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윤리적 소비다

점점 ‘개인’ 화되는 사회에 반해 점점 ‘우리’가 되는 소비가 있다. 인류의 안녕에 팔을 뻗은 윤리
적 소비의 진실과 거짓, 그리고 실천에 대한 헤비급 개론.

비틀거리는 윤리적 소비의 중심 잡기

보통 윤리적 소비는 공정무역과 동일시할 때가 잦다. 각종 매체에 등장하는 개념 정리를 종합해봐도, 윤리적 소비의 가장 큰 화두는 공정무역이다. 하지만, 알다시피 윤리는 사람이 지켜야 할 도리나 사회 공동체에 대한 책임이 중요하다는 뜻. 윤리적 소비란, 친환경적인 소비를 통해 개인의 건강을 생각하는 웰빙 뿐만 아니라 공동체에 대한 책임이 포함된 사회적 기업의 제품과 로컬 푸드, 공정무역, 공정여행 등 건강과 환경, 사회 모두를 총괄하는 소비를 이른다. 따라서 윤리적 소비는 단순히 공정무역 상품을 통해 제 3세계 사람들의 자립을 돕는 것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인류의 건강, 환경, 사회를 생각하는 소비라는 큰 개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다양한 영역에 존재하는 윤리적 소비의 스펙트럼

친환경 제품 공정무역 공정여행 지역생산물 불매운동
ㆍ동물 테스트나 유전자 변형을 거치지 않은 생산품
ㆍ동물 테스트나 유전자 변형을 거치지 않은 생산품
ㆍ농약, 화학비료를 치지 않은 친환경 제품
ㆍ농민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한 공정무역인증 마크가 찍힌 제품
ㆍ현지에서 비행기를 타지 않고 가급적 도보로 하는 여행
ㆍ현지의 여행사와 연결해 현지 여행 안내자에게 합당한 금액을 제시하는 여행
ㆍ앙코르와트 청소여행, 베트남 요리 배우기 여행 등 그 나라의 유적과 문화를 보호하고 정당한 대가를 주는 여행
ㆍ 군부 독재 정권에게 여행의 이익이 모조리 들어가는 나라를 반대해 보이콧하는 운동 포함

ㆍ물건을 전시하기 쓰이는 다양한 조명, 냉동시설 등의 막대한 전기료 줄이기
ㆍ물류 센터를 거치면서 늘어나는 유통과정, 지역의 이익이 본사로 돌아가는 대형 할인마트보다 선입선출이 되고 유통과정이 짧으며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는 재래시장 이용
ㆍ인근지역 농민들이 기른 친환경 유기농 제품을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구매하는 협동조합 제품을 구매

ㆍ적극적인 윤리적 운동으로, 현직 소작농에게 커피 원두를 헐값에 사오는 행위
ㆍ아동 노동을 착취하거나 인체에 좋지 못한 재료를 쓴 경우 , 비윤리적인 사육과 도살을 자행한 경우, 동물실험을 거친 경우, 유전자변형식품인 경우 구매를 거부하는 운동

한 손에 잡는, 윤리적 소비의 연대기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수많은 활동 중 하나로 소비를 인식하게 된 것은 산업혁명 이후다. 당시 노동자들의 삶은 형편없었다. 여성과 아동, 노예들은 여전히 열악한 조건에서 노동했고 대부분의 노동자는 빈곤에서 허덕였다. 특히 최소한의 생명을 유지하는, 먹고 사는 문제가 가장 컸다. 이들에게 지급된 음식은 건강에 악영향을 주는 재료로 만들어졌고 건물은 부실공사로 붕괴하기 십상이었다. 한편 무분별한 자원개발로 인한 환경 문제도 심각했다.
산업혁명과 자본주의가 잉태한 재앙들이 가장 빨리 엄습한 곳은 역시 영국이었지만, 극복도 제일 빨랐다. 1844년 당시, 영국 로치데일시에서는 세계 최초 소비자협동조합 만들어지고, 이들이 출자한 마켓에서 친환경, 지역생산물이 싼값에 팔렸다. 이후 환경과 먹거리 문제에서 ‘윤리’라는 이름 아래, 인류가 보편적으로 누려야 할 인권, 노동권 문제를 흡수하면서 노예 노동 설탕 불매 운동과 시민투표권 운동을 지원하는 제품 구매로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하지만 건강과 환경, 사회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윤리적 소비는 유럽에서만 회자한 게 사실. 제 3세계는 여전히 빈곤의 어둠이 드리워져 있었다. 결국, 윤리적 소비는 서구의 내부경계를 넘어 더 큰 의미로 발전하게 되었다. 1960년대 영국의 구호기구 옥스팜과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서는 제 3세계국의 정당한 대가를 내는 공정무역을 실천하자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
이후 네덜란드의 신부인 ‘프란스 판 데오 호프’의 ‘막스 하벌라르’ 커피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공정무역 커피의 시초가 되었다. 이후 대기업 역시 가격 경쟁력으로 당장의 이익을 내기보다는 공익 마케팅 혹은 사회 마케팅으로 불리는, 이타심에 의한 소비를 충족시키는 경영 전략으로 ‘윤리적 소비’를 이용했다. 이는 현재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과 같은 맥락으로 기업 또한 사회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윤리적 가치를 지키며 활동해야 한다는 경영 차원의 의무를 짊어지게 되었다.

