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오월엔 결혼할꺼야>┃이것은 어쩌면 당신의 이야기

여자들의 ‘축하해!’를 곧이곧대로 믿지 말지어다. 별 볼 일 없던 친구에게 숨 막히게 근사한 남자친구가 생겼을 때, 나보다 못났던 친구가 성형 수술로 페이스오프에 성공했을 때 말로는 축하한다고 한껏 입꼬리를 올려보지만 씁쓸하고 조급해지는 것이 그녀들의 본심일지도 모른다. 질풍노도의 20대에 현실과 싸우는 치열한 마음에 모진 풍파까지 일으키는 것이 바로 친구의 ‘잘 된 이야기’. 그 상대적 위기의식은 여자를 바쁘게 만든다. 연극 <오월엔 결혼할꺼야>의 주인공들처럼 말이다.

5월의 신부를 향한 투혼의 이유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십년지기 단짝의 뜬금없는 한마디, “나 다음 달에 결혼해.” 아등바등 살아보겠다고 변두리 수학강사로 일하는 세연도 아니요, 언젠가 진정한 작가가 되겠다고 다짐하면서 야설 작가로 연명하는 정은도 아닌, 평생을 놀고먹으며 별 볼일 없이 지내 온 지희가 결혼을 한다는 것이다. 세연과 정은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목숨 걸고 사수해야 하는 것은 3천8백25만원.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매달 10만원씩 적금을 부어 제일 먼저 결혼하는 친구에게 몰아주기로 했던 것이 고생 모르는 지희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게 생겼다. 29세에 근근이 밥벌이 하는 것도 힘겨운데 친한 친구는 갑자기 결혼한다며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표정을 짓는다. 게다가 뼈 빠지게 모은 거금이 눈앞에서 날아갈 상황. 어쩐지 부당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결국 세연과 정은은 둘 중 누구든 지희보다 먼저 결혼에 성공해서 적금을 반반씩 나눠 갖기로 다짐한다. 남은 시간은 딱 한 달, 둘 중 누구든 5월의 신부가 되어야 한다.

현실은 시궁창! 내 맘대로 되는 게 하나 없어

급박한 결혼 프로젝트에 할 수 없이 과거의 남자들을 다시금 찾아간 세연. ‘스펙’ 좋은 선배와 귀여운 연하남부터 가슴 시린 첫사랑 상대와 이제는 형제 같은 죽마고우까지 이어지는 재회의 과정은 순탄치 않다. 정은의 상황도 마찬가지. 오랫동안 사귄 남자친구에게 청혼하러 찾아가지만, 남자는 대뜸 이별을 선언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은보다 어리고 예쁘며 집안까지 좋은 여자와 결혼을 한다는 못까지 박는다. 나름대로 큰 죄는 짓지 않고 열심히 살아왔는데, 왜 내 현실은 저 밑바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인지 답답하기만 하다. ‘착하면 복을 받고 잘못 하면 벌을 받는다.’는 교과서 속의 이야기를 비웃는 듯한 지희가, 배신 ‘때린’ 남자친구가, 재수 없는 선배가 인생에 다림질이라도 한 것 마냥 구김 없이 너무나 평탄하다. 이것이 바로 현실. 사랑스러운 제목과는 달리 연극은 한치의 포장도 없이 처절한 현실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이는 복잡 미묘한 여자들의 심리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어른이 되어버린 20대의 회고록이기도 하다.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했을 인생의 쓴맛, 주변의 누군가로 말미암은 상대적 박탈감을 떠올리며 관객은 주인공의 마음에 점점 더 공감하게 된다.

그 무엇도 아닌 바로 나의 이야기

2이것은 비단 결혼 적령기 여자들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대학 새내기 시절 단짝처럼 붙어 다니던 친구가 갑자기 C.C가 된 후에 겪게 되는 나 홀로 대학생활, 자신보다 못난 ‘스펙’으로도 먼저 취업한 어여쁜 친구의 사연 등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나의 속내인 것이다. 더러는 남성을 통해 무언가를 이루려는 그녀들의 태도에 한마디를 던질지도, 더러는 여자들의 우정을 얄팍하다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심각한 담론은 뒤로 한 채 그저 솔직한 마음으로 극장을 찾는다면 끝없는 공감과 웃음 속에 2시간을 보낼 것이라 장담한다. 연극에 깨알 같은 재미를 더하는 무대 구성이나 남자배우의 팔색조 연기 또한 일품. 의리를 외치는 ‘싸나이’나 달곰한 커플보다는 상큼한 20대의 처자들에게 권한다. 연극이 끝나면 시원한 맥주 한 잔이 생각날 것이다. 술 한잔에 끝없이 수다를 떨면서 복잡미묘한 우정을 이어 나가는 것도 좋지 아니한가. 결국엔 친구이고, 우정을 논하는 세연과 정은, 지희처럼 말이다.

Event

여자끼리의 복잡다단한 우정 실랑이에 합류하실 분을 위해 꽃밭 가득한 5월의 마음을 담아 event를 선사합니다.
<오월엔 결혼할꺼야> 리뷰 기사에 대한 감상과 “여자의 우정이란?”에 대한 아름다운 정의를 아래 댓글로 달아주세요. 자세한 사항은 이곳을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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