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오덕후녀’의 만원으로 하루를 탕진하는 법

방학이다. 덥다. 심심하다. 그래서 해봤다. 하늘에서 1만원이 뚝 떨어졌을 때, 이 공돈으로 하루를 멋들어지게 ‘탕진’한다면? ‘에코녀’, ‘소셜녀’, ‘기부남’ 등 탕진에 나선 럽젠 기자의 수식어 한 번 요란하다!


손지윤 기자는 ‘만화오덕후녀’
입에 ‘귀찮아’를 달고 사는 ‘오덕후녀’로, 오늘 역시 만화에 파묻히는 삶을 택했다. ‘십덕후’, ‘이십덕후’가 범접할 수 없는 영역에 있는 그녀는 한 장소에 머물기를 거부하는 이동성 성격을 지녔다.



‘오덕후녀’는 오전에는 활동하지 않는다. 왜? 계속 자고 있으니까. 느지막한 점심에 일어나 밥은 쿨하게 굶는다. 돈도 없는데, 왜 밥을 먹어야 하는 거지?



자, 1만원이 떨어졌다. 그러니 밖으로 나가야겠지? 오늘은 테마는 만화다. 일단 만화 카페를 찾아검색하니 신촌에 대형 숍이 두 군데 나온다. 한 곳은 음료수가 공짜여서 이곳으로 택했다.


신촌 만화 카페 <피망과 토마토>에 도착! 입구부터 심상치 않다. 계단이 온통 만화로 도배되어 있다. 아, 아드레날린이 팍팍 솟아오른다. 심지어 ‘유코쨩’이 날 기다리지 않는가. 이곳은 입구에 있는 카운터에서 표를 받은 후 아무 데나 앉아서 보면 된다. 이곳은 시간당 1천8백원, 정액제로는 3시간당 4천5백원이다. 평일 낮인데도 꽤 여럿이 만화책을 신나게 정독 중이다. 1인석, 2인석(커플용) 등이 마련되어 있다.



이곳은 빈곤한 ‘오덕후’를 위한 지상낙원이다. 아이스티나 아메리카노, 차 종류는 다 공짜다. 무한리필도 가능! 심지어 외부음식 반입 환영이다. 보너스로 팁을 주자면, 이곳엔 허름한 책상과 의자가 있는 ‘극빈석’이 있다. 이곳은 2시간 당 5백원. 빈곤한 자를 위한 사장님의 깨알 같은 배려에 눈물이 날 지경이다.


자, 이제 뭘 봐야 할까. 일단 인기 도서 목록을 쓱 훑었다. <원피스>와 <꽃보다남자>, <나루토> 등이 눈에 띈다. 이미 습득한 만화인지라 일단 패스! 럭키 세븐 7위를 차지하는 <심야식당>을 택했다. 더불어 아우성치는 배를 잠재우기 위한 아메리카노로 물 배를 채운다. 좋아, 좋아.


‘만화오덕후녀’가 읽은
아베 야로의 <심야식당(深夜食堂)>은?

자정만 되면 문을 여는 이상한 심야 식당.
이곳을 찾아오는 손님에게는 뭔가 특별한 이야기가 있다!
음식과 관련된 손님의 에피소드를 전하는 아베 야로의 <심야식당>.
책을 읽다 보면, 어느새 배가 고파지는 이상한 증상이 있으니 주의한다. 일본 TBS 드라마 <심야식당>으로 리메이크되어 인기리에 방영됐다. 현재 시즌 2까지 나온 상태.



이크! 벌써 시간이 이렇게 갔다니! 난 한 군데만 있으면 몸이 근질근질하는, 희한한 ‘만화오덕후녀’다. 만화 카페에서 나와 아무 버스나 타서 만화책 대신 웹툰을 보며 시간을 때운다. 그런데 이게 웬일. 아직 좋아하는 웹툰이 업로드가 안됐다. 그러면 그냥 이전 화부터 다시 역주행하면 된다. 이말년, 당신이 나의 낙이오!

‘만화오덕후녀’의 추천 웹툰, 이말년의 <이말년씨리즈>, 순끼<치즈인더트랩>


이말년의 <이말년씨리즈>는?
이말년은 웹툰 작가의 이름이다.
실제 이름은 이병건, 생긴 것도 멀쩡하게 잘 생겼다.
그는 ‘병맛(맥락 없고 어이없음)’으로 통한다.
그의 만화를 보고 ‘이런 어이없는 만화가 다 있지?’라고 웃었다면,
이미 ‘이말년스러움’에 빠져들고 있다는 증거!


순끼의 <치즈인더트랩>은?
목요일 자정이 되면 어김없이 인기 검색어 차트에 올라오는 웹툰 <치즈인더트랩>.
그림체가 예뻐 순정물인가 싶지만, 엄연한 추리 스릴러물이다. 학교 생활에 열심인 평범한 여대생 홍설, 그녀의 삶에 불쑥 나타난 같은 과 엄친아 유정, 그리고 홍설을 ‘개털’이라 부르며 밥 사달라고 갈구는 백인호까지 세 주인공의 삼각 관계를 추리 스릴러로 풀어냈다.



버스에서 맘 내키는 대로 내렸다. 아, 폭염의 절정이다. 땀이 비 오듯 올 때면 역시 갈증 해소제가 필요한 법. 마트에 들려 음료수를 고른다. 당연히 음료수는 귀여운 캐릭터 버전으로! 뽀통령을 흡입하겠다! 꼬마들이 좋아할만한 맛이다.



드디어 귀가다. 집에 와서 웹툰을 보거나 애니메이션에 빠지는 게 나의 일이다. 넓은 화면으로 보고 싶을 땐 역시 휴대폰보다 컴퓨터! 대낮 휴대폰에 혹사당했던 눈의 피로가 눈 녹듯 사라지는 것 같다.


‘만화오덕후녀’의 추천 애니메이션 _
시간을 달리는 소녀(2006)

호소다 마모루의 이 영화는 묻는다. 타임리프가 가능하다면, 어느 때로 돌아가고 싶은가? 돌아가고 싶다면, 그 이유는? 이에 여주인공 마코토는 ‘한 사람의 마음을 바꾸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여고생 마코토는 절친한 친구 치아키에게 사귀자는 고백을 듣는다. 너무 놀란 그녀는 그 고백을 없던 일로 만들고 다시 친하게 돌아가고 싶은 마음에, 그만 타임리프를 하고 만다. 17세,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그 해 여름날의 감성 돋는 이야기.


생각보다 재미있는 ‘만화오덕후녀’의 라이프! 막상 해보면, 숨겨진 자아를 발견한 기분이다. 한 번쯤 뭔가에 폭 빠져 정신 못 차리는 삶도 좋지 아니한가.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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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ㅋㅋㅋㅋ 극빈석...ㅠㅠ 눈물이 다 날 지경이군요 ㅋㅋㅋㅋㅋㅋ재밌어요 하루쯤 이렇게 보내는것도 좋겠어요~
  • alluptosseul

    하... 정말 매력적인 녀자, 손지윤기자군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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