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혁 PD l ‘지식채널ⓔ’, 신화를 향해 칼을 뽑다

사진 유이정 / 19기 학생기자(서울여자대학교 언론홍보학과)

김진혁 PD, 그는 지식채널ⓔ 를 제작하는 동안 세상을 바꾸는 프레임을 목격하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그 비밀을 폭로하고자 우리 앞에 섰다.

강의명 김진혁 PD의 세상을 바꾸는 프레임
강사명 EBS 김진혁 PD
강의 일시 2013년 2월 27일 수요일 오후 7시 30분
강의 장소 한겨레 교육문화센터 신촌점

감히 말하건대 EBS는 <지식채널ⓔ>의 시작 이전과 이후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프로그램 편성 사이 공백을 메우는 Station Break 용으로 출발한 < 지식채널ⓔ >는 현재 EBS의 대표 프로그램이 되었으며, < 지식채널ⓔ >가 시작된 2005년을 기점으로 EBS는 교육방송에서 지식방송으로의 전환기를 맞이했다. < 지식채널ⓔ >의 시작은 연출을 담당한 김진혁 PD에게도 인생의 가장 큰 전환기 중 하나였을 것이다.

“제가 < 지식채널ⓔ >을 만들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 지식채널ⓔ >이 저를 만들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죠. 유명해졌다는 의미는 아니에요. 내적으로 저를 성장시켰다는 뜻이죠.”

착각하지 마라, 당신은 합리적이지 않다

아쉽게도 그가 < 지식채널ⓔ >와 함께했던 시간은 3년뿐이었다. 2008년 5월 광우병 파동 당시 영국의 광우병 사례를 다룬 ‘17년 후’ 방송 이후 그는 < 지식채널ⓔ >에서 홀연히 사라졌다. 그러나 < 지식채널ⓔ > 제작자로 참여했던 3년의 세월 동안 그는 누군가의 지식채널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자신 역시 지식과 소통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지금부터 시작하는 특강은 그가 < 지식채널ⓔ >를 통해 깨달은 ‘프레임frame’에 관한 농도 짙은 이야기이다.

“< 지식채널ⓔ >는 2005년 가을에 시작해서 2008년까지 3년 동안 대단히 많은 아이템을 사용했어요. < 지식채널ⓔ >를 처음에 만들면서는 잘 몰랐어요. 그런데 조지 레이코프의 저서를 읽고 그가 만든 ‘프레임 이론’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봤어요. 그 과정을 통해 < 지식채널ⓔ >가 어떤 면에서 프레임을 가지고 사람들에게 어필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어요.”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언어학과 교수인 조지 레이코프George Lakoff는 ‘프레임’에 대해 “현대인들이 정치•사회적 의제를 인식하는 과정에서 본질과 의미, 사건과 사실 사이의 관계를 정하는 직관적 틀”이라고 정의했다. 김진혁 PD는 왜 이번 강연에 ‘프레임’을 가지고 왔을까? 그것은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그러나 꼭 알아야 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프레임’이기 때문이다.

“처음에 프레임을 접했을 때는 단순히 주요 이슈나 관심사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 책을 읽어보니 그것은 상당히 넓고, 심지어는 깊고, 복잡한 우리의 생각을 설명해주는 강력한 개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어요. 애초의 모든 상황에서 언어는 항상 프레임을 동반해요. 프레임은 언어와 연결된 사고 체계로 수없이 많은 프레임이 모여 언어를 구성, 연상하도록 하죠.”

조지 레이코프, 김진혁 PD. 그들이 그토록 ‘프레임’이라는 단어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프레임’은 세상 속에서 우리의 사고를 무의식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인간은 자신의 삶을 합리적이고 주체적으로 이끌고 있다고 착각하지만 실제로 그들은 지금도 ‘프레임’에 지배당하고 있다. 김진혁 PD는 두 가지 사례를 우리에게 던져주었다. 이 이야기를 통해 당신이 얼마나 ‘프레임’에 지배되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첫 번째 사례

“조지 부시 대통령이 자신이 관철시키고자 했던 감세를 법안화할 때 tax cut(감소)이라는 용어를 tax relief(구제)로 변경하면서 여론의 지지가 상승하고 결국 법안이 통과되었어요. 글자 하나 바꾸었을 뿐인데. 이것을 프레임의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는데, cut이 가치 중립적인 단어라면 relief는 긍정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언어이죠. 프레임이 다른 언어를 사용하면서 사용자는 원하는 목적을 이룰 수 있게 되었죠.”

