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raveller 에디터 이마루

떠나는 것은 자유의지인 줄 알았거늘, 떠나야만 하는 운명도 있었다. 그녀는 늘 여행으로 먹고살고 웃고 울며 꿈꿨다.

넓고 꾸준히 다져진 글의 내공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있을까? 여행지의 선정부터 돌아온 후의 여독까지, 모든 순간이 여행의 오롯한 추억이다. 이제 막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수도인 아부다비에서 취재를 마치고 돌아온 에디터 이마루는 여행의 흥분감에 눈을 뜨고 잠드는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어딜 여행하든 말이에요. 그곳에서 본(혹은 볼) 아름답고 좋은 풍경이나 체험을 허세 가득하게 잘 포장해서 써야 한다는 고민은 안 해요. 별로였던 여행지를 좋다고 말하는 건 성격에도 안 맞고요. 여행지에서 다가오는 상황과 주변의 정경에 그저 나를 던질 뿐이죠. 다른 사람보다 조금 일찍 그곳에 가지만, 저도 한 명의 여행객인 건 마찬가지니까요.

어릴 때부터 일기를 쓰는 사적인 습관부터 교지, 학교 신문 등에서 글 쓰는 법을 연마했던 그녀는, 글을 ‘업’으로 삼는 것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있었다. 그 후 아련하기만 했던 꿈이 수면 위로 오르기 시작한 건 고교 시절. 언론정보학과를 선택하면서 좀 더 그 생각은 공고해졌다. 학과 생활과 학회지 활동을 하면서 체계적으로 글 쓰는 법을 익힌 그녀는, 한 출판사에서 인턴생활을 하면서 꿈을 현실화시켰다.

출판사 일을 하다 보니, 글 쓰는 사람과 엮는 사람의 경계가 눈에 보이기 시작했어요. 둘 다 가치 있는 일이기 때문에 어느 것이 낫다고 판단할 수는 없지만, 전 기획보다는 집필에 더 끌리는 걸 알게 되었죠. 결국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옳다는 생각을 했죠.

그 후 그녀는 잡지 <코스모폴리탄>에서 어시스턴트 생활을 수 개월간 했다. 보통 에디터를 보조하는 입지에서 글 쓸 기회는 그다지 많지 않았지만, 때마침 발간하기 시작한 다른 에디션의 <코스모폴리탄 캠퍼스>는 그녀의 진가를 발휘할 기회였다. 명목은 어시스턴트였지만, 글쟁이를 평생 업으로 하게 된 발판이 되었다.

그때가 대학교 5학년(!) 때였어요. 이 캠퍼스 에디션은 보다 젊은 층을 공략하니, 제게 기회가 많았죠. 취재도 하고 글도 쓰고 에디터와 팀장님의 어시스트 업무까지 맡다 보니, 너무나 바빴던 시기였어요. 그래도 그 상황을 즐기면서 물 만난 고기라도 된 양 엎치락뒤치락 9개월간의 활동을 끝냈죠. 그때 지금의 편집장님이 넌지시 묻더라고요. 여행 잡지를 함께 만들어갈 생각이 없느냐고요.

여행 잡지 에디터로 살아간다는 것

그렇게 시작된 <더 트래블러>와의 인연은 어느덧 3년을 채워가고 있다. 여행을 주로 다루는 잡지지만, 그녀는 이 선택에 아쉬움이나 후회는 없다며 매 순간을 감사했다.

모든 것을 다 가질 수는 없지만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업으로 삼는 것은 큰 행복이에요. 똑같이 일하는 회사원이라고 생각할 때 전 더없이 행복한 거죠. 똑같은 일상을 사는 게 아닌, 새로운 곳과 사람을 접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여행을 다녀와서 느끼는 것도 많고요. 좀 박봉이긴 하지만요(웃음).

그녀는 일반 신문기자처럼 기획과 섭외, 취재까지 도맡지만, 심지어 사진을 찍고 디자인의 레이아웃을 관할하는 일을 맡는다. 잡지가 발간된 이후엔 관광청과 여행사의 동향도 살핀다. 다달이 발간에 맞춰 작업을 끝내는 ‘마감 인생’이지만, 평소에 짬이 쉽게 나는 것은 아니다.

글 쓰고 사진을 찍는 취재부는 고작 6~7명 정도에요. 생각보다 규모가 작죠? 그래서인지 한 달에 겨우 며칠만 사무실로 출근할 때가 있어요. 특히 요즘처럼 5~6월호 발간할 땐 눈코 뜰 새가 없어요. 방학이 여행 잡지 컨텐츠가 꽃을 피우는 시기니까요.

그녀는 두 달에 세 번꼴로 해외 출장을 가지만, 여행만을 다루는 건 아니다. 패션과 문화를 포함한 피처 등의 여러 카테고리를 다루면서, 새로운 사람과 장소에 살을 치댄다.

김영하 작가가 단편집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를 출간했을 때 그를 인터뷰한 적이 있어요. 그의 글은 어느 매체에서든 관심을 두잖아요. 그런데 전 ‘여행자 시리즈’ 책을 보면서 그의 여행 이야기를 따로 들었던 적은 없다는 걸 알았죠. 작가의 섬세한 표현을 살리기 위해 인터뷰 전날에 있던 강연회도 참석하고, 트위터와 블로그도 계속 주시했어요. 여행에 초점이 맞춰진 인터뷰를 보고 많은 분이 잘 읽었다고 말씀해 주셨죠. 아쉽기도 했지만, 좋은 추억이었어요.

사실 여행 에디터는 누구나 갈망하는 직업이라 할 수 있다. 여행하면서 월급도 받으니, 쌍수를
들지 않는 게 이상해 보인다. 대학생에게 추천할만한 직업인지 한참을 고민하던 그녀는 드디어 입을 뗐다.

호불호가 갈리는 직업 같아요. 저를 지지하는 친구들도 여행을 많이 다녀서 좋다고는 말하지만, 제 직업이 부럽다는 말은 안 하거든요. 여행에 필요한 비용을 포함한다면 수입도 적은 편은 아니지만, 그걸 제외하면 나이에 비해 월급이 그다지 높지 않아요. 직원이 많지 않아 위계가 수평적이고, 협업보다는 단독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을 좋아한다면 적격일 거예요.

그녀는 오늘도 마음속 세계 지도의 이곳저곳을 가늠하며 떠날 채비를 한다. 그리고 제자리로 돌아와 누군가의 가슴에 꿈의 여행지를 그릴 글을 써내려 갈 것이다.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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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형진 기자 @박상영 기자 님, 여행 좋아하세요? 거기에 끈기만 있으면 일 할 수 있어요 +ㅁ+!
  • 박상영

    진정성이 팍팍 느껴지는 기사네요. 저도 여행하는 걸 좋아하는 1人으로서 이런 삶 정말 부럽습니당. 좋아요 버튼 누르고 가요.
  • 으헣

    일상을 사는 것도 좋지만, 여행이 업인 삶도 정말 재밌을 것 같네요. ㅎㅎㅎ 쉽지 않은 일이지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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