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Media 마케팅팀 정재욱(GMA 1기)

 LG전자 홈엔터테인먼트(HE) 사업본부는 글로벌 마케팅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2009년부터 GMA(Global Marketing Adventure)라는 신개념의 정규채용 인턴십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글로벌 마케터를 꿈꾸는 이들의 열기 속에 3기를 맞는 올해에는 2천여 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시행한 첫해, 치열한 경쟁을 뚫고 GMA 프로그램을 통해 정식 입사한 정재욱 사원. ‘마케팅’이라는 단어가 나올 때마다 빛나던 눈빛을 통해 마케팅을 향한 그의 열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GMA는 거친 원석이 빛나는 보석으로 다듬어지는 과정

GMA는 여타 기업의 인턴 선발과 전형 과정부터 남다르다. 서류 전형과 ㈜LG의 직무 적성검사(RPST), 면접 전형을 통과했다고 안심할 순 없다. 바로 2박 3일의 마케팅 세미나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 합숙하는 이 세미나 기간, 합격자는 실제 사례를 주제로 팀별 경쟁 프레젠테이션을 거쳐야 한다. 이중 선발된 자는 정식 인턴으로 해외마케팅 부서에 배치되어 약 8주간의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고, 1주간의 해외 시장을 경험하는 기회도 주어진다. LG전자의 신입사원이란 자격은, 이 기간에 우수한 평가를 받아야만 주어진다.

기업 입장에서는 파격적인 투자죠. 2박 3일의 세미나에서 마케팅 분야 전문가의 강의도 듣고 실제 현업에서 실현 가능한 프로젝트를 수행해요. 당시 저희에게 주어진 과제는 ‘브라운관 TV(CRT) 14인치 제품을 어떻게 마케팅할 것인가?’였는데, 저희 팀은 미니 제품을 선호하고 세련미를 추구하는 유럽의 소비자에게 어울린다고 판단했죠. 그래서 유럽 시장을 공략하는 마케팅 전략을 발표했고,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고등학생 때 미국에 건너간 뒤 대학 졸업을 앞두고 있던 그는 한국에서 일하고 싶은 갈망이 있었다. 마케팅을 전공하고 마케터를 꿈꾸며 한국 채용사이트를 들락날락하던 찰나, 그는 ㈜LG의 GMA 프로그램 모집 공고를 보고 운명이란 단어를 가슴으로 받아들였다.

이는 마케팅에 특화된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최대한 저의 글로벌 감각과 마케터로서의 의지를 어필하려고 노력했죠. 자기소개서와 면접에 두려움을 가진 대학생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요. 취업 스터디를 통해 단기적인 글쓰기나 면접 요령을 공부하기보다는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신만의 스토리를 만들라고요. 결국, 면접관과의 싸움이 아닌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니까요.

“기억에 남는 마케팅 캠페인은 무엇인가?”가 그가 면접할 당시 받은 질문이었다. 다른 면접자가 구글이나 노키아 등 흔히 떠올릴 수 있는 사례를 나열할 때, 그는 한 슈퍼마켓에서 우연히 본 ‘바나나는 원래 하얗다.’라는 제품을 떠올렸다. 이름 하나만으로도 이 제품이 노란색 바나나 우유보다 색소가 없다는 핵심 가치를 전달하고, 기존 바나나 우유에 대한 상식을 무너뜨린 점을 강조한 것이다.

마케터의 조건, 사고의 전환과 의사전달 능력

슈퍼마켓에서 물건 하나를 봐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 그의 습관은 이미 오랜 시간 몸에 밴 결과였다. 과자 한 봉지를 봐도 제품명을 왜 이렇게 지었을지, 문구를 왜 이 자리에 배치했는지를 고민하는, 천상 마케터의 DNA를 가진 듯한 그. 사실 그렇다. 본인이 맡은 전자 제품과 과자가 다른 영역이라고 마케팅 기법이 통하지 않는다는 법은 없지 않던가. 사고의 전환은 관점을 바꾸는 데에서 시작하기 마련이다.

대학 시절 방학 때 열흘 정도 멕시코 빈민촌에 선교활동을 간 적이 있어요. 무너지는 건물을 고쳐주고 영어를 가르쳐주기도 하며 텐트 안에서 생활했죠. 그곳에서 나와 다른 처지인 사람들을 만나며 제게 주어진 것에 대한 감사의 마음과 겸손을 배웠어요. 오늘 하루 무엇을 먹고 어떻게 견딜 지가 고민거리인 그들을 보면서 충격을 받기도 했고, 그 경험은 발상의 변화를 불러왔죠.

그러나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도 주변인에게 정확히 의사 전달을 하고 설득하지 못하면 쓰레기통에 직행하기 마련일 터, 그는 이를 위해 프레젠테이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실 그가 한국에 돌아와 사람들이 파워포인트를 능숙하게 다루는 모습을 보고 마치 스타크래프트 게임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그의 프레젠테이션은 좋은 레이아웃이나 디자인을 논하기 이전에, 발표력과 논리력을 핵심으로 삼았다. 이를 위해선 오로지 연습 뿐이라고 덧붙이면서.

프레젠테이션할 일이 생기면, 집에서 벽을 보며 앞에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상상을 하면서 몇 시간이든 연습해요. 이때 중요한 건, 스크립트를 써서 외우지 않는 거예요. 외워서 하는 발표는 다 티가 나고 진정성이 안 느껴지거든요. 그냥 큼지막한 주제들만 적어놓고 계속해서 입으로 연습하는 거죠. 더불어 본인이 발표하는 모습을 직접 영상으로 촬영해 리뷰해 보는 것도 효과적이에요.

