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티크 런던, 백 년의 유산

런던에는 시간이 물려준 역사들이 숨어있다. 먹는 것, 입는 것, 보는 것 등 모두 역사와 전통을 간직하고 있는 런던, 백 년 이상의 시간을 버텨온 상점들의 문턱을 넘어본다.
앤티크한 어느 건물의 벽. 같은 모양의 꽃 문양이 새겨져 있고 그중 어느 하나의 꽃 문양 가운데에 천으로 만든 꽃 브로치가 붙어 있다. 사진 오른쪽에는 ‘앤티크 런던 / 백년의 유산’이라고 쓰여 있다.

Since 1797 : 200년의 페이지가 깃든 서점, Hatcahrds bookshop

셰익스피어의 작품부터, 세계를 들었다 놓은 해리포터까지 계속된 영국 문학의 역사처럼 오래된 서점이 있다. 바로 피카딜리 광장에 있는 해차즈 서점이다. 이곳은 1797년에 지어진 후 오랫동안 자리를 지켜왔다. 216년의 역사가 깃든 만큼 다양한 책과 그리고 사람들이 모여들기로 유명하다.
해차즈 서점의 외관 간판 모습. 검은색 가게 앞에 건물과 수직으로 검은색 간판이 걸려 있다. 직사각형의 판 위에는 Hatchard Booksellers since 1797 이라고 필기체로 쓰여 있다. 사진 왼쪽 위에도 ‘since 1797’이라 쓰여 있다.
3층으로 된 서점에 쭉 뻗어있는 목재 계단은 이 서점의 세월을 고이 간직한 가장 큰 구조물이다. 구석구석을 누비면 낡은 소파와 카펫도 역사를 증명하는 소품으로 자리잡고 있다. 중후한 분위기 속에서 수많은 책들을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으로, 영국에서 가장 오래된 서점이라는 타이틀은 괜히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단순히 많은 책을 전시해놓은 서점에 지나지 않고, ‘새로운 발견’ ‘낯선 작가의 발견’과 같은 코너를 통해 책과 작가를 발굴하여 소개하는 역할도 끊임없이 해왔다.

해차즈 서점의 내부 모습들. 위 사진은 오래된 서점임을 증명하듯 낡은 목재문이 서 있는 모습으로, 어두운 갈색 벽이 있고 그 가운데 오래된 나무 색의 문이 서 있다. 아래 사진은 벽 높은 곳에 달려 있는 조명으로, 스탠드처럼 튀어나와 있는 조명인데 금색이고 오래된 느낌을 준다.
역사를 증언하듯, 과거에 영미문학의 대표적인 작가 오스카 와일드도 책을 찾기 위해 줄곧 이곳에 들렀으며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 <댈러웨이의 부인> 속에도 이 서점이 등장했다. 런던 사람들뿐만 아니라 런던을 찾는 방문객들도 이 서점을 빼놓지 않고 찾게 하는 이유다. 또한, 두꺼운 양장본이나 절판되어가는 책들은 모두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고 한다.

책은 곧 사람의 기록이다. 영국에서 가장 오래된 서점은 곧 오랜 기록들이 숨쉬는 곳이기도 하다. ‘100년 이상 된 책들’의 코너에서는 실제로 100년 이상이 된 아주 낡고 모서리부터 닳아가는 책들을 직접 만져볼 수 있다. 그래서 실제로 해차즈 서점을 ‘살아있는 책 박물관’이라고 부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서점 특유의 고풍스러움에 자칫 젊은 독자들의 외면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 해차즈는 온라인 서점도 운영하며 남녀노소를 불문한 독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영국 문학의 역사와 함께 숨쉬고 있는 시간만큼이나 소개할 책들이 더 많다. 가죽이 다 벗겨져 가지만 편안한 쇼파에 앉아 책을 읽을 수 있는 여유를 제공하는 이 곳에서, 피카딜리 광장을 가득 채운 사람들의 바쁜 발걸음도 이곳에서 잠시 머뭇거릴 것이다.

해차즈 서점의 내부 모습. 왼쪽 사진은 책장이 양 옆으로 늘어서 있고 가운데에는 바깥 도로가 보이는 큰 창문이 있으며 창문 아래 소파가 놓여 있는 모습이다. 창문 너머로는 맞은편 건물과 지나가고 있는 버스가 보이고 소파 앞에는 읽을 책을 쌓아둔 타원형의 테이블이 놓여 있다. 오른쪽 사진은 다양한 책들이 나열되어 있는 작은 테이블 하나가 보이고, 그 뒤 벽에는 다소 나이든 영국 남자로 보이는 인물의 초상화가 액자 속에 걸려 있다.

