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너의 차가운 변심

작열하는 태양. 아스팔트 위로 피어 오르는 아지랑이. 여기저기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에 식을 줄 모르는 이마. 성큼 다가온 여름, 이열치열에 몸보신이랍시고 뜨끈한 보신탕 한 그릇 먹으려 해도 도저히 이 날씨에는 안 되겠다. 따끈한 맛이 그립지만 몸에서는 냉기를 원할 때, 따뜻한 음식을 향해 냉랭하게 등을 돌려보자. 바로 여기 무더위를 정복하기 위해 옷을 바꿔 입은 음식들이 있다! 온탕과 뜨거운 안녕을 하고 냉탕으로 들어가 몸을 식힌 냉정한 음식 탐방기.

차가운 국물마저 끝내주는 냉우동, ‘댕구우동’

냉우동을 판매하는 홍대 ‘댕구우동’의 간판. 나무판자로 된 외관에 동그란 옆 간판이 걸려있다. 빨간색 바탕에 흰색으로 ‘댕구우동’ 쓰인 글자가 예사롭지 않다.
“국물이 (꿀꺽) 끝내줘요!”
국물이 ‘살아’있다던 어느 우동의 광고처럼 우동의 참맛은 뜨끈한 국물로부터 오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댕구우동의 냉우동을 만나는 순간 국물 맛의 소중함을 다시금 느끼게 된다. 온도는 전혀 중요한 게 아니었다.
왼쪽은 ‘댕구우동’의 마스코트인 캐릭터. 빨간 얼굴에 흰 머리와 수염을 한 할아버지가 긴 코를 내밀고 있다. 가운데는 네모난 일본식 나무 그릇에 담긴 자루우동, 오른쪽은 동그란 검은색 우동 그릇에 담긴 히야시우동. 이른바 찍어 먹는 우동이다.
면이 굵은 정통 일본식 우동인 사누끼 우동이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올 즈음 ‘댕구우동’도 문을 열었다. 처음에는 일본식 우동을 잘 못 먹는 손님들을 보고 ‘댕구우동’만의 육수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한국사람 입맛에 맞는 냉우동. ‘댕구우동’의 ‘댕구’는 사누끼 지방의 잡신을 뜻한다고 한다.
빨간색 뚝배기에 담긴 냉우동. 왼쪽은 일반 우동과 비슷한 모습의 우동 사진이고, 오른쪽은 냉우동을 한 젓가락 들어 올린 모습이다.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하진 않지만 언뜻 보기에도 시원한 모습에 군침이 돈다.
평범한 듯 특별한 ‘댕구우동’의 국물. 그냥 국물만 차가운 보통 우동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보통의 우동보다 깊고 깔끔하다. 국물의 맛을 조절할 수 있는 비법 아닌 비법을 고추냉이에서 찾을 수 있었다. 고추냉이가 맵지 않아서 한번, 두 번 반복해서 뿌리면 그때마다 맛이 변한다. 처음에는 메밀국수의 국물처럼 장국의 느낌이 강했다면 고추냉이를 넣으면 넣을수록 국물의 풍미가 더욱 진해진다. 고추냉이의 향은 살리되 진하거나 맵지 않고 산뜻한 맛이다. 거기에 두꺼운 면발은 어찌나 쫀득한지, 아삭아삭한 오이 고명과 함께 씹으면 팔색조의 식감이 입안에 번진다.

Location 홍대역 2번 출구에서 도보로 5분 거리. 청기와예식장 골목에 위치해 있다.
Price 냉우동 6천원, 자루우동 6천원, 히야시우동 8천원
Open 오전 11시 30분~오후 3시, 오후 5시 30분~밤 9시 30분. 매주 토요일 휴무
Info 02-333-9244
Tip! 차가운 우동과 고소하고 바삭한 튀김이 함께 나오는 세트메뉴가 제일 잘 나가~
맛있게 맵다! 눈물 쏙 빠지게 알싸한 냉짬뽕, ‘마담밍’

왼쪽 사진은 ‘마담밍’의 외관. 검은색 바탕에 빨간색 줄을 그은 간판 배경이 먼저 강한 인상을 풍긴다. 그 위에 정직한 글씨로 그저 ‘마담밍’이라고 적혀 있다. ‘마담밍’의 내부. 중국식 전등과 한자가 흘림체로 쓰여 있는 벽의 기둥이 그럴싸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짬뽕이라 함은 뜨겁고 얼큰한 국물에 쫄깃한 면발이 매력 포인트 아니었던가? 그런데 이 집의 인기메뉴는 짬뽕 냉면, 즉 냉짬뽕이다.

