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수와 영희가 떠난, 그때 그 시절

70~80년대를 주름잡았던 ‘쎄씨봉’의 바보상자에서 들려준 건, 음악이 아닌 시절이었다. 기억의 시간을 더듬어 올라가 철수, 영희와 함께 떠난 그때 그 집, 그 폐부를 찌르던 감동 속으로.

만져지는 추억 산책

허리우드 클래식과 추억 더하기

이름만 들어도 옛 필름이 출렁이며 돌아갈 듯한 이곳, ‘허리우드 클래식’이다. 구 허리우드 극장에서 실버 전용 극장으로 변모해 현재 3백 석 규모로 단출하게 운영 중이지만, 그 시절의 추억을 붙드는 요지 중의 요지. 55세 이상 노인의 문화섬을 이루는 이곳에선 다정히 손잡고 온 청춘 커플이나 외국인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띄어 쭈뼛거리지 않아도 좋다. 마침 상영하는 영화 <겨울 여자(1977)>를 보기 위해 모인 사람의 얼굴엔 케케묵은 옛 포스터의 진한 내음과 별개로 발그레한 설렘이 어려 있다. 55세 이상의 어른과 동반할 경우 입장 가격은 모두 2천원이니, 부모님 혹은 조부모님 손을 잡고 ‘시절’을 감상하는 효도를 해보는 것도 좋을 듯.

입구 바로 앞에 있는 휴식 공간, ‘추억 더하기’다. 7080 세대의 예전 방식 그대로 LP판으로 음악을 들을 수 있고, DJ에게 직접 곡을 신청할 수도 있다. ‘노래 따라 세월 따라’ LP판 이름처럼 멜로디에 취하다 보면, 마치 시간의 흐름에 몸이 떠다니는 기분이다. 영화의 잔상은 이곳에서 추억 한 편을 더한다. 한쪽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국화빵의 따스한 향기는 정취의 마침표다.

LOCATION 종로 3가역 5번 출구 하차, 직진해 도보로 5분 거리. 인사동 낙원상가 4층
PRICE 일반 7천원(대학생 포함), 학생 5천원(고등학생까지), 경로 2천원(55세 이상)
OPEN 오전 10시~오후 5시 30분(국화빵 오전 11시~오후 3시, 평일)
INFO 02-3672-4232
통기타를 치며, 뛰는 가슴을 쥐며

낙원 상가

45년 전통을 자랑하는 악기 보물창고다. 수제로 만든 기타부터 통기타부터 클래식 기타까지 없는 게 없는 이곳은 7080세대의 음악 전성 시대를 이끌던 메카이기도 하다. 걷는 내내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클래식과 포크송은 뛰는 가슴을 만들고, 기타 줄을 튕기는 주인의 넉살과 기타 냄새는 정겨움에 취하게 한다. 미려한 기타를 손끝으로 느끼는 감성의 파동은 오롯이 당신의 것.

LOCATION 종로 3가역 5번 출구 하차 후, 직진해 도보 5분 거리. 인사동 낙원상가 2, 3층
PRICE 10만원~3백만원(제품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
OPEN 오전 9시~오후 8시(일요일은 일부 매장만 운영)
INFO http://www.enakwon.com http://www.enakwon.com
전학 간 친구를 다시 만난 기분

토토의 오래된 물건

어린 시절 전학 간 ‘절친’을 다시 만난다면 이런 기분일까? 예순을 훌쩍 넘긴 노부부가 운영하는 추억의 놀이터를 만났을 때의 이 느낌은. ‘토토의 오래된 물건’은 ‘황금박쥐’부터 ‘원더우먼’ 장난감, 그리고 ‘쫄쫄이’ 같은 불량 식품까지 옛 문방구를 재현했다. 건물 2층에 있지만, 주말이면 외국인까지 합세해 줄을 이을 정도. 타임머신을 탄 추억 여행의 입장료는 단돈 1천원으로, 사진 촬영도 가능하다. 실로 감격스럽다.

LOCATION 인사동 쌈지길 골목, 갤러리2020 건물 맞은편 2층
PRICE 입장료 1천원
OPEN 오전 9시~오후 8시
INFO 02-725-1756
반 세기의 흔적, 그 기억의 자국

학림다방

어느새 50년을 거듭난 대학로 학림다방. 세월의 흐름이 머물러 있다. 딱히 화려하지도, 널찍하지도 않은 이곳이 남다른 정취를 주는 건 세월에서 오는 깊이 때문일까? 고즈넉해 보이는 테이블과 가구는 빼곡히 꽂혀 있는 LP판과 함께 옛 향취를 자아내고 있었다. 대학생은 물론 예술계 인사의 단골장소로 사랑받은 이곳은, 대학로 역사의 산 증인이자 젊은 남녀의 불꽃 튀는 만남의 장이었다. 담백한 크림 치즈 케이크와 쌉쌀한 레귤러 커피는 기본에 충실한 학림다방의 가치를 보여주는 듯하다. 구 서울대학교 본관이 동숭동에 있던 시절, 이곳이 왜 ‘문리대 제25강의실’이라 불렸는지 알 것 같다. 오래 머문 만큼 철학적인 질문을 되뇌는 것을 보니.

