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짓것, 백 년밖에 안된 가게

1백 년이란 억겁의 세월 동안, ‘100’이란 숫자가 무색할 정도로 더 큰 가치를 키운 가게가 있다. 오스트리아에선 널리고 깔린 게 1백 년 넘은 가게인데, 그 중 알짜만 골라 모아 여기 집합!

오바마 미 대통령 딸의 스노글로브는 어디에?

오리지널 비엔나 스노글로브 Original Viennese snowglobe
Since 1900 in 비엔나

때는 1900년, 비엔나의 의료 기기공 에르빈 페르치는 외과 의사의 부탁을 받아 전구를 만들고 있었다. 목표는 더 환한 수술실용 전구를 만드는 것. 에디슨 전구에 물을 채우고, 촛불을 앞에 놓고, 심지어 반짝이는 조각과 하얀 가루를 넣는 등 별의별 짓을 해 봤지만, 결과는 씁쓸했다.

그러나 그의 눈에 유독 띄는 것이 있었다. 바로 하얀 가루였다. 그의 눈에는 글로브 안의 하얀 가루가 마치 눈처럼 보였다. 그는 성당 미니어처를 워터글로브 안에 넣어 봤다. 최초의 스노글로브는 그렇게 탄생했다.

<오리지널 비엔나 스노글로브>는 올해로 3대에 걸쳐 1백12년이 되었다. 100년을 넘은 역사를 지닌 만큼, 가게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박물관 겸 가게의 규모가 그리 크진 않지만, 오스트리아에서는 유일할뿐더러 전 세계에서도 가장 오래된 스노글로브 가게다. 그 때문에 유명인사도 종종 찾아와 특별 주문을 요청하곤 한다. 이곳의 스노글로브는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의 취임식 파티에도 쓰였으며,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어린 딸에게도 특별한 선물이 됐다.

가게에 진열된 스노글로브는 제작에서 채색까지 100% 핸드메이드. 25mm와 45mm, 80mm, 120mm 총 4종류 크기의 스노글로브가 있으며, 글로브 안의 미니어처는 매우 다양하다. 가장 작은 스노글로브 하나를 만드는데 걸리는 시간은 자그마치 일주일. 글로브 안에 있는 물은 천연수 100%라 심지어 먹을 수도 있다(그렇다고 해서 직접 깨서 맛보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 가족들이 가업을 잇고 있기에, 제조 방법은 외부에 일체 알려지지 않아 비밀의 화원을 만난 기분이다.

Location WIENER SCHNEEKUGEL MUSEUM, Schumanngasse 87, 1170, Vienna
Price 입장료는 무료. 45mm 스노글로브 9유로
Open 월~목요일 오전 9시~오후 3시
Info +43-(0)1-486-43-41, www.viennasnowglobe.at, snowglobe@ano.at/spb@ano.at(Erwin Perzy Ⅲ)
< 카페 데멜 > VS <호텔 자허 >, 자허 토르테의 원조는 누구?

호텔 자허 Hotel Sacher
Since 1800 in 비엔나, 잘츠부르크, 그라츠, 인스부르크

“자허 토르테 먹어 봤어요?” 아마도 오스트리아를 다녀온 뒤 가장 많이 듣는 말일 듯. 자허 토르테는 오스트리아 초콜릿 케이크로, 한국에서도 널리 알려졌다. 서울 강남과 압구정 일대의 카페 메뉴에도 자허 토르테가 올라가 있을 정도니 말이다. 카페의 나라 오스트리아에서의 그 인기는 두말할 나위 없다. 비엔나에서도, 잘츠부르크에서도 <호텔 자허>의 입구마다 ‘기다림’은 필수다.

자허 토르테는 <호텔 자허>가 원조다. 이곳 자허 토르테 위에는 원조임을 증명하는 호텔 마크가 선명하게 찍혀 있다. 자허 토르테는 메테르니히 수상의 궁정 주방에서 일하던 16세의 도제인 프란츠 자허가 만든 것이 시초다. 어린 소년이 만든 이 음식을 한 번이라도 맛 본 귀족들은 자허 토르테의 늪에서 헤어나오질 못했다고 한다. 이후 유명한 황실 납품점인 <카페 데멜>에서도 자허 토르테를 만들었지만, 결국 <호텔 자허>가 소송에서 승리해서 원조의 영예를 안았다.

