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다, 도심 속 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풍경. 커다란 갈색의 3층 건물이 앞쪽에 서 있고, 그 왼쪽 옆에는 베이지색 타일로 덮어쓴 듯한 외관의 건물이 하나 더 서 있다. 건물 사이에 난 길로는 밝은 햇빛을 피하기 위해 양산을 쓴 두 명의 여자가 걸어가고 있고, 길 옆으로는 잔디밭과 나무들이 서 있다.
지난 12일, 화려한 개관식을 마치고 드디어 관객에게 공개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3년의 긴 공사를 마치고 문을 연 이곳은 경복궁 옆에 상당한 규모로 들어서서 이미 개관 전부터 많은 이들의 시선을 모았다. 어렵게, 그리고 멋지게 다시 태어난 도심 속 미술관. 어떻게 하면 더 잘 즐길 수 있을까?

새 단장, 새 시도, 새 만남

국립현대미술관은 과천, 덕수궁에 이어 세 번째로 이번 서울관을 개관했다. ‘도심 속 미술관’을 테마로 한 서울관은 미술관 거리로 유명한 경복궁 뒷길, 안국동에 자릴 잡았다. 기존의 과천관, 덕수궁관보다도 더욱 현대적이고 새로운 모습을 선보이기 위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실로 다양한 시도를 거쳤다.

‘일상 속의 미술관’은 이번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시도 중에서도 가장 괄목할 만한 것이다. 담장 없이 탁 트인 미술관은 관객들이 사방에서 자유롭게 진입할 수 있다. 건물 내외를 유기적으로 연결해 미술관의 턱을 낮추고, 보다 대중에게 다가가고자 한 것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건물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본 모습. 위 사진에서 본 갈색 건물이 뒤쪽으로 보이고, 앞에는 위 사진에서 본 베이지색 건물이 웅장하게 보인다. 2층 정도의 낮은 건물로 보였던 이 건물은 땅이 낮아지면서 실제로는 더 높은 높이의 건물이 되어있다. 건물 왼쪽 옆으로는 커다란 계단같이 생긴 지면이 층계를 이루며 솟아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미술관에는 도심 속에서 다층적 용도로 활용할 수 있도록 6개의 마당이 마련되었다. 다채롭게 펼쳐진 마당에서는 벌써 많은 이들이 사진을 찍고, 산책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미술관 내부에는 8개의 전시실 외에도 디지털 북카페, 영화관, 카페테리아 등 다양한 즐길 거리도 마련됐다. 그야말로 ‘사람이 즐거운’ 미술관인 셈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국내를 넘어 아시아, 세계 현대미술 전시를 이끌어 나갈 예정이다. 특히 신매체, 신기술을 이용한 예술의 전시도 활발할 계획이라고 하니, 머지않아 국내 최고의 미술관으로 발돋움할 그 모습이 절로 그려진다.

특별함이 기다리는 미술관

‘연결_전개’의 전시 모습 중 하나로, 크고 작은 박스들이 제각기 다양하게 서 있고 그 상자들에서는 저마다 다른 모습의 사진 슬라이드 화면이 재생되고 있다. 전시품 앞에는 이 모든 것을 조종하는 듯 보이는 컴퓨터와 모니터가 놓여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총 5개의 개관 특별전과 함께 관객들과의 첫 만남을 기다리고 있다.

5개의 개관특별전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이 바로 <연결_전개> 전이다. 세계 유수의 미술관들을 연결하고 지속적으로 그들과 협력하고자 하는 시도로 준비된 이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이 한국 미술은 물론 세계 미술의 허브로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다. 각 미술관의 수석 큐레이터와 디렉터들이 추천한 21명의 후보 가운데 선정된 작가 7명의 작품으로 구성된 전시는 동시대 현대미술에서의 다양한 현상들을 펼쳐 보여 관객들을 새로운 미술 세계로 인도할 것이다.

