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밖vs안, 라면왕 요리 배틀

보글보글, 쩝쩝… 야밤의 식욕을 강림시키는, 귀로 맛보는 ‘라면왕 요리대회’가 펼쳐졌다. 라디오 밖에서 들은 대회의 상상과 라디오 안에서 펼쳐진 대회의 진상, 비교 대 비교.

라디오 안 사진 제공 _ 류지환(제18기 학생 기자/중앙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자취생에겐 간편한 한 끼 식사로, 밤 꼴딱 새는 시험기간이면 야식으로 분하는 우리의 친구 ‘라면’. 지난 3일 중앙대 라디오 소모임 <오락실>에서는 ‘라면왕 요리대회’가 열렸다. 그러나 대회는 볼 수 없으며 오로지 들을 수만 있다. 라디오에서 개최되었기 때문이다. 아, 벌써 귀에 침이 고이는데 이를 어찌할 고.

PART 1 라디오 밖, 귀로 맛보는 라면왕

중앙대학교 라디오 소모임 ‘오락실’은 작년 12월 첫 방송을 시작으로 ‘이준혁의 허송세월’과 ‘Day Tripper’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지난 3일, ‘이준혁의 허송세월’에서 ‘라면 요리왕 선발대회’가 개최되었다. 호기심 반, 허기짐 반으로 팟캐스트의 재생버튼을 눌렀다. 상큼한 오프닝 송이 흐르다가 슈퍼스타 K3의 웅장한 음악과 함께 DJ의 멘트가 흘러나온다.

“흑석동 생활 5년 차, 아리수로 그 동안 끓인 라면만 자그마치 5백 개! 550ml의 물을 물 떨어지는 소리만 듣고 맞히는 영력까지. 중앙대 신문방송학과 08학번 김. 지 .아~!”

곧 대회에 임하는 참가자의 각오가 이어진다. 한 참가자가 자신의 라면을 Radiohead의 Creep에 비유한다. 준비한 듯 어쿠스틱 기타 반주가 들려오고, 참가자는 생목으로 Creep을 부르기 시작한다. 라디오를 듣는 이 공간이 내 조그만 원룸인지, 아니면 그들과 함께하는 스튜디오인지 알 수 없다. 이윽고 Creep의 절정 부분에 다다르자, 기타를 치던 반주자가 갑자기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 어, 엄마…” 깨알 같은 웃음을 자아내는 이 상황. 라면대회인지 콩트 한마당이 펼쳐지는 건지 역시 알 수 없다. 다만 이쯤 되면 슬슬 눈치를 챌 것이다. 이 대회는 치열한 경쟁이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다는 것을.

본격적인 대회의 시작을 알리는 물 끓이기가 시작되고 현장의 분주한 소리가 들린다. 보글보글 라면 끓는 소리와 DJ의 의성어가 섞여 곤히 잠들었던 식욕을 자극한다. 스튜디오에 퍼지는 냄새를 ‘첫 키스의 냄새’라고 묘사하는 심사위원은 Creep에 이은 또 하나의 어쿠스틱 라이브, 마이콜이 불렀던 <라면과 구공탄>을 맛깔나게 부른다. 정신없이 낄낄대며 듣다 보니 최종점검의 시간이 다가오고, 심사위원의 시식이 이어진다. ‘후루룩~ 후루룩~’ 면발을 삼키는 소리는 지금껏 들었던 소리 중 가장 고품질의 사운드를 자랑한다. 이 후루룩 소리에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 3명의 참가자가 만든 ‘베일에 쌓인 마요라면’과 ‘히로시마 핵폭탄 짬뽕라면’, 그리고 ‘진정한 해물라면’. 과연 최종 우승자의 라면은 무엇일까? 두구두구두구~

약 45분간의 방송은 순식간에 한 개의 라면을 해치우듯 지나갔다. 짭조름한 젊음의 에너지로 가득한 ‘라면왕 요리대회’. 그것은 백지영과 옥태연, 그들이 불렀던 <내 귀에 캔디>보다 훨씬 더 강렬한 <내 귀에 라면>이었다. 라디오 청취가 끝난 시각은 새벽 1시 27분, 엔딩곡이 나오기 무섭게 찬장으로 달려간 난 라면을 끓일 냄비를 찾아 덜그럭거렸다.

제아무리 재밌는 라면 요리대회라 할지라도 직접 입으로 즐기는 것만 못하는 법!
“여러분~ 라면, 한 젓가락 하실래예?”

‘라면왕 요리대회’를 듣고 싶다면
http://mini.podics.com/132322585866

PART 2 라디오 안, 사진으로 엿보는 라면왕

녹음이 진행된 곳은 중앙대 신문방송학과의 과방이다. 그곳엔 수많은 문구가 쓰인 화이트 보드가 있다. 이 넓은 화이트 보드 위로 얼마나 많은 이야기들이 오고 갔을까? 지금은 정확히 말해 그레이 보드다.

재치 있고 편안한 진행은 꼼꼼한 대본 확인에서 나오는 것일까? 녹음을 앞두고 대본을 읽는 이준혁 DJ.

드디어 대회가 시작되고 라면에 들어갈 물의 양을 맞추며 분주하게 요리를 시작하는 참가자들,
그 사이로 녹음에 열중하는 장지웅 PD의 모습이 보인다.

라면 물이 끓기를 기다리는 참가자들. 명색이 요리대회에 참가한 이들이지만, 물이 뜨거워질수록 양은 냄비가 더 뜨거워지는 줄은 잘 알지 못했다. “앗 뜨거워!”를 연발하는 참가자의 아우성도 보글보글 끓었다.

