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는 프라하를 좋아하지 않았다

어쩌면 감옥, 좋게 말해 애증이었던 프라하에서 들려준 카프카의 나이별 독백들.

타임머신이 가동되었다. 2012년 현재로부터 100년 전 즈음으로 맞춰진 시각은, 체코의 카프카와 오스트리아 클림트의 체취가 그득그득한 가상 인터뷰의 현장으로 일각에 데려다 주었다.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의 신개념 이동 인터뷰, “반갑습니다. 잘 지내셨지요?”

프란츠 카프카Franz Kafaka(1883-1924)

프란츠 카프카는 일생을 프라하에서 살면서 수많은 작품을 남겼으며, 지금까지도 프라하의 대표적인 작가로 남아있다. 만일 당신이 체코 프라하로 향하고 있다면,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 < 성 >을 추천한다. 프라하 성을 모티브로 쓴 이 작품은, 프라하의 더 깊숙한 곳을 바라볼 수 있는 눈이 되어준다.

나는 이 좁은 프라하에서 벗어날 수 없어. 프라하는 어쩌면 나에게 악몽과 같은 도시일지도 몰라. 비록 내가 태어나 죽기까지 모든 생애를 보낸 곳이지만, 아직 난 프라하가 낯설지. 무관심한 가족들, 나를 무시하는 아버지, 선택할 수 없는 삶∙∙∙ 이 모든 것이 프라하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난 이 도시를 사랑할 수 없어. 그리도 벗어나려고 했던 이유, 같이 다니며 들려줄게.

처절한 외로움의 카프카 in 프란츠 카프카 생가

난 이 건물 2층의 27호실에서 태어났어. 내 나이 5세인 지금, 우리 부모님은 매일 일만 하시느라 나에게는 관심조차 없지. 아버지는 거만하고 독선적인 사업가이고, 어머니는 아버지를 도와 하루에 12시간씩 일만 하고 계셔. 누구의 보살핌도 받지 못한 외로운 삶이란∙∙∙.
아버지는 작고 어린 나를 항상 무시해. 아버지의 욕심 덕분에 사업은 날로 번창하고 집은 부유해졌지만, 난 점점 외롭기만 하지. 제발 누구라도 내 옆에 있어주었으면 좋겠다. 내가 이후 두 번의 자살을 시도한 것도 모두 아버지 때문이었어.

Location   구시가 광장 내에서 성 미쿨라쉬 성당 뒤편 건물
아버지의 꼭두각시인 카프카 in 골츠 킨스키 궁전Palac Golz Kinskych

내 나이 18세. 난 골츠 킨스키 궁전에서 10세부터 공부를 하기 시작했지. 지금 아버지는 내가 상인이 되어 자신의 사업을 물려받기를 원하셨지. 하지만 난 그런 탐욕스러운 아버지를 닮고 싶은 생각도, 상인이 될 맘도 없었지. 나에게 실망한 아버지가 이곳에 날 입학시킨 거야. 그러고는 매일 “나는 그 어려운 환경에서도 이만큼 해냈는데, 부족한 게 없는 너는 왜 그렇게밖에 못하느냐”라고 쏘아붙이셨지. 어렸을 때도 지금도, 아버지는 정말 날 못마땅하게 여기셔. 물론 나도 그런 아버지를 좋아할 리 없지.
지금 다니는 학교는 독일계 인문 중∙고등학교야. 이 건물은 골츠 킨스키 궁전이라고 해. 이 학교에서 도대체 내가 뭘 배우고 있는 걸까? 선생님과 개인적으로 이야기하는 것도 금지하고, 맹목적인 존경만을 강요하는데 말이야. 배울 것도 없는 사람에게 존경하라 하다니, 제대로 된 학문조차 배우지 못하고 있어 너무 답답해. 하루빨리 대학에 가서 내가 좋아하는 문학과 예술을 배우고 싶어. 하지만 난 알고 있어. 내가 법학 공부를 할 거라는 걸. 아버지의 뜻에 따라서 말이야. 내 인생은 항상 이래 왔으니까.

Location  구시가 광장 내에서 틴 성당 바로 옆 건물
Open  오전 10시~오후 6시, 월요일 휴무
Price  일반 1백50코룬(9천원), 학생 80코룬(4천8백원)
Info  www.ngprague.cz, 현재 현대미술관으로 사용 중
문학적 자극 속의 카프카 in 카페 루브르Café LOUVRE

나는 이곳에서 친구들과 함께 많은 이야기를 나눠. 그건 나의 문학적인 자극으로 다가왔지. 루돌프 일로비, 시오니스트 후고 베르크만, 에발트 펠릭스 프리브람, 오스카 폴락. 내가 10대 시절에 학교를 다니면서 만났던 친구들과 함께 말이야. 지금 난 카를 대학교에 다니고 있어. 역시 독단적인 아버지의 뜻대로 법학을 전공하고 있지. 나에게 아버지는 일생 동안 벗어날 수 없는 올가미 같은 존재야. 아차차, 어두운 이야기는 그만 접기로 할게. 이곳에서 난 친구들을 만나고, 그들을 통해 작품에 대한 영감을 얻곤 해. 이 카페에서는 친구들을 만나는 것뿐만 아니라 얼마 전에 가입한 독서 토론회의 모임을 하곤 하지. 막스 브로트라는 친구와 니체에 관한 열띤 토론을 벌이기도 했고, 요즘은 브렌타노라는 철학자를 추종하는 사람들과 만나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 브로트 역시 그 중 한 명이야. 이런저런 사람을 만나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앞으로 내가 쓰고 싶은 작품에 대해 생각할 수 있어서 이 카페에 자주 들리곤 해. 물론 나와 반대되는 사람도 많고 그들을 보면서 답답함을 느끼곤 하지만, 그런 경험이 나의 사고를 다듬어주는 건 분명해.

