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더너와 함께 차, 차, 차!
영국인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보편적인 수십 개의 키워드. 그중 영국인의 ‘생활’에 초점을 맞춘 키워드를 추려본다면 대표적인 몇 개의 단어를 만날 수 있다. 영국 길거리에 즐비한 클래식 자동차들, 오후의 여유를 완성하는 애프터눈 티, 그리고 일상 속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축구까지. 런던 속 영국인들의 일상 속 평범함은 어떠한 자리를 스쳐 지나가는지, 그 발자국의 흔적을 뒤쫓아 보았다.
Car _ 시간을 거스르는 멋진 낡음의 집합소, 런던 자동차 박물관
남자라면 누구나 자동차에 관한 로망 하나쯤은 갖고 있기 마련이다. 벤틀리, 롤스로이스, 재규어 등 많은 명차 브랜드를 탄생시키며 세계 자동차 산업의 번영을 함께한 영국의 국민들이라면 더더욱 그럴 터. 젊음의 자태를 뽐내는 신형 모델이 거니는 영국의 도로 위엔, 동시에 그 기품을 당당히 뿜어내며 제 갈 길로 묵묵히 향하는 클래식 자동차들 역시 존재한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묻어난 외형적 변질은 오히려 그 안에 얼마나 많은 시간과 귀중한 추억이 깃들어있는지를 짐작하게 해, 되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게끔 한다.
유럽 전체에는 30년 이상의 소위 ‘역사적인 자동차’가 공식적 통계로만 1백50만 대가 넘게 굴러다니고 있다. 영국을 비롯해 유럽 각지에서는 이미 클래식 자동차가 한자리에 모이는 여러 축제 또한 꾸준히 개최되고 있다. 클래식 자동차라 함은 이미 지나버린 구형 혹은 구식 모델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그동안의 추억과 가치가 함축되어 있는, 소중한 문화상품 혹은 예술품으로서 거듭 진화하는 것이다.

두말 필요없이 ‘BMW’시리즈라고 생각해요. 거리를 다니며 조금만 유심히 관찰해보면 영국사람들 역시 ‘BMW’를 많이 선호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죠. 이유가 뭐냐고요? 저는 BMW란 브랜드가 가진 ‘믿음직함’(reliable)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주행성, 승차감, 안정성, 정숙성 모두가 뛰어나거든요. 디자인은 말할 것도 없고요. BMW의 모델들은 하나같이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멋이 드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인 것 같아요.
– 스티븐 H Stephen (70, 무직)
어린 시절, 온종일 땅바닥에 앉아 한 손에 쥐어지던 자동차 장난감에 푹 빠져 놀던 기억이 있는가? 그러한 당신이라면, 기억 속 웅크리고 있던 그대의 향수를 강렬히 불러일으킬 공간을 소개한다.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클래식 자동차들의 집합소, 바로 런던 헤이즈에 위치한 ‘런던 자동차 박물관(LONDON MOTOR MUSEUM)’이다. 런던 자동차 박물관은 1930년부터 지금까지 미국과 유럽 각지에서 온 220여 개 이상의 클래식 자동차가 모여있는 런던 유일의 자동차 박물관이다. 또한 동시에 유럽 내에서 유일하게 커스텀 카(사용자의 기호에 맞게 개조한 자동차)들을 수집하는 전시회이기도 하다.
런던 자동차 박물관은 크게 5개의 구역으로 나누어진다. 헐리우드 영화 속 자동차들의 콜렉션인 ‘Movie Cars’, 옛 추억에 흠뻑 젖게 만드는 ‘Muscle Car Alley’, 배트맨의 배트카 변천사를 볼 수 있는 ‘Bat Cave’, 화려한 슈퍼카들이 가득한 ‘Supercar Paddock’, 그리고 자동차에 예술을 덧댄 ‘Supercar Workshop’까지. 이 드넓은 공간은 자동차에 대한 그리움을 간직한 사람들에겐 유쾌한 반가움을,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겐 마음의 여백 한 켠에 차에 대한 새로운 꿈을 심어준다. 그 옛날의 자동차들을 직접 만나다 보면 마치 추억이 환생하듯, 사회 속 찌들어있던 위장의 웃음 대신 본연의 순수한 감동과 상쾌한 미소 그대로가 우리의 마음을 채우게 한다.
