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는 죽었다’? 뮤니브에서 찾은 해답

뮤니브 콘서트의 모든 참가 팀과 심사위원들이 한 자리에 모여 단체사진을 촬영했다.
‘우리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대중문화는 사회의 욕망과 현상을 투영하기 마련이다. 그 대중문화에서 20대가 사라져 간다. 대중문화의 주요 아이콘으로 가장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 있어야 마땅한 20대가 어느 사이엔가 자취를 감춰버린 것이다. … 정말 20대의 고민과 관심사를 담고 있는, 화자와 청자가 모두 20대인 콘텐츠가 없다. 20대는 시장 안에서 개별적인 소비군중으로서만 존재할 뿐, 대중문화의 주체로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
– 허지웅, 2007년 11월호 칼럼’ 20대가 사라졌다’ 중

사진 제공_뮤니브 운영팀

뮤니브 콘서트의 모든 참가 팀과 심사위원들이 한 자리에 모여 단체사진을 촬영했다.

20대는 죽었다, 정말?

20대의 방향성에 관해 깊이 고민해본 사람이라면 이미 한 번쯤은 읽었을 유명한 글의 일부이다. 7, 8년 전에 게재되었으니 그새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청년실업률이 9.0%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2015년, 저성장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대학생들의 대다수가 그 어느 때보다 간절하게 취업에 매달리고 있는 2015년. 이 글에서 아프게 지적하고 있는 이른바 ‘20대의 실종’이 더욱 심화되었음은 물론이다. ‘한때’ 청춘의 상징이었던 MBC <대학가요제>가 2012년 36회를 마지막으로 폐지된 사실은 이를 방증한다. 시청률의 부진, 히트곡의 부재,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의 대거 등장 등 여러 요인들이 있겠지만 어쨌든 이로써 대학생들이 자신만의 색깔과 가치관을 오롯이 담은 곡을 들고 자유롭게 무대에 오를 수 있는 기회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문화의 장에서 20대가 수행할 수 있는 역할은 아직 남아있다고, 오히려 우리는 기성세대의 것보다 멋진 문화행사를 생산해낼 수 있다고 항의하는 이들이 있다. 2014년 3월 제 1회 뮤니브 콘서트를 시작으로 네트워킹 파티, 발렌타인 버스킹, 뮤크닉을 비롯한 각종 행사를 선보이고 있는 대학생 문화기획 동아리 ‘뮤니브’가 바로 그들. 첫 콘서트의 부족한 점들을 보다 철저히 보완하여 지난 1월 9일, ‘차세대 대학가요제’라는 타이틀과 함께 미니콘서트로 찾아왔다. 씬에서 어느 정도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인디밴드들이 모여 합동공연하는 사례는 많았으나, 대학생들이 또다른 대학생 신분의 뮤지션들을 발굴하려는 시도는 거의 최초인 셈이다. 그 역사적인 현장을 취재하기 위해 홍대 크랙홀에 럽제니가 다녀왔다.

10팀 10색, 개성파 뮤지션들의 향연

이날 심사위원으로는 최성용 보컬 트레이너, 프로튜어먼트 송준호 대표, 조성훈 음악 프로듀서, 웹진 Dizcul 의 노준영 편집장, 그랜드라인 엔터테인먼트 소속 아티스트 Yella Diamond가 참여했다. 모든 참가자들의 공연이 끝난 뒤, 1회 뮤니브 콘서트와 비교하여 이들이 내린 결론은 전반적인 실력 수준이 상당히 향상되었으며 취급된 음악의 종류도 보다 다양해졌다는 것. 실제로 뮤니브 기획단은 뮤지션 모집을 위해 서울권의 모든 대학교에 홍보포스터 붙이기부터 실용음악과 사무실을 직접 방문하기까지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다각성 부분에 굉장히 공들였다고 하는데, 과연 10팀은 어떤 음악으로 관객과 만났을지 살펴보자.

