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LG디자인경영센터 디자이너 박우석

디자이너라면 타고난 재능을 지녔을 거라 치부하기 쉽다. LG전자 박우석 연구원은 뛰어난 감각을 기반으로, 자신이란 허들을 뛰어넘길 두려워하지 않는 무법 정신으로 입사의 문턱을 넘었다.

꿈틀거리는 행동, 열정의 또 다른 이름

그는 LG디자인경영센터에서 HE 홈 엔터테인먼트 부서에 있다. 주된 업무는 LCD TV팀에서 제품을 디자인하는 것. 외모에서부터 디자인적인 감각으로 도배된 듯한 그는 의외로 평범했던 신입생의 무용담과 남자들 수다의 일등공신인 군복무 시절의 이야기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복학 후 그의 판도는 달라졌다. 실천력으로 똘똘 뭉친 학생이 되어버린 것. 당시 하고 싶은 것을 다하고 자신을 평가하기엔 시간이 너무 짧게 느껴졌기에, 학교 커리큘럼과는 별개로 늘 6개월 단위의 치밀한 계획을 짰다. 그 실천력의 대가였을까. 화려한 수상실적과 풍부한 경험을 얻은 것은 물론, 무엇보다 자신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아무것도 안하고 고민만 하기보다는, 무엇이든 고민을 줄이고 일단 지원부터 했어요. 떨어지면 왜 떨어졌는지 조언을 구했고, 붙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봤죠. 일단 실패한다는 생각 자체를 안한 것 같아요. 어려우면 어려운 대로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죠. 그렇게 계속 시도하다 보니, 무엇이든 방법은 있더라고요. 결국 능력의 문제라기보다는 적극성의 차이가 아니었을까 싶어요.

학생시절 누구나 생각하는 유학도 고려해봤고, 개인 스튜디오를 구상하며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았던 그는 기회가 오면 바로 잡으려고 늘 달리고 있었다. 이 가운데 그에게 못 먹는 감은 존재하지 않았다. 더구나 찔러나 보자는 식의 가벼움 역시 더더욱 없었다. 국내외 공모전에 도전하는 것을 비롯해 CF 미술팀의 경험, 전자제품의 리뷰어 활동 등 진지하게 자신의 실력을 스스로 평가하는데 서슴지 않은 결과 2009년 LG전자 입사에 골인하게 되었다.

세계적인 디자인 시상식의 영광이 부끄러운 이유


그는 입사 전인 대학교 3학년 시절, 이미 세계 3대 공모전인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red dot design award(이하 레드닷)와 아이에프 디자인 어워드iF design award(이하 아이에프), 그리고 아이디어 디자인 어워드IDEA design award(이하 아이디어)의 수상 경험을 갖고 있다. 시상식에서 세계의 내로라하는 디자이너와의 만남은 물론 수상한 작품이 당당히 전시되는 영광까지 얻었다.

사소한 관점에서 시작한 그의 출품작은 세계인의 상상력을 자극시켰다. 평소 디자인하면 좋겠다고 생각한 소화기를 통해 레드닷을 놀라게 하고, 디자인과 학생의 필수품인 프린터기가 책상을 차지하지 않도록 걸이형 프린터기로 아이에프를 뒤흔들었다. 아이디어에 출품한 작품은 환경에 관심이 많은 형에게서 영감을 얻었다.

각 물건의 바코드에 있는 재질에 대한 정보를 이용해 분리수거를 간편히 할 수 있는 쓰레기통을 디자인한 것. 한 기업에서도 버거운 이 같은 업적을 자랑스러워할 법한데, 그는 이 같은 사실에 다소 부끄러운 듯 붉은 낯빛을 내비쳤다. 과거의 영광에 묻혀 거만해지기 싫고 현재에 집중하고 싶은 것이 그의 요지였다.

내 감각이 최고라는 확신보다는 나 같은 일개 학생도 시도하면 높게만 보이는 상을 탈 수 있다는 걸 알았어요. 그리고 세계의 다른 학생도 만나고 다른 문화를 접하면서 계속 자극을 받았죠. 저를 발전시킬 수 있는 좋은 경험이었고 물론 영광스럽다는 생각은 들어요. 하지만, 지금 그걸 앞세우며 나갈 생각은 없어요. 입사는 곧 리셋reset의 시작이고, 새로운 출발점이니까요.

사람과 사람, 정답 있는 디자인으로 가는 길

평소 LG전자에서 나오는 트롬 세탁기의 디자인을 좋아했던 그는 현재 자신처럼 누군가가 좋아할 제품의 디자이너가 되었다. 그의 디자인에 영감을 주는 것은 무엇일까? 그는 생활 그 자체라고 잘라 말한다. 평소 그래픽이 강한 뮤직비디오를 보고, 전자음이 강한 헤비한 음악을 들으면서, 화려한 색감을 제품에 입혀보는 등 감성을 디자인에 묻어나도록 고민에 빠진다. 개인의 취향이 존중되는 자유로운 회사 분위기도 그의 상상력에 일조한다. 누에라를 쓰거나 팬츠를 잔뜩 내려 입는 동료도 있다. 오늘은 깔끔한 편이라는 그의 패션 역시 비비드한 오렌지 컬러의 스니커즈와 레오퍼드 후드 아우터, 그리고 큐빅 귀고리까지 예사롭지 않았다.

처음엔 직장 동료와 한 식구가 되는 게 가장 큰 목표였어요. 마음 맞는 좋은 사람과 함께 호흡을 맞추니 디자인을 더욱 잘 살리고 싶은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디자인엔 정답이 없어요. 각기 다른 취향을 가진 이들이 모여 정답에 근접해가기 위해 팀웍이 중요하죠. 물론 그 이전에 저 먼저 괜찮은 사람이고 싶고요.

항상 궤도를 달리 하는 그의 목표는 현재 디자인의 정석을 마련해 제품의 컨셉트를 잡는 것이다. 세월이 지나 다시 봐도 그때 어떻게 생각했는지 의심이 들만한 디자인을 만들고 싶다는 당돌한 포부였다. 덧붙여 아직 갈 길이 멀었다고, 이 목표는 몇 십 년이 걸릴지 모른다는 그의 말에 세상의 진리는 변치 않음을 실감한다. 가장 강한 적은 자신이라는 세월이 준 명언 말이다.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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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 너무 깔끔하고 예쁜 디자인들의 물건들이네요*ㅗ* 특히 소화기는, 별달리 제가 필요하지도 않은데 갖고 싶다는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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