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누도 잇신┃꾸준한 사람이 만들어낸 전설

강의명 마스터 클래스: 이누도 잇신 감독의 영화 세상(제9회 아시아나 국제 단편영화제 프로그램)
강사 이누도 잇신 감독
강의 일시 2011.11.5. 토요일 오후 2시30분~오후 3시30분
강의 장소 대우 E&C 3층 문호아트홀


17세에 영화감독에서 광고 디렉터로, 그리고 33세라는 늦은 나이에 다시 메가폰을 잡은 이누도 잇신 감독. 펑 뚫린 고속도로가 아닌 굽이굽이 모진 길을 돌아왔지만, 그의 목적지는 항상 영화였다. 목표도 없이 그저 앞만 보고 달리는 우리에게 그는 묻는다. 당신은 어느 곳으로 가고 있는가? 인생은 속도전이 아니라 방향전이라는 단순한 명제가, 우리의 가슴을 세차게 두드린다.

전향과 복귀, 그의 자궁은 영화였다

특별한 감성을 앵글에 담는 이누도 잇신, 그는 어떻게 영화를 찍게 되었을까? 그 시작은 TV였다고 회상한다. 영화 산업이 발달하지 않았던 60년대의 일본. TV가 오직 자극적인 연예인 가십만이 난무하던 당시, 그가 유일하게 볼 수 있던 프로그램은 ‘영화 극장’뿐이었다. 덕분에 그의 머릿속엔 영화는 TV를 통해 본다는 생각이 자리 잡았고, 영화감독에서 광고쟁이로 전향한 것도 큰 거부감이 적었다. 14세 때 몰래 영화관에 들어가 영화를 즐겨본 그는, 고등학생이 되어 직접 영화를 찍으리라 마음먹었다. 당시 보급된 8mm 카메라로 주변 친구들을 찍었고, 특히 ‘캔디즈’라는 지금의 소녀시대 같은 인기 가수의 은퇴 콘서트에서 온 청춘의 모습을 온전히 담아낸 적도 있었다. 대학생이 되었을 땐, 이를 회상하며 ‘영화를 찍고 싶지만 어떤 영화를 만들지 고민하는 고등학생’이 주인공인 자전적 내용의 영화를 만들어냈다. 이를 통해 상도 받고, 영화계 인맥도 늘리게 되었지만, 그는 영화 쪽 일은 돈을 벌지 못한다는 부정적인 인식을 지우진 못했다. 이후 그의 자연스러운 선택은 돈이 되는 광고였다. 그는 7년간 광고 일에 푹 빠져 지내며 여유를 맛보게 되었는데, 문득 자신을 돌아보며 17세 때의 꿈을 꺼내게 되었다. 그는 지금 고백한다. 그때의 그 여유가 지금 자신을 영화판에 다시 들어서게 한 거라고. 웃음 띤 그에게서 영화라는 꿈을 품은 소박한 소년이 보였다.

7년간의 유예? 7년간 축적해온 영화적 힘!

왠지 너무 돌아온 것은 아닐지 의문이었다. 지난 7년간의 공백은, 영화를 다시 시작하려는 그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지도. 잇신 감독은 모든 의문을 말살했다. 그 시간이 지금의 자신을 잇게 한 축적된 힘이었다고 강조하면서.
하긴 그랬다. 이누도 잇신 감독이 광고 쪽에 있을 당시엔, 빠듯한 광고 예산 때문에 과자나 장난감 용품을 애니메이션으로 처리했다. 덕분에 그는 애니메이션이 갖는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고, 곧 <금붕어의 일생>이라는 애니메이션 영화를 만드는 결과물을 낳았다. 광고 속 애니메이션이 결국 그를 다시 영화계로 이끌어오는 큰 공을 세운 셈이다. 그의 영화에 춤과 노래가 많이 사용되는 것도 광고 쪽 일 덕분이었다. 광고 속에서 춤과 노래를 통해 전혀 다른 세계로 이동하는 영화적 요소를 발견한 것. 그래
서일까? 5년 동안 공들인 신작 <노보우의 성>에도 이런 뮤지컬적인 요소가 가미되어 있다. “서로 다른 요소를 영화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내는 방법을 만들어가고 있다.”라고 말하는 이누도 잇신 감독. 이제 춤과 노래는 그의 영화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표식이 되었다.

