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는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

군대, 이제 더는 황금 같은 젊음을 헌납하는 곳이 아니다. 군軍에서 보낸 2년여의 시간을 인생의 터닝 포인트turning point로 삼은 이들이 있다. 대한민국의 신체 건강한 남아라면 누구도 피할 수 없는 군대, 그곳에서 새롭게 태어난 이들의 명백한 증언들.

‘뚱남’에서 ‘훈남’으로 다시 태어나다 _ 이랑(25세)

입대 전에 나는 167cm, 78kg의 스펙을 가진 몸이었다. 이런 몸으로는 사회생활이 힘들 거란 판단이 들었던 그때, 몸 가꾸기를 군 생활의 제1목표로 잡았다. 입대 전에 웨이트 트레이닝은 물론 그 흔한 달리기조차 해본 적 없던 나, 헬스에 관한 책을 사서 체계적으로 운동하기 시작했다. 매일 5km를 달리고 줄넘기를 꾸준히 하며 웨이트 트레이닝을 병행했다. 턱걸이 한 번 하기 어려웠던 체력이 전역 무렵에는 15개도 거뜬히 할 수 있었다. 전역할 때의 몸무게? 62kg였다.

대학 입학 후 난 아버지와 함께 하프 마라톤을 완주한 적이 있었다. 죽을 고생 하면서 겨우 골인 지점에 들어온 기록은 2시간 40분, 당시 대회 참가자 중 거의 꼴찌에 가까웠다. 이후 군 생활을 하면서 마라톤 유 경험자라는 이유만으로 사단 체육대회 10km 마라톤에 선발됐다. 대회준비를 하는 10일간, 새벽부터 저녁까지 밥 먹는 시간을 제외하고 지옥훈련을 감행했다. 대회 당일, 순위에는 들지 못했다. 하지만 매일 10km를 뛰며 연습했던 기억은 ‘열심히 하면 그 무엇도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이 들게 했다. 제대 이후 2009년 3월 1일, 정확히 4년 만에 재도전한 하프 마라톤에서는 1시간 40분을 기록했다. 1시간이나 앞당겨진 기록이었다.

내가 지원한 해병대는 늘 고된 훈련만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니었다. 군의 배려로, 자기 계발을 위해 공부하려는 군인들은 순검시간이 끝난 오후 10시부터 자정까지 공부할 수 있었다. 그 시간을 이용해 한자능력자격시험 2급, 정보처리 기능사 자격증과 더불어 태권도 1단 단증의 열매까지 딸 수 있었다.
나는 학생들에게 꿈을 주는 수학교사가 되기 위해 현재 대학원 공부에 매진 중이다. 군대에서 거둔 작은 성공의 씨앗은, 제대 이후 계속된 목표 설정과 도전 의지라는 크나큰 열매를 맺었다. 생각보다 군대란 곳은 본인의 역량을 키울 기회가 많이 있다. 군대에서 보낸 시간은 나의 콤플렉스를 강점으로 바꿔준 전환점이었다.

나의 숨겨진 음악 재능이 탄로 나다, 김양훈(24세)

난 어렸을 적부터 음악을 좋아했지만, 음악을 업으로 삼게 될 줄은 몰랐다. 내게 잠재되어 있던 음악적 재능을 발견해준 곳, 다름 아닌 군대였다. 군악대에서 색소폰을 맡았고, 소조 행사 시에는 기타도 쳤다. 당시 연주병이다 보니 온종일 연습할 수 있었고, 여러
악기를 다루면서 작사∙곡 공부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특히 부대원 개개인의 음악적 경험과 취향이 달라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음악적 이해를 높일 수 있었고, 잦은 행사 덕에 무대 실전 경험을 쌓은 것도 도움이 많이 됐다.

언젠가 새벽 행군을 마치고 돌아오는 병사를 위해 잠도 미룬 채 군가를 연주한 적이 있었다. 강행군에 지쳐 녹초가 되어 터벅터벅 걸어오던 병사들은 이 연주 소리에 환호하고 또 울먹였다. 음악이 사람을 위로할 수 있다는 것, 나는 그 시간 그 자리에서 절실히 느꼈다.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며 연주하던 나의 어깨도 함께 떨리며 흐느끼고 있었다.
이런 군대에서의 경험은 내 전공마저 바꾸게 했다. 원래 전공은 정보통신공학이었지만, 음악을 업으로 삼겠다고 마음먹은 뒤 본격적으로 실용음악과로 재진학한 것. 현재는 ‘모니’라는 팀에서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홍대에서 공연도 하며 군대에서 발견한 재능을 계속해서 키워가는 중이다.


내가 군대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함수matrix’다. X의 값에 따라 y의 값이 정해지는 함수. 입대하기 전 내 잠재력의 값인 x가 군대라는 함수 f의 식을 만나, y라는 결과를 만들어낸 것이다. 나는 그 y의 결과에 자만하거나 안주하지 않고, 계속해서 무한대 가능성의 값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다. 세상 모든 이에게 감동을 주는 뮤지션이 되기 위해.