Location 187 Piccadilly London W1J 9LE, 피카딜리 서커스역에서 나와 피카딜리 거리 방향으로 가면 5분 만에 발견할 수 있다.
Open Monday to Saturday 9:30-19:00, Sunday 12:00-18:00
Tip! 영국 티를 맛볼 수 있는 ‘포트넘 앤 메이슨’과 가까우니, 책을 구입한 뒤 차를 사러 가도 좋은 경로에 있다.
Since 1871 : 멈출 수 없는 달콤한 맛, 베이커리 Maison Bertaux

메종 베르토의 외관 모습. 푸른색으로 칠한 가게 외관이 보이고, 앞으로 늘어진 줄무늬 지붕에는 ‘Maison Bertaux’라고 쓰여 있다. 가게 앞에는 오래된 느낌의 나무 테이블들이 진열되어 있고 이 앞에서 한 커플이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오른쪽 아래에는 ‘Since 1871’이라 쓰여 있다.

이곳에는 “가장 맛있는 케이크가 무엇인가요?”라고 물으면 머리를 긁적이며 “다 맛있어서 고르기가 힘드네요.”라고 말하는 점원이 있다. 베이커리 ‘메종 베르토’엔 그럴만한 이유를 가진 케이크, 타르트들이 즐비하다. 디저트 문화가 발달된 유럽권에서도 이미 맛집으로 정평이 나있다. 개장한 1871년 이후, 테이블마다 달콤한 냄새를 풍기며 늘 그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건 오로지 ‘맛’에 있었다.

메종 베르토의 다양한 베이커리류. 왼쪽 위에는 케이크와 타르트를 진열해둔 선반을 촬영한 것으로, 선반은 쇼윈도 앞에 전시되어 있고 다양한 종류의 케이크와 타르트가 보인다. 오른쪽 위 사진은 그 중 하나를 클로즈업한 것으로, 원형의 케이크 접시 위에 초코 크림과 딸기, 빵 등이 잔뜩 올라간 케이크 하나가 있고 한 조각 잘려 있는 모습이다. 왼쪽 아래 사진은 위에서 본 케이크 한 조각과 치즈 케익 위에 초코가 한 겹 덧대어진 케이크 하나가 사이좋게 작은 접시 위에 담겨 있는 모습. 오른쪽 아래 사진은 파이를 구워 원형 접시에 담고 나머지는 직사각형 모양으로 잘라 기름종이 위에 올려둔 모습이다.

베리 종류를 상큼하게 얹어 만든 조각 케이크과 고소한 파이 종류는 이 가게의 단골 메뉴다. 보는 즐거움으로 시작한 달콤함은 입 속까지 빠르게 전달된다. 그날 한 가지의 메뉴가 다 팔리면 다음 날을 기약해야 하기 때문에, 서둘러 자신의 입맛에 맞는 파이나 조각 케이크를 찾는 것이 좋다.

메종 베르토의 야외 테라스로 보이는 테이블 위에 놓인 각 음식을 촬영한 사진. 왼쪽은 파란색 테이블 위에 딸기 듬뿍 타르트가 포크, 나이프와 함께 놓여 있다. 타르트 빵 위에 딸기가 3층 정도 쌓여 있다. 오른쪽은 수제 커피가 호리병 모양의 유리컵 위에 담겨 있는 모습.

다리 길이가 맞지 않아 휘청거리는 테이블, 페인트칠이 벗겨져 가는 의자에 앉아 맛보는 달콤함은 더욱 독특하다. 가게 안에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는 인테리어, 낮은 천장과 좁은 실내는 요즘 들어 쉽게 볼 수 있는 베이커리나 카페와 사뭇 다른 분위기다. 나만 찾게 되고, 나만 먹을 수 있다는 기분을 주는 건 이 가게만이 가진 매력일 수도 있다.

가게 안의 여러 모습들. 왼쪽 사진은 카운터 옆 책장으로 보이는 곳을 찍은 것으로, 책상 위 3층 정도 높이의 선반에 다양한 액자, 와인병, 꽃병, 유리병 등이 빼곡히 놓여 있는 모습이다. 책상 아래에는 선반을 비추는 스탠드, 커다란 와인병, 전화기, 카드 결제기가 놓여 있다. 오른쪽 위 사진은 어느 테이블 모서리의 페인트가 벗겨진 모습을 클로즈업해 찍은 사진. 오른쪽 아래 사진은 가게 내부 모습을 찍은 것으로 조그만 테이블이 제각기 놓여 있고 벽에는 다양한 가면 그림 액자가 걸려 있다.

들고 다니던 카메라를 잘 간수하라는, 친절한 주인의 한 마디는 메종 베르토에 별 호감이 없던 손님도 다음을 기약하게 만든다. 부와 명성을 쫓아 장사를 했다면 역사는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어떤 노부부는 여름에 한 번, 겨울에 한 번, 케이크를 먹기 위해 노르웨이에서 날아온다고 하니 맛의 비결은 국적을 불문하고 늘 매력적이다.

Location 28 Greek Street SOHO London, 토트넘 코트로드 역에서 차링 크로스로 직진하다, 로밀리 거리로 쏙 들어가면 파란 간판이 한 눈에 보일 것이다. 코벤트 가든이나 레스터 스퀘어에서도 무척 가깝다.
Open Monday to Saturday 09:00-22:30, Sunday 09:00-20:00
Tip! 내가 먹고 싶은 케이크가 동이 날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온라인으로 시간에 맞춰 주문할 수가 있다. www.maisonbertaux.com
Since 1856 : 아직 다 부치지 못한 역사, 우표상점 Stanley Gibbons

스탠리 기본스 우표상점의 외관. 영국 오래된 상점에서는 잘 볼 수 없는 통유리로 된 가게 외관에는 Stanley Gibbons 라는 갈색 간판이 걸려 있다. 하얀색으로 칠해진 내부 선반과 외부 기둥 덕에 깨끗해 보인다.

