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 없는 맛 집 찾아 삼만리

가게의 ‘얼굴’인 간판. 상호와 더불어 자체 이미지를 집약한 간판을 과감히 포기한 곳이 있다. 오로지 맛으로 승부하는, 당당하기 짝이 없는 간판 없는 맛 집을 찾아서.

홍대 _ <수염> 1호점, 2호점

간판이 없는 이유? 간판을 대신 할 수 있는 센스 있는 맥주박스 이정표가 있음. 홍대 주민의 무한 사랑.
누구와 즐길까? 슬리퍼를 질질 끌고 만날 수 있는 동네 친구들

홍대 주민만 아는 ‘간판 없는 맥주집’이 있다. 바로 <수염>이다. 대로변에 있어도, 그냥 지나치기 십상인 이곳은, 간판은 없지만 이정표는 있다. 바로 창틀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빨간 맥주 박스’가 그것. 한 잔 거하게 마시고 가라는 <수염>의 배려와 위트가 동시에 느껴지는 이정표다.
깜찍한 소품들로 장식된 어두침침한 내부엔 친구 집에서나 맛보던 아늑함이 느껴진다. 공간의 분위기를 닮은 안주 메뉴 역시 프라이팬에 막 구워낸 소시지와 직접 만든 가정식 커리, 짜장 라면 등이 친근하면서 저렴하다. 1호점과 달리 2호점은 2층 침대 모양으로 좌석을 꾸며놓아 맨발로 드러누워 술을 마실 수 있으니, 이 얼마나 편한 서비스인가. 여타 다른 술집에 비해 술값도 무척 저렴해 누구든지 오늘 밤의 한잔! 부담 없다.

Location 1호점 – 홍대 입구역 6번 출구, 페밀리마트 근처 / 2호점 – 상수역 4번 출구
Price 짜파게리 4천5백원, 수염소시지•구울 만두•김치 피자 7천5백원, 데킬라•보드카 각 한 잔당 2천5백원
Open 오후 6시~새벽 4시(일요일 새벽 2시)
Info 02–322-0979

왕십리 _ 장어구이

간판이 없는 이유? 2대째 내려오는 소박한 맛과 가격, 푸짐한 양. 한양대 학생들의 무한 사랑
누구와 즐길까? 비싼 술값 내기 버거운 대학교 선후배들

한양시장 내부에 위치한 <장어구이> 집은 한양대 학생이라면 누구나 거쳐 가는 ‘필수 코스’다. 생기발랄한 대학생들이 고가의 보양식 ‘장어구이’를 주식으로 먹는다고? 땡! 사실 이곳의 주력 메뉴는 ‘김치찌개’다. 어머니가 직접 만들어준 듯 소박하고 구수한 김치찌개는 가격에 비해 어마어마한 양을 자랑한다. 小자 사이즈만으로도, 장정 서넛이 배불리 먹을 수 있을 정도니까. 또한 사이드 메뉴로 나오는 계란말이 역시 정겹다. 해산물을 구경할 기회가 없던 가난한 대학생들은 이곳에서 저렴한 가격에 삼치구이와 새우구이를 술안주로 즐길 수도 있다. 지난 95년부터 2대째 이어져 내려오는 <장어구이>의 소박한 매력을 느끼고 싶은 사람, 지금 당장 왕십리 한양시장으로 달려갈 것!

Location 왕십리역 6번 출구, 한양시장 방향
Price 김치찌개 8천원, 참치김치찌개 1만2천원, 장어구이(2인분) 2만원, 삼치구이 8천원
Open 오전 9시~ 새벽 2시(격주 일요일 휴무)
Info 02–6013-9137

남산 _ 남산 누나네 집

간판이 없는 이유? 한정된 고객에게 완벽한 맛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은 사장님(누나)의 고집!
누구와 즐길까? 한국 음식을 처음 접하는 외국인 친구, 고춧가루 묻은 치아를 공개하며 밥을 비벼 먹을 수 있는 오래된 연인