인생의 리더가 되다, 이상준(24세)

대학 때 컴퓨터 전공을 했던 나는 특기를 살리고자 해병대 사단 전산병에 자원했다. “누구나 해병이 될 수 있다면 나는 결코 해병대를 선택하지 않았다.”라는 말이 있지 않던가. 난 나라를 지키는 임무에 충실한 체력훈련은 물론, 병과 주특기에 관련한 공부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잦은 행정 업무로 컴퓨터 문서 작업이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문서실무사 1급, 멀티미디어콘텐츠제작전문가 자격증을 취득하게 됐다. 이때의 경험은 군 전역 이후 졸업한 모교에서 기능보조로 1년간 일할 때 큰 도움이 됐다.



군에서의 2년은 참으로 꿀맛 같은 도전과 열매의 연속이었다. 몸짱 열풍에 발맞춰 일과 시간 이후 운동을 꾸준히 한 까닭에 분대원 모두 식스팩을 만들기도 했고, 서울수복마라톤 대회에 참여하기도 했다. 당시 한강을 달릴 때의 짜릿한 기분을 느끼고 싶어 전역 이후에도 매년 마라톤에 참가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해병대사령부 주관 국방 안전포스터 경진대회에서 1등을 거머쥐어 해병대 사령관 표창을 받기도 했다.
무엇보다 달라진 것은 나의 내면이었다. 전역 후 완벽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소극적이고 참을성이 부족했던 성격은 온데간데없고, 어느 자리에서나 사람들을 이끄는 리더십과 패기 넘치는 도전 정신을 장착한 현재의 내가 되었다. 2010년 한 해 동안 병무청 병무홍보요원으로 활동하기도 하고, 지난 겨울에는 국토 대장정 스태프로 참여해 전라도부터 제주도, 부산까지의 2,000km 횡단하며 대학생과 일반인을 통솔했다.


돌이켜보면 군대는 ‘엄마 뱃속’과도 같은 존재였다. 그 시간을 통해 나는 새롭게 태어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열정적인 인간으로 거듭난 내가 요즘 고민이라면 이루고 싶은 꿈이 너무 많아졌다는 것. 선생님, 소방공무원, 프로그래머 등 도대체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 몇 년 후 내가 어느 자리에 있든 군대에서 얻은 ‘파이팅!’만큼은 잊지 않고 살아갈 것이다.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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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_+ 진짜 군대에서도 긍정적인 마인드로 생활하면 사회에 나가기 전에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좋은시간이 될 것 같아요^^ 여자가 이런 댓글 달면 왠지 약올리는 것 같지만 ㅠㅠ 우리나라를 지켜주시는 국군장병여러분!!!! 너무 멋져요>_<
  • 군복무는 진정으로 멋지고 자랑스러운 시간입니다. 이 기사를 통해 군대가 항간의 농담처럼 '썩는'곳이라는 인상에서 벗어나 자기성찰과 발전의 장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 알려지길 바래봅니다. 멋진 기사입니다.
  • 럽젠집착남

    @홍석준 기자, 남자 몸 별로 보고싶지는 않네요.
  • 조세퐁

    어휴, 아주 깜짝놀랄걸요?
  • 럽젠집착남

    @swandive, 정성스러운 댓글 감사합니다. 후배 분도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삼을만한 군생활 하셨으면 좋겠네요.:)
    @홍석준 기자, 그러게요. 기사가 올라온 이 때 안 좋은 소식이 많이 들려서 안타깝습니다. 석준 기자도 군대가서 상의 탈의하고 사진 찍었었나요?ㅋㅋㅋ
    @한량, 이라크 파병 다녀오셨군요! 멋지십니다. 분명 긍정적인 측면도 있는 것 같아요.
    @이소연 기자, 매력적인 군대인데 자원입대 어때요?
  • 이소연

    와 군대가 이렇게 매력있는 곳인줄 몰랐어요!
  • 한량

    기사 잘봤습니다^^
    저도 군대갔다오고 책임감이라든가 추진력이 확실하게 좋아졌어요 ㅎㅎㅎ 이라크파병 갔다오고는 세상에 못할일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ㅎㅎㅎ 긍정적인 측면도 많네요!
  • 조세퐁

    요즘 몇몇 안좋은 소식들로 군대에 관해 걱정들이 많던데, 다른 시각에서 군대를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좋은 이야기, 잘 읽었습니당. 제가 미필자였다면 큰 위로가 되었을 거에요... 근데 헬스장에서 상의탈의하고 사진찍는 건 어느 부대나 마찬가지네요. 저 상황이 머릿 속에 훤히 그려집니다 ㅎㅎㅎㅎ
  • swandive

    멋진 기사 잘 봤습니다! :) 입대 때문에 우울하다며 밤낮을 술로 보내는 후배가 있는데
    이 기사를 보여줬더니
    군대가서 무슨 공부를 할지, 어떤 것들을 느끼고 올지 찬찬히 계획을 세워보겠다고 하네요.
    군대도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다! 인터뷰이들의 사연에 감탄하고 공감했습니다.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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