1700년~1800년 ㆍ산업혁명, 자본주의의 폐해
ㆍ인간착취 – 노예, 아동, 여성-> 빈곤, 인권, 노동권 문제
                   – 자본가의 임금 획득-> 부익부 빈익빈 현상
ㆍ자연착취 – 무분별한 자연 재발. 산림 파괴, 화석연료(석탄, 석유)를 제멋대로 사용
ㆍ인간에 대한 관심저하 – 소비자 먹거리 위협(밀가루 속 석회암, 맥주 속 아편 등)
                                        – 부실공사에 따른 건물 붕괴
1800년~1940년 ㆍ1844년 유해 물질을 섞지 않은 제품을 공동구매한 로치데일 소비자 협동조합
ㆍ노예 노동으로 생산된 설탕 불매 운동
ㆍ시민 투표권을 위한 차티스트 운동을 지원하는 지역 상점 제품 구매운동
1940년~현재 ㆍ2차 세계 대전 이후 유럽인들의 제 3세계국의 빈곤에 관심 증가
ㆍ1960년대 옥스팜 ‘팔면서 돕는다Helping By Selling’,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원조가 아닌 무역을”이란
      캐치프레이즈 내세움 ->공정무역 가치 전파
ㆍ1986년 네덜란드 신부 ‘프란스 판 데오 호프’의 이름을 내건 최초의 공정무역 커피인 ‘막스 하벌라르’ 생산’
ㆍ현재 공동체 전체의 건강과 환경, 사회와 연결되면서 친환경 운동, 공정무역 및 여행, 로컬 푸드, 불매 운동 등으로
       그 영역을 확장 중이고, 기업 역시 이를 경영 전략으로 사용함.
국내에 스미는, 반가운 윤리적 가치

국내에는 이미 재래시장, 지역 농산물, 친환경 제품 등 윤리적 소비의 개념이 들어오기 전부터 그에 상응하는 소비가 행해졌지만, 산업이 발달하면서 그 행태가 변했다. 농수산물 시장의 개방, 대형 할인마트의 등장, 농약재배 및 유전자 변형 식품들이 보편화하여 그 비중이 점차 줄기 시작했던 것. 하지만, 정의는 언제나 살아 있다고 했던가. 인류를 위협하는 먹거리 문제가 도마에 오르고, 생산과정에서 끊임없이 파괴되는 환경과 노동자 인권, 제 3세계국의 빈곤 문제가 함께 맞물리면서 국내 역시 윤리적 소비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 시작은 1990년 말이다. 유럽에서 유학하던 지식인들이 ‘윤리적 소비’의 가치를 국내에 도입했고, 그 한 예로 공정 무역이 부각되었다. 2004년 두레 생협이 필리핀에서 ‘마스코바도 설탕’을 수입하면서 본격적인 바람이 불게 되었고, 한국 YMCA가 총대를 멘 ‘피스 커피’라는 공정무역 커피도 이와 궤를 같이했다. 이후 공정무역의 영역이 확대되면서, 윤리적 소비 제품은 커피를 비롯해 초콜릿, 축구공, 설탕, 올리브유, 의류, 패션 소품 등 2백여 개가 넘는다. 현재는 이를 지휘하는 한국 YMCA, 아름다운 가게, iCOOP 생협 연합회, 페어 트레이드 코리아, 한국공정무역연합 등 여러 단체가 존재한다. 이들은 사회적 기업의 정체성을 가지고 공정무역과 친환경, 로컬푸드, 불매운동 등 윤리적 소비 가치를 전파하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Mini interview

