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직장 상사>┃신입사원 K의 직장생활 ‘까기’

오후 5시 20분. 영화 <직장상사>를 신입사원 K와 함께 봤다. 100분이라는 짧은 시간 후 우린 간단한 식사를 하며 스트레스를 부르는 그 이름, 직장상사에 대해 논하기로 했다.

Part 1 그는 연봉 꽤 받는 27살의, 이번 해 잠잔 최고 시간이 6시간 42분 정도인 사람이다

남우리 기자 : 오늘 왜 늦은 거야? 오후 4시면 끝날 것 같다면서.
신입사원 K: 내 일은 다 끝났는데 차장님이 집에 안 가시더라고. 먼저 나올 수가 없었어. 미안해.
남우리 기자 : 익명이지만, 독자의 이해를 위해 본인 소개를 간략히 한다면?
신입사원 K: 하하. 나? 연봉 꽤 받는 27살의 건실한 청년이라고 해.
남우리 기자 : 취미는?
신입사원 K: 취미? 아, 내 취미가 뭐지? 뭐 입사하고 취미가 잠이야, 잠. 잠을 최대한 오래 자기. 그런 기분 알아? ‘아, 오늘은 여섯 시간 잤어.’라는 단순한 생각이 날 종일 기분 좋게 해.
남우리 기자 : 잠으로 기록을 세우는 거야, 매일? 대학생이랑 똑같구나.
신입사원 K: 이번 달은 6시간 42분이 제일 많이 잔 거야. 얼른 업무 끝내고 퇴근해서 그거보다 오래 자는 게 목표야. 삶을 아름답게 해준다고.

Part 2 세상에서 가장 만나고 싶지 않은 상사, 그들을 말한다

영화 속엔 세 유형의 직장 상사가 나온다. 2분 지각을 1분으로 체크했다며 거짓말쟁이로 만드는 꼬투리 상사, 잘난 아버지 아들로 태어나 건실한 사원을 갈구는 무식 상사, 시도 때도 없이 성추행 발언을 일삼는 발칙한 상사다. 이 모든 상사가 정말 현실에 존재할 수 있단 말인가.

신입사원 K: 영화는 과장된 면이 꽤 많긴 해. 하지만 실제로 더 영화 같은 일이 있기도 하지.
남우리 기자 : 실제로는 어떤 상사가 있을까?
신입사원 K: 음, 비슷하다면 꼬투리 상사가 있지. 뭐 근데 사실 이런 사람은 회사 가면 꼭 한 명씩은 있는 거 같아. 별일 아닌 일을 크게 만들고, 시끄럽게 하는 거지.
남우리 기자 : 오빠도 그런 일 겪어봤어?
신입사원 K: 내가 갓 입사했을 때의 일인데, 인쇄하기가 내 첫 업무였어. 간단한 업무 같지만, 팀 내 사람이 20명이 넘으니까, 사실 종일 정신이 없었어. 그러다가 사단이 난 거야!

그가 업무 하는 곳은 두 팀이 한 층에서 생활하는데 인쇄기를 공유한다. 어느 날 그가 인쇄해서 제본하려는데, 중간의 한 페이지가 보이지 않았다. 처음도 가운데도 아닌, 중간 페이지가 없어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그는 다른 팀에서 인쇄를 담당하는 선배를 찾아가 혹시 자신의 팀 인쇄를 가져가지 않았는지 물어봤다고. 다시 인쇄하려니 예약이 많이 밀려 있어 팀 회의에 늦을 것 같던 터였다. 그 소리에 노발대발한 선배는 네 실수를 누구한테 물어보느냐며 소리를 질렀는데, 알고 보니 그 선배의 제본 파일 중간에 본인의 파일이 외로이 껴 있었다.

신입사원 K: 일부러 한 건 아닌 거 같고, 어쩌다가 꼼꼼히 안보고 가져가서 우리 팀 유인물 한 장이 꼈던 것 같아. 그냥 한번 찾아보고 주면 끝나는 일이었는데, 날 혼내고 난리가 났어. 그러다가 선배님 파일에서 발견되니까 그땐 그러더라. ‘인쇄되는 동안 인쇄기 앞에 안 서 있고 어딜 돌아다녔길래 이렇게 일이 되게 하느냐.’라고.
남우리 기자 : 오빠 많이 당황했을 것 같아.
신입사원 K: 그러고 말면 되는데, 요즘도 가끔 우리 팀에 와서 농담이랍시고 말할 땐 정말 화나. “신입사원 K, 요즘은 인쇄기 앞에 잘 서서 종이 지키니?” “신입사원 K한테 기밀 문서 주지 마세요. 저번에 팀장님 팀 종이 제 파일에 껴 있던 거 아시죠?”

운 없이 꼬투리 상사를 만나게 된다면 그의 조언을 따라보자. 첫째, 꼬투리를 잡히지 마라. 둘째, 꼬투리를 이미 잡혔다면 그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도록 노력하라. 그가 가장 높은 사람이라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을 길도 막힌 상황이라면? 그러면 자신만의 장점을 보이도록 최선을 다해라. 회사는 각자의 역할이 분명히 있는 곳. 꼬투리 잡힌 분야는 자신의 영역이 아니었을 뿐, 역량은 다른 곳에 있었음을 어필해야 한다.