런던 자동차 박물관은 주기적인 유지보수 및 관리를 통해 사람들의 소중한 추억들이 절대 훼손되지 않도록 철저히 방지하고 있다. 특히 이 곳은 수제 자동차용품 업체인 스위스백스(SWIISSVAX)의 후원을 통해 자동차에 관심이 많은 일반인이나 혹은 자동차 관련 기업체 사람들이 직접 전시 차량의 수리 및 세부장식을 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의 기회를 제공한다. 이와 더불어 자동차 전문 유명 사진작가들로부터의 자동차 관련 사진촬영 기술에 대한 개인별 지도 교습 역시 박물관 데스크에 문의를 통해 직접 신청할 수 있다.
헤이스 & 힐링턴(Hayes & Harlington) 기차역 오르막길을 따라 걷다 처음 나오는 사거리에서 좌회전 후 약 20m 앞에 있다.
Price 성인 30파운드, 학생 20파운드
Open 매일 오전 10시 ~ 오후 6시 (크리스마스를 제외한 연중무휴)
Tip 사전 온라인 예매는 성인의 경우 7.5파운드, 학생의 경우 5파운드 할인이 가능하다.
Tea _ 점심의 끝자락엔 언제나 애프터눈 티, 리쇼Richoux
프랑스 사람들이 와인을 마시고 독일 사람들이 맥주를 마실 때 영국 사람들은 차(Tea)를 마신다고 할 만큼 영국인들의 차에 대한 애정은 각별하다. 얼 그레이나 루이보스 티 등의 다른 많은 차들이 존재하지만, 그중 가장 많은 대중적 사랑을 받는 것은 단연 ‘홍차’(Black Tea)이다. 세계 홍차 소비량의 약 50%가 영국의 몫이라고 하니, 그들이 생활 속에서 얼마나 쉽고 간편히 홍차를 즐기며 살아가는지 알 수 있다.
영국인들에게 있어 차는 하루의 시작과 끝을 함께하는 존재다. 이른 아침을 여는 얼리 모닝 티(Early Morning Tea)를 시작으로 브랙퍼스트 티(Breakfast Tea), 일레븐지즈(Elevenses), 런치 티(Lunch Tea), 디너 티(Dinner Tea) 등 시간에 따라 마시는 홍차도 각기 다른 이름으로 불린다. 특히, 영국인들이 하루 중 빼놓지 않고 꼭 챙기는 티 타임은 오후 3시 ~ 5시 사이의 ‘애프터눈 티’이다. 애프터눈 티는 단지 기호 음료를 마시는 순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차를 마심과 동시에 그들은 가식이 존재하지 않는 사교의 시간을 갖는 셈이다. 찻잔과 접시가 짤가닥 부딪치는 소리 속, 도란도란 오고 가는 대화에는 편안하고 단란한 공기만이 맴돌게 된다.
럽젠 Q : 평소에 애프터눈 티를 자주 즐기시나요?
물론이죠. 저는 거의 매일 차를 마십니다. 일반적으로 영국 사람들은 차를 마시기 위해 굳이 카페를 가거나 하지 않아요. 가정이나 회사처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즐기는 편이죠. 또한 차의 브랜드 역시 따지지 않고요. 저 같은 경우에는 가끔 오후에 야외 미팅이 있는 경우에는 티 카페에 미리 예약을 하고, 그 곳에서 애프터눈 티를 마시며 얘기를 나누곤 하죠. 제게 있어 차는 생활의 필수요소라고 할 수 있어요.
– 팀 제프리 Tim Jeffery (39, 회사원)
럽젠 Q : 런던의 애프터눈 티 플레이스, 추천해주세요.
조금 비싸더라도 정말 분위기 있는 티타임을 한 번쯤은 가져보는 것도 좋아요. 런던의 켄싱턴 가든 안에 있는 오린저리(Orangery)라는 유명한 티 룸(Tea-Room)을 추천해드려요. 실내의 고풍스런 장식, 아름다운 바깥 풍경, 그리고 먹음직스런 디저트들까지. 그야말로 아름다움과 황홀함이 가득한 곳이랍니다. 가장 영국답고 고급스러운 티 카페를 체험하고 싶다면 꼭 가보시길 권하고 싶네요.
