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파괴에 대한 제 점수는요

“선배, 오늘 레알 멘붕인데 불금에 버닝 함 할까여?”
한국이란 땅 아래 같은 언어를 지닌 이들 사이에서 쩍쩍 의사 소통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세종대왕님이 노하실라. 노파심이 앞서 20대의 언어를 뒷짐 풀고 먼저 짚어봤다.

같은 20대라도 21세와 29세의 언어가 다르다는 게 생경하지 않은 지금, 다른 세대와의 소통 문제가 부각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이제 한국 내에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아닐지 덜컥 걱정부터 앞서는 현 실태에 대해 두 명의 교수는 말했다. “걱정하지 마라. 하지만∙∙∙.”

“옛날에도 있었어요. 언어란 살아있는 생명 같은 거거든요.”

by 김정선(한양대학교 국어교육학과 교수)


럽젠Q : 최근 학생한테서 들은 생소한 단어는 무엇인가요?

제가 가장 기억에 남는 단어는 ‘쩔다’예요. 한 학생 발표가 끝난 후 나머지 학생들이 ‘쩐다.’라고 표현해서 그게 무슨 단어인지 물어봤거든요. 그리고 많이 듣는 건 줄여서 쓰는 단어예요.

럽젠Q : 예를 들면요?

쉬는 시간에 보통 많이 쓰더라고요. ‘베라’나 ‘귀척’이 기억나네요.
* 베라 : 베스킨라빈스 / 귀척 : 귀여운 척

럽젠Q : 줄임말 외에도 ‘멘붕’이나 ‘썸타다.‘와 같이 영어와 합친 단어들이 많이 생겨났어요. 이런 단어가 등장한 원인은 무엇일까요?

일단 재밌기 때문이죠. 새롭게 말을 만든다는 쾌감과 즐거움 때문이에요. 또 말을 만들면서 또래
간의 집단의식이 저절로 생겨요. 즉, 말을 만듦으로써 다른 집단과는 다른 또래 문화를 형성하는 거죠.
* 썸타다 : 관심 있는 남자와 사귀려는 단계에 있음(‘썸씽’을 줄인 ‘썸’)

럽젠Q : 이런 현상은 스마트 폰이나 인터넷의 영향이 크겠군요?

그렇죠. 요즘엔 소통할 수 있는 매체가 정말 많아졌잖아요? 예를 들면 페이스북이나 카카오톡 같은 것들이요. 여기서 쓰는 글의 성격은 굉장히 사적이고 구어체적이에요. 매체 특성 상 글자제한과 같이 글을 길게 쓸 수 없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고, 표현하기 어려운 말을 사용자가 문어로 풀어내려다 보니 문법파괴가 엄청 일어나고 있죠.

럽젠Q : 이러한 단어 때문에 의사소통이 어려웠던 적은 있나요?

많죠. 인터넷을 보면 모르는 단어가 참 많아요. 예를 들면 ‘ㅈㄱㄴ’
* ㅈㄱㄴ : ‘제곧내’로 ‘제목이 곧 내용’이란 줄임말로도 쓰이나, ‘좆같네’란 비속어로도 활용됨

럽젠Q : ‘ㅈㄱㄴ’와 같은 공격적인 유행어도 최근에 많이 생겨났어요. 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요?

사실 요즘 많이 쓰는 유행어, 통신언어가 다 나쁜 것은 아니에요. 예를 들어 ‘샤방샤방’은 이 단어의 어감이나 표현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잘 살렸다고 해서 국어사전 등재 후보까지 올랐어요. 하지만, 접두사 ‘개’(ex. 개간지, 개작살 등)나 아까 말했던 ‘ㅈㄱㄴ’와 같이 불쾌함을 주고 맞춤법까지 파괴하는 단어가 제일 문제인 거죠.

럽젠Q : 비속한 단어가 문제라면, 최근 유행하는 단어는(예로 ‘멘붕’)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건가요?

네. 사실 이런 유행어가 하나의 언어문화라고 볼 수 있어요. 옛날에 처음 채팅용어가 나올 때 외계언어라고 걱정을 많이 했는데, 학회에서는 그것도 하나의 소통방식이라고 인정했죠. 전혀 안 쓰는 건 말이 안됩니다. 언어는 굉장히 고결하고 순결한 게 아니에요. 살아있는 생명 같은 것이기 때문에, 건강하게 살아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좋죠. 그리고 개개인들이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말하는 것도 중요하고요.

럽젠Q : 앞으로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 이런 유행어의 등장도 더 빨라지게 되고 그만큼 새롭게 나타나는 단어가 많을 거라 예상돼요. 이런 현상은 개인의 의식적 차원에서 해결해야 하는 건가요?

