 게 어떨까 싶어요.

럽젠Q : 본인이 생각하기에 올 여름 내내, 그리고 가을에 유행할 것 같은 스타일이 있다면요?

올해에는 딱 달라붙는 스키니진보다는 상대적으로 넉넉한 바지가 유행하고 있잖아요. 남녀 불문하고 슬랙스, 찢어진 청바지, 와이드 팬츠, 배기바지 입은 사람들이 거리에서 자주 보이는 것 같은데 아무래도 가을에도 이들이 계속 유행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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