LOCATION 지하철 4호선 혜화역 3번 출구, 혜화동 로터리 방향 50m 직진 후 이남장 설렁탕 2층에 위치
PRICE 레귤러 커피 4천5백원, 크림치즈 케이크 5천원, 녹차라떼 5천5백원
OPEN 오전 10시~자정 12시
INFO 02-742-28776
30년간 구워지던 이야기들

육미

30년간 희뿌연 연기를 피우며 삶의 불을 지폈던 종로 구이집, 육미. 허름한 내부와 벽에 대충 붙은 메뉴가 엉거주춤 손님을 맞이한다. 세상사가 시끄러울수록 이곳은 더욱 붐빈다. 어지러운 70년대 당시, 이곳에 모여 너나 할 것 없이 왁자지껄 떠들던 풍경은 지금과도 진배없을 듯하다. 평소보다 목에 힘을 더 줘야 말소리가 들리지만, 죽마고우와 함께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나누며 맞이하는 새벽은 노릇하게 익은 생선과 꼬치구이만으로 족하다. 어묵과 전어는 인심 좋은 아주머니의 덤이다.

LOCATION 종각역 3번 출구, 피자헛 골목 50m 삼성증권 빌딩 옆
PRICE 삼치구이 6천원, 고등어구이 6천원, 닭 꼬치구이 개당 1천5백원
OPEN 오후 6시~ 오전 5시
INFO 02-738-0122

1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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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태진

    @석준님, 아직도 저 댓글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때문인가요 흐흐
  • 조세퐁

    "영희씨, 시간 되면 여기 조금만 있다 갈까요? 아니면..."
    아니면 어디로 가자고 했을지 문득 궁금하군요. 태진기자님의 생각은 어디였나요?
  • 황태진

    @소유님, 네! 지붕뚫고 하이킥에서 최다니엘씨와 신세경씨가 함께 나와 화제가 되기도 했던 장소죠 !
    @이소룡님, 아아 이소룡님도 자주 가셨나요? 3년 전에 엄청 자주 가셨다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군요 !!
  • 황태진

    @산머루님, 고등학교가 그 근처셨군요! 평소 인사동 을 좋아라하는데 부럽습니다 흑,
    @진경님, 하하 사실 진정한 깨알은 동석 요녀석이었답니다. 날씨가 좋을 때 가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 황태진

    @장훈님, 피마골의 학사주점은 왠지 모르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느낌이... 아무리 전화를 해도 받지 않으시더군요....나중에 저와 함께 찾아갑시다
    @윤애님, 우리 국화빵 먹으러 허리우드 클래식 가는 건 어떨까요. 추진해주세요
  • 황태진

    @정식님, 앗 학림다방에 가셨더랬군요, 생크림 치즈 케익은 드셨나요 ? 잼과 섞어 먹는 그 맛은 정말이지 달콤짭조롬하게 훌륭하더군요 흑흑
    @우리님, 앗 그 풍선 얼마나 하던가요. 왜 저는 못봤죠... 이런저런 불량식품 구경하느라 정작 그 녀석을 놓쳐버렸네요..아아 입으로 부는 풍선 저 주세요
  • 삼다

    육미라니... 여긴 대체 어떻게 아시는거죠??? ㅎㅎㅎ 저 여기 엄청 간 적 있는데..... 3년 전쯤엔 지금보다 가격이 더 저렴했었어요
  • 으왕 학림다방 가보고 싶네요 ㅋ 저기 하이킥의 세경씨가 다녀간 곳이기도 하죠? 아...아닌가... ㅋ
  • 얼마 전에 거제도 해금강 테마 박물관에 갔었어요~
    경험하지 못한 아버지 세대의 감동이 쓰나미처럼 밀려오더군요. ㅎ
    기사에 등장하는 공간들도 마찬가지.
    그저 아! 하는 탄성이 나오네요^^
    등잔 밑이 어둡다고 서울에 살면서도 관심을 두지 않았던 곳들이에요~
    좋은 기사 잘 읽었고,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가 보고 싶네요^^
    깨알 같은 철수 영희도 굿굿굿~
  • 와 토토! 고등학교가 근처라서 인사동길에 있던 곳들 많이 보니까 너무 좋네요!
    옛추억도 생기기도 하구요~ 후후 좋은 기사 잘 봤습니다~
  • 이윤애

    옜날 영화를 볼 수 있는 곳이 있었다니 ! 가보고 싶어요~ 국화빵에 LP판도 정말 잘 어울리는 듯 ^^
  • 럽젠집착남

    태진 기자니임, 학사주점은 어디 있는 거죠? ㅋㅋ
    좋은 데이트 코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근데 철수에 비해 영희가 많이 아깝네요.
    첫 기사 잘 봤습니다!
  • 남우리

    토토의 오래된 물건에서 입으로부는 풍선산 사람으로써 말씀드리면 겉으로보기엔 엄청낡아보여도 풍선은 제대로였어요!
    어떻게 보존이 그정도로 된건지 정말궁금했었던ㅋㅋ
    남자친구/여자친구의 세대가 비슷하다면 정말좋은데이트장소에요. 태진기자님수고하셧어요;)
  • 엄PD

    예전에 학림다방에 간 기억이 있는데,,, 이렇게 윗세대들의 추억을 기사를 통해 만나보니깐 반갑네요^^ 기사 잘 읽었어요~
  • 황태진

    @덕현님, 불량식품들이 더 오래되기 전에 가보시길 바랍니다.
    @상영님, 저 사람 박상영 기자시잖아요. 당신은 은근히 자기 홍보할 줄 아는 유들유들함을 가지고 계시는군요 끌끌끌
  • 박상영

    우와 DJ부스의 DJ가 굉장히 미남이네요 ^^ 꼭 다 가봤던 장소처럼 정겹고 좋습니다 껄껄껄
  • 황선진

    태진기자님, 잘 봤습니다.
    토토의 오래된 물건, 꼭 가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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