보글보글 라면 국물이 끓고 있는 가운데, 이준혁 DJ가 참가자들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대회의 중간 흥겨운 어쿠스틱 기타 연주로 색다른 재미를 준 심사위원 강호규 씨. 맛깔나는 그의 연주 덕에, 대회는 더욱더 흥겨운 분위기로 업그레이드되었다.

매콤한 히로시마 짬뽕라면이 보글보글 끓고 있다. 라면을 만들던 참가자는 뭐가 그리 매운지 콜록거림을 멈추지 않았다.

드디어 참가자들은 요리를 끝내고, 심사위원에게 가져갈 라면을 정성껏 용기에 담고 있다. 맛으로만 승부할 요량인지, 용기는 깔끔하게 1회용이다.

남다른 미각의 소유자인 심사위원 3인의 심사 모습이다. 히로시마 짬뽕라면은 홍합의 개수 때문에, 심사위원 간의 신경전을 빚어내기도 했다.

심사가 끝난 뒤의 테이블 모습이다. 유쾌한 녹음만큼이나 깔끔한 뒷정리도 필수인 법. 국물도 없이 깨끗이 비워진 냄비와 숟가락이 허우적대는 빨간 국물의 냄비, 그리고 뚜껑이 닫힌 나머지 냄비 하나. 이들 중 과연 최종 우승자의 라면은 어떤 냄비일까?

Mini interview

<오락실> PD인 장지웅과 제1회 ‘라면왕 요리대회’의 우승자인 김지아 씨의 3문 3답.

오락실PD 장지웅(중앙대학교 신문방송학과 08학번)

럽젠Q : ‘라면왕 선발대회’를 기획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준혁의 허송세월’이라는 프로그램은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는 프로그램입니다. 보통 라디오는 귀로 듣는데, 미각을 사용하는 요리대회를 개최해 청각적으로 담는 건 어떨까 싶더군요.

럽젠Q : 제2회 라면왕 선발대회나 또 다른 경연대회를 기획할 생각이 있나요?

방송이 올라가고 반응이 좋으면 제2회도 개최할 수 있겠죠. 또 ‘라면왕 요리대회’뿐만 아니라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이 프로그램의 특성상 또 다른 경연대회가 나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럽젠Q : 라디오가 전하는 많은 감각 중 특별히 청각이 주는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라디오는 ‘청각’으로만 전할 수 있는 매체입니다. 그래서 시각과 청각을 모두 전하는 다른 매체보다 청취자로 하여금 더욱 다양한 상상력을 키우는 게 가장 큰 장점인 것 같네요.

 

오락실PD 장지웅(중앙대학교 신문방송학과 08학번)

럽젠Q : 우승한 소감과 우승 비결을 말한다면요?

몹시 기쁩니다. 사실 대회인지도 모르고 나왔는데, 부상으로 라면도 타고 배지도 받게 되어 좋습니다. 우승의 비결은 음..특별한 무언가가 아니라 실생활에 녹아있는 힘? 거기에서 나온 것 같아요.

럽젠Q : 청취자는 우승자 김지아 씨의 요리를 듣고 어떻게 느꼈을 것 같나요?

제 라면은 집에서 바로 해먹을 수 있잖아요? 아마 청취자들도 방송을 듣고선 ‘이제 일어나서 빨리 물 끓이러 가자!’ 하고 느끼실 것 같아요.

럽젠Q : 좀 어려운 질문이네요. 음식에서의 청각은, 만드는 사람이 더 주의 깊게 인지하는 것 같습니다. 저도 요리하면서 끓이는 소리를 듣게 되면 본 요리를 먹기 전에 중간에 집어 먹거든요. 자신의 귀를 자제할 줄 알아야 하는 것 같아요.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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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처럼 쌀쌀할땐 밤에 출춣할땐 역시 라면이죠 ! 헤헤, 럽젠배 라면 요리대회는 안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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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앤셜리

    럽젠배 라면 요리대회!!!고거 고거 괜찮은데요!??!!
    라면 요리대회 개최하면 참여해주실꺼죠 황솁^^?!

  • 이용상

    배고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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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앤셜리

    말줄임표 안에 허기가 느껴진다 ㅋㅋㅋㅋㅋㅋㅋㅋ근데 나도 배고파진다
    .....

  • 라면의 완성은 소리! 보글보글. 밤이 깊어가는 이 시점. 내 눈과 귀와 입에 라면을 선사하고 싶어지는 기사~

    여느 산해진미가 눈앞에 펼쳐진다해도 이 시간대의 라면에 견줄쏘냐~ 오늘 밤 이 기사로 인해 편의점으로 달려가는 사람이 많아 질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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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앤셜리

    Mr_P님의 댓글이야말로 산해진미같은 댓글!_! 꺄!
    기사보다 맛깔나는 댓글이 요기있네요 ^_^

  • alluptosseul

    아... 기사보고 라면 끓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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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앤셜리

    라면을 부르는 기사인가요 ㅋ_ㅋ
    댓글을 달아준 시각 오후 10쉬....
    야식은 역쉬 라면!!!

  • jm10917

    오늘밤, 대한민국의 수 많은 양은 냄비들이 바빠지겠는데요??? 보글보글~ 맛있는 라면~ 재미있게봤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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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앤셜리


    역쉬~ 센스쟁이!!
    그냥 냄비? 아니죠~ 라면은 양은냄비죠~! ^_^
    재밌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람쥐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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