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아나운서 이성배

아나운서라는 직업은 흔히 백조에 비유된다. 물 위의 보이는 모습은 우아하지만, 그러기 위해 물밑에서 쉼 없이 발길질하며 애쓰는 모습이 닮아서다. 여기 철저한 준비와 처절한 노력 끝에 탄생한 또 한 마리의 백조가 여기 있다. 이제 2년 차에 접어든 MBC 이성배 아나운서다.

최선을 위한 차선의 선택

MBC가 그의 첫 직장은 아니었다. 그는 아나운서 시험을 준비하던 중 지원했던 삼성전자에 합격해 2년간 마케터로 근무했다. 얼핏 들으면 쉬운 일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이는 아나운서가 되지 않았을 경우를 대비한 결과였다.

현재 대한민국 지상파 3사에서 아나운서를 매년 한두 명밖에 안 뽑아요. 남자는 더 소수고요. 확률적으로 절대 쉽지 않죠. 그래서 차선책을 대비해야 했어요. 그게 바로 ‘마케터’였죠. 목적과 방법은 다르지만, 사람들에게 커뮤니케이션을 한다는 점에서 아나운서와 비슷한 부분이 있더라고요. 그렇게 길을 정하고 난 뒤 이것에 필요한 경력들을 쌓아나갔죠. 경영학을 복수전공 했고, 각종 광고공모전 활동과 온미디어와 제일기획에서 인턴활동을 했어요. 4학년이 되고, 취업을 위한 조건들을 어느 정도 갖추었다는 판단이 서자 본격적으로 아나운서 시험을 준비했어요.”

하지만, 그는 준비하면서 너무 늦었다는 걸 깨달았다. 예상 외로 준비해야 할 것이 많으면서, 첫해 아나운서 시험은 ‘탈락’이라는 고배를 마셔야 했다. 그러면서 같이 지원한 삼성전자에 합격했고, 회사원 생활을 시작했다. 첫 사회생활인 만큼 그는 열정을 내뿜었고 마케터로서 능력을 인정받았다. 당연히 많은 기대치가 그에게 오고 그에 부응하기 위해 더욱 열심히 일했다. 하지만, 이게 독이 될 줄이야! 과중한 업무가 매일같이 반복되는 생활에 그는 지쳐가기 시작했다. 그럴수록 더욱 간절히 피어나는 아나운서로서의 꿈.

매일 반복되는 생활 속에서 ‘내가 여기서 뭐 하고 있나?’하는 의문이 들었어요. 주위에선 좋은 직장에 다니면서 배부른 소리 한다고 했지만, 제 최종 목표를 이루지 못한 것이었기 때문에 만족할 수 없었죠. 제가 처음 아나운서를 지원할 때, 저 자신과 약속한 하나가 ‘딱 서른 살까지만 해보자.’였어요. 그래서 회사에 다니면서도 계속 지원했죠. 아직 서른이 안됐으니까. 물론 쉽지 않았죠. 회사 일이 워낙 바빠 공부할 시간이 부족했거든요. 지난 SBS 시험 땐 최종면접까지 갔으니까, 어쨌든 희망을 품고 있었죠..

전화위복(轉禍爲福), 진정성이 부른 도약

왜 항상 위기는 성공에 가장 가까워졌을 때 닥치는 것일까. 부족한 시간을 쪼개가며 시험 준비를 하던 그에게 ‘사고’가 닥치게 된다. 평소 즐기던 사회인 야구경기에서 공에 맞아 얼굴 반쪽이 함몰된 것이다. 아나운서 시험의 1차 관문인 카메라 테스트를 불과 3개월 남짓 앞둔 상황이었다.

뜬 공을 잡는데 실수로 공이 얼굴에 떨어졌어요. 얼굴 한쪽이 주저앉았고 큰 수술을 받았죠. 수술 후 거울을 보니 얼굴이 약간 틀어져 있었는데 그땐 정말 ‘이젠 끝이구나’라는 절망감에 빠졌죠. 며칠을 그리 보내다가 오기가 생기더라고요. ‘그동안 내가 어떻게 준비했는데, 기왕 이렇게 된 거 시험이나 한번 봐보자.’ 했죠. 목표를 ‘내 얼굴을 되찾는 것’이 아니라 ‘아나운서 시험을 보는 것’으로 정하고 나니까 다시 의욕이 나더라고요. 그때부터 이를 악물고 운동을 시작했죠.

그는 두 달간 8kg을 빼는 놀라운 집념을 선보였다. 결국, 어느 정도 본 모습을 돌아온 그즈음 아나운서 시험을 보게 됐다. 지금 생각하면 다친 것이 오히려 아나운서가 되는 데 도움이 되었다는 그. 특별한 이유 없이 휴직 내기 어려운 상황에서 수술 때문에 아나운서 시험을 보기 위해 부족한 시간을 채울 수 있었다는 것이다.