‘iCOOP 생협 연구소’ 정원각 사무국장의 윤리적 소비 탐구

정원각 사무국장은 누구?
그는 대학 졸업 후 1990년 진주 YMCA에서 생협 담당 간사를 맡으며 시민운동에 뛰어들었고, 2002년 진주 생협을 결성했다. 2006년엔 한국생협연구소(현 iCOOP생협연구소)창설과 함께 사무국장을 맡았고, 국내 최초로 성공회대학교 일반 대학원에 협동조합 경영학과를 개설하기도 했다. 한편 후대에 소비의 주체가 될 아동들에게 윤리적 소비의 이해를 돕고자 책 <생명을 살리는 윤리적 소비> 집필에 참여하기도 했다.


럽젠Q : 윤리적 소비 중 공정무역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것 같은데, 국내의 공정무역 제품은 어떻게 들어오나요?

공정무역 제품은 국내 단체가 해외에서 현지개발을 해서 들어오는 경우와 세계공정무역기구(FLO)의 인증 제품을 가져오는 방법이 있어요. 보통 산지 관리가 힘든 경우가 많아 FLO의 인증 제품을 많이 이용하죠. 단, 정당한 대가가 농민에게 지급되고 있는지, 친환경적인 재배가 이루어졌는지 철저하게 감시합니다.

럽젠Q : 각 윤리적 소비 단체가 제 3세계에 어떤 기여를 했나요?

국내의 여러 단체가 제 3세계의 낙후된 지역을 개발했어요. 예컨대 YMCA의 ‘피스 커피’의 수익금으로 동티모르의 커피 원두 가공시설과 학교, 트럭 등을 제공했고, iCOOP 생협도 필리핀 파나이 공정무역센터PFTC와 계약을 맺고 올해 6월 설탕공장을 준공하죠. 공정무역을 통해 의존적인 경제에서 독립해 내부순환 경제로 자립하도록 돕고 있어요.

럽젠Q : 윤리적 소비 단체의 궁극적인 목표가 무엇인가요?

현재 공정무역은 단일 작물(커피, 사탕수수, 카카오 등)을 많이 거래하고 있기 때문에 오래갈 경우 생태계의 불균형이 와요. 따라서 특정한 작물이 아닌 식량 작물들을 포함한 다양한 작물을 재배해 생태계의 균형을 지키고 식량도 자급할 수 있도록 해야 하죠. 아직은 중간 과정이요. 제 3세계가 재정적 자립과 친환경적인 생산이 자리를 잡으면 인간과 자연이 행복하게 공생하는, 지속 가능한 사회가 될 거예요.

소비가 필수인 사회에서, 어떤 소비를 하느냐에 따라 인류의 여러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윤리적 소비는 투표와 같은 힘을 발휘할 것이다. ‘효용’을 따져 당장 비용을 절감하기보다 건강과 안전, 환경, 인권, 노동 문제의 개선을 함축하는 윤리적 소비를 순례하는 것은 어떨까? 그 소비의 혜택은 개인뿐만 아니라 자신의 후세, 더 나아가 우리 모두의 평화를 누리는 의무임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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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나와 우리, 자연과 사회에 이로운 ‘사회적기업’에 대해 관심 많이 가져주시고요. 이제는 제품 하나 구매할 때에도 사회적 의미를 생각하는 착한 소비자가 되어보는 건 어떨까요? - 관련글 - 사회적기업이란? 한국의 사회적기업을 알아보자 7월 1일은 사회적기업의 날! 나와 너, 우리를 생각한 착한 소비 1탄 <나는 윤리적 소비다> [...]
  • 윤리적 소비에 다양한 종류가 있었다니!
    제가 할수있는 영역들부터 실천해야겠어요:D
  • 으헣

    개인적으로는 시장경제을 지지하는 입장이기는 하지만 공정무역, 윤리적 소비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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