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바이벌 프로그램에 바란다

올해 8월 방송이 개재될 <슈퍼스타K3>의 예선 포문이 열렸다. 지금은 바야흐로 ‘서바이벌’ 프로그램 시대, 그 위대한 기적은 탄생했을까?

사진 제공 / SBS, KBS, MBC, M.net

신데렐라 스토리와 독이 든 사과

지금 케이블TV로부터 시작해 공중파 3사 방송에 이르기까지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개천에서 ‘용’ 나기 힘들어진 현실 때문인지 대중의 관심을 끌 만했다. 꿈을 이뤄준다는 황홀한 문구 더불어 ‘억’ 소리 나는 거액의 상금 역시 한몫을 톡톡히 했다. 지원자 개인의 감동적인 이야기는 최고의 양념으로 작용했고, 땀을 쥐게 하는 그들의 생존 경쟁을 지켜보며 시청자는 환호하기 시작했다. 환풍기 수리공이 신데렐라가 되던 순간, 우리는 대리만족의 열매를 맛보았던 것이다. 하지만, 우린 그 이면의 달콤했던 사과의 독을 알고 있기는 한 걸까?


서바이벌 체계를 기본으로 하는 오디션 프로그램 특성상, 살아남는 자와 살아남지 못한 자로 지원자의 운명은 갈린다. 문제는 시청자의 이목을 끌기 위한 방송사의 선정성 탓에 지나친 외모지상주의나 인격을 모독하는 수위 넘는 발언 등이 여과 없이 드러난다는 점이다. 경쟁 과정에서 이기적인 태도로 비치던 한 도전자가 네티즌 마녀사냥의 희생물로 전락했던 대표적 사례를 기억할 것이다. 지원자의 이름은 연일 검색사이트에 오르며 신상 기록이 공개됐고, 방송 이후 정상적인 생활이 힘들 정도로 심각한 사회적 매장 수준에 이르렀다. “전 인생을 통틀어 가장 힘들었다.”라고 말하던 부모님의 인터뷰는, 화려하게 막을 올리고 있는 오디션 현장의 차가운 그늘을 보여주고 있다. 지원자의 어두웠던 과거가 뒤늦게 알려지며 자격 여부로 논란이 되던 비일비재한 사례에도 방송사는 책임지지 않는다. 이는 일단 이슈부터 터뜨리자고 보자는 제작 측의 윤리성 결여로 지적할 수 있다. 감동과 눈물을 끌어내기 위한 작위적인 편집 방식과 방송사의 이기적 행태는 꿈을 가지고 지원한 도전자의 소리 없는 비명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때 사회적 이슈가 되었던 <신입사원> 역시 지원 동의서 조항과 심사 논란은 지원자와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제작하는 방송사를 지켜보며, 이제 프로그램이 한낱 시청률의 도구로 전락해버렸다는 씁쓸함도 느껴진다. 가수에서 아나운서를 비롯해 연기자까지,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점차 영역을 확장하며 지원자를 부추기고 있지만, 그 성공 여부는 미지수다. 약자를 상대로 꿈을 사고파는 비난을 피할 수 없는 프로그램은 현재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셈이다.

달콤한 기적은 방송사와 대중이 혼연일체가 될 때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주는 환상이 악몽으로 치닫는 것을 막는 방법은 없을까?
일단 지나치게 상업성만을 고려하는 PD를 비롯한 방송사의 태도 변화가 절실하다. 강윤주(경희대 외래교수)는 앞으로 방송사는 윤리의식 없이 만들어지는 철저한 경쟁 논리의 오디션 프로그램을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앞서 말한 마녀사냥의 피해 사례를 반영하는 것으로, 지원자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또한 ‘잘난 자만 살아남는다.’라는 왜곡된 인식이 생기지 않도록 프로그램을 만들어가는 사람의 객관적인 잣대도 필요할 것이다.
방송 콘텐츠와 마주하는 대중의 역할 또한 중요하다. 선정적이고 작위적인 방송사의 행태만을 비난할 것이 아니라 그에 열광했던 우리의 모습도 돌아봐야 한다. 서일호(주간조선 문화팀장) 기자는 시청자가 콘텐츠를 수용할 때 동전의 앞 뒷면을 볼 줄 아는 올곧은 시야를 갖춰야 한다고 말한다. 결국 방송사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바로 시청자이고, 양질의 컨텐츠를 만드는 주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불미에 휩쓸렸던 논란을 제하고 <나는 가수다>의 취지 자체는 ‘아이돌’ 위주의 가요계에 반향을 일으키며 비교적 호평을 받고 있다. 이는 대중의 눈높이와 방송의 태도가 적절히 균형을 이루어가는 긍정적인 사례가 될 수 있다.

앞으로도 대중은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인해 울고 웃을 것이다. 그러나 기쁨과 좌절이라는 양날의 검도 언젠가 무뎌지기 마련이고, 시청자의 식상을 달래기 위해 방송은 새로운 콘텐츠 기획에 눈을 돌릴 것이다. 사실 가장 우려가 되는 건, 지금의 이 프로그램이 언제 그랬냐는 듯 자취를 감추고 서바이벌에 살아남은 스타가 잊히는 것이다. 지금 함께 꾸는 꿈이 일장춘몽이 되지 않도록 방송사와 대중,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은 아닐지. 진정한 스타의 기적이 일어나길 바랄 뿐이다.

지난 주 MBC <100분 토론>은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대한 치밀한 의견이 자칼처럼 형태를 갖췄던 자리였습니다. 좀 더 깊고 넓은 시야를 위해, 이를 기반으로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정희웅(http://kells.tistory.com/235)의 글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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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태진

    @상영님, 나는 가수다 즐겁게 보고 계신가요, 상영기자님의 소라누님이 떨어지지 않았으면 합니다
  • 황태진

    @덕현님, 봄날에서 이제 여름날로 넘어가고 있는 이 시점, 몸보신 하러 같이 갈까요?
  • 박상영

    제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하루빨리 나는 가수다가 다시 시작했으면 좋겠어요 -_ㅠ 황기자님 기사 잘읽었습니다.
  • 황선진

    봄날을 맞고 있는 태진기자님(오!), 마지막 문단의 강렬한 필체가 돋보이는 글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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