인생은 한 번도 사람을 속이지 않는다

문득 그에게 궁금했다. 감독인 그의 현재, 그리고 미래에도 여전히 메가폰을 잡을 거라고 고백한 그의 초심은 무엇일지. 의외로
서부 액션극과 스릴러를 좋아하는 이누도 잇신 감독은 드라마 <황색 눈물>을 기억했다. 그가 소년일 때, 자신의 꿈을 향해 노력하는 주인공의 모습에 큰 감명을 받아 꼭 영화로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던 그 드라마. 그는 주인공처럼 꿈을 위해 노력했고, 마침내 영화로 제작하는데 성공했다.

저도 꾸준히 영화를 찍고 있으니까, 주인공 에이스케에 대한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어도 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이렇듯 자신에게 영화를 찍을 자격이 있다고 순수하게 고백하는 것을 제치고서라도, 이 영화는 어찌 보면 영화라는 목표를 향해 달려온 그의 인생과 똑 닮아 있다. 시대는 변해도, 자신은 변하지 않는, 모두 변화를 요구해도 흔들림 없는 묵묵한 주인공의 뒷모습처럼 그는 그랬다.

영화 속에선 이런 대사가 나온다. ‘인생은 한 번도 사람을 속이지 않는다.’라고. 이처럼 꾸준한 발걸음은 어느샌가 자신을 목표로 이끌고 있다는 명제를, 그를 통해 깨달았다.

이누도 잇신의 이미지 상자 훔쳐보기
이누도 잇신 감독은 평소 이미지 컷을 통해 캐릭터를 설정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 꽁꽁 숨겨왔던 이미지 컷을 공개하는 시간.

[조제의 이미지 1]
유난히 클린트 이스트 우드를 좋아하는 잇신은 그가 찍은 한 장의 사진에서 사랑스러운 조제를 떠올렸다. 어둡고 뚱한 표정에서 가끔 터져 나오는 매력적인 미소를 지닌 주인공, 버려진 옷을 입고 버려진 꽃을 예쁘게 가슴에 다는 조제. 그녀는 자신이 처한 환경이 어려워도 꿋꿋이 살아가는, 여건 안에서 자신을 꾸미는 매력적인 인물이다. 이 이미지를 통해 잇신은 상처와 사랑스러움을 동시에 가진,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나가는 조제를 탄생시켰다.


[조제의 이미지 2]
펑크 앨범도 발매한 적이 있는 일본의 유명한 일러스트레이터 ‘D’의 작품. 이 일러스트 장면은 영화 인트로에도 등장한다. 조제의 우울한 감성과 복합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그림이다.

[조제의 공간]
조제의 공간으로 설정한 방. 그 커다란 집은 주인공의 고립된 상황을 잘 보여준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메종 드 히미코>, <황금빛 초원>등 그의 대부분 영화에서 이 기법이 사용되고 있다. ‘방’이라는 공간을 통해 주인공의 성향을 보여주고, 소통을 시작하는 장치로 활용하는 것.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크게 남자 주인공 츠네오가 고립된 방에 사는 조제에게 다가가면서 만남과 소통이 시작된다. 이렇게 리얼리즘으로 펼쳐진 주인공의 공간은 다채로운 인간의 내면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그 안에서 연기자가 느끼는 감정을 최대한 살릴 수 있도록 감독은 방과 그 안의 빛의 느낌을 살리는데 많은 힘을 쏟는다. 이처럼 그의 영화에서 ‘방’은 영화를 이해하는 중요한 메시지다.

특별한 것 없는 평범한 사진, 하지만 이 세계가 사라질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누도 잇신 감독은 평범하지만, 영원하지 않아 아름다운 관점을 영화 속에 녹여 넣고 싶었다. 위의 사진은 그가 광고 일을 하던 당시 알게 된 사진작가 ‘사나오 마사오미’에게 시나리오를 읽고 온전히 느낀 대로 찍어달라고 주문했던 결과물이었다. 이 스틸 사진은 영화의 중간에 사용되었을 뿐 아니라 촬영 당시 이런 느낌을 살릴 수 있도록 촬영 감독과 많은 상의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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