술과 매운 요리를 좋아한다는 사장님. 어느 날 해장음식 중에는 왜 뜨거운 요리밖에 없는지 의문을 품게 됐다고 한다. 중국요리 중에는 왜 차가운 요리가 없는지에 대한 의문도 함께. 매콤한 짬뽕으로 속을 풀고 싶은데 땀을 뻘뻘 흘리며 먹고 싶진 않았다고. 그래서 개발해낸 것이 바로 냉짬뽕, 짬뽕 냉면이다. 아찔하게 매운 짬뽕의 맛은 그대로 살리되 국물은 시원하다 못해 냉랭하고 독하게 만들어진 것이 바로 ‘마담밍’의 냉짬뽕이다.
냉짬뽕을 먹는 순서를 나열해 놓은 사진 4장.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마담밍’만의 양념이 가득한 모습, 젓가락으로 양념을 섞는 모습, 무순과 주꾸미를 곁들여 한 젓가락 듬뿍 집어 올린 모습이 찍혀 있다.
2004년에 우리나라 최초로 특허를 받은 ‘마담밍’의 냉짬뽕. 비주얼은 언뜻 보기에도 아주 맵다. 살얼음이 동동 떠 있다는 것과 고명이 푸르다는 것 이외에는 여느 짬뽕과 다른 것이 전혀 없다. 하지만 그 작은 차이가 짬뽕을 입안에 넣는 순간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해준다. 너무 매운데 국물은 차갑다. 뜨거움과 매운맛이 공존한다면 헥헥거리며 차가운 물을 찾겠지만 냉짬뽕을 먹을 땐 찬물을 찾기가 왠지 민망하다. 그럴 땐 단무지 한입 꽉 베어 물거나, 군만두와 함께 먹는 것도 하나의 방법.
왼쪽은 그릇에 담긴 냉짬뽕과 바삭한 군만두의 모습. 오른쪽은 군만두를 반으로 잘라 속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바삭한 튀김옷에 꽉 들어찬 소가 먹음직스럽게 보인다.
‘냉’ 면이라 그런지 면발이 그대로 숨 쉬고 있는 냉짬뽕. 특히 오이, 새우, 무순 고명과 함께 씹을 때의 식감은 예술이다. 언뜻 쫄면 같기도 하지만 쫄면의 쫀득함과는 또 다른 꼬들꼬들함이 먹는 내내 입안을 자극한다.

Location 선릉역 2번 출구로 나와서 카페베네가 보일 때까지 쭉 직진. 카페베네 후문에서 바로 보인다.
Price 냉짬뽕(짬뽕 냉면) 6천원, 게살볶음밥 6천원, 군만두 개당 1천원
Open 오전 11시 30분~밤 9시 30분. 매주 일요일 휴무
Info 02-567-6992
Tip! 매운 것을 못 먹는 사람과 동행할 때는 게살볶음밥을 시켜주면 된다
만두의 차가운 변신, ‘우리집만두’

넓은 스테인리스 그릇에 냉만둣국이 담긴 모습. 수북이 쌓아올린 음식에 빨간색 방울 토마토와 오이채, 달걀 지단으로 고명을 얹었다.
위 사진은 숟가락에 냉면을 돌돌 말아 올리는 모습. 아래 사진은 숟가락 위에 소담하게 담긴 냉면에 국물을 적시는 모습이다. 보기만 해도 입안에 군침이 돈다.
추운 겨울날 따끈한 만둣국을 떠올리기는 쉽지만, 아마 더운 여름날 만둣국을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냉만둣국은 거기서 시작되었다. 여름에 잘 팔리지 않는 헛헛한 만두. 사장님은 만두가 여름에도 만날 수 있는 음식으로 만들기 위해 시원함의 대명사 냉면을 떠올리셨다고 한다. 따뜻한 만두에 시원한 육수를 부어 여름에도 만둣국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든 것이 냉만둣국이다.

‘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뜨겁게’처럼 만두의 겉은 차갑고 속은 뜨겁다. 찜통에서 두 번 쪄낸 만두에 차가운 육수를 부었기 때문. 차가운 만두를 생각해 미간을 찌푸렸다면 걱정 마시라. 갓 쪄낸 뽀송뽀송한 만두와 소면 위에 살얼음 낀 차가운 국물을 부은 것이 바로 냉만둣국이다. 만두는 여전히 따뜻하게 남아있으니 극심한 괴리감에 빠지지 않아도 된다.

