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김영철│걱정 말고, 고민하세요

강연의 처음부터 끝까지 끊이지 않는 웃음을 선사한 그는 역시 개그맨이었다. 강단을 내려와 관객에게 눈을 맞추고 질문을 듣는 모습에서는 프로 강사로서의 면모도 보였다. 개그맨 김영철, 그만이 할 수 있는 유쾌한 이야기에 함께했다.

강의명 김영철 < 일단, 시작해 >
강사명 개그맨 김영철
강의 일시 2013년 2월 27일 수요일
강의 장소 가톨릭청년회관 다리 5층 니콜라오홀
주최 한경BP

강연장은 교복을 입은 중∙고등학생부터 멀리 지방에서 왔다는 대학생, 자녀와 함께 온 주부, 지친 기색이 역력한 직장인까지 각양각색의 사람들로 가득했다. 설레는 꿈을 향해 부단히 노력하고, 긍정적으로 희망하며, 항상 고민한다는 그의 강연은 그들에게 배고픔도 잊을 만큼 인상 깊고 가치 있는 시간을 선사했다.

가슴 설레는 시작을 하세요

하춘화, 양희은 성대모사의 일인자였던 개그맨 김영철은 영어책을 네 권, 번역서를 두 권이나 내며 이제는 명실상부 영어 잘하는 개그맨으로 자리매김했다. 단지 인기 개그맨을 꿈꾸던 그가 영어 공부를 시작한 계기는 몬트리올 코미디 페스티벌 때문이었다. “서양사람들은 어떻게 웃기는지 한 번 보라”는 KBS < 개그콘서트 > 서수민 PD의 제안에 그는 불현듯 캐나다로 떠났다.

“캐나다에 가게 된 게 영어 공부의 시작이었어요. PD님이 ‘영철아 괜찮으면 너도 한 번 나가보렴.’ 하셨죠. 그 ‘나가보렴’이라는 말이 너무 설레서, 그 가슴 떨림으로 캐나다에 가게 되었어요.”

떨리는 가슴으로 배우기 시작한 영어였지만, 늦은 건 아닐까 걱정이 많았다. 그랬던 그에게 깨달음을 준 것은 한 신문 칼럼이었다. 환갑, 칠순, 팔순 때마다 뭔가를 새롭게 시작할까 했지만,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며 그만두었던 할머니가, 결국 94세가 되어서야 망설이며 보낸 지난 세월을 후회하는 내용이었다.

“우리나라 속담 중에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이 있잖아요. 시작이 얼마나 힘들면 반을 한 걸로 쳐줄까요? 아직도 할까 말까 망설임에 쭈뼛쭈뼛하고, 자신감 없어서 갈팡질팡하며 시작도 못 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그런 분들에게, 일단 시작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나 자신이 되어라

그는 개그맨으로 살면서 늘 유재석, 강호동, 신동엽이 되고 싶어했다. 그들이 했던 애드리브를 따라 해보기도 여러 번이었지만 영 재미가 살지 않았다. 그러던 중 그는 자신에 대해 깨닫게 되었다.

“어느 순간 ‘나는 나구나’라는 걸 알게 된 거죠. 내가 해야 사는 애드리브가 있고, 나만이 할 수 있는 게 있더라고요. 그 어떤 누구도 못하는 저만이 가질 수 있는 전무후무한 캐릭터가요.”

그의 인생 교훈은 영어 공부를 하던 중 나왔다. 미국에서 우연히 집어 든 2.99달러짜리 책에서 잊지 못할 문장을 얻은 것이다.

“미국에 갔다 오는 길에 제일 싸고 쉬운 책을 샀는데 이런 말이 있었어요. What do you want to be? I would like to be myself. I tried to be other things, I always fail. (당신은 뭐가 되고 싶으세요? 전 저 자신이 되고 싶습니다. 다른 것이 되고 싶어했지만 늘 실패했죠.)”

그는 늘 호들갑스럽고, 유별나며, 시끄럽다고 느꼈던 모습이 바로 그 자신이라는 것을 받아들였다. 따지고 보면 긴 얼굴도, 말할 때 인상을 쓰는 버릇도, 제스처도 뭐 하나 마음에 드는 게 없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사랑하려고 노력하기 시작했다.