두 번째 사례

“아버지와 아들이 같이 차를 타고 가다가 교통사고가 나서, 아버지는 즉사하고 아들은 중상을 입어 병원 응급실에 실려왔어요. 그런데 담당의사가 그 아들을 보고 소리쳤죠. ‘아니, 이 아이는 내 아들이 아닌가!’ 이 경우 의사와 아들의 관계는 무엇일까요? ”

“이 이야기를 들으면 많은 사람이 어리둥절하죠. 왜냐하면 사람들은 ‘의사 = 남자’라는 프레임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에요. 재미를 넘어서 프레임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죠.”

이처럼 ‘프레임’의 지배는 무의식적이다. 눈에 보이는 물리적 지배보다 광범위하게 이루어지며 피지배자는 인식조차 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그토록 ‘프레임’에 집착하고 강조하는 것이다. ‘프레임’을 깨달아야 올바른 사고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Mass Media의 등장은 ‘프레임’조차 모르는 사람들에게 ‘프레임’에 대한 존재마저 망각시켜버린다. Mass Media의 한 부분을 담당하는 그에게도 Mass Media는 경계의 대상이다.

“전보다 정보를 얻는 소스가 파편화, 개별화되었으며 특히 Mass Media는 프레임의 귀재라고 볼 수 있어요. 나치 정권의 선전장관인 괴벨스의 선동에 1천 배 이상의 프레임이 현재 우리에게 노출되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Mass Media가 있어요. 안타까운 것은 사람들이 아직 Mass Media의 프레임을 비판만 하고 그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거예요.”

‘프레임’의 지배를 인식하고 인정하기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대부분의 사람이 ‘프레임’이 가득한 자신의 생각을 합리적이라 착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의 사고 중 98%는 프레임의 지배를 받고 있으며 단 2%만이 합리적 사고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자신의 ‘프레임’을 인정해야만 ‘프레임’에서 벗어나 조금 더 합리적인 사고를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자신의 프레임을 인식하고 인정할 때 프레임의 경직성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질 수 있어요. 특히 중요한 개념에서는 프레임에 대한 충분한 고민이 필요하죠. 우리는 모두 가치적 사고를 하고 있어요. 겉으로는 합리적이고 냉철한 척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죠. 프레임이 담긴 자신의 사고체계를 인정하고 표현할 때 진심으로 객관적일 수 있어요.”

진보와 보수, 프레임의 집합체

진보와 보수, 이제는 신문과 뉴스 어디에서나 접할 수 있고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하는, 일상과 밀접한 용어가 되었다. 그러나 정작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용어에 대한 정확한 정의를 묻는다면 대부분이 머뭇거리게 될 것이다. 세상의 어떤 용어도 프레임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특히 진보와 보수 이 두 단어는 프레임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사용되고 있다.

“사고체계는 프레임들의 집합이에요. 대표적으로 진보와 보수로 나누어지죠. 진보와 보수는 언론, 정당 등의 정치적 성향 이전에 하나의 사고체계이죠. 그러나 사람들은 이러한 사고체계에 대해 확실한 개념 없이 사용하고 있어요. 보수는 권위에 대한 복종과 충성으로 수직적인 관계, 반대로 진보는 공감과 감정 이입을 통한 소통으로 수평적인 관계라고 할 수 있죠. 가족에 비교한다면 보수는 엄격한 아버지의 프레임, 진보는 자유로운 어머니의 프레임이라고 볼 수 있어요. 인간은 이러한 두 가지 사고체계를 항상 다투면서 사고하죠. 따라서 세상에는 완벽한 진보, 보수가 존재할 수 없어요.”

진보와 보수의 최전선에 서 있는 정치인들은 선거철이 되면 자신들과 반대되는 프레임을 무너뜨리기 위해 연일 상대방을 향해 네거티브, 흑백선전의 날을 세우며 돌진한다. 그러나 그들은 과연 지금 자신들의 행동이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기는 하는 것일까? 그것이 진정 유권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것은 아닐까? 이 역시 프레임을 통해 설명할 수 있다.

“반대의 프레임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설득이 아닌 진정한 의제를 내세워야 해요. “코끼리를 생각하지 마!”라고 하는 순간 모든 사람은 코끼리를 생각하게 돼요. 따라서 반대논리를 나쁘다고 설득하는 것은 반대논리를 한 번 더 생각하게 하는 역효과를 일으키게 되죠. 반대를 향한 비판이 아닌 나의 프레임 속에서 더 좋은 의제를 도출해야 상대방의 프레임을 변화시킬 수 있어요.”

