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림트는 사실 빈의 마법사였는지 모른다

빈을 사랑했고, 빈의 사랑을 머금은 금빛 클림트의 나이별 독백들.

타임머신이 가동되었다. 2012년 현재로부터 100년 전 즈음으로 맞춰진 시각은, 체코의 카프카와 오스트리아 클림트의 체취가 그득그득한 가상 인터뷰의 현장으로 일각에 데려다 주었다.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의 신개념 이동 인터뷰, “반갑습니다. 잘 지내셨지요?”

‘마법이 마르지 않는 경이로운 도시’. 누군가는 빈을 이렇게 말했다지 그 마법이 마르지 않는 도시에 사는 난, 어쩌면 마법사일지도 몰라. 많은 사람이 내가 그린 그림에 빠져, 내가 태어난 지 1백50년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날 기억하고 있는 걸 보면 말이야. 이제 와 생각해보면, 유난히 금색을 좋아했던 이유도 마법사의 본능적인 끌림이 아니었을까? 금빛 화려한 마법을 가능하게 했던 바로 여기,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에 온 걸 환영해!

학창 시절에도 잘나가던 클림트 in 빈 대학교University of Vienna

내 나이 19세. 나이는 어리지만, 빈에서 꽤 잘나가는 작가야. 난 빈의 응용미술학교에서 그림을 배우고 있는데, 같은 학교에 다니는 남동생과 프란츠 마치라는 친구와 붙어 다니며 재미있는 학창시절을 보내고 있지. 우리 3명은 마치 1명이 그린 것처럼 비슷한 그림체를 갖고 있어서 대형 작업도 자주 하는 편이지. 글쎄, 얼마 전에는 한스 마카르트(바로크 양식과 역사화로 유명했던 19세기 빈의 대표적인 화가)의 작업을 완성하라는 주문도 들어왔는데, 그분의 그림을 이어 그릴 수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아 한동안 구름 위를 붕 뜬 기분으로 지냈어. 난 정말이지, 행운아임이 틀림없어!
그나저나 이곳, 빈 대학으로 온 이유는 따로 있어. 이번에 빈 대학에 지어질 신축 건물에 의학, 철학, 법학의 세 학부에 대한 그림을 그리라는 주문을 받았기 때문이야. 난 이번 작업에서 파격적인 장면들을 넣어볼 생각이지. 예를 들면 임신한 여자를 나체로 그리는 식이랄까? 클라이언트가 꽉 막힌 어른이어서 과연 좋아할지 의문이긴 하지만∙∙∙ 난 이제까지 한대로 그리고 싶은 걸 그리면서 살 것이라고!

* 이후, 실제로 클림트가 빈 대학교에 그린 3점의 학부 그림은 많은 지도층의 분노를 샀고, 2차 세계대전 때 소실되어 지금은 그 자리만 남아있다.

Location   지하철 U2을 타고 SCHOTTENTOR역에 내려서 ALSER STRASSE 방면으로 도보 3분, 빈 대학 정문 앞
Info   www.univie.ac.at
작업하는 수다쟁이인 클림트 in 카페 뮤제움Cafe MUSEUM

뮤제움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카페야. 20대의 중반을 달리는 내가 시도 때도 없이 들락거리는 곳이지. 요즘 한국에도 카페 문화가 잘 발달하였다고 들었는데, 그것참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어. 카페에서 작업 구상하는 건 정말 멋진 일이기 때문이지. 난 작업구상 외에도 이곳에서 친구들과 철학, 문학, 예술 등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곤 하는데, 그 중 소개해 주고 싶은 친구가 있어 이번 기회를 통해 말할까 해. 그 친구의 이름은 에곤 실레, 그도 나처럼 화가야. 나이는 어리지만 배울 것이 아주 많은 친구로, 에로티시즘에 관해서는 가끔 나보다 한 수 위라고 생각하는 보석 중 보석이지. ‘에곤’과는 한번 만나면 멜랑게 한 잔을 옆에 두고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수다를 떨게 돼. 글쎄 남자들의 수다가 더 무섭다더니, 정말 옛말 틀린 거 하나 없지 않아?

* 클림트와 에곤 실레는 단순히 친한 친구 사이를 뛰어넘어 서로 존경하는 막역한 사이였다. 그들은 성과, 사랑, 죽음 등 관심사가 서로 같아 표현의 차이일 뿐 비슷한 소재를 다뤘다.

Location  지하철을 타고 Karlsplatz역에 내리자마자 (커피 냄새 풍기는) 바로 코 앞
Open  오전 10시~오후 7시
Price 기본 멜랑게, 카푸치노 4.4유로(약 6천5백원)
Info  http://www.facebook.com/CafeMuseumWien
분리파 동료와 함께한 클림트 in 제체시온Secession

벌써 37세라니! 빈 분리파의 회장으로 지낸 지 벌써 1년, 요제프 마리아 올브리히(그의 도움이 없었다면 지금의 제체시온 같이 멋있는 건물은 없었을 것), 오토 바그너, 에곤 실레 같은 분리파 동료와 함께 지은 제체시온도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어. 미술 비평가인 루트비히 헬베지가 선사한 좋은 글귀(“시대에는 그 시대의 예술을, 예술에는 자유를”)도 지붕에 새겨져 제체시온의 의미를 더욱 확고히 해주고 있으니, 이 얼마나 든든한 일인지! 무엇보다 더는 고리타분한 ‘노장’ 미술가의 따가운 눈초리에서 벗어난 삶에 난, 요즘 어느 때보다 자신감이 넘쳐.