“나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면 누가 사랑해줄까 하는 생각을 했고, 내가 날 사랑하니까 남들도 나를 사랑한다는 가벼운 진리를 알게 됐죠. 저는 저 자신을 사랑하고 제 캐릭터를 있는 그대로 표현하게 됐어요. 가식적이면 힘들더라고요.(웃음)”

긍정은 얼굴도 바뀌게 한다

그는 오프라 윈프리의 멘토이자 스승인 마야 안젤루Maya Angelou의 토크쇼를 보고 팬이 되었다. 그리고 알게 된 그녀의 명언에서 인생의 두 번째 문장을 얻었다.

“If you don’t like something, just change it. If you can’t, change your attitude. Don’t complain. (만약 당신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있다면, 그것을 바꾸세요. 만약 당신이 그것을 바꿀 수 없다면, 당신의 태도를 바꾸세요. 불평하지 마세요.)”

그는 이 문장으로 인생 구석구석을 반성했다. 학창시절 어머니의 콩나물 심부름에도 투덜거렸던 것에 후회했고, 방송 녹화가 늦어지는 데에 기분 나빠했던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았다.

“바뀌었으면 하는 게 너무나 많아요. 얼굴도 바뀌었으면 좋겠고, 방송국 제도가 바뀌었으면 좋겠고, 토익 제도가 없어졌으면 좋겠고. 하지만 바뀔 수 없다면, 당분간 우리가 바꿀 수 없는 것들이라면, 따라가야 하더라고요. 내 태도가 바뀌어야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느낀 게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예요. 이 유치한 말이 지나가면서 ‘그간 왜 그렇게 살아왔을까? 다시 한다면 투덜대지 않고 정말 잘 할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죠.”

그는 투덜대고 불평 많던 태도를 긍정적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그러한 노력이 자신의 외모도 바꾸어 놓았다고 말했다. 부정적이던 과거에 비해 긍정적으로 바뀐 지금, 얼굴이 훨씬 잘생겨졌다고.

걱정을 고민으로

그는 가수 이효리의 히트곡 ‘U-Go-Girl’의 가사가 바뀌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가 지적한 가사는 바로 이 부분. ‘오늘은 또 어떤 옷을 입어야 할지. 머리는 또 어떻게 만져야 좋을지. 이건 어떠니, 또 저건 어떠니 고민고민 하지마.’ 그는 옷을 고르고, 헤어 스타일을 고르는 것은 그저 사소한 걱정일 뿐, 고민과 구별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가 그간 했던 게 고민이 아니라 쓸데 없는 걱정도 많지 않았나 생각해요. 나의 미래,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야 할까에 대해 내 생각을 하는 게 고민이라고 배웠습니다. 성경에 365개의 걱정이라는 단어가 나온대요. 결국 우린 365일 걱정하는 거예요. 해도 걱정, 안 해도 걱정이면 안 해 버리고, 그걸 고민으로 한 번 바꿔보시는 게 어떨까 합니다.”

고민을 거듭해도 여전히 잘 모르겠는 것 투성이지만, 그는 계속해서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덧붙였다. 분명 많은 고민은 스스로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 같다고 말이다.

김영철의 책장 엿보기
그는 강연에서 그간 읽은 많은 책을 언급하고 또 추천했다. 여기, 그의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장서들을 몰래 공개한다.

< 유혹하는 글쓰기 >

스티븐 킹 저, 김영사, 2002, 9천9백원

책을 쓰기에 앞서 고민하던 그에게 이외수 작가가 추천한 책이다. 더불어 “재미있는 발상을 하는 사람은 글도 잘 쓸 것”이라는 응원에 힘입어 이번 책을 완성할 수 있었다고.

< 번쩍하는 황홀한 순간 >

성석제 저, 문학동네, 2003, 만원

“내 인생은 순간이라는 돌로 쌓은 성벽이다. …(중략)… 나는 안다. 내 성벽의 무수한 돌 중에 몇 개는 황홀하게 빛나는 것임을. 또 안다. 모든 순간이 번쩍거릴 수는 없다는 것을.” 그의 마음을 흔들어 놓은 이 구절은 단번에 그를 작가 성석제의 팬이 되게 했다.

< 고민하는 힘 >

강상중 저, 사계절, 2009, 9천5백원

그가 삶에 대해 늘 고민하고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만들어준 책이다. 걱정과 고민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며 그는, 걱정보다는 고민을 많이 할 것을 당부했다.

< 내 연애의 모든 것 >

이응준 저, 민음사, 2012, 만천5백원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으로 권태로운 삶을 꼽은 이 책의 구절에 그는 크게 공감했다. 훗날 가슴이 떨리지 않을까 봐 걱정이라고 말하며 지금은 바쁜 일상에서 설렘을 찾는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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