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민경┃봄, 봄, 봄을 부르는 풋풋함

그녀의 일러스트는 봄을 닮았다. 여백 한가운데, 본질 그대로의 사물과 문구가 읊조리듯 그려져 있다. 아마도 ‘풋풋함’이라고 부를 수 있을 일러스트는 부담스럽지도, 화려하지도 않다. 단지 소소한 일상처럼 우리의 눈과 가슴에 젖어들 따름이다. 그녀의 작품 안에선 누구나 소녀가 되고 마는 것이다.

백민경 작가는 늘 스케치북을 들고 다니는 소녀였다. 장래희망 역시 언제나 ‘화가’였다. 그럼에도, 그녀는 미술을 전공하진 않았다. 외고를 나와 영문학을 전공하며, 일반적인 엘리트 코스를 밟아나가던 그녀는 안정된 삶을 살길 바라는 부모님의 마음을 저버릴 수 없었던 까닭이었다. 하지만 이따금 그림 그리고 싶은 욕구는 갈증처럼 찾아왔다. 그녀는 일기를 쓰듯 매일 그림을 그려나갔다.

진로에 관해 고민하던 중 조나단 사프란의 <Extremly loud & Incredible dose> 라는 책과 <미스터 노바디>라는 영화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 작품을 통해 내 삶의 방향을 선택할 때, 다른 사람이나 사회적인 기준보다는 오롯이 ‘나 자신의 마음’에 집중하는 편이 옳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내 직업이 돈 버는 수단이 아닌 ‘Who I am’을 표현하는 수단이라는 걸 깨달았고, 그를 그림으로 표현했죠.

전공에 대한 회의와 진로에 대한 고민으로 소녀적 감성이 고갈될 때쯤, 그녀는 과감히 프랑스로 떠났다. ‘라호쉘’이라는 프랑스 해안지방에 6개월 동안 머물며 듬뿍 입었다, 바로 예술적인 수혜를.

프랑스에는 도시마다 ‘메디아떼크’라는 대형 도서관이 무료로 개방되어 있어요. 종일 도서관에 앉아 한국에선 보기 어려웠던 예술 영화를 보고, 비싼 화집을 넘기며 고갈되었던 제 자신이 점점 차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매일 아름다운 자연풍경도 보고, 떠돌이 개나 고양이와 친구가 되는 과정을 통해 자연과 환경에 대한 저의 사랑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습니다.

매일 주변 환경과 일상의 소소한 기록들은 그녀를 본격적인 작가 노선에 접어들게 했다.

어릴 적부터 워낙 동물을 좋아했어요. 커가면서 자연히 동물의 생존권이나 생명윤리에 대해 관심을 두게 되었죠. 최근 트위터를 보다가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모피 반대 운동, 유기동물 입양 등과 같은 방법을 통해 동물의 생존권에 힘을 보태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저는 그림 그리는 사람이니까 이를 통해 동물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데에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작품 속 붉은 삼각형은 동물을 가둬놓는 우리를 표현하고 있어요. 인간의 사육 앞에 곰은 삐친 듯 고개를 돌리고 있죠. ‘나 춤출 줄 아는데 왜 가둬놔?’라고 질문하는 듯한 뒷모습을 통해 인간의 위선적인 행동을 비판하고 싶었습니다.

눈에 띄는 주인공이 아닌, 은은하고 예쁜 배경처럼 묵묵히 저만의 그림을 그려나갈 생각입니다. 이 세상에 예술이 얼마나 필요한 것인지 알리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인간과 세상을 바라보는 나만의 관점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문학’을 전공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빙그레 웃는 백민경 작가. 우리에게 잃어버린, 소소한 일상의 힘이 나약한 듯 명징하게 다가온다.

Profile


1989년 부산 출생
부산외국어 고등학교 졸업
성균관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재학 중
프랑스 라호쉘 대학교 교환학생 수학(2010년 1월~7월)
자라섬 아티스트케어팀 소속 스태프
미디어 페스티벌 도슨트
잡지 <나일론> 인턴 에디터
현재 잡지 <나일론> 일러스트레이터이자 프리랜서 디자이너

그녀를 만나고 싶다면

Coucouclaudine@gmail.com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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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의 전공이 아닌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분들은 역시나 멋있네여!!
  • 박상영

    형진형이랑 감성의 장르가 비슷한 아이랍니다 ㅋㅋㅋㅋㅋㅋㅋ페북 친추 고고?ㅋㅋ
  • 으헣

    영문과 나와서 디자인을 하고 있다니요 ㅎㅎ 매력있으시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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