철사로 매어놓은 조형물의 모습을 아래에서 찍은 모습으로, 다양한 종류의 하얀색 깃털이 철사에 매여 있다. 마치 꽃처럼 장식해놓아 꽃 혹은 나무의 모습 같아 보인다.
큐레이터, 아티스트는 물론 건축가, 천문학자, 연출가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펼치는 <알레프 프로젝트> 전도 주목할 만하다. ‘알레프’는 20세기 환상 문학의 거장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단편 소설에 등장하는 작은 구슬의 무한한 공간이다. 바로 이렇게 무한한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관점들이 동시에 시각화되는 곳으로써 미술관은 새로운 예술적 플랫폼에 도전한다. 장르를 허무는 이 융∙복합 예술은 미디어랩, 멀티 프로젝트 홀, 영화관을 아우르며 미술관 전체에서 다채롭게 펼쳐질 예정이다.

나무 속살로 만들어진 듯 매끈한, 아라비아 궁 같이 생긴 모형이 수십 개 정도 한 전시관 안을 빼곡히 채우고 있다. 그 위에는 똑같이 생긴 종과 같은 모형이 빨간 실에 매달려 궁 모형 위에 떠 있다. 벽에는 나무 선반처럼 생긴 액자 안에 작은 그림들이 그려져 있다.
<자이트 가이스트-시대정신> 전은 지난 50여 년간 컬렉션 해 온 국립현대미술관의 대표적인 소장품을 통해 한국 사회의 변화를 조망한다. 한 미술관이 갖고 있는 소장품은 미술관을 이루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로 미술관의 과거와 현재, 미래의 위상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하여 이번 전시는 한국 현대 미술의 흐름과 그 시대정신을 되새겨보며 다가올 미래의 시대정신을 미술로 가늠하고자 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크고 높은 전시관 안에 푸른색 유리 혹은 아크릴 판으로 만들어진 듯한 거대한 집 모형이 세워져 있다. 이는 실제 일반 주택 정도의 크기로 보이며, 반투명 형태로 되어 있어 내부가 어렴풋이 들여다 보인다. 옛날 건물처럼 작은 창문이 벽마다 3개씩 3층의 층마다 트여 있고, 입구는 옛날 건물처럼 작은 기둥들이 서서 지붕을 받치듯 되어 있다. 이 집을 향해 한 사람이 들어가듯 걸어가고 있는 모습이 흔들린 것처럼 어슴프레하게 보인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공간을 활용한 맞춤형 대형설치작품을 선보이는 <현장제작 설치 프로젝트> 전도 그 위용을 선보이고 있다. <현장제작 설치 프로젝트> 중 해운물류기업 한진해운이 지원하는 서도호 작가의 <한진해운 박스 프로젝트>는 작가가 살았던 집들을 실제 크기로 전시장에 구현하여 ‘집’이라는 공간의 의미를 확장한다. 첨단 과학 시대의 거대 도시와 그 속의 어둠을 파헤치는 최우람 작가의 <오페르투스 루눌라 움브라>, 그리고 런던 테이트 모던 현대미술관, 파리 퐁피두 센터 등 세계 주요 미술관에서 전시한 바 있는 장영혜중공업의 <GROOVIN’ TO THE BEAT OF THE BIG LIE>도 차례로 선보인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역사적 건립과 개관을 준비하며 그 주요과정을 기록하고, 아카이브로 구성한 장기 건립기록 프로젝트 또한 공개된다. <미술관의 탄생> 전에는 노순택, 백승우 작가가 참여한 사진기록과 다큐멘터리 제작사 DK미디어가 참여한 영상기록, 그리고 작가 양아치의 음향기록을 담은 작품까지 다양하고 세밀한 미술관 탄생의 과정이 담겨있다. 개관을 맞아 그 어떤 전시보다도 뜻깊게 만나볼 수 있는 전시가 될 것이다.

