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한 번뿐인 뮤직비디오, 립덥LIPDUB

음악을 내장한 카메라 한 대가 여러 사람을 쭉 헤쳐 물결처럼 출렁거리며 지나간다. 이에 맞춰 카메라 앞에서 물고기처럼 입만 벙긋거리며 꿈틀대는 사람들. 발그레한 뺨이 두드러진 채 음악에 맞춰 격렬한 합동 무언극을 펼쳤다. 도대체 이들의 정체는 무엇일까? 카메라는 무슨 공작을 벌이는 거지? 딱 한 번만을 외치는, 립덥LIPDUB이 그 실체였다.

삼세판 없는, 립덥의 매정한 즐거움

립덥LIPDUB이란 립싱크Lipsync와 더빙Dubbing의 합성어로, 한 음악을 한 카메라로 끊지 않고 촬영한 뮤직비디오를 말한다. 원 샷one shot, 원 테이크one take, 원 카메라one camera가 이의 철칙이다. 주인공은 따로 없으며, 참여한 이들이 모두 주인공이다. 그들은 움직이는 카메라 앞에 음악을 립싱크하며 몸짓과 손짓, 발짓을 동원한 춤과 연기를 한껏 선보인다. 장소는 주로 본인들이 속한 단체나 조직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장소에서 진행된다.
립덥의 취지는 단결과 화합이다. 같은 장소와 시간 안에 하나의 목적을 가지고 하나가 되는 목적이다. 하나의 카메라로 끊지 않고 촬영하기 때문에, 참여한 이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맡은 역할을 충실히 하지 않으면 처음부터 다시 찍어야 한다. 여러 명의 파편화된 개인이 한데 모이는 묘한 매력이 있는 것이다.

대학생을 뿌리로 한 자생적 문화

대중매체가 보여주는 것만이 재미와 감동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즐거움이 무엇인지 스스로 찾아내고 그 문화를 만드는 것이 청춘의 온당한 권리가 아닐까? 그런 면에서 립덥은 대학생이 자생적으로 만들었다는데 의의를 둘 수 있다. 게다가 개인의 역량이나 매력만을 돋보이는 게 정답이라 하는 사회에, 다수의 화합이 강조된다는 점은 연대의 즐거움마저 일깨워준다.

국내 대학, 립덥 개항기 시대

국내의 립덥은 대학보다 기업이나 조직에서 활발했다. 국내 최초의 립덥은 신세계 백화점 8기 인턴들이 제작한 영상이었고, 이후 G20정상회의 홍보 영상도 립덥으로 만들어지면서 소개된 바 있다. 여러 명이 함께 나와 화합한다는 의미가 강조되면서, 국내에서는 대내외적인 홍보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대학 문화에 태생을 둔 립덥은 아직 국내 대학 내에서는 빛을 바라지 못하고 있다. 현재 립덥은 세계적으로 20개국 58개 대학이 만들어졌지만, 국내에는 성공회대학교와 단국대가 전부다.

MINI INTERVIEW

국내 대학 최초 립덥을 제작한, ‘청년영상공작소’ 모임장 하보람의 립덥 탐구

청년영상공작소란? 10명의 성공회대학교 신문방송학과 학생으로 구성된 영상 소모임으로, 장르와 소재 구별 없이 영상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지녔다. 2011년 5월 20일 국내 대학 최초 립덥을 기획, 제작한 것을 계기로, 대학생으로서 할 수 있는 실험적인 작품 속에 자유와 도전의 가치를 녹여낼 계획이다.


럽젠Q : 립덥을 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요?

현재 대학생들의 현실이 너무 힘들잖아요? 청년 실업, 등록금 문제 등 국내 대학생의 현실은 너무나도 암울해서 주눅 들어 있어요. 그런데 외국 대학생이 립덥에서 보여준 모습은 너무도 재기 발랄하고 패기 넘쳤어요. 그 모습에 반해 만들게 되었죠.

럽젠Q : 립덥의 진행 과정은 어땠나요?

처음 정기총회 시간에 5분짜리 홍보 영상과 함께 PT를 했고, 그 이후 본격적인 홍보 작전에 들어갔죠. SNS 홍보, 학번 별로 전화 돌리기, 직접 만나서 설득하기 등 다양한 방법으로 알렸습니다. 하지만, “모여서 과연 할 수 있을까?”란 의문이 들었는지, 연락도 잘 안되고 반응도 시큰둥했어요. 첫 촬영이 있던 5월 13일엔, 축구대회와 겹쳤지 뭐예요. 결국, 촬영을 일주일 미루게 되었죠. 당시엔 50명 정도의 인원이었는데, 미뤄진 김에 더 많은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포스터를 만들어 대대적인 홍보를 했죠. 이게 효과가 있었는지, 촬영 날 서로 자신의 SNS 수단을 이용해 총 73명의 늘어난 인원으로 찍게 되었어요.


럽젠Q : 촬영 당시에 가장 힘든 점은요?

