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그래피 작가

디지털에 영원히 사장될 것 같던 아날로그의 힘이 부활하고 있다. 손맛이 듬뿍 담긴 글씨가 힘이 되는 시대, 캘리그라피가 그 중심에 있다.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첨예한 조화

현재의 캘리그래피는 한글의 조형미와 만나 인정받기 시작하면서, 현재 시각디자인의 한 영역으로 자리 잡았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Be The Reds’를 필두로 빠르게 성장한 캘리그래피의 영역은 브랜드 ‘참이슬’, ‘아침햇살’ 등의 상품에서부터 드라마 <나쁜 남자>, <엄마가 뿔났다> 등 TV 속 타이틀까지 파고들면서 일상과 제법 가까워졌다.

하지만, 누구나 연습장에 글씨를 휘리릭 쓴다고 캘리그래피 작가가 될 순 없는 법. 서예를 기초로 하는 만큼 캘리그래피 작가가 되려면, 기본적으로 한글과 한문의 서예 필체를 익히고 캘리그래피가 사용되는 곳의 특색을 충분히 살려는 관찰력을 지녀야 하며, 포토숍 등 컴퓨터 그래픽 작업에도 능숙해야 한다. 캘리그래피야말로 이 시대 디지털과 아날로그 조합의 정점이다.

천 번의 수고가 세운 하나의 작품

캘리그래피의 작업도구는 크게 바탕과 필(筆), 물감으로 나뉜다. 바탕은 종이, 필은 연필을 의미하며, 물감은 작업의 안료를 뜻한다. 바탕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한지를 비롯해 휴지, 광목, 비단, 골판지, 콘크리트벽 등 어디에 쓰느냐에 따라 질감이 다르기 때문에 작가는 어디든 써보고 연구하기를 거듭해야 한다. 필은 붓, 만년필, 이쑤시개, 나무젓가락, 맨손 등 손에 잡히는 것은 다 써보는 게 다반사. 물감은 진성영 작가에 의하면 오징어 먹물과 커피 원액 등까지 써봤다고 말할 정도다.

이 도구를 가지고 캘리그래피의 제작이 들어간다.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본격적인 캘리그래피의 작업이 들어가기 전, 면밀한 사전 조사가 필요하다. 캘리그래피가 쓰이는 곳이 어디인지 기본적인 성격을 파악하는 것은 물론 간판 같은 작업은 캘리그래피가 주변 경관과 얼마나 잘 어울릴지에 대한 상상의 밑그림을 그리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런 사전 조사는 본격적인 캘리그래피에 드는 공력과 거의 비슷해 상당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이제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간다. 일반적으로 작품을 작성하고 그것을 촬영 혹은 스캔하여 디지털화한 뒤 일러스트레이터 등의 편집 툴을 이용하여 파일화시킨다. 이의 각 단계는 간단해 보이지만, 캘리그라피의 사용 용도와 재질, 크기에 따라 그 느낌이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그 때문에 전문 캘리그라피 작가조차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데 천 번 이상 글씨를 쓰는 수고가 든다. 집중력과 체력 또한 직업의 큰 화두가 된다.

글씨, 종이를 탈출해 가치를 올리다

캘리그래피는 용도에 따라 외부요청 건과 순수작품 제작으로 분류된다. 외부요청 건은 작품이 상업적 용도로 이용되는 것으로, 의뢰자의 요청과 작가의 의도가 결합하여 작품이 만들어지는 경우다. 주로 파일 형태로 제작되어 상품에 삽입되며 포장을 비롯한 간판, CI등으로 사용된다. 이에 반해 후자인 작품용은 전시와 증정 등의 목적으로 쓰이며, 작가의 상상력이 맘껏 펼쳐지기 일쑤다. 작업이 디지털에 한정되지 않고 족자나 현판, 석각, 목각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Mini interview 작가 진성영의 캘리그라피 탐구

모 기업의 사내 방송국장이기도 한 진성영 캘리그래피 작가는 자사 프로그램의 타이틀을 쓰면서 처음 캘리그래피에 입문했다. 이후 SBS 드라마 <나쁜남자>의 타이틀로 유명세를 얻었다.