냉만둣국의 가장 큰 매력 두 가지는 시원한 국물 맛과 만두의 맛이다. 12시간 이상 숙성시킨 밀가루 반죽을 사용해 쫄깃하고 얇은 만두피는 매일 아침 정성스레 빚어진다. 그 속에 갖가지 영양소가 가득한 김치 소로 꽉 채워지니 맛 또한 알차다. 국물은 또 어떤가. 동치미 국물과 양지 육수를 적절히 배합해 만든 국물은 보통의 냉면의 육수와 비교불가다.

동글동글 노릇하게 구워진 군만두 4개. 시원한 국물과 함께 군만두를 먹어도 색다른 식감을 경험할 수 있다.
언뜻 빙수처럼 보이기도 하는 냉만둣국의 위엄이 보이는가? 육수를 끓여낸 뒤에 식히면서 얼려야만 빙수 같은 살얼음이 나올 수 있다. 살얼음 빙산 안에 숨겨진 만두와 소면은 생각지 못한 등장이라 다른 어떤 빙수보다도 새로운 느낌을 준다.
올망졸망한 군만두도 색다른 묘미를 더하는 포인트! 일반 냉동만두가 아닌 직접 빚은 김치 손만두를 깔끔하게 튀겨내 담백함을 더했다. 군만두 한입 베어 물고 육수 한입 들이키면 느끼함조차 전혀 느껴지지 않으니 의외의 조화다.

Location 신논현역 5번 출구로 나와 우리은행이 보일 때까지 직진. 우리은행에서 좌회전해 걷다보면 미니스톱이 나온다. 거기서 50m가량 직진하면 도착
Price 냉만둣국 7천원, 김치군만두 7천원
Open 24시간 영업하고 일요일 아침 9시에는 문을 닫는다. 그리고 월요일 아침에 다시 오픈
Info 02-557-3903
Tip! 해물만두전골을 제외한 모든 메뉴가 포장 가능해 맛있는 김치만두, 군만두를 집에서도 먹을 수 있다. 하지만 냉만둣국은 포장하지 않는 게 더 좋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다 알 수 있는 사실.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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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냉우동 맛있겠당..흐흐 원래 우동을 별로 안 좋아하는데 냉우동은 한번 먹어보고 싶네요.. 별미일 것 같어...ㅎㅎ
  • 고은혜

    읽으면서 내내 차가운 만둣국을 상상했어요. 어떨까 너무 궁금해요ㅎㅎ 당연히 뜨겁게 먹던 것들을 차갑게 먹으면 그 맛도 굉장히 다르게 느껴질 것 같아요. 그럼 반대로 차가운 음식을 뜨겁게 먹으면? 예를 들어... 빙수 녹여 먹기? 펄펄 끓는 동치미? 푹푹 삶은 샐러드...? 헉 이건 아닌 듭;;; 여튼 온도를 바꾸다니, 정말 색다른 발상의 전환이네요ㅋㅋㅋㅋ
  • 이제 장마가 끝나고 폭염이 시작되다고 하던데..
    비가 많이오는날 우동한그릇 먹을걸~ 하는 아쉬움이 밀려오네요 ㅠ
    비좀 더 내리게 해주세요~~!!!!^^
  • 한창 ㅂㅐ고플 이시간.........으아.....너무마싯겟어욤 ㅠㅠㅠㅠㅠㅠ 보기만해도 시원해지네요 ㅎㅎ
  • 김경현

    냉짬뽕으로 해장하고 싶어지네요ㅜㅜ거기에 냉만두로 속까지 시원하게 채운다면+_+
  • 와우...냉만두라니!!보기만해도 시원해지네요 유용한정보 잘 봤습니다!!
  • 민성근

    차가워진 음식의 맛이 전혀 어색하지 않고 더 매력적일 것 같아요. ㅎㅎ 냉만두는 특히 ㅠㅠ 위의 리스트 중에서 제가 싫어하는 음식은 하나도 없네요 ^^ㅎㅎ (꿀꿀!)
  • 유이정

    오늘 날이 진짜 무척 엄청 더웠었는데요. 저 이거 보고 요기 갈뻔했어요 ㅋㅋㅋㅋ 유진기자님의 네비대로라면 무더운 여름 냉랭하게 즐길 수 있을 것 같아요 ^_^ 댕구우동 이름 넘 귀여워영 ㅎㅎ 냉짬뽕은 비쥬얼 쵝오 ㅎㅎ 무엇보다 냉만둣국 국물에 군만두가 제일 먹고 싶어요!ㅠㅅㅠ 아쉬운대로 외쳐보는 만두만두만두만두!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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