촬영 당일, 비가 와서 할 수 있는지 학생의 문의가 쇄도했어요. 더는 미루기 힘들어 비가 많이 오면 촬영 동선을 실내로 돌리고, 조금 내릴 경우 비를 맞으면서 감행하겠다고 얘기했죠. 또, 참여하기로 한 두 명의 학생이 병원 입원 및 개인 사정으로 빠지게 되어서 급히 대타를 구해야 했어요. 우려했던 바가 모두 잘 해결되어 급히 공수한 우비를 입고 원래 동선대로 진행했죠. 촬영 전에 따로 맞춰볼 시간이 없어서 리허설과 촬영을 동시에 했어요. 처음 하는 작업이라 시행착오가 많았어요. 두 번의 리허설과 여섯 번의 재촬영 끝에, 지금의 립덥이 탄생했죠.

럽젠Q : 립덥 이후의 반응은 어떤가요?

‘정말 재미있다.’, ‘한 번 더 하고 싶다.’, ‘서로 격려하는 모습 그 자체가 감동이었다.’, ‘신방과가 자랑스럽다.’ 등 훈훈한 반응이 많았어요. 그리고 타 학과생으로부터 ‘자신들도 참여하고 싶다.’라는 의견도 받았고, 교수님까지 칭찬을 아끼시지 않았죠. 졸업한 선배도 칭찬하시더군요.(웃음) 현재 입소문이 나서, 온라인 베스트 영상을 소개하는 MBC <슈퍼 블로거>에도 소개될 예정입니다.

서바이벌 정글의 법칙이 점점 부각되는 사회에서 서로 보듬어주고 협력하기보다 나만 아니면 된다는 이기적 생각이 만연한 대학생들. 이들에게 립덥은 친목과 화합 가운데 같은 세대의 끈적이는 추억을 가져다줄 것이다. 자, 열정과 낭만, 화합을 잊은 전국의 대학생들이여. 젊음의 비망록으로 ‘립덥’은 어떠한가?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moticon

스티커 댓글

스티커를 사용해서 댓글을 남겨보세요!

댓글달기
  • 감동
  • 부들부들
  • 눈물
  • 두근두근
  • 좋아요
  • 사랑해요
  • 멋짐
  • 하하
  • 신남
  • 행복
  • 멘붕
  • 헉
  • 시무룩
  • 하이파이브
  • 응원
  • 쓰담쓰담
  • 뽀뽀
  • 박수
  • 선물하기
  • 고마워
  • 귀여워
  • 셀카
  • 저요
  • 열공
  • 쓰러짐
  • 씻기
  • 팩
  • 우왕ㅋㅋㅋㅋㅋㅋㅋ 멋찌네요 재밌어요~~~
  • DK

    얼마 전에 단국대 립덥 보고 찡했던 기억이 나네요. 90년대 강호동의 캠퍼스영상가요라는 프로그램이 문득 떠오르더라구요. 서로 잘 모르던 학생들이 학교 사랑을 표현하기 위해 하나가 되는 모습이 감동적입니다. 참..스테디캠 장비 사두고 한 번도 못썼는데,,, 한국 돌아가면 한 번 작동해봐야겠네요.^^
  • 박상영

    뭘 망설여 어서 립덥하자+_+
  • 엄PD

    @소연기자, 고려대도 립덥을 진행한다는 소문이 있는데 꼭 참여해 보세요^^
    @럽젠 편집실, LG+빌리언달러+럽젠 기자들 이렇게 해서 판 좀 키워볼까요??ㅋㅋ
    @토마토링, 립덥은 다함께 하는거라 다 같이 할일이 생길 겁니다 ㅋㅋ
    @야구박사신박사, 이 기회에 단합도 할 겸, hsad 식구들과 함께 해보시는 것도 재미있을 듯 해요ㅋㅋㅋ
  • 야구박사신박사

    오 신선한 충격~^^ 절로 웃음이 나네요! 부럽다는 말 밖엔...ㅠㅠ
  • ㅋㅋ우와 한국판 립덥을 보게되다니 신기하군요!!!
    럽젠 립덥찍으면 엄기자님 일이 배로늘어날듯^0^...ㅋㅋㅋㅋ
  • 럽젠 편집실

    럽젠 배 립덥 한 번 가나요-
  • 이소연

    '립덥' 이 기사 읽고 처음 알았는데, 여지껏 몰랐던게 안타깝고 꼭 해보고 싶네요!

소챌 스토리 더보기

달의 저편에서 추는 화해의 춤, 로베르 르빠주 연출 <달의 저편>

내 친구의 성년식

소채리의 10가지 케렌시아 1탄
우린 이곳에서 힐링하곤 해

찬란히 빛나는 그녀, 왕후를 만나러가다

창업가의 위대한 실패 2탄
드라이플라워 연구소 <플라워랩> “미완의 상태라도 직!접!”

창업가의 위대한 실패 1탄
디자이너 패션 브랜드 <YUPPE> “간절함, 그게 있었어요.”

나랑 같이 뮤페에 갈래

전국 야행 지도

2012년, 빙의하고 싶은 영화 속 주인공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