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학순┃우유각소녀를 그리는 남자

귀엽고 앙증맞은 우유각소녀와 윙크토끼를 그리는 작가는, 그림처럼 순수하고 맑은 여성을 떠올리기 십상이다. 하지만, 예상은 뒤집어졌다. 홍학순 작가는 짙은 눈썹의 남자였다.

하얀 드로잉 북 같은 작업실

외대 앞 지하철역에서 5분 정도 기다렸을까, 저 멀리서 누군가 손을 들어 인사를 한다. 홍학순 작가의 작업실로 가는 길은 동산과 성이 자주 등장한, 그의 그림에서 본 뒤엉킨 길과 닮았다. 미로를 빠져나간 후 도착한 작업실의 첫인상은 온통 백설기 같은 하얀색. 벽과 천장, 문, 그리고 커튼까지 꼭 가족 같았다.

저기, 틈새로 보이는 원목 보이시죠? 처음 이곳도 여느 집과 다름없이 평범한 원목으로 되어 있었어요. 그런데 제가 모두 직접 하얗게 칠했어요, 싱크대까지도 말이죠. 뭐, 별건 아니고요. 주변에 색이 많으면 어지럽고 작업할 때 집중이 잘 안되어서요.

작업실 안은 그의 손길이 닿지 않는 것이 없었다. 공간을 캔버스 삼아 그림을 그리는 게 분명했다. 빛이 드는 창문과 키 작은 아이가 앉을 만한 의자에는 토끼가, 골판지 종이 상자엔 염소가, 싱크대엔 익살스런 아이가 그려져 있었다. 그에게 따로 캔버스는 있지 않았다.

우유각 소녀를 닮은 어른 작가


우유각소녀’라는 이름 때문에, 많은 분이 절 여자로 알고 계시죠. 실제로 만나면 깜짝 놀라요. 본인이 알고 있던 우유각소녀는 붉은 뺨에 수줍어하는 모습이 매력적인 귀여운 소녀였는데 말이죠. 하하.

스스로 ‘우유각소녀’라고 소개하는 드로잉 아티스트, 홍학순. 그는 본인의 얼굴이 다른 사람에 비해 우유각처럼 각이 졌고, 처음 사람을 만나면 유난히 얼굴이 붉어진 모습이 소녀 같아 붙여진 별명이라고 한다. 별명만큼 그는 연신 웃음을 잃지 않았다. 좌우명 역시 ‘사람은 그리고 사랑은 참 따뜻해요.’라고 말하는 그는 누구나 원한다면 언제나 친구가 될 수 있을 듯했다. 직접 제작한 애니메이션 <띠띠리부 만딩씨>의 음악 작업을 위해 엔지니어를 구할 때도 그는 자체 능력보다 그의 성격과 느낌을 먼저 봤다. 작품은 언제나 작가를 닮는다고 했던가. 남자여서 캐릭터와 다르다는 이질감은 점점 동질감으로 바뀌었다.

우유각소녀와 윙크토끼의 운명


그의 그림은 마음이 힘들고 짜증이 날 때의 치료약으로 활약한다. 그의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아무것도 걱정하지 않고 뛰어놀던 꼬마의 동화 속에 빠진 기분이기 때문. 그의 그림은 밝고 순수해서 묵직한 마음을 가볍게 덜어준다.

처음 토끼를 그리기 시작한 건 1998년이었어요. 처음에는 수줍음이 많아 보이는 토끼의
옆 모습을 그리다가 이제는 한층 밝아진 모습의 윙크 토끼를 그리게 됐죠. 밝은 모습의 우유각소녀와 윙크토끼가 항상 사람들 곁에서 즐거운 위로가 되면 좋겠어요.

두 캐릭터는 단순한 도형과 알록달록한 색채로 탄생한다. 삐뚤삐뚤한 그림은 언뜻 초등학생의 체취마저 느껴진다. 하지만 알고 있는가. 이 단순함 속에서 캐릭터는 전 우주의 친구가 되어 모두에게 즐거움을 주고자 하는 홍학순의 정신이 듬뿍 담겨 있다는 것을. 그는 페이스북(www.facebook.com/MilkyGirl, www.facebook.com/Winkrabbit)을 통한 실시간 소통으로 오늘도 맑고 투명한 하루를 그려내고 있다.

그의 윙크 토끼가 ‘럽젠 좋아요.’를 그렸다. 조용히 마음으로 고백했다. ‘럽젠도 좋아해요.’

학순의 블로그(http://blog.daum.net/hakpage)
그는 블로그를 통해 사람들이 원하는 본능을 그림으로 그려주는 ‘본능 아바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그림으로 소통하고 있다. 당신의 본능은 무엇인가?
Profile

계원디자인 예술대학 미디어 아트 전공, 한국영화아카데미 애니메이션 전공
2009 <띠띠리부 만딩씨> 애니메이션 영화제 인디애니페스트 대상
2009 <띠띠리부 만딩씨> 서울독립영화제 영문자막프린트 지원작 선정
그 외 <계속 달리는 잉카씨>, <호키와 토키> 등 애니메이션 영화 제작
2011 <전우주의 친구들> 애니메이션 제작 중

그를 만나고 싶다면

www.facebook.com/HacksoonHong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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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 소녀는 아니셨군요 ㅎㅎ
  • 박상영

    정말 얼굴에 '각'이 있으신 우유각 소녀의 아버지를 드디어 뵙게됬네요. 예전에 신촌에서 우유각소녀의 포스터를 보고 좋아했었는데!!!!!ㅋ아이고 추억'돋네요'ㅋㅋ
  • 엄PD

    홍학순 님의 그림을 정말 귀엽네요^^ 아름기자님의 잘 하는 표현을 빌리자면 정말 귀여움 '돋네요' ㅋㅋ
  • 기사가 참 귀엽습니다:D 다음기사도 기대되네요!
  • 황선진

    완전 귀여워요 :-) 한아름 기자 닮았네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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