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훨씬 가깝고 아름다운 어느 서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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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는 책이 많다. 그것도 아주 많아서 주눅이 들고 위압감이 느껴질 정도로 말이다. 발끝부터 머리끝을 넘어 건물 꼭대기까지 책으로 가득 메워진 서점의 책장 앞에 서는 순간 그 안의 수많은 책이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이거 정도는 읽어봤겠지?” “이거도 안 읽었다면 도대체 뭘 읽은 거야?”라고 말하는 듯한데, 이에 어떤 대답도 할 수 없는 자신이 한없이 작게 느껴져 몸이 굳어지고 만다. 어쩌면 우리에게는 이와 다른 서점, 책과 책 사이의 틈이 넓은 서점이 필요한지 모른다. 그 틈에 편안함, 즐거움, 여유로움, 부담 없음, 친근함이 자리한 서점 말이다. 이 짧은 글이 당신과 서점을 가깝게 하기를 바라며.

여러 이색서점에 책이 꽂혀 있거나 진열되어 있는 책장을 촬영한 세 장의 사진이다.

일러두기) 서점, 크지 않으면 어때?

책방 피노키오, 카페 5KM & 북스토어, 북바이북. 세 곳은 모두 작은 책방이다. 하지만 작다는 것이 일반적인 대형서점이 갖춘 모습의 축소판이라는 뜻은 절대 아니다. 나름의 방식으로 작은 것이다. 숨이 막힐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하는 책의 빽빽함 대신 곳곳의 틈에서 다채롭게 빛나는 저마다의 이야기가 가득하다. 부담 없이 쉴 수 있게 마련된 자리, 책을 반드시 읽지 않아도 될 것 같은 분위기, 편하게 마실 수 있는 커피와 맥주, 주인장과의 아늑한 수다가 있다.

목차 1. 책방 피노키오 : 그림책은 그림책이다

왼쪽 사진은 책방 피노키오의 외관. 통유리로 되어 있고 작은 간판이 걸려 있다. 오른쪽 사진은 책방 안 작은 선반에 책이 진열되어 있는 모습.
연남동 골목길에 자리 잡고 있는 ‘책방 피노키오’의 내외부 모습. 책방, 그것도 보기 드문 그림책을 파는 책방이 있는 연남동은 축복받은 동네임이 틀림없다.

‘그림’이라는 말 대신 ‘회화’라고 붙이면 그 이미지가 달라질까. 그림책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전문가이기보다는 초보자에 가까운 느낌의, 깊고 무겁기보다는 얕고 가벼운 분위기의 단어 ‘그림’ 때문인지 그림책은 흔히 어린이가 읽는 것으로 치부된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고자 ‘어른들을 위한’이라는 말이 앞에 붙은 그림책이 나오기도 하지만 그림책에 대한 ‘편견’의 장벽은 쉽게 무너질 것 같지 않아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어떤 것이든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직접 만져보고 읽어보고 느껴보는 수밖에 없다. 미디어는 메시지다. 어떤 매체를 통해서 이야기를 풀어내느냐에 따라서 이야기는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글로 쓰인 소설과 그것을 영화화한 것에서 받는 느낌은 확연히 다르다. 우열의 문제가 아니다. 하나는 글을 통해서, 하나는 영상을 통해서 이야기를 전달하기 때문이다. 그림책 역시 마찬가지다. 글과 영상이 전하는 각각의 고유함과 즐거움은 그것을 온전히 겪음으로써 깨달을 수 있듯이, 그림책 가진 특별함은 그림책을 읽음으로써만 느낄 수 있다. 그림이 전하는 이야기, 그림이 표현되는 방식은 당연하게도 그림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연남동의 ‘책방 피노키오’는 그림책의 가치가 제대로 대접받는 곳이다. 이곳은 오롯이 그림책만을 위한 공간이다. 책방 피노키오에서는 한국뿐만 아니라 포르투갈, 프랑스, 스웨덴, 일본, 캐나다 등 세계 각지에서 날아온 그림책을 만날 수 있다. 그림책이 왜 그림책인지, 그리고 그림책이 선사하는 매력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그림책이 가장 ‘그림책다운 모습’으로 빛나는 공간, 바로 책방 피노키오가 아닐까.

책방 피노키오 내부의 책 진열 모습. 선반에 책이 가로로 액자처럼 꽂혀 있다.
미국의 작가 스코트 레서Scott Lesser는 말한다. “서점에 들어서는 것은 또 다른 세계에 발을 들여놓는 것이다.” 이참에 ‘책방 피노키오’에 들어서 보면 어떨까. 상상력과 순수함으로 가득한 그림책의 세계가 열릴 것이다.