지금 당신은 모른다는 것도 모른다

정치인들의 진보와 보수를 떠나 이제는 우리의 세계를 다시 한 번 돌아봐야 할 것이다. 강연 중 그는 우리에게 ‘모른다는 것도 모른다’라는 모호한 문장을 던져주었다. 청중들 모두가 일순간 ‘멘붕’에 빠져버렸다. 그리고 ‘모른다는 것도 모른다’의 본질적 의미에 대한 그의 경험을 듣고 다시 한 번 우리는 더욱 깊은 ‘멘붕’에 빠져들게 되었다.

“프레임이 깨지면 일명 ‘멘붕’이라는 것이 와요. 우리가 기존에 생각하던 역할이 허물어지기 때문이죠. 전에 촬영하러 동대문운동장에 간 적이 있는데 그때 그곳이 풍물시장으로 변한 것을 알게 되었어요. 청계천에서 쫓겨난 상인분들이 장사를 하고 있었죠. 제가 가진 프레임은 ‘동대문운동장 = 야구장’이었는데 그것이 깨져버렸죠. ‘멘붕’이 왔어요. 다시 생각해보니 저는 동대문운동장이 풍물시장으로 변했다는 사실을 ‘모른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어요. 더 놀라운 것은 이런 사실이 단 한 번도 언론에는 나온 적이 없다는 거예요. 이처럼 언론은 모른다는 것도 모르게 만들 수 있어요. 언론인인 나 자신조차 그것을 모른다는 것도 모르고 있었잖아요. 과연 우리는 모른다는 것도 모른 채 세상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 것일까요?”

김진혁 PD의 < 지식채널ⓔ >는 ‘모른다는 것도 모른다’를 ‘모른다는 것을 안다’로 바꾸는 것을 목적으로 제작되었다. 모른다는 것도 모르는 수많은 사람이 프레임으로 가득한 신화를 향해 맹목적인 믿음을 던지는 순간에도 그는 오롯이 그것을 깨뜨리고자 < 지식채널ⓔ > 제작에 몰두하였다. 시간이 흐르고 신화의 견고함에도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했다.

“신화는 진실도 거짓도 아닌 프레임이 가득한 이야기이죠. 우리가 모른다는 것도 모르기 때문에 신화는 신화로써 존재할 수 있게 돼요. <지식채널ⓔ>는 그러한 것을 주제로 다루어 알리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어요. ‘헬렌 켈러 위인전은 왜 20대에서 이야기가 끝나는 것일까?’, ‘왜 우리는 이상한 것을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못했을까?’ 신화를 건드리는 것만으로도 시청자들에게 모른다는 것을 알게 할 수 있어요.”

 

미국 사회당 입당, 여성 참정권 운동, 인종차별 반대, 1차 세계대전 반전운동. 이것이 20대 이후 헬렌 켈러의 삶이다. 그러나 누구도 헬렌 켈러의 20대 이후 삶을 알지 못한다. 이처럼 그는 모르는 것도 모르는 세상의 모든 이를 위해, 누구도 모르는, 그러나 누구나 알아야 하는 사실을 말하는 지식채널이 되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신화의 실체를 건드린 대가는 조금 컸다. 2008년 이후 < 지식채널ⓔ >에서 더는 그의 이름을 찾아볼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도 그는 어딘가에서 모르는 것도 모른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다.

“< 지식채널ⓔ >은 사람들이 신화에 대해 왜 그런 고정관념을 갖게 되었는지에 관해 접근했어요. ‘황우석 교수의 논문이 진실이냐, 거짓이냐’가 아닌 ‘사람들이 왜 그것을 맹목적으로 믿었는가’를 분석했죠. 당시에는 모든 언론이 앞다투어 황우석 교수를 신화화했어요. 그런데 PD수첩에서 그 프레임을 깨버린 것이죠. 사람들에게 ‘멘붕’이 온 거예요. 그래서 PD수첩은 나쁜 언론이 되어버렸어요. 그러나 결국 프레임으로 가득한 신화는 사실이 밝혀지며 해체되고 말았죠.”

 

MINI INTERVIEW

EBS 김진혁 PD

그는 지금 < 지식채널ⓔ >를 만들지 않는다. 그러나 그를 수식하는 데 있어 < 지식채널ⓔ >는 언제나 함께 한다. 이전에 < 지식채널ⓔ >가 단순히 일이었다면 지금은 그에게 있어 삶이다. 특강과 인터뷰 역시 < 지식채널ⓔ >에서 벗어나긴 힘들었다. 그 역시 아직은 < 지식채널ⓔ >를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 그러나 언젠가는 그가 의무감에서 벗어나 < 지식채널ⓔ >가 아닌,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자유로운 작품을 통해 다시 한 번 이름을 각인시킬 때가 오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럽젠Q | < 지식채널ⓔ >을 만들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가장 큰 이유는 채널 이미지 재고였어요. EBS를 수능채널에서 지식채널로 바꾸고자 했던 의도가 가장 컸죠. 그런데 앎과 지식에 관한 메시지, 혹은 파격적인 형식이나 편집에 대해서는 정확한 참고자료가 없었어요. 그보다는 최대한 대중적인 느낌을 주고자 했던 노력의 결과라고 볼 수 있어요. < 지식채널ⓔ >를 통해 채널 이미지를 재고할 수 있다는 것은 EBS의 주장일 뿐 사람들이 그것을 보고 동의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잖아요.