<남산 누나네 집>은 인적이 드문 하얏트 호텔로 올라가는 길목에 위치한다. 얼핏 보면 누가 살고 있는 주택 같다. 말 그대로 ‘아는 사람’만 올 수 있는 이곳은 명실공히 ‘간판 없는 맛집’의 대표 주자다.
지난 1988년부터 같은 곳에서 같은 가격으로 부대찌개를 대접해온 누나는 어느 덧 60대 후반의 장년이 되었다. 하지만 그녀의 부대찌개 맛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혀에 감동을 준다. 화학 조미료가 들어가지 않은 양념장과 집에서만 맛볼 수 있는 잘 삭은 총각김치는 음식에 대한 누나의 자부심을 보여준다. 부대전골 정식을 시키면 부대찌개와 더불어 숭늉과 바나나 셰이크 등 다채로운 먹거리가 제공된다. 남은 밥과 부대전골로 밥을 볶아주기까지, 이는 어엿한 ‘코스 정식’이다.
누나 혼자 운영하고 조리하는 가게인 만큼 끈끈한 정을 느낄 수 있는 건 당연하다. 내부 인테리어 역시 가정집의 부엌과 거실을 떠오르게 한다. ‘허용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완벽한 맛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다.’라는 누나의 경영 철학 때문에 테이블은 단 세 개뿐이며, 그 때문에 예약은 필수다. 이태원에서 25년 동안 지낸 만큼, 누나는 프리 토킹이 가능한 수준급의 영어실력을 자랑한다. 정갈하고 맛있는 음식과 정감 있는 서비스를 받고 싶은 사람들에게 <남산 누나네 집>은 최고의 선택이 될 것.

Location 405번 버스를 타고 하얏트 호텔 정류장에 하차해 걸어서 2분, 용산구 이태원동 258번지
Price 부대전골 1만5천원
Open 오전 11시~오후 8시
Info 02-797-848(도착하기 30분 전 반드시 전화로 예약해야 한다)

합정동 _ 커피발전소

간판이 없는 이유? 간판이 필요 없는 고소한 커피 볶는 냄새
누구와 즐길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 혹은 지긋지긋한 과제와 함께

진짜배기 커피를 맛보고 싶은 사람은 합정동 <커피발전소>에 가야 한다. 열 평 남짓 좁은 공간 가득 원두 볶는 냄새가 풍기는 이곳에선 직접 로스팅한 원두로 뽑은 진한 커피와 그보다 더 진한 여유를 만끽할 수 있다. 북 카페를 표방하는 <커피발전소>는 사장님이 직접 구매한 다양한 장르의 책과 은은한 조명, 조용한 공간이 제공된다. 하루 종일 죽치고 앉아 있어도 불편하지 않은 공간에서 많은 사람이 저마다 책을 읽거나 작업을 한다. 2천원만 추가하면 리필이 가능하므로 목마를 걱정도 없다. 책장만 펼치면 잠이 쏟아질 것 같은 지루한 책이나 머리가 지끈거리는 과제도 이곳에서라면 술술 풀릴 것 같다. 간판이 필요 없는 ‘절대 커피’의 공간, <커피발전소>에서 교양과 지식을 발전하는 게 어떨까?

Location 당인리 발전소 맞은편, 합정역이나 상수역에서 걸어서 10분 거리
Price 모든 음료 4천원, 리필 2천원
Open 오전 10시~오후 11시
Info 010-4133-9462

홍대 _ 델 문도

간판이 없는 이유? 독특한 공간과 메뉴, 사장님의 인지도
누구와 즐길까? 막 시작한 연인, ‘썸씽남녀’

<델 문도>는 온라인상에서 ‘나오키 상의 세계 여행기’로 유명했던 나오키 씨가 일본식 음료와 음식을 소개하기 위해 만든 카페 겸 바bar다. 간판이라 해봤자 손으로 만든 천 쪼가리일 뿐인 이곳은, 간판에 혼신할 힘을 오로지 탄탄한 내구력에 썼다. 生 생강을 갈아서 만든 짜릿한 맛의 진저 밀크부터 일본식 낫토를 비벼 만든 밥까지, 음료와 식사 모두 독특함이 묻어난다. 가게 곳곳엔 나오키 씨가 전 세계를 돌며 수집해온 소품들이 가득하다. 어두운 조명을 해치고 아기자기한 소품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테이블 좌석과 타다미 좌석이 마련되어 있는 것도 특징이다.
이곳의 또 하나의 강점이라면, 어둡고 친밀하다는 점. 조도가 낮은 조명에 코가 닿을 듯 좁은 테이블에 앉아 있노라면, 누구와도 사랑에 빠질 것만 같다.

Location 홍대 상상마당에서 걸어서 5분
Price 진저 밀크 6천원, 밀크 카라멜 5천원
Open 오후2시~오후 11시, 월요일 휴무
Info 02-336-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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