Part 3 여자 상사와 남자 직원의 관계, 불편한 진실

남우리 기자 : 성추행 발언을 일삼는 섹시한 제니퍼 애니스톤 캐릭터는 은근히 맘에 들더라.
신입사원 K: 하하하 슬픈 현실이 있지. ‘이렇게 예쁜 여자 상사는 나에게 추근대지 않는다.’
남우리 기자 : 그런데 내 여자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런 여자 상사가 정말 싫다고 하더라. 남자 밝히는 상사.
신입사원 K: 음, 사실 그냥 이 정도에서 끝나면 ‘아, 좀 귀찮은 성격이다.’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이게 실적이랑 연관되니까 문제가 되는 거 같아.
남우리 기자 : 그러니깐. 대학교에 정말 완벽한 리포트를 내는 얘들 있잖아. 인과관계, 기승전결 철저히 지키는 얘들. 내 친구가 그런 서류 왕이었는데, 회사 입사해서 몇 날 며칠을 기획안을 내도 여자 팀장이 대충 제목만 읽고 별로라고 그랬대. 그러면서 자길 설득하려면 좀 더 서류를 꼼꼼히 만들라고 했다나? 자긴 팩트만 믿는다고. 그런데 어느 날, 그 팀이 회식을 간 거야. 팀장이 평소에도 좀 챙기는 남자 신입사원이 있는데 술 먹다가 아이디어를 말했대. 결과는? “응 그래 우선 진행 시켜 봐.”
신입사원 K: 하하 네 친구 화났겠다. 그런데 그렇게 보면 남녀가 똑같아. 어떤 남자 상사들은 여자 직원한테 유난히 관대하기도 하거든. 어떤 차장님은 신입사원의 엑셀 파일까지 직접 고쳐주더라. 결국 일도 사람이 하는 거라, 주관이 들어가지 않을 수 없지. 일일이 그런 거에 불만 가지면 회사 생활 못해.

계속되는 그의 이야기의 요점은 ‘인간관계도 실력 중 하나다.’였다. 그래도 다행인 건 인간관계에서의 실력은 진심과 시간만 있다면 매우 빠르게 올릴 수 있다는 것. 관계가 돈독할수록 일이 편한 건 당연한 일이니, 먼저 마음을 열고 다가가 인간관계로 이득을 보도록 노력하라는 것이다. 퇴근 후 한 통의 문자나 밝은 인사, 또는 한 잔의 커피가 어쩔 땐 자신이 밤새 생각해서 만들어낸 꼼꼼한 기획안보다 효과적이다. 치사하다고 생각하지 말고 실천하라.

Part 4 힘든 상사를 만드는 건 어쩌면 나일지도 모른다

신입사원 K: 직장 상사의 히스테리가 일 때문에 비롯되었다고 생각하면 편할 거야. 대부분 일이 그렇듯 상황이 사람을 만드는 거니까.
남우리 기자 : 나도 그렇게 생각해. Pure Evil은 없을 테니까. 결국 상사와의 관계도 사람과 사람의 관계겠지?
신입사원 K: 일일이 사람을 다 알아보고 취업할 순 없지. 하지만 회사 분위기를 처음부터 잘 알아보고, 자신의 성격과 맞는 곳을 골라간다면 상사의 괴롭힘을 덜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해. 괴로움도 결국 상대적인 거거든. 위아래 철저한 곳이 잘 맞는 사람이 있다고, 군대처럼. 각자 자신과 맞는 회사를 가면 인생이 편해지는 거지. 나처럼 미국에서 자라서 부장님의 말에도 또박또박 말대꾸하는 사람은? 그런 곳 가면 큰일 나! 우리 회사는 술 강요도 없고, 상하 관계도 심하지 않아서 나에게 잘 맞지..

회사는 나의 두 번째 집이다. 흔한 말인 만큼 진리라는 것을 명심할 것. 하루에 8시간을 투자할 행복한 회사 생활을 하려면 대학생 때부터 내가 몸담으려는 회사에 대한 조사를 철저히 해야 한다. 관심만이 나의 밝은 인생을 보장할 수 있다. 직장 상사의 사적인 접근이 괴로운 사람도 있겠지만, 가족 같은 분위기라 생각하고 즐거워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즉, 괴로운 직장 상사는 나 자신이 만드는 것일 수도 있다는 것.

Part 5 신입사원이 곧 신입사원이 될 대학생에게

남우리 기자 : 나 내년이면 회사 가잖아. 조언하고 싶은 거 있어?
신입사원 K: 하고 싶은 거 왕창 해. 돈이 없어도, 과제에 시달려도, 인생이 불분명해 머리 아파도 대학생 시절은 천국의 기간이야. 아무 방해 없이 네 주관을 확립할 수 있는 시간이지. 놀아! 대신 똑똑하게! 놀면서 네 머리가 터질 만큼 빵빵해지게. 그래서 네 생각이 딴딴해지게. 그런 놈은 회사 생활도 잘하더라.

허겁지겁 달려와 직장 상사를 죽이려는 주인공의 행태에 깔깔 웃고 회사 생활 이야기를 하던 그의 핵심은 결국 “놀아!”다. 그의 주관적이고 철저하게 감정적이었던 이야기도 어쩌면 그가 정립한 대학생활에서의 주관이 말해준 것일 터. 공감하는 것도, 반박하는 것도 모두 우리의 몫이다. 다만 우리에게 흥미로운 생각거리를 던져준 그가 이번 주엔 6시간 45분 자겠다는 목표 시간을 넘겨 충분히 꿈나라에 빠졌으면 한다. 왠지 그러면 우리 미래의 회사 생활이 더 밝을 것만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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