핵심 가치를 명쾌하게 전달하는 스토리텔링 마케터


그가 입사한 후 1년 반 여의 시간은, 책에서 배운 마케팅과 실무는 확연히 다르다는 깨달음의 연속이었다. 아이디어가 아무리 창의적이어도 한정된 자원과 예산 속에서 실행 가능한지 체크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미디어 사업부에서 미국 지역 홈시어터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는 그는 마케팅 전략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4P(Product, Price, Place, Promotion)의 전방위를 공부하고 있다. 상품 기획과 제품 개발에 함께 참여해서 소비자의 기호를 반영하고, 가격을 조정하는 것은 물론 홍보∙광고 전략을 고민한다. 심지어 베스트바이Bestbuy와 월마트Wal-mart 등 유통업체들과의 관계 유지에도 힘쓰고 있다.

그는 문득 “영화관에서 영화 상영 전에 나오는 광고 본 적 있으세요?”라고 질문을 던졌다. “그 광고를 보고 나면 내용이 기억에 남으세요? 아니면 영상 속의 어떤 배우가 떠올라요?” 그는 그저 배우의 인상만이 남는다는 대답에 기다렸다는 듯 매서운 눈빛으로 말을 이어갔다.

요즘 그게 바로 문제인 것 같아요. 정보 과잉의 시대이다 보니까 사람들이 광고나 캠페인을 봐도 재밌다면서 그냥 넘어가는 거죠. 그 원인은 명쾌한 메시지를 전달하지 못하는 데 있다고 생각해요. 마케팅은 단순한 엔터테인먼트가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판매를 늘리는 수단이 되어야 하잖아요. 그래서 저는 명료하게 한 단어, 한 문장, 한 그림만으로도 제품의 가치를 소비자에게 전달하고 각인시킬 수 있는 명쾌한 마케팅을 하고 싶어요.

최근 그는 <스티브 잡스 무한 혁신의 비밀>이라는 책을 읽은 뒤, 즐기며 일한다는 게 어떤 것인지 배웠다. 잡스는 돈과 명예를 좇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자신이 만든 제품을 통해 사람들이 편의를 느끼고 행복해할 모습을 상상하며 자기 일을 즐겼다. 그렇게 주어진 일을 즐기며 행복한 마케터가 되고 싶다는 그의 순항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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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신만의 style로 살아가시는 모습에 많은 깨달음을 받고 갑니당!
  • 황태진

    @박상영 기자 저희 럽젠만 봐도 그걸 알 수.......??..........있나..........
  • GMA의 회사생활이 궁금했었는데 좋은 기사였습니다.
    정재욱님의 발전적인 행보를 기대해봅니다
  • 럽젠집착남

    @홍지훈, 즐기며 일한다는 것 저 또한 그 점이 무척이나 부럽습니다.
    @Eunny,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마케팅은 언제나 소비자 입장에서부터 출발하는 것 같아요.
    @조오련, 조오련님 댓글 보고 사진 다시 자세히 봤네요. ㅋㅋ
    @김해라, 10년 20년 뒤에는 '리더의 빽투더 20s'에서 볼 수 있게 되면 좋겠네요. :-)
  • 잘읽었습니다. 무엇보다 자신이 하는 일에대한 열정이 느껴져서 부럽네요. 즐겁게 일하는 것 같아 보기 좋네요. 즐기는 것이 모든 노력을 이긴다는데, 10년 뒤 20년 뒤의 모습이 기대되네요~^^
  • 마케팅의 본질을 꿰뚫고 있는 것 같습니다. LG의 핵심인재물로 거듭날 앞날이 기대됩니다.
    그런데 두번째 왼쪽 사진은 전혀 다른 분 같아요ㅋ
  • 자신의 꿈과 미래를 위해 계획하고, 열정을 가지면서 즐겁게 일한다는 모습이 참 보기 좋은 것 같네요. 그리고 무엇보다 항상 어떤 일이든지 그냥 지나치지 않고 꼼꼼하게 관찰하고, 그것을 근간으로 진짜 소비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정재욱님의 진짜 마케터의 모습- ^^ 이 시대에 왜 진짜 마케팅이 중요한지를 다시 생각하는 기회가 된 것 같습니다.
  •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히 가지고 미래를 설계해 나가는 모습에서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프로페셔널함과 더불어 자신의 분야를 즐길 줄 아는 정재욱 씨의 앞으로가 더욱 기대됩니다. 열정이 느껴지는 인터뷰 잘 보았습니다.
  • 진장훈 기자님. 기사 자주 들어와서 지켜보는데 글 참 잘 쓰십니다. 힘내시길!
  • 럽젠집착남

    @박상영 기자, 마케팅을 생각할 때 자동적으로 창의성과 차별성의 기준으로만 판단하곤 했는데... 정재욱 씨와의 인터뷰 이후에 마케팅의 근본적인 이유가 뭔지 다시금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생생한 묘사가 돋보이는 털상영 기자님의 플로잉을 따라갈 순 없죠. ㅋㅋㅋ
  • 박상영

    엘지는 외모순으로 신입사원 뽑나요! 후달달ㅋㅋ 하긴 저희 럽젠만봐도 그걸 알 수.....? '명쾌한 마케팅'이라는 단어가 와닿는 인터뷰였습니당. 역시 진짱 기자님은 참 잘써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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