럽젠Q : 글이나 글자를 봤을 때 그것을 시각화하는 방법은 무엇인가요?

상황을 자세하게 관찰하는데 힘을 써요. 글씨와 글씨의 상품과의 조화, 주위 정황과의 관계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작업이 계속되죠.

럽젠Q :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은요?

가수 박상민이 음식점의 간판 글씨를 의뢰한 적이 있었어요. 직접 찾아가 거리의 풍경과 다른 가게들과의 조화는 물론 내부 인테리어도 샅샅이 살펴봤죠. 물론 음식도 직접 먹어보고.(웃음) 그리고 돌아와 그 느낌을 계속해서 떠올리며 1천 번, 2천 번을 썼더랬죠. 결과는 아주 성공적이었어요.

럽젠Q : 온라인 상에 손글씨를 올려놓은 사람이 많은데, 전문가와 어떤 차별점이 있는 거죠?

취미로 작업하는 것은 많이 있던데, 전문가와 분명한 차이가 있죠. 캘리그래피 작가를 지망한다면, 이를 취미나 소소한 재미로 생각하면 안돼요. 엄연한 나의 직업으로 생각하며, 서예 학습과 더불어 자기만의 독특한 서체도 개발해야 하죠. 상황마다 적용할 수 있는 감각도 길러야 해요.

럽젠Q : 캘리그래피 작가가 되고 싶은 대학생에게 조언한다면요?

캘리그래피 작가는 방에만 틀어 앉아 글씨만 예쁘장하게 잘 쓰는 직업이 아니에요. 현장을 다니면서 상황과 의도에 맞는 작업을 하기 위해 부단한 고민이 필요하죠. 더불어 재료에 대한 고민도 끊임없이 해야 하고요. 탐구정신과 창의성으로 무장된 인재들이 캘리그래피 작가로 발돋움하길 바랄게요. .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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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숑숑 감사합니다! 꼭 추천해주세요
    @돌산 석산 선생님, 직접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이 챙겨주신 '미쳐라'는 글구, 새기고 살겠습니다.
    @16, 17기 기자님들 모두 한 글씨 하시나요 :-)? 우리 글씨 공부 좀 해볼까요 >_
  • 우와!!! 진짜 멋있어요!!! 캘리그래피에 관심있다는 친구에게 이 기사 추천해줘야겠어요ㅋㅋ
  • 박상영

    엄머 작가님 리플까지 예쁘게 달아주셨네요. 저는 어릴 적부터 콧털로 글씨를 쓰냐는 등의 면막을 듣고 자랐던, 명실공히 악필러인데....작가님은 저랑 이름도 비슷하신데 저리도 멋진 캘리그래피를 쏟아내시다니!!!!!!!진'성영'작가님의 행보 앞으로도 기대하겠습니다 ㅋ
  • 조세퐁

    손글씨보다 타자가 더 익숙해지고 있는 시대이고 사람들이지만, 그럴수록 캘리그라피의 매력은 더 빛을 발하는 것 같아요. 멋지십니다!
  • 돌산

    젊은들이여! 어깨를 쫙~펴고...젊음을 위해, 열정을 위해.,살맛나는 인생을 위해..,
    지금! 당장 힘들고, 어려움이 닥칠지언정...,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이상, 꿈을 위해 늘 희망이라는 단어를 뜨거운 가슴속에 세기고 앞으로~ 앞으로 전진하시기를 기대합니다.
    고맙습니다. 캘리그라퍼 진성영 드림.
  • 황태진

    캘리그라피가 서예를 기본으로 한다는 사실이.. 흠 저도 소싯적에 서예 조금 했었어요... 소싯적에요..천 번 이 천번 씩이나 글을 써봤다니 하하, Be the Reds가 캘리그라피의 시작이었다는 사실도 흥미롭네요 !! 럽젠을 위해 한 마디 써주셨으면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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