사람들이 진정한 변화를 느끼려면 형식도, 담겨 있는 내용도 변화해야 하죠. 즉 기존의 지식이라는 것이 아카데미적인 지식을 많이 얘기했으면 < 지식채널ⓔ >의 지식은 조금 달라야 했죠. 또한 기존의 EBS 방송 형식이 조금 고루하거나 정적이었다면 < 지식채널ⓔ >의 형식은 좀 더 역동적이고 화려해야 했죠. 그런 틀에 제가 좋아하는 뮤직비디오, 영화, 뮤지컬 등 대중적인 것을 많이 차용했다고 보시면 돼요. 그건 PD의 권한이니까요.(웃음)

럽젠Q | 하나의 < 지식채널ⓔ >은 어떤 과정을 통해 제작되나요?

< 지식채널ⓔ >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일반 프로그램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하나의 아이템을 선정하고 그 아이템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회의를 한 뒤, 구성안을 짜고 그에 맞춰 편집 후 음악, 효과 등을 입히고 만드는 것이죠.

다만 다른 프로그램과 차이점이 있다면 아무래도 촬영보다는 자료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촬영하는 과정이 생략된다는 거예요. 대신 기존의 자료를 찾는 시간과, 기존에 나와 있던 여러 가지 관점과 차별화되는 다른 관점,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해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고 보시면 돼요.

럽젠Q | 3년 동안 제작했던 < 지식채널ⓔ > 중 가장 애착이 가는 기획은 무엇인가요?

솔직히 말해서 단 한편도 저의 가치를 담은 것은 없는 것 같아요. 다만 그 아이템의 본질을 담아내기 위해 노력했어요. 아이템의 본질을 공감과 감정이입의 틀로 담은 것이죠. 그것이 항상 내 마음에 들거나, 들지 않거나 보다는 스스로 1차적인 시청자 입장에서 나를 먼저 감동시킬 수 있는 것을 아이템으로 다뤘죠. 그렇게 보면 특별히 어떤 한 편을 기억하기는 어려워요. 모든 편을 그렇게 만들었고, 그래서 다 소중하죠.

럽젠Q | PD로서 프로그램에서 꼭 다루고 싶었던 주제는 무엇이었나요?

특별하게 어떤 주제를 꼭 다큐멘터리로 만들고 싶다는 것은 없었어요. 그런데 이런 것은 있죠. ‘지금 이 시대의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 ‘어떤 다큐멘터리를 원하는가?’ 그런 면에서 지금은 ‘조금 더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는 무언가가 필요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해요. 이런 고민은 <지식채널ⓔ>을 하면서 생긴 버릇이죠. 지금은 만들지 않음에도 ‘위로에 관련된 어떤 아이템이 있을까?’, ‘그 아이템을 기존의 상투적인 것과 어떤 차이를 두어야 할까?’ 이런 식으로 고민하곤 하죠.

럽젠Q | 강의에서 Mass Media의 프레임을 경계하라고 하셨는데, 그럼 그것을 만드는 언론인이 지켜야 할 자세는 무엇일까요?

어떤 프레임을 통해서 프레이밍을 하고 그런 과정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설득하는 것, 그 자체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조금 fair 했으면 좋겠어요. 예를 들어 tax cut을 tax relief로 바꾸는 것이 fair 한가? 저는 fair 하지 않다고 봐요. 스스로 보수를 표방하면서 사대주의를 부추긴다거나, 진보를 표방하면서 수직적인 불가피성, 권위에 대한 충성을 강요하는 식의 프레이밍을 하지 말라는 것이죠. 그럼에도 꼭 얘기해야 한다면 자신들의 프레임을 노출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것이 공정하다고 봐요.

럽젠Q | PD님의 삶에 있어 좌우명은 무엇인가요?

