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총무팀 장정훈

“멸치 국수 한 그릇 먹고 시작하죠.”
배가 든든해야 말이 나온다는 것이 인사를 대신한 그의 첫 마디였다. 국수를 마는 동안 여기저기서 얼굴 좀 보자는 친구의 전화가 북새통이었다. 여의도 트윈 타워에서의 두 번째 만남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나가는 차장님과 동기들의 인사로, 인터뷰를 이어가기 어려웠다. 그는 참 진한 사람 냄새를 풍기는 사람이다. 그리고 이내 그의 넉살은 엄살도 뛰어넘은 달란트임을 깨달았다.

면접 노하우? 호기심을 갖게 하라

드라마 <한지붕 세 가족>의 ‘순돌이’를 닮은 친근한 외모의 소유자였지만, 그는 던진 질문에 대해 날카롭고 분명한 대답을 이어갔다. 그의 입사 과정은 ‘빈 칸’에 가깝다. 대학 생활의 ‘스펙’은 화려하지 않았으며, 한 달여의 중국 단기연수 외에 유학 경험도 없다. 그 흔한 인턴 경력? 없었다. 토익 점수도 타 지원자보다 상대적으로 낮아서 번번이 면접 때마다 공격을 받았다.

면접을 볼 때마다 토익 점수에 대해 질문을 받았어요. 그때마다 전 면접관에게 되물었죠. ‘만약 회사에서 정한 토익 점수 기준이 있다면, 두 달 안에 만들겠습니다!’라고.

그는 면접관이 자신을 호기심 때문에 뽑았을 거라고 우스갯소리로 말했다. LG화학의 PT 면접 때였다. 당시 지원자에게 주제를 제시하고 OHP 용지에 적어 발표하는 형식이었다. 대다수는 발표할 내용을 글로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반면, 마지막 발표자였던 그는 크고 단순한 그래프를 떡하니 그렸다. 글로 설명을 써놓지도 않은 채.

면접관의 호기심을 유발하려는 의도였죠. 일부러 빈틈이 많아 보이게 해서, 면접관이 그를 파고들게 하려고 했어요. 결국, 제가 예상한 질문이 쏟아졌고 오히려 면접을 침착하게 리드할 수 있었어요.

면접에 골인한 그는 현재 LG화학 총무팀에서 사회공헌 활동 분야와 도급계약, 예산 등의 관리를 맡고 있다. 특히 청소년과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공헌 활동을 펼치며 보람을 느끼고, 지역사회 자원봉사 등을 통해 직접 봉사도 하면서 사람 사이의 깊은 정을 나누고 있다.

세상과 사람, 그 모두에 부딪혔다

면접 하나를 잘 봤다고, 취업의 문을 쉽게 뚫었을 리 없다. 그의 내공이 숨겨져 있던 것. 부산에서 학창시절을 보내고 대학 생활을 위해 홀로 상경한 이후 단란주점, 대리기사, 막노동 등 과격한 아르바이트는 닥치는 대로 다 해봤다. 어린 나이에 경험한 그 일은 그를 일찍 철들게 했다. 게다가 그런 사회 경험을 통해 사람을 대하는 법도 배웠고, 돈 버는 것이 쉽지 않다는 걸 몸소 느꼈다. 20대를 되돌아보면 참 힘들었을 법도 하지만, 그는 지난 20대를 오히려 행복했다고 추억하고 있었다.

힘들었던 기억은 없어요. 당시에는 조금 힘들었을지 몰라도, 다 극복했으니까요. 앞으로 살면서 더 감당하기 어려운 일을 많이 마주할 텐데, 20대에 겪은 일로 엄살떨면 안되죠.