Location 서울특별시 마포구 연남동 227-17
Open 오후 1시~오후 8시(일요일, 월요일 휴무)
Info 070-4025-9186 blog.naver.com/pinokiobooks
목차 2. 북바이북(Book By Book) : 당신이 찾던 바로 그 서점, 당신이 찾던 바로 그 책

책방 모습. 왼쪽 사진은 작은 외관을 촬영한 것, 오른쪽은 카페와 책방의 중간처럼 보이는 내부의 모습이다.
상암동의 ‘북바이북’ 소설점 외부 모습과 본점 내부 모습이다. 누구든 편하게 들러 책을 둘러보고 앉아서 책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책과 함께, 낮에는 커피, 저녁에는 맥주도 마실 수 있다.

김경욱 작가의 단편소설 「위험한 독서」에는 직업이 ‘독서치료사’인 주인공이 등장한다. 독서치료사는 말 그대로 “책으로써 마음의 병을 어루만지고 치유하는 사람”으로, 그의 고객은 주로 ‘책을 못 읽는 인간’이다.

“책을 읽고는 싶지만 그럴 마음의 여유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어서 못 읽는 사람을 나는 상대한다. 그들에게는 이 세상에 책이 너무 많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다.”
– 김경욱, 「위험한 독서」, 『위험한 독서』 中

소설에서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독서치료사가 있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한다.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존재한다. 상암동의 ‘북바이북’이다. 사실 독서치료사라기보다는 ‘독서 상담사’, ‘독서 제안사’에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북바이북’은 독자와 손님을 소설 속 등장인물처럼 딱딱한 사무적인 말투와 태도가 아니라 다정다감한 표정으로 대한다. 이를테면 연애와 사랑에 관한 에세이, 인간의 내밀한 심리의 묘사가 돋보이는 소설, 역사 속 사건과 인물을 다룬 소설, 최근 주목받는 작가의 작품 등 소재와 주제별로 책이 배치되어 있다. 어떤 책을 보면 좋을지 몰라서, 혹은 보고 싶은 책이 너무 많아서 혼란스러운 사람이라면 보다 쉽게 책에 다가갈 수 있고, 현재 자신의 상황에 비추어 책을 고른 사람이라면 자신의 이야기와 책의 이야기를 서로 비춰봄으로써 위로받고 공감하는 기회가 되는 것이다.

때문에 ‘북바이북’에 가는 과정은 살 책을 정한 후 서점을 방문하는 보통의 과정과 조금 다르다. 미리 어떤 책을 살지 정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나들이 가듯 가벼운 마음으로 문을 열고 들어가면 ‘북바이북’에서 당신의 마음을 미리 헤아려 갖추어놓은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큼 당신에게 꼭 맞는 책이 항상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북바이북 내부에 책이 진열되어 있는 모습이다.
미국의 작가 피코 아이어Pico Iyer는 이렇게 말한다. “요점은 어떤 서점이 이익을 보았느냐가 아니다.” 그는 아마도 이렇게 말할 것이다. 독자가 원하는 책을 갖도록 하는 게 중요한 것이라고. ‘북바이북’의 마음 또한 이와 같지 않을까.

Location 북바이북 본점 :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20-10번지 리안1층, 북바이북 소설점 :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18-11번지
Open 월~금요일 오전 11시~오후 11시, 토요일과 공휴일 오후 12시~오후 6시(일요일 휴무)
Info 02-308-0831 www.facebook.com/DMCBYB, bookbybook.co.kr
목차 3. 카페 5km & 북스토어: 가만가만 책을 읽는 시간

책방 내부의 모습. 왼쪽은 창을 향해 나 있는 카페 테이블의 모습, 오른쪽은 책이 매대 위에 여러 권 올려져 있는 모습이다.
카페 5km & 북스토어의 내부 모습이다. 2층은 카페로 3층은 서점으로 나눠져 있는데, 그 구분이 무색하게 카페가 서점이 되고 서점이 카페가 된다.

‘카페 5km & 북스토어’는 부천 자유시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리잡고 있는데, 이곳에 들어선 순간 방금 전 시장 근처에 있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을 만큼 조용하다. 어쩌면 카페와 서점에는 어울리지 않는 지역에 있다고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한편으로는 그렇기 때문에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시장과 대로가 주는 활기와 생동감도 좋지만 가끔은 그것에서 벗어나 가만히 앉아 조용히 있고 싶은 생각이 들 때 갈 만한 최적의 장소가 바로 카페 5km & 북스토어다.

2층은 카페로, 3층은 서점으로 운영되고 있다. 카페는 조용해서 책을 보거나 개인 작업을 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카페 곳곳에도 책이 마련되어 있어 자유롭게 읽을 수 있다. 서점은 주로 독립 출판된 인쇄물을 판매하는데, 평소에는 보기 힘든 파격적이고 개성 넘치고 귀여운 책과 잡지를 만날 수 있다.