딱히 그런 것이 없어요. ‘무엇이어야 하는 것을 하지 말자.’ 이런 거예요. ‘내가 무엇이어야 한다.’라는 프레임으로 자꾸 생각하기보다는 ‘내가 뭘 원할까?’를 생각하는 것 같아요.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저는 그것을 늘 찾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한 번 찾으면 변하지 않거나 다시 찾을 필요가 없는 것은 아니에요. 심지어 이미 찾은 것이 바뀔 수도 있고요.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고 생각하는 사람과 ‘나는 무엇을 원할까?’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다른 삶을 맞이한다고 생각해요. 답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질문을 던지느냐가 그 사람의 방향에 대단히 중요한 지표가 되는 것이죠.

럽젠Q | 그럼 현재 PD님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개인적으로 원하는 것은, 어떤 의무감이나 부채의식으로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을 이제는 조금 그만두고 싶어요. < 지식채널ⓔ >를 만들면서 소외된 이웃과의 소통, 공감을 표현하다 보니 많이 미안했고, 언론의 상황이 안 좋아지고 어려운 사람들이 늘다 보니 그분들에 대한 부채의식이 생겼어요. 어쨌든 나는 회사에서 월급을 받고 일하고 있었으니. 그런 것들이 좋은 에너지가 되기도 하지만 그것만으로 계속 가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그래서 조금 더 내가 원하는 쪽으로 하면서 그 안에서 그러한 부분들을 구현하는 것으로 바꾸어보려고요. 현재 만들고 있는 < 다큐프라임 > ‘반민특위’의 경우 명확한 부채의식과 이런 사실들은 꼭 누군가가 만들어야 한다는 의무감을 통해 만드는 것이죠. 언론인이고 내게 주어진 역할이죠.

럽젠Q | 2013년이 되었지만 여전히 힘든 대학생들에게 한 마디 부탁합니다

그냥 좀 자유로웠으면 좋겠어요. 시간이나 돈, 이런 물리적인 면에 구속되면 자유롭지 못할 수 있어요. 그러나 그것이 반드시 사고의 경직성으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려워요. 왜냐하면 때로는 몸이 갇혀있을 때 더 많은 생각을 하기도 하니까요. 감옥에 갇혀있을 때 오히려 더 많은 잡생각을 하는 것처럼요. 사고의 경직성은 외부 환경의 문제가 아닌 생각의 문제라고 볼 수 있어요. 즉, 내가 자유로운 생각을 하는 것에 대해 불안하거나 혹은 불필요하게 여기는 것이죠. 그래서 제가 대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자유롭게 다양한 생각을 많이 하면 어떨까?’예요. 꼭 책을 많이 읽고, 해외여행을 다니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생각하는 사고의 범주를 가두지 말라는 얘기죠. 골 때리거나, 괴상하거나, 음란하거나, 폭력적인 생각도 그것을 행동에 옮기기 전까지는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것이죠. 말도 안 되는 생각을 자유롭게 하면서 자신의 사고를 틀에 가두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지금 대학생들 얼마나 힘들어요? 하지만 생각은 아닐 수 있어요.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다양한 생각을 하는 것이 장려되지 못할망정 쓸데없는 생각을 하지 말라는 압박이 과거보다 훨씬 심해진 것 같아서예요. 그렇다 보니 대학에서도 그 상태가 계속 유지되고, 졸업하고 취직해도 그대로인 거죠.

젊은이들이 보수적으로 되었다는 말은 잘못되었어요. 그러나 젊은이들이 과거보다 자신 스스로 사고의 범주를 대단히 압박하는 것은 맞는다고 봐요. 그것을 거친 말로 하면 과도하게 쫄아있다는 것이죠. 물론 쫄아야 할 상황에는 쫄아야 해요. 그런데 지금 대학생은 너무나 과도해 보여요. 정말 안쓰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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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혁 PD님의 세상을 바꾸는 프레임..! 정말 멋있습니다. 저 자신도, 저 모르게, 제가 모른다는 것도 모르는 채 어떤 프레임에 갇혀 사는게 아닌지를 되돌아보게 하는 특강과 기사였어요. 프레임 두번째 사례 소름돋네요.. 가끔은 세상 사람들이 영화<트루먼 쇼>의 주인공처럼 남에게(더 정확히 말하자면 남들의 시선에) 둘러싸인 인생을 살아도 그걸 모르고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남들의 시선 때문에 착각할 수도 있고, 남들의 프레임에 의해 조종당할 수도 있고. 특히 언론의 프레임을 가장 경계해야할 것 같아요. 제가 모른다는 걸 아는 게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모른다는 것도 모르는 채 살아가지 않기 위해 많은 걸 경험하고 느껴봐야겠어요. 그리고 그걸 통해서 제 생각도 좀 더 자유로워지면 좋겠네요! 기사 잘 봤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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