– 줄리안 웨세맨 Juliane Wesemann (35, 주부)
애프터눈 티는 이름 그대로 점심과 저녁 사이의 특정시간 대에만 마실 수 있는 것이 보통의 경우다. 하지만 애프터눈의 시간제한을 받지 않는 조금은 독특한 티 카페, 피카딜리 서커스 부근에 위치한 ‘리쇼(Richoux)’가 있다.
리쇼는 1909년을 시작으로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카페 겸 레스토랑이다. 오래됨을 새로움으로 덧칠하지 않고 커피라는 신문화의 습격에도 흔들리지 않고 본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채 꿋꿋이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리쇼를 찾는 사람들 중 오직 차만 마시러 오는 경우는 드물다. 대개 먼저 식사를 끝낸 후 추가로 디저트나 차를 주문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리쇼에선 리쇼만의 차를 포함하여 다양한 차를 맛 볼 수 있다. 리쇼 블랜드, 리쇼 얼그레이와 더불어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아쌈, 다질링, 건파우더 그린, 자스민 그린 등 그 맛과 종류가 다채롭다.
티와 함께 조금은 허기진 배를 채워줄 가벼운 식사까지 하고 싶다면 ‘리쇼 트래디셔널 티’(Richoux Tradtional Afternoon Tea)를 추천한다. 베이비 스콘과 함께 샌드위치, 파티세리, 과일 케이크의 풍부함을 모두 맛볼 수 있다.
단순히 차만 원하거나 깔끔한 디저트를 원하는 이에겐 ‘리쇼 크림 티(Richoux Cream Tea)’가 적절하다. 리쇼 크림 티를 주문하면 좌측의 사진처럼 본인이 주문한 차를 포함하여, 콘월 지방의 코티드 크림과 함께 쫄깃한 베이비 스콘, 그리고 리쇼만의 달콤한 딸기잼이 제공된다.
그린 파크(Green Park) 역에서 피카딜리 서커스(Picadilly Circus) 역 방향으로 약 150m 거리.
Price 리쇼 트래디셔널 애프터눈 티(Richoux Tradtional Afternoon Tea) 1인 기준 18.5파운드 / 2인 기준 34.5파운드, 리쇼 크림 티(Richoux Cream Tea) : 10.5파운드
Open 월요일 ~ 토요일 : 오전 8시 ~ 오후 10시 30분, 일요일 : 오전 9시 ~ 오후 11시
Tip 멤버쉽 카드인 ‘리쇼 로열티 카드’를 사전에 신청하면 계산된 총 가격의 10%를 할인받을 수 있다.
Soccer _ 가슴을 울리는 공의 메아리, 클럽 스타디움 & 역사관
세계 유명 축구리그 중 하나인 EPL(잉글리시 프리미어 리그)의 고장이자 150여 년의 축구 역사를 자랑하는 나라, 영국. 한때 축구는 영국에서 속물적인 스포츠로 여겨지기도 했으나, 오랜 세월 속 사람들과 함께 부둥키며 현재는 영국인의 삶 그 자체가 되었다. 모든 영국인이 축구를 즐기는 것은 아니지만, 크리켓이나 골프, 럭비 등의 다른 스포츠보다 대중성과 그 영향력이 월등히 높기 때문에 그들에게 있어 축구란 대표 국민운동이나 마찬가지다.
영국 축구는 사람들의 공동체 의식과 더불어 적대적 정서를 동반한 치열한 경쟁 문화가 있었기에 지금까지 튼튼히 지탱되어 올 수 있었다. 보통 지역 주민들은 단순히 관람을 통한 간접 체험에서 나아가 직접 아마추어 팀을 만들어 정기적인 회의까지 하는 남다른 열정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그들만의 독특한 관습은 프로 선수들이 뛰는 1부 리그에서부터 무려 24부 리그까지 내려가는 영국 축구만의 촘촘한 시스템의 밑거름이 되었다.