그는 26세 때 처음으로 비행기를 탔다. 학교에서 보내준 중국 단기 어학연수가 바로 그것이다. 이는 방학 동안의 짧은 일정이기 때문에, 대부분 간단한 중국 회화나 중국 문화를 체험한다는 생각으로 임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넉살 좋은 그는 그 짧은 기간에 중산대(中山大)에 재학 중인 중국인 친구를 사귀어 축구 시합을 주선하기도 했다. 어느 날이었다. 같은 조 사람과 시내에 나갔다가 밤이 되어 숙소로 돌아가려는데 길을 잃었다. 대중교통 수단도 끊긴 시간이었다.

난감했죠. 조원이나 저나 중국어를 잘하지도 못했으니까요. 제 손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챙겨갔던 중국 여행 회화책이 있었어요. 몸짓, 발짓까지 총동원해서 길을 물어 몇 시간 만에 돌아왔던 기억이 나네요.

그 특유의 사교성과 넉살에 교수님까지 혀를 내두른 적도 많다. 마지막 수업 당시 클래스를 담당한 교수가 중국 대학으로 편입할 생각이 없느냐고 말할 정도로, 그는 단기간에 중국어 실력이 늘었음은 물론 교수와 동기와의 거리를 대폭 줄였다.

좀 더 이기적으로 살기

밤부터 새벽 늦게까지 계속된 인터뷰 가운데, 그는 갑자기 서울을 훤히 내려다보고 싶지 않으냐고 물었다. 머리가 복잡하거나 마음을 재충전하고 싶을 때 가끔 오는 자신만의 장소로 안내했다. Eagles의 <Desperado>음악을 들으며 갔던 와룡 공원. 하늘과 공원 사이, 그 언저리에서 그의 조언은 이어졌다.

이기적으로 살라고 하고 싶어요. ‘Selfish’한 삶을 살라는 말과는 다른 의미인데요. 남 눈치 보지 말고, 주변 환경 탓이나 쓸데없는 걱정은 뒤로 한 채 자신의 뜻대로 모든 결정을 하라는 말이에요. 철저히 자기중심적인 결정과 실천. 그래야 나중에 후회하지 않거든요. 주위 사람에게 휩쓸리고 본인의 중심을 잃게 되면, 나중엔 잘 안될 때 남의 탓이나 하게 될 테니까요. 잘 돼도, 못 돼도 내 탓. 그쪽이 마음이 편하지 않아요?

음악은 반복 재생되고 있었다. 뚜벅뚜벅 걸어 올라가는 그의 뒷모습과 음악과의 분위기는 무척 절묘했다. “It may be raining. But there is a rainbow above you.” 그의 뒤를 따라 걸으며, 이런 좋은 장소를 알게 됐다는 기쁨에 저절로 미소가 띠었다. 그리고 언젠가 이곳에 오게 된다면, 그가 했던 말을 되새길 테다. “엄살떨면 안 돼.”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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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기 기자님들이 벌써부터 활동을 하고 계시네요~ ^^
    16기와 17기 기자분들의 글들이 혼재되어 있어 만감이 교차합니다.
    저만 그런지... -.-;
  • 럽젠집착남

    @형진 기자님, 오르지 못할 나무를 쳐다보라!!
    제 좌우명이기도 한 이 말. 그 무엇이든 항상 욕심내세요.
    저도 그럴거고요! 화이팅!
  • 럽젠집착남

    @정식 기자님, 기사에 인간적인 모습이 잘 묻어났다니 다행입니다.^^
  • 럽젠집착남

    @상영 기자님, 생생한 면접기 잘 써먹으세요.
    손가락은 님이 더 예쁘세요.
  • 으헣

    이기적인 삶이라... 자기 자신의 꿈에는 욕심을 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ㅎㅎ
  • 엄PD

    면접에 필요한 실질적인 정보와 장정훈씨의 인간적인 모습이 잘 묻어나네요^^ 기사 잘 읽었어요~
  • 박상영

    이야. 면접기가 생생하네요. 기사 잘 읽었습니다. 손가락이 참 예쁘시네요 기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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