Location   메트로 B선 Narodni Trida 역에서 도보 5분
Open  월~금 오전 8시~오후 11시 30분, 토~일 오전 9시~오후 11시 30분
Price  커피 40코룬(2400원)부터, 조각케이크 50코룬(3000원)부터
Info  www.cafelouvre.cz
법률 고문인 카프카 in 보헤미아 왕국 노동자 상해 보험회사

법률 고문으로 일한 날 알고 있을까? 이곳은 보헤미아 왕국 노동자 상해 보험 회사야. 매일 이곳에 출근해서 오후 2시까지 일하고 그 밖의 시간엔 글을 쓰고 있지. 내가 글을 쓴다고 해서 본업을 소홀히 하는 것은 절대 아니야. 나는 지금 내 직업이 무척이나 만족스럽거든. 얼마 전에는 안전 헬멧을 발명해서 상도 받았어. 내가 만든 헬멧 덕분에 노동자의 사망률이 많이 낮아졌다고 하더라고. 일하면서 많은 노동자를 만났고, 그들의 비참한 삶과 그들이 받는 가혹한 대우를 몸소 느낄 수 있었어. 이런 문제가 프라하 곳곳에 퍼져있지만, 나라의 관료라는 작자들은 모두 무시하고 자신들의 배만 채우느라 급급하지. 모든 문제는 자본주의에서 시작하고 있어. 난 자본주의도, 국가의 관료들도 모두 지긋지긋해. 이런 생각이 내 작품에 무의식적으로 반영되곤 하지.
대학에서 만난 브로트와는 지금도 계속해서 만나고 있어. 얼마 전에는 그 친구의 < 아놀드 비어 Arnold Beer >라는 작품을 보면서 < 판결 > 이라는 소설을 쓰기 시작했어. 또 그 친구의 소개로 펠리체 바우어라는 여자를 만날 수 있었지. 그녀는 베를린에서 일하고 있어서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편지를 통해 사랑을 나누곤 해. 난 브로트를 통해 그녀를 만났고, 브로트를 통해 집필한 < 판결 >을 그녀에게 사랑의 징표로 선물하였어. 브로트는 나에게 정말 소중한 친구야.

* 막스 브로트는 카프카의 사후, 그의 유작, 일기, 편지 등을 출판하여 카프카의 이름을 세계 문학사에 위대한 작가로 남길 수 있었다. 사실 카프카는 자신의 미완성 작품이 세상에서 빛을 보는 것을 반대하였다.

Location  Namesti Repubilky 역에서 구시가 광장 반대방향으로 도보 2분
Info  현재 Accor Hotel로 사용 중
작가로서의 카프카 in 황금소로 22번지Golden Lane N22

작품 활동에 매진했던 시기, 이곳은 나의 작업실이야. 지금까지 살아왔던 혼란스러운 시가지를 벗어나 작품을 쓰기 위해 이곳을 찾았지. 매일 이곳에서 밤늦게까지 글을 쓰고 구시가의 랑케거리 18번지에 있는 하숙집으로 돌아갔어. 나의 여동생이 빌려준 곳인데, 작업실로는 정말 안성맞춤이야. 공간이 협소하긴 하지만, 너무나 조용하고 아늑하거든. 내게는 정말 딱 맞는 집이야.
이 거리는 예전에 연금술사들이 모여 살았다고 해서 ‘황금소로’라고 부르고 있어. 황금이라는 이름과는 걸맞지 않게 골목이 비좁고 집도 조그맣지. 그러나 이곳에 사는 모든 사람의 열정만은 황금보다 더 빛나고 있어. 그 옛날, 연금술사들이 황금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했던 것처럼 나 역시 이곳에서 나의 작품을 끊임없이 갈망하고 있어.

Location  프라하 성 내의 황금소로 22번지 집
Open  4월~10월 오전 5시~오후 12시, 11월~3월 오전 6시~오후 11시(오후 6시 이후 무료입장)
Price  프라하 성 티켓에 포함 Longer Tour 일반 3백50코룬(2만1천원) 학생 1백75코룬(1만5백원) | Short Tour 일반 2백50코룬(1만5천원) 학생 1백25코룬(7천5백원)
Info  www.hrad.cz

Interviewer’s talk


프라하에는 카프카의 일생이 담겨 있다. 여행자에게 프라하는 낭만 그 자체였겠지만, 41년 간 고향을 거의 벗어나지 못했던 카프카에게 프라하는 감옥 그 자체였을 지도 모른다. 오죽했으면 프라하에 대해 자신을 놓아주지 않는 ‘맹수의 발톱을 가진 도시’라고 했을까. 비록 카프카의 프라하는 고통스럽고 잔인한 나날들이었겠지만, 그때 남긴 그의 흔적을 통해 프라하는 우리에게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카프카의 발자취를 따라 프라하를 걷는 순간, 당신은 또 다른 얼굴의 프라하와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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