당연히 클럽 팀의 전용구장이죠. 좋아하는 선수의 유니폼을 입고, 두건을 두르고, 자리를 방방 뛰며 함께 응원가를 부르는 것보다 즐거운 일은 없을 거예요. 같은 팀을 응원한다는 것만으로도 처음 보는 옆의 영국인들과 매우 친해질 기회가 생기기도 하죠. 그리고 구장의 박물관 역시 가 보시길 바랍니다. 자신이 미처 알지 못했던 클럽의 새로운 매력을 가슴 깊이 느끼실 수 있을 테니까요. 참고로 저는 아스날의 팬이랍니다. 이왕이면 아스날 구장으로 가보시길 추천해드릴게요. (웃음)
– 아데라요 Aderayo (28, 학생)
‘단언컨대’ 축구 경기장은 일상의 갈증을 해소시키고 일탈의 짜릿함이라는 전율을 선사하는 데 가장 적합한 공간이다. 런던에서 가장 쉽게 갈 수 있는 클럽 팀의 구장으로는 아스날 역 인근에 있는 아스날 FC의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이 있다. 아스날 FC는 영국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높은 브랜드 가치를 가진 팀이기 때문에, 경기가 있는 날이면 이곳은 경기를 보기 위한 사람들의 줄로 늘 인산인해를 이룬다.
경기를 놓친 관광객들이나 팬들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경기가 열리지 않을 때는 스타디움 투어를 진행하기도 한다. 구장 투어를 하며 TV에서만 보던 구장의 전경, 감독과 선수들이 앉던 벤치, 그리고 선수 전용 그라운드 터널과 선수들이 실제 사용하는 드레싱 룸, 팀 욕실, 재활설비 등의 모든 시설들을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할 수가 있다. 특히 해당 구장 클럽의 팬이라면 더더욱 가슴 깊은 설렘과 감동의 떨림이 오랫동안 가시지 않게 된다.
클럽의 스타디움이 현재의 열기를 감지할 수 있는 곳이라면, 클럽의 박물관은 바로 현재 이전까지의 아스날 팀에 대한 모든 족적을 살필 수 있는 유일한 장소이다. 팀의 창단과 첫 경기에서부터 수상과 트로피, 역대 감독, 전설적인 선수, 추억의 소식들까지 클럽의 모든 자국이 고스란히 남겨져 있다. 일반적으로 역사가 깊은 웬만한 프로 팀이라면 해당 구장에 클럽의 역사관 역시 존재하기 때문에, 클럽 박물관은 팀의 골수팬이라면 반드시 한 번쯤은 들르게 되는 곳이기도 하다.
사실 영국의 축구 문화가 살아 숨쉬는 곳은 비단 경기장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시내에서 쉽게 마주칠 수 있는 수많은 펍(Pub)에서도 영국인들의 축구에 대한 애정을 엿볼 수 있다. 발 디딜 틈도 없이 모여 서서 맥주 한 잔을 마시며 열광적으로 각자의 팀을 응원하는 모습은 영국을 처음 방문한 이방인에겐 예기치 못한 신선함과 즐거움을 선물한다. 장소가 어디든 골 하나로 내뱉는 아쉬움의 탄식과 금세 날아갈 듯한 환호를 지를 수 있는 공간적 조건만 충분하다면, 그곳이 영국축구의 잇 플레이스임은 자명하다. 같은 기쁨, 같은 슬픔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영국인의 축구 사랑을, 영국인의 스포츠 그 자체를 몸소 이해할 수 있는 최고의 행운이자 최적의 장소일 테니까.
아스날(Arsenal) 역 아래 드레이턴 파크(Drayton Park)를 따라 도보로 약 5분 거리.
Price 성인 기준(박물관 투어 포함) 레전드 가이드 투어는 35파운드, 가이드가 없는 일반 오디오 투어는 17.5파운드
Open 월요일 ~ 토요일 : 오전 10시 30분 ~ 오후 6시, 일요일 : 오전 10시 30분 ~ 오후 4시 30분
Tip 레전드 가이드 투어는 가격이 더 높은 대신 아스날 팀에서 은퇴한 축구선수가 직접 가이드를 해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