* 실제로 제체시온의 출발은 성공적이었으나 1902년 열린 베토벤에게 헌정된 제14회 전시회를 기점으로 재정난을 겪게 된다. 그 이유는 바로 클림트의 그림 때문, 당시 클림트는 < 베토벤 프리즈 > 라는 작품을 전시회에 헌정했는데, 이 그림에는 당시의 가치관으로는 이해하지 못할 추한 모습의 나체 여성들이 그려져 있었고 결국 < 베토벤 프리즈 > 에 아무런 감동도 느끼지 못한 사람들은 클림트를 점점 멀리하게 된 것이다.

Location   지하철을 타고 Karlsplatz 역에 내려 제체시온Secession으로 가는 친절한 안내 표지판 참고
Open  오전 10시~오후 6시, 월요일 휴무 / 가이드 투어 토요일 오후 3시, 일요일 오전 11시
Price  일반 5유로(약7천원), 학생 4유로(약 5천5백원)
Info  http://www.secession.at
달콤함, 여자와의 유희를 즐기는 클림트 in 카페 데멜Cafe DEMEL

어느덧 인생의 반을 지나왔네. 45세란 나이가 내게도 올 줄 몰랐어. 나이는 들었지만, 왜 이리 어린아이의 입맛으로 돌아가는지! 단 음식이 그렇게 끌리는 거야. 정확히 말하자면! 빈에서만 먹을 수 있는 자허 토르테, 바로 마법의 초코 케이크가 시도 때도 없이 날 유혹하는 걸 어쩌나. 카페 < 데멜 >의 자허 토르테는 단연 최고의 디저트야. 왕실에 납품까지 한다고 하니, 더 무슨 말이 필요하겠어?
하지만, 내가 카페 < 데멜 >에 오는 이유는 이 자허 토르테 때문만은 아니야. 바로 영감을 얻기 위해서지. 이곳에 오는 여자들을 감상(?)하는 것은 작품 구상에 좋은 영향을 미치거든. 가끔 동행하는 여자 역시 이곳의 케이크와 커피를 한 번 맛보면 자신도 모르게 케이크보다 더 달콤한 미소가 지어져. 그 모습을 볼 때 난 일종의 희열을 느끼지. 아, 갑자기 올여름 잘츠카머쿠트의 가르다 호수에서 에밀리 플뢰게와 수영하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네. 나의 오래된 벗이자, 사랑하는 연인인 에밀리 플뢰게도 여기 카페 < 데멜 >의 자허 토르테를 참 좋아했었는데∙∙∙ 난 이렇게 혼자 앉아 먹고 있네.

Location  지하철 3호선 Herrengasse 역에서 도보 10분, 케른트너 거리 안에 위치!
Open  오전 10시~오후 7시
Price  기본 멜랑게 4.2유로(약5천8백원), 자허 토르테 6유로(8천원)
Info  www.demel.comt
산책하는 클림트 in 벨베데레 궁전belvedere

내 삶에서 산책을 빼놓을 순 없지. 난 일이 잘 안 풀릴 때나 기분이 울적할 때면, 산책으로 자체 힐링을 시도하는 편이야. 작업실 또한 비밀의 화원 같은 느낌으로 정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이유지. 매년 자연의 싱싱함을 온몸으로 느끼기 위해 비교적 한적한 잘츠부르크나 장크트아가타 같은 지방으로 빼놓지 않고 휴가도 가곤 해. 물론 꿀 같은 휴가를 마치고 빈으로 돌아와도 날 반겨주는 산책 코스는 꽤 많이 있어. 그중에서도 빈 한가운데에 있는 이 벨베데레 궁전은 내가 즐겨 찾는 곳인데, 이곳의 매력은 아무도 찾지 않은 이른 아침에 진정으로 느낄 수 있어. 사이다보다 톡 쏘는 상쾌함이랄까? 울적함이나 나른함이 먼지처럼 사라지는 것을 느낄 때면, 새삼 자연이 가진 에너지가 대단하단 생각이 들어. 그뿐만 아니라 자연은 내게 없던 창의력도 생기게 하니, 나의 또 하나의 집이라고 할 수도 있어.

* 이미 잘 알려진 여자, 나체를 그린 그림 외 클림트 작품의 4분의 1은 풍경화다.

Location  트램D번을 타고 벨베데레 궁전Schloss Belvedere 역에서 하차 후 도보 1분
Open  평일∙일요일 오전 10시~오후 6시, 수요일 오전10시~오후9시, 월요일 휴무
Price  상궁 일반 9.5유로(약 1만3천원), 학생 7유로(약 1만원) / 하궁 일반 9.5유로(약 1만3천원), 학생 7유로(약 1만원)
Info  http://www.belvedere.at/

음악이 집중한 듯한 오스트리아는 사실 이뿐 아니라 모든 문화 예술에 초점이 맞춰진 나라였다. 올해 클림트 탄생 1백50주년을 맞은 이 예술의 나라는 온통 황금빛 물결로 가득하다. 빈의 곳곳이 그와의 에피소드를 경쟁하듯 쏟아내고 있는데, 이는 오스트리아인의 클림트를 향한 사랑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평생토록 진정한 사랑, 인간의 욕망을 갈구했던 클림트. 목소리 대신 그림으로 말하고자 했던 클림트. 공원에 굴러다니는 돌멩이 하나도 그를 아는 듯 반짝이던 그곳에서 클림트는 진짜 마법사였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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