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바로 비속어의 슈퍼 해결사

“선배, 오늘 레알 멘붕인데 불금에 버닝 함 할까여?”
한국이란 땅 아래 같은 언어를 지닌 이들 사이에서 쩍쩍 의사 소통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세종대왕님이 노하실라. 노파심이 앞서 20대의 언어를 뒷짐 풀고 먼저 짚어봤다.

“할아버지 그러니까 ‘헐’이라는게요∙∙∙ 요즘 애들이 쓰는 말인데요. 황당하거나 신기하거나 놀랍거나 새로울 때, 뭐 그럴 때 쓰는 말이거든요.”

– 영화 <은교>에서 은교는 이적요에게 처음 ‘헐’의 의미를 ‘고마울 때 쓰는 말’로 설명한다. 이를 이해한(혹은 이해했다고 생각한) 이적요는 카페에서 차를 가져다주는 종업원에게 고맙다는 의미로 ‘헐’이라고 말한다.

혹 국어사전에도 등재된 게 아닌지 의심될 정도로, 일상어로 사용되는 ‘헐’이란 신조어. 직접적인 욕은 아니지만, 은교가 처음 이적요에게 설명한 ‘고마울 때 쓰는 말’은 결코 아니다. 보통 ‘어이없다’란 뜻으로, 10~20대 사이에서 흔히 쓰는 ‘은어’다. 은어지만 비속어라고 볼 수도 있는 말이다.

비속어 통속적으로 쓰이는 저속한 말
은어 특수한 집단이나 계층 또는 사회에서, 남이 모르게 자기네끼리만 쓰는 말

이렇게 비속어와 은어는 엄연히 정의가 다르지만, 그 둘의 관계는 긴밀하다. 은어는 속어가 되기도 하고, 속어는 은어가 되기도 한다. ‘점잖지 못하고 천한 말, 대상을 얕잡아 보고 경멸하는 태도로 하는 말’이라는 뜻을 지닌 비속어는 적절한 상황에 무의식적으로 입 밖으로 나오기 일쑤다. 이는 표현의 자유라 볼 수도 있다. 20대의 솔직하고 적나라한 감정 표현이랄까. 우린 과연 하루에 몇 번 이런 비속어와 마주치는 걸까? 왜일까?

1) 친근감
서로 욕을 섞어가며 대화하면 친하다는 느낌을 받으면서 유대감이 높아진다.
2) 소속감
욕을 쓰지 않으면 말이 통하지 않기도 한다. 한 집단 안에서 ‘왕따’를 당하지 않고 대화를 이어나가려면 욕을 써야 하는 일이 생긴다.
3) 습관, 일상
스스로 비속어를 쓰는 이유를 모른 채 그냥 사용한다. 이유? 그냥이다. 습관이니까.
4) 스트레스 해소
무언가에 억압되어 눌려 있어 화가 날 때 욕을 하면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느낌을 준다.
5) 센 척
심한 욕을 하면 할수록 자신은 강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세다’라는 느낌을 전달하고 싶을 때 욕을 쓴다.

이렇게 비속어를 쓰는 이유는 가지각색이지만, 이를 사용 시 느끼는 감정 상태는 거의 하나다. 그건 바로 ‘별 느낌 없다.’(법무부 조사결과)라는 것. 언제나 그렇듯 가장 무서운 건 잘못을 하고도 그것이 잘못인지 모른다는 게 아니던가. 간혹 학생을 휘어잡는 카리스마를 분출하기 위해 뜻을 무시한 채 마구잡이로 욕을 쓰는 선생님이 있다. 이미 습관이고 일상이기에, ‘왜?’라는 질문조차 무의미해진 사람들이다. 일상적으로 쓰이는 욕의 정확한 의미는 실상 추악하고 심각한 뜻을 지닌 것이 많다. 이는 그 뜻을 아는 이에겐 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언어 폭력 중 하나가 된다. 언어는 소통의 매체이자 곧 행동으로 이어지기 마련이기에, 비속어에 관한 자기 점검이 시급한 때다.

자, ‘ㅅㅂ’의 초성을 두어 본다. 지금 이를, 당신은 어떤 의미로 받아들이는가?
신발, 수박, 소박 등 우리에겐 자주 써야 할 아름다운 단어가 많다.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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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깊은 뜻을 가지고 있는 기사 감사합니다~ 다른 학우분들에게도 얘기해주어야겠어요!
  • alluptosseul

    ㅠㅠ 정말 그래요! ㅅㅂ를 보고 수박을 떠올리는 친구들은 아주 어린 친구들만 그렇지 않을까하는 씁쓸한 생각이 듭니다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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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예린 기자

    저도 부디 수박을 떠올리고 싶지만...현실은..휴 ㅠ_ㅠ

  • 이용상

    죄송합니다 그리고 고백합니다 ㅅㅂ에서 저의 타락함을 느꼈습니다 ㅠㅠ
    댓글 달기

    안지섭 기자

    이용상 기자를 포함한 5천만 국민 모두 ㅅㅂ을 보면 아마 똑같은 생각을 할 거에요. 죄책감갖지 마세요....

    손예린 기자

    그럼이제 용상기자의 언어습관을 지켜보겠습...........아니..저부터 고쳐야겠... ^^;

    손지윤 기자

    여기 타락한 사람 하나 더 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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