원조라는 이름값인지도 모르겠지만, 분위기, 서비스, 맛 역시 <카페 데멜>보다는 <호텔 자허>가 한 수 위로 느껴진다. 먼저 <호텔 자허>의 분위기는 고풍스럽고 아늑하다.(비엔나 점보다는 잘츠부르크점을 추천) 서비스 역시 호텔의 덕을 좀 봤다. 호텔 직원이 옷을 차려 입고 손님을 맞이하는데, 입구부터 대접받는 기분이다. 자허 토르테의 맛 역시 으뜸이다. <호텔 자허>의 자허 토르테는 꿀로만 만들기 때문에 설탕가루가 안 씹히며, 좀 더 자연스러운 고품격의 맛이다. 오스트리아에 갔는데 <호텔 자허>의 자허 토르테를 먹지 못했다면, 팥소 없는 찐빵을 먹은 것과 같다고나 할까?

Location Café Sacher Wien, Philharmonikerstrasse 4, A-1010 Vienna

잘츠부르크 Café Sacher Salzburg, Schwarzstraße 5-7, A-5020 Salzburg
그라츠 Café Sacher Graz, Herrengasse 6, A-8010 Graz
인스부르크 Café Sacher Innsbruck , Rennweg 1, A-6020 Innsbruck

Price 자허 토르테(STK. Sacher Torte) 4.90유로, 딸기 타르트(Erdbeerschnitte) 3.50유로, 핫초코(Heisse schokolad) 4.30유로, 카푸치노 3.70유로
Open 매일 오전 8시~자정, 잘츠부르크 월~토요일 오전 7시 30분~자정(일요일∙공휴일 휴무), 그라츠 월~토요일 오전 8시 30분~오후 10시(일요일∙공휴일 휴무), 인스부르크 매일 오전 8시 30분~자정
Info www.sacher.com, 빈 +43-(0)1–51-456-0, 잘츠부르크 +43-(0)662-88-977, 그라츠 +43-(0)316-8005-0, 인스부르크 +43-(0)512-56-56-26

주문했더니 돈가스만 덩그러이, 그러면 소스는?

피그밀러Figlmüller
Since 1905 in 비엔나

오스트리아인이 즐겨 먹는 ‘국민 돈가스’ 슈니첼. 오스트리아 여러 군데에서 슈니첼을 먹어 봤지만, 역시 비엔나의 유명한 맛집 < 피그밀러 슈니첼 >에는 뭔가 다른 맛이 있다. 1호점은 사람이 붐비는 탓에 1시간 반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는 비보를 접했는데, 이게 웬일? 문은 굳게 닫혀 있고, 휴가란다. 체념하려면 찰나, 눈에 들어온 한 줄기 빛 같은 안내 문구. “2호점으로 가세요.”

1백여 년 전, < 피그밀러 >는 작은 와인 선술집으로 비엔나의 핫 플레이스 중 하나였다. 가게에는 항상 많은 사람이 모였다. 이들은 수다를 떨거나 서로의 행사, 기념일을 축하하곤 했다. 이곳에서 파는 슈니첼은 일반 슈니첼과 달리, 얇지만 30cm 지름의 너비를 가진 것이 특징이었다. 피그밀러 슈니첼의 전통 비법은 자손 대대로 내려왔으며, 지금 4대째 운영 중이다.

얇지만 크고, 단출하지만 든든함. 이것으로 1백년 전통의 피그밀러 슈니첼을 설명할 수 있다. 처음에는 한국 돈가스와 달리 얇은 두께에 실망할 수 있지만, 28cm나 되는 크기가 배를 든든하게 채워준다. 슈니첼에 곁들여지는 기본 소스나 반찬은 없지만, 발사믹 소스가 듬뿍 뿌려진 감자 샐러드를 주문해 먹으면 있던 불만도 깡그리 사라진다. 주문 시 자기 위장의 크기를 냉철히 판단하되 양이 많은 편이라 슈니첼은 3인당 2개 정도를 주문하는 게 좋겠다.

Location 1호점 Figlmüller Wollzeile, Wollzeile 5, 1010 Vienna

2호점 Figlmüller Bäckerstraße, Bäckerstraße 6, 1010 Vienna

Price 1백년 전통의 피그밀러 슈니첼 13.90유로, 감자 샐러드와 야채 샐러드 각 3.80유로
Open 1호점 Figlmüller Wollzeile 매일 오전 11시~오후 10시30분

2호점 Figlmüller Bäckerstraße 매일 오전 11시 45분~오후 12시

Info www.figlmueller.at, 1호점 Figlmüller +43-1-512-61-77, 2호점 Figlmüller Bäckerstraße +43-1-512-17-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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