어려운 상황에서 준비하다 보니, 면접에서도 제 진정성이 전달된 것 같기도 해요.

우여곡절 끝에 응시했던 그 해 MBC 시험에서 합격한 그는 그토록 고대하던 아나운서 사령장을 받을 수 있었다. 공교롭게도 사령장을 건네준 이는 바로 그에게 아나운서의 꿈을 심어줬던 엄기영 앵커였다.

그렇게 꿈 같던 아나운서가 된 그는 2009년 4월, <세바퀴> 출연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뉴스와 예능, 시사교양, 라디오 프로그램을 두루 거치며 아나운서로서의 자신을 찾아가고 있다.

어린 나이에 엄기영 앵커가 진행하는 뉴스를 보고는 참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아나운서가 되면 가장 하고 싶었던 것이 뉴스였어요. 그건 지금도 여전하지만, 예능이나 라디오 같은 다른 분야의 프로그램들을 하게 되면서 조금씩 달라지는 것 같아요. 생각뿐만 아니라 저 자신까지 도요. 사실, 저는 원래 진지하고 분석적이고 날카로운 사람이었거든요. 어쩌면 아나운서를 준비하면서 저 자신을 그렇게 규정한 게 아닐까 싶어요. 이젠 방송이 조금 익숙해지면서 제 장난기 있고 능글맞은 모습이 나오는데, 이게 제 진짜 모습인 것 같아요.

더 높은 꿈을 향한 도전

인터뷰 내내 재치 있는 입담으로 예능의 끼를 다분히 드러냈던 이성배 아나운서. 그는 사람들에게 어떤 아나운서로 기억되고 싶을까?

저는 ‘눈높이’라는 말을 좋아해요. 시청자와도 눈을 맞출 줄 알고, 시청자로서 전달할 줄 아는, 그래서 마치 옆에 있는 듯 편안한 느낌이 드는 아나운서가 되고 싶어요. MBC가 편안하고 친근한 느낌이잖아요. 그런 이미지에 맞아서 MBC 하면 이성배가 떠오를 수 있도록 앞으로 열심히 노력할 겁니다.


아나운서라는 꿈을 이뤘지만, 다시 더 큰 꿈을 위해 준비하는 그의 모습을 보니 미국의 심리학자인 로라 슐레징어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꿈을 꿀 배짱이 있다면, 꿈을 좇을 배짱이 있다면, 세상에 널린 고통과 스스로 느끼는 회의를 견뎌낼 배짱이 있다면 진정한 감동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감히 말하건대 그가 새로운 꿈을 위해 앞으로 겪게 될 과정은 아나운서가 되기 위해 겪었던 것에 비해 훨씬 격렬하고, 매서울 것이다. 그러나 그가 가진 ‘배짱’이라면 왠지 기대된다. 이제 막 방송에서 자신의 이름을 알리며 비상하고 있는 이성배 아나운서. 그의 힘찬 날갯짓을 응원한다.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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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 정말 감동적이네요.ㅠㅠ 예전에 MBC합격자 발표에서 이성배 아나운서 이름 보고 여기저기 검색 했었답니다. 그때 우연히 모 사회인 야구단의 싸이클럽에서 축하공지 글이 있는걸 보고 야구를 좋아하시는 분이였구나 정도 생각하고 넘어갔던 기억이 있는데, 이런 뒷이야기가 있었네요.
  • 조세퐁

    @미래소년 >> 오, 방송일을 꿈꾸고 계신가요? 방송PD를 꿈꾸고 있는 저도 이번 인터뷰를 통해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답니다~
  • 이주현

    외모뿐만 아니라 목소리까지 매력적인 최고의 훈남이네요,
    인터뷰를 통해 겉으로 보이는 모습뿐만 아니라 내면까지 멋있는 분이란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의 활약이 더욱 기대되는 이성배 아나운서!
    언젠가 9시뉴스에서 멋진 멘트 전해줄꺼라 믿습니다^^
  • 신나리

    취재할때 저도 동행했었어요~
    인터뷰도 너무 재밌게 해주시고 아나운서실과 스튜디오도 구경시켜 주셨습니다^^
    카메라가 꺼진 후에도 진정성이 녹아있는 따뜻한 방송인이라고 느껴졌어요~
    앞으로 이성배 아나운서의 종횡무진하는 모습이 기대됩니다!!
  • 공에 맞아서 얼굴 한쪽이 주저앉는 사고를 당했을 때 얼마나 가슴이 철렁했을까요..
    그런 일에도 잘 이겨내고, 또 체중 감량에도 열심으로 운동하고 매사에 그렇게 열정을
    가지고 해나가니까 결국 자신의 꿈도 이루게 되는 거군요.
    매일 과중된 업무에 지쳐가는 그 일... 저도 한번 해보고 싶네요.ㅠㅠ
    하지만 아직은 회사가 저를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 저를 찾도록 만들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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