‘카페 5km & 북스토어’의 가장 큰 매력은 많은 것을 함께한다는 점이다. 종종 손님과 주인이 모여 밥을 먹고, 영화 상영회가 열리고, ‘몰래 관찰하고 (안 닮게)그리기’라는 이름의 수채화 강좌를 비롯해 일러스트, 책 편집, 뜨개질, 디제잉 등 다양한 워크숍이 열린다. 그리고 무엇보다 서점답게(?) 삼삼오오 함께 책을 읽는 시간이 있는데, 일요일 낮에 열리는 ‘독서시간’이라는 행사다. 각자 읽고 싶은 잡지나 책(읽을 수 있는 것이라면 어떤 것이든 상관없다!)을 들고 와서 두세 시간 동안 서점의 넓은 책상에 둘러앉아 책을 읽고 서로 읽은 책에 대해서 부담 없이 담소를 나누는 것이다. ‘카페 5km & 북스토어’의 대표 김병철 씨는 “정말 편하게, 많은 사람이 잠시 일상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책을 읽는 여유를 즐기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정기적으로 ‘독서시간’을 가진다”고 말했다.

책 모임을 하는 모습. 사람들이 테이블 앞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하고 있다. 매대에 올려진 책이 보이며, 아래 사진은 독서시간에 참여한 참가자가 이를 그림으로 그린 종이다.
미국의 작가 피코 아이어Pico Iyer는 자신의 친구와도 같은 서점 ‘초서 북스’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이곳은 그저 단순한 가게가 아니라 오래 사귄 친구의 집과 같다. 수천 명의 사람이 환영받는다고 느끼고, 한데 어우려져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에게 둘러싸이는 곳이다”. ‘카페 5km & 북스토어’ 역시 그렇다. 아래 그림은 이날 ‘독서시간’에 참여하신 강정우 씨의 작품이다.

영국 출신의 작가 닉 혼비Nick Hornby는 어떤 의무감에, 지나친 부담감을 감수해가며 “돌을 갈아내는 속도로 읽어나가”는 책을 때로는 과감하게 내려놓을 필요도 있다고 말하며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덧붙인다.

“그리고 부디, 제발 부탁이니 재미있어서 책을 읽는 사람들, 아마 『다빈치 코드』 같은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 잘난 척하지 마시라. 우선, 개개인의 독자에게 이런 노력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 책은 그 독자가 처음으로 읽은 장편 성인소설일 수도 있다. 여태까지 다른 사람들이 책에서 느끼는 매력을 잘 알 수 없었던 누군가에게 마침내 독서의 목적과 즐거움을 알려준 책일 수도 있다. 그리고 어쨌거나, 즐기기 위한 독서야 말로 우리 모두 해야 할 일이다. 우리가 모두 칙릿이나 스릴러를 읽고 있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책장을 넘기는 일이 진창을 걷는 일과 같아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책의 존재 목적은 오로지 우리가 읽는 것에 있고, 읽을 수 없는 책이 있다면 여러분의 능력을 탓할 일이 아닐 수도 있다. ‘좋은’ 책이 읽기는 상당히 괴로운 경우도 있다.”
– 닉 혼비, 『닉 혼비 런던스타일 책읽기』 中

‘카페 5km & 북스토어’는 닉 혼비가 간절히 부탁하는 ‘즐거운 독서’가 이루어지는 ‘즐거운 서점’의 가장 정확한 모습이 아닐까.

Location 경기도 부천시 소사구 심곡본동 541-11 2층, 3층, 옥상
Open 카페 오후 1시~오후 11시(월요일 휴무), 서점 토요일, 일요일 오후 1시 ~ 오후 7시
Info 031-611-9636 www.5kmproject.com, www.facebook.com/cafe5km
부록) 책방 주인장이 추천하는 책: 『빨간 나무』, 『너라는 우주에 나를 부치다』, 『갯강구 일기』

‘책방 피노키오’의 대표가 추천하는 책
숀 탠 지음, 『빨간 나무』
아주 얇은 그림책이지만 읽을수록 이야기가 다르게, 더 깊이 다가온다. 희망에 대한 이야기 말이다.

‘북바이북’ 대표가 추천하는 책
김경 지음, 『너라는 우주에 나를 부치다』

월간 ‘하퍼스 바자’의 전 편집부장 김경의 첫 번째 소설. 유려하고 세련된 문체로 사랑에 가닿는 길을 찾아가는 연애소설이다.

‘카페 5km & 북스토어’ 대표가 추천하는 책
갯강구 지음, 『갯강구 일기』

저자인 갯강구 씨가 유럽 여행하며 본 것, 느낀 것을 그림과 글로써 풀어낸 책이다. 올망졸망한 그림이 돋보인다.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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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오 기자님의 핫 아이템!! 책방 기사!! 연남동의 책방 피노키오가 가장 궁금하네요+_+ 기회가 되면 꼭 가보겠습니다! 기사 잘봤습니다ㅎㅎ
  • 팜므파탄

    꼭 가볼게요!! 책이 마구마구 읽고싶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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