개인이 혼자 의식 개선을 하는 것은 힘들어요. 기본적인 교육은 있어야겠죠. 사회적 캠페인도 필요하고요. 하지만, 20대 정도면 가려서 쓸 수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에 크게 문제 될 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 공격적인 언어사용이죠. 이런 성격을 띤 언어가 문법을 파괴하기도 가장 쉽고요.

럽젠Q : 비속어를 비롯한 20대가 많이 쓰는 단어가 세대 간의 의사소통에 문제가 되진 않을까요?

지금 단어 생성 속도가 빨라서 의사소통이 어렵다고 느끼는 건데, 옛날에도 이런 현상은 있었습니다. 크게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의사소통 문제 되지 않아요, 문제는 바로 비속어죠.”

by 최병선(한양대학교 교양국어교육위원회)


럽젠Q : 학생한테서 들은 생소한 단어는 무엇인가요?

함께 오래 생활하다 보니 생소한 단어는 없어요. 안 썼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단어는 있어요. 예를 들면 ‘열라’나 접두사 ‘개’ 같은 것들이 있죠.

럽젠Q : ‘멘붕’이나 ‘모솔’ 같은 단어도 많이 들어보셨겠죠?

그렇죠. 특히 ‘멘붕’은 정말 많이 들었어요.
*모쏠 : 모태솔로

럽젠Q : 이런 단어가 생겨난 원인은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인터넷과 스마트 폰의 등장이 거의 확실한 원인이죠. 말 자체가 하나의 감탄사처럼 쓰이게 되는 거예요. 이건 나쁘다고 볼 수 없어요. 예를 들어 접두사 ‘개’ 같은 경우 ‘개멋지다’라고 말했을 때 그 단어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멋지다’보단 더 확실히 느낄 순 있죠. 하지만 공식적 입장에서 저런 말을 쓰면 상당히 불쾌합니다.

럽젠Q : 이렇게 온라인상에서 쓰던 말이 왜 일상어로 넘어오게 된 걸까요?

언어간 간섭 현상을 살펴볼 때, 통신언어에서 일상어로 넘어오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어요. 제일 큰 이유는 바로 재미에요. 온라인상에서 쓰던 언어가 유행하고 세대어가 되니까 저절로 입에 담게 됩니다. 듣는 이는 들어보니 재밌으니까 또 배우려고 하는 것이고요.

럽젠Q : 재미있긴 하지만, 이것이 다른 세대와 의사소통을 할 때 방해가 된다면 문제가 아닐까요?

문제로 보는 시각 자체가 편협하다고 생각합니다. 20대가 이런 말을 많이 쓰는 건 사실이지만, 성인이니만큼 상황에 따라서 잘 구분해서 쓰더라고요. 온라인 상에서 쓰는 말이 구어체화되는 과정에서 세대어의 성격을 갖게 되잖아요. 이런 말을 쓰는 20대 스스로 허용치 내에서 통신언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다른 세대와 의사소통이 불가할 정도까지는 아니에요.

럽젠Q : 그러면 현재 단어가 우후죽순처럼 생기는 현상을 그냥 놔두라는 건가요?

네. 이런 단어 때문에 우리 말 어법이 깨진다는 건 과장인 것 같아요. 주 사용자인 20대가 대체로 다 자정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하고요. 흘러가는 언어의 흐름까지 막을 필요까지 없다고 생각합니다.

럽젠Q : 하지만 이런 단어가 세대 간의 의사소통에 장애가 되진 않을까요?

대화를 막을 정도로 크게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사실 젊은 세대와 늙은 세대라고 구분을 지을 때, 문제는 이 젊은 세대의 구분이 어디까지냐인 거죠. 다만 대화할 때 상스러운 말이 들어가는 걸 피해야겠죠.

럽젠Q : 음, 이런 현상을 자연스럽게 수용하자는 거군요?

그렇죠.

럽젠Q : 요즘 20대의 맞춤법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요?

좋지 않죠.

럽젠Q : 책을 많이 안 읽어서 그럴까요?

제 생각엔 읽기의 부족이기보단 쓰기의 부족이 더 큰 원인 같습니다. 많은 학생이 컴퓨터로 문서를 작성하는데, 컴퓨터는 맞춤법이 틀렸을 때 빨간 줄을 그어주거나 저절로 띄어쓰기를 해주기도 하니까요. 직접 많이 써보는 것이 맞춤법에 맞게 글을 쓰는 데 제일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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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접 많이 글을 써보라는 교수님 말씀을 들으니 '손편지'가 생각나네요. 요즘은 손편지 거의 안 쓰잖아요.
    악필이긴 해도 저는 손편지를 좋아하는데 맞춤법도 신경쓰게 되고, 마음도 더 진하게 전달할 수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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