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숙|우리 삶의 연민이자 응원

강의명 <모르는 여인들> 작가와의 만남
강사명 신경숙
강의 일시 2011년 12월 29일 목요일 오후 7시
강의 장소 홍대 카페 콤마

소녀시대, 김어준을 누른 힘

2011년을 빛낸 문화예술인 1위로 뽑힌 신경숙. 올해의 쟁쟁한 아이콘이었던 임재범, 소녀시대, 김어준을 누르고 그녀가 당당히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소설 <엄마를 부탁해>의 대성공 때문이었다. 연예계의 한류 독점을 문학으로 막아냈다고 할까. 동석한 문학평론가 신형철은 <엄마를 부탁해>가 ‘아마존닷컴’이 선정한 ‘올해의 책 베스트 10’에 선정되었다며 한국문학이 이렇게 해외에서 사랑받는 일은 한국 문학 사상 거의 처음 있는 일이라고 평했다. 하나 신경숙은 지금에 머무르지 않고, 한발 더 나아가고 싶다고 했다.

<엄마를 부탁해>는 벌써 4년 동안이나 나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작품이에요. 국경 바깥에 나가 직접 독자를 만나는 ‘첫 경험’을 하도록 해준 고마운 작품이지만, 이에 머물러 한 해를 보내기에는 뭔가 아쉬웠어요. 그렇게 해서 엮게 된 것이 <모르는 여인들>입니다.

<모르는 여인들>, 그러나 우리 모두 ‘아는’ 마음

‘모르는 여인들’은 총 7개의 단편소설로 채워져 있다. 7개의 주제가 각각 다른 이야기를 하는 듯하지만 읽는 이의 마음을 두드리는 것은 한결같다.

●당신 앞에 놓인 단절을 극복할 수 있도록, ‘화분이 있는 마당’
그녀가 이 이야기를 완성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8년 전이지만 아직도 작품을 쓸 때의 기억이 생생하다. 8년 전, 마흔으로 넘어가는 해에 그녀는 지인과 느닷없는 절연을 경험했다. 인간관계에 일희일비하는 사춘기 소녀도 아니고, 그것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놓을 만한 사건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 순간 그녀는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나와 관계를 맺고 있던 세계로부터 느닷없이 단절을 당했던 그때, 그것이 주는 고통을 견디고 새로운 시간으로 나아가는 힘에 대한 이야기를. 그렇게 해서 누구나 한 번쯤 겪을 수 있는 인간관계의 단절인 ‘이별’을 극복하는, 한 여인의 이야기가 쓰였다.

‘화분이 있는 마당’의 주인공은 이별이 가져온 단절을 견디지 못하고 실어증에 걸립니다. 한동안 그것을 극복하지 못하고, 또 영원히 극복하지 못할 것 같았지만 결국 나름의 방법으로 극복해 나갑니다. 8년 전 단절을 겪었을 때 저는 이 작품을 쓰고 나서 마음이 괜찮아졌어요.

●폐허 된 마음을 표출시키는 왼손, ‘그가 지금 풀숲에서’
어느 날 내 손이 내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면? 실제로 존재하는 질병인 ‘외계인 손 증후군’을 소재로 한 ‘그가 지금 풀숲에서’는 아내가 ‘외계인 손 증후군’에 걸린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랑하는 남편의 뺨을 때리고, 시장을 보러 갔다가 반찬거리 대신 배드민턴 채를 고르는 아내의 왼손. 아내의 왼손은 ‘병’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 마음속에 숨겨져 있는 폐허를 드러내는 상징이었다.

누구나 마음속에 폐허가 있어요. 저도 가끔 너무 반듯한 것을 보면 화가 치밀어서 엉클어 놓고 싶을 때가 있어요. 누구나 갖고 있지만 표출하지 못하는 어둠을 자기를 대신해 겉으로 표출하는 것이 아내의 왼손이 아닐까요?

●극악極惡 속에도 희망이 있을 것을 ‘어두워진 후에’
모두를 충격에 빠뜨렸던 연쇄살인범 유영철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이야기, ‘어두워진 후에’. 실제 일어났다는 것을 믿기 싫을 만큼 사악한 사건이 속속들이 보도되는 가운데, 세상은 극심한 피로에 빠졌다. 세상은 ‘나’를 자유롭게 내보이기에는 너무 무서웠다. 안전을 위해서는 집 문도, 마음의 문도 모두 걸어 잠가야 하는 현실. 그럼에도 신경숙 작가는 세상에는 희망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이야기 속 ‘매표소 여자’를 탄생시켰다.

여자는 난생처음 보는 부랑자 차림의 남자에게 돈을 주고, 밥을 주고 집에서 재워주기까지 합니다. 누군가는 세상에 이런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묻겠죠. 그러면 저는 “연쇄살인범 같은 사람은 있을 것 같았어?”라고 반문하고 싶습니다. 연쇄살인 보도를 접하면서 심장과 뇌를 관통당하는 느낌이었어요. 인간성의 훼손을 이대로 둘 수 없어, 마음의 균형이 이루어지기 바라는 마음에 ‘매표소 여자’를 탄생시켰습니다. 이 여자는 그렇게 특이한 여자가 아닙니다. 불과 이십여 년 전까지 간직하고 있던 우리 마음입니다. 최선을 다해서 정성껏 마음을 주는 사람이 가득했던 시대에 있었던 우리죠.


●신발에 들어 있는 삶, ‘세상 끝의 신발’

우리의 가장 밑바닥에서 우리를 받쳐주는 신발의 다양한 사연이 한편의 이야기에 담겨 있다. 신발을 교환해 자신의 삶을 타인에게 줄 수 있는 용기, 떠나는 사람을 붙잡기 위한 아쉬움의 몸부림, 누구에게도 보일 수 없는 나의 본질을 감춰주는 셔터. 신발이 전해주는 이야기는 다양하지만 그 끝은 하나로 이어져 있다. 바로 우리의 삶이다.

목숨을 내놓는 순간에 서로 신발을 바꿔 신는 두 소년병의 이야기는 저의 아버지 이야기입니다. 극한의 상황에 타인을 위해 희생하는 이 행위를 과연 지금의 우리는 할 수 있을까요? 살아남기 위해 늘 투쟁해야 했던 과거에 비해, 생존의 문제로부터 훨씬 자유로워진 우리는 왜 내면적으로는 더 불안하고 황폐해진 걸까요? 신발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바로 내 이야기이자 우리 모두의 이야기입니다

문학은 연민이고, 용기이고, 응원이다

처음 마이크를 쥐었을 때 선뜻 무엇인가를 말하지 않고 머뭇거리던 신경숙. 작가와 독자 사이에는 왠지 모를 어색함이 감돌았다. 그러나 그녀는 독자와의 만남은 늘 시간이 갈수록 더 괜찮아지고, 끝날 때면 아쉬워지고, 집에 돌아가면 서운한 것이라며 독자를 다독였다. 진정 시간이 갈수록 그녀는 처음의 어색함은 기억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친근했고, 따뜻했고, 다정했다.

그녀에게 문학은 연민 같은 것이었다. 섣불리 그녀는 희망이 있을 거라, 세상이 점점 나아질 거라 말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우리가 용기 내 살아가야 할 것을, 잘 해 나갈 수 있음을 응원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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