그 나라의 역사를 알려면 우표를 봐야 한다. 시대적으로 영위를 떨쳤던 인물이나, 화제가 되었던 사건, 그 시대만을 상징할 수 있는 심볼을 담아내는 것이 우표이기 때문이다. 1856년에 만들어진 우표상점 스탠리 기본스는 우표 딜러의 이름을 빌려 만든 상점이다. 영국의 모든 우표 역사를 한 눈에 전시해놓은 이곳엔 오래된 순서부터, 어떤 위인이 그려졌느냐의 차이로 매겨진 값을 보는 것이 흥미롭다.

또한 흥미로운 사실은 우표에 대해 ‘Gibbons Stamp’라는 잡지를 월마다 발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표로 잡지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우표의 역사가 가지고 있는 역사적 의미가 깊으며 단순한 우표 그 이상이 있다는 것과 같다. 실제로 런던의 부유한 사람들은 경매를 통해 값비싼 우표를 사들이거나, 가치가 희귀해질 우표를 미리 사 재테크 형식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진열되어 있는 우표의 모습들. 왼쪽 사진은 메리 여왕을 형상화해 만든 우표가 가로로 네 개, 세로로 2줄 총 8개가 붙어 진열되어 있다. 오른쪽 사진은 영국의 역대 여왕 초상을 나란히 세워둔 것으로, 한 판넬 위에 이들의 초상화가 순서별로 진열되어 있다.

스탠리 기본스 우표 상점의 여러 모습들. 가장 위 사진은 스탠리 기본스 잡지 발행본을 진열해둔 사진이다. 가운데 백조 우표가 하나 크게 그려져 있고, 위에는 Stanley Gibbons monthly라고 쓰여 있다. 가운데 사진은 가운데 사진은 영국 왕실 문장의 하나로 사자와 말이 양 옆에 서서 영국 왕실을 보호하는 듯한 문장이 벽에서 입체적으로 튀어나와 있는 모습을 찍은 것. 아래 사진은 비행기 관련 우표를 한데 모아두고 ‘100 airplanes’라고 테마를 지어 놓았다.
편지를 보내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도 충분히 소식을 전할 수 있는 시대가 오면서 우표는 점점 밀려나게 되었다. 하지만 밀려나면서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 아닌, 오히려 지금까지 발행되어온 우표들의 희소성이 커짐에 따라 우표는 더 이상 역사만을 의미하게 되지 않았다. ‘제2의 화폐’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우표는 경제적인 도구로도 이미 활용되고 있었다.

이 우표 상점은 우표를 다양하게 전시를 하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해 볼만 하다. 나라별 역사적 가치가 큰 우표들을 모아놓은 전시대나, 나라별 우표 수집 책을 판매하기도 한다. 또한, 테마별 우표들을 전시하고 있는데, 이를 테면 ‘왕, 여왕, 비행기, 올림픽’등 한 가지의 테마를 가진 각국 여러 나라의 우표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하지만 매년 우표 발행 매수가 점점 줄어들고, 이대로 사라질 수 있을 우표에 대해 걱정하는 스탠리 기본스는 특정한 날에 기념할 수 있는 우표나, 경제적 원리와 개념을 이용한 화폐가치의 우표, 우표 잡지를 통해 역사와 가치를 알릴 수 있는 일들을 연구하고 있다.

이제 집 앞 문구점에서도 우표를 취급하지 않는 시대가 왔다. 그런 의미에서 스탠리 기본스는 이미 사라져가고 있는 것을 가치 있는 것으로 회복시키고 있다. 단 한 장의 우표로 인해 얼마나 많은 역사들이 바뀌었을까? 그 가치를 기억하고 고마워 할 줄 아는 이 역사적 우표 상점에 앞으로의 시대를 새롭고 값지게 기념할 다양한 우표들로 또 채워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Location 399 Strand, London, Greater London WC2R 0LX 코벤트 가든 역에서 템즈강 방향으로 가다 Strand 거리로 진입하면 바로 찾을 수 있다.
Open Monday to Saturday 09:00-17:00
Tip! 자신이 태어난 해의 우표를 갖는 건 런던에서 행운을 북돋아주는 것이라고 하니, 눈 크게 뜨고 자신과 동갑인 우표를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전통이 숨쉬는 런던, 앤티크한 런던의 매력을 느끼셨나요? 역사는 시간이 물려준 소중한 유산! 여러분이 여러분만의 시간을 흘려 보내고 있는 지금, 모래로 흐르는 시간을 엿볼 수 있게 준비한 모래시계를 드립니다. 기사에 관한 자신의 소감이나 느낌을 댓글로 들려주세요. SNS 링크 주소를 포함한 애정 어린 댓글을 꼼꼼히 선정하여 흐르는 시간을 선물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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