미술관 옆 그곳

하나. 그 카페, Think coffee
띵크커피 광화문점의 모습. 건물 내부에 위치한 것으로 보이며, 통유리로 된 쇼윈도의 반절은 갈색으로 덧대어져 있으며 그 유리벽 위에 하얀색 마카로 그린듯한 커피나무 그림과 글자들, 그리고 Think coffee라고 쓰인 원형 로고가 보인다. 카페는 2층으로 되어 있고, 통유리로 둘러싸인 1층 외에 그 위에 있는 2층에서 테이블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Think coffee라는 이름이 낯설지 않다면 당신은 아마 <무한도전>의 팬일 것이다. 미국 뉴욕 본점의 공정무역 카페인 이곳은 무한도전 뉴욕 특집에서 멤버들의 미션 장소로 소개된 바 있다. 국내 팬들의 성원으로 첫 아시아 매장을 바로 이곳, 서울에 오픈했으니! 생각만으로도 기대를 품게 하는 곳이다. 커피의 맛이 뛰어난 것도 자랑이지만 이곳의 숨은 공신은 바로 베이커리 류다. 쉽게 만날 수 없는 독특한 케이크와 빵들이 가득하니 미술관을 돌아보고 허기진 배를 든든히 할 수 있을 것이다.

정독도서관 앞마당의 모습. 여러 색의 단풍으로 물든 나무가 서 있고, 그 앞뜰에는 큰 나무가 한 그루 서 있다. 전형적인 가을 풍경의 모습으로, 도서관이라기보다는 어느 공원의 모습인 듯하게 보인다. 둘. 그 가을, 정독도서관
어느새 훌쩍 다가온 추위에 가을 낭만 한번 느끼지 못하고 이 계절을 보내고 있지는 않은지. 그런 이들을 위해서인지 아직 이곳의 단풍은 만연하다. 넓은 마당에 펼쳐진 단풍이 선보이는 장관과 ‘바스락’ 기분 좋은 소리로 사람들을 맞는 정독도서관은 이미 가을 하면 떠오르는 명소 1번지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홀로, 또는 삼삼오오 모여 벤치에 앉아 운치를 즐기고 조용히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미술관의 여운을 잃고 싶지 않은 당신에게, 이 평화로운 정독도서관을 추천한다.

대림미술관의 앞쪽 외관 모습. 유리로 이루어진 벽인데, 마치 미술 작품처럼 검은색 선으로 구획지어진 사각형이 보인다. 사각형 내부는 투명하기도 하고, 초록색, 파란색 등의 색으로 채워져 있기도 하다. 2층에서 3층까지를 아우르는 외관의 모습이 이러하며, 1층은 하얀색 작고 긴 간판으로 DAELIM MUSEUM이라는 미술관의 이름이 쓰여 있다. 셋. 그리고 또, 대림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예술작품을 보며 잔뜩 충전된 영감을 깨고 싶지 않다면, 또 다른 미술관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미술관’이라는 딱딱한 느낌보다 ‘갤러리’라는 이름이 더 잘 어울리는 이곳은 겉모습부터 범상치가 않다. 옆에서 보면 마치 아름다운 주택집인 듯, 앞에서 보면 그 자체로 예술 작품인 듯한 이 갤러리. 하지만 사실 이곳의 진가는 내부에 있다. 작은 규모에 창문이 많고 동선이 자유로워 보다 아늑하고 따뜻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작은 규모와 달리 이곳은 항상 알찬 전시만을 선보이는데, 그 분야도 가구, 사진, 회화 등으로 상당히 다양하다. 또 다른, 그리고 색다른 미술관을 만날 수 있는 대림미술관이다.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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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엇보다 미술관 건물이 참 마음에 들었어요. 숨은 것 같으면서도 환하게 열린 듯한 느낌이 들었거든요. 현대미술을 주로 다루고 있는 만큼 독특한 작품들과 함께 다양한 프로그램들도 제공된다고 하니 더 관심이 가는 것 같아요! 좋은 소식 알려주서셔 감사합니다!
  • 민성근

    추운 겨울, 카페에 앉아 시간을 때우는 것보다 미술작품을 보며 느끼고 생각해보는 여유도 즐겨보고 싶네요. 기사 잘 읽었어요!
  • 팜므파탄

    자세한 소개 감사해요!!
  • 유이정

    우왓 기사만 읽어도 미술관 전경이 제 앞에 펼쳐지는 느낌이에요 ㅎㅎ 그만큼 느낌 있게 설명을 해주셨네요 *.* 이제 날이 점점 추워지는데, 정독 도서관 한번 가보지 못한게 아쉽네요. 아아 국립현대미술관이 안국역에 있다니! 다음번에 미선기자랑 같이 갈래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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