# 1. 본질로의 회귀: 김효정, 꽃지수, 흰
3개 팀의 사진을 이어 붙였다. 김효정, 꽃지수, 흰의 사진. 세 팀 모두 눈을 감고 본인의 노래에 열중하고 있다.
시계 방향으로 김효정, 흰, 꽃지수.

언제부터인가 음악이 가진 ‘위로’라는 얼굴은 희미해졌다. 대국민이 슬픔에 빠져 허우적댈 때, 어쩌면 잠시의 희망 혹은 도피처라도 되어줄 수 있었을 음악 공연들은 줄줄이 취소되거나 무기한 연기되었다. 오로지 인기, 중독성, 노래가 아닌 가수가 지닌 성적 매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진지한 고민을 배제시킨 가요가 무분별하게 늘어난 탓도 분명히 있다. 그러나 사회적 담론이나 당장 눈에 보이는 해결방안이면 몰라도, ‘노래가 나의 슬픔을 위로해줄 수는 없다’는 대중의 편견이 아예 없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김효정, 꽃지수, 밴드 흰은 이러한 인식에 맞서 노래로부터 위로 받고 노래로써 위로해준다는 음악의 본질에 파고들었다.

우선 하나님의 나라를 향해 묵묵히 걸어가겠다는 고백을 담은 자작곡 ‘별을 향해’를 선보인 김효정은 특유의 청아한 음색과 진솔한 가사로 청중을 사로잡았다. 종교적 의미와 해석을 넘어 자신이 확신하는 꿈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도전하기를 응원하는,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메시지. 심사위원 역시 ‘CCM이라는 다소 제한적일 수 있는 장르에도 불구, 참가자들 가운데 가장 프로다운 실력과 여유가 돋보였다’는 극찬으로 화답했다. 또한 여러 차례 버스킹 공연을 통해 입지를 다져온 꽃지수는 눈을 감고 열중하는 모습에서부터 노래하는 시간에 대한 애정이 묻어났다. 그녀는 자작곡 ‘어린 아이’를 통해 어린 시절 상처 받으며 자라온 아이들, 그리고 남모르게 받아온 상처가 미처 아물지 못한 어른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보냈다. 여성 솔로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섬세한 여성 보컬을 앞세운 밴드 흰의 경우, 밴드라 하면 파괴적이라 할 만큼 화려한 사운드와 샤우팅을 고집해야 한다는 편견에 정면으로 맞섰다. 오히려 우리가 의도적으로 외면하거나 숨기고자 하는 사회의 어두운 측면을 노래한다고 밝힌 그들은 역시 자작곡 ‘날개’로 공연장을 사뭇 숙연하게 만들었다. ‘날개’의 가사는 고령화 사회에, 심지어 사랑하는 가족들 사이에서도 발생하는 범죄에 대한 뉴스를 보고 흰이 직접 작성한 것.

# 2. 따로 또 같이: Waves, 어마어마, 메리애플
여럿이 빚어내는 하나의 사운드를 자랑한 Waves, 어마어마, 메리애플의 사진
위에서부터 차례로 Waves, 어마어마, 메리애플.

두세 명의 보컬이 만나 시너지를 발휘한 그룹 단위 참가자들도 돋보였다. 최근 2, 30대 사이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일명 ‘감성 팝’을 표방한 Waves는 그 중 하나. 신기루처럼 느껴지는 꿈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Mirage’는 그들만의 매력을 유감없이 보여준 곡으로, 듣는 이의 감성에 호소하는 달콤한 멜로디와 몽환적인 보이스를 내세웠다. 한편 알 만한 사람들은 모두 알 만한 ‘Say Something’을 선곡하여 이목을 집중시켰던 여성 듀오 어마어마는 능숙한 기타 플레이, 안정적인 가창력, 무엇보다 단순한 가사 이상의 감정을 주고 받는 최고의 호흡으로 공연장의 몰입도를 높였다. 지난 한 해 대중으로부터 뜨거운 지지를 받았던 악동뮤지션을 연상시킨 메리애플은 여동생이나 친오빠가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가사로 웃음을 자아냈다. 위트 있는 멜로디언의 사용과 스킷에서도 풋풋함이 묻어난다.

# 3. 넘치는 끼: 하승은, 오일밴드, 채널아쿠아, 헤르메스
무대에서 노래하고 있는 오일밴드, 헤르메스, 하승은, 채널아쿠아의 모습을 담은 사진. 저마다 마이크를 쥔 채 자신이 준비한 것들을 쏟아내고 있다.
시계 방향으로 오일밴드, 헤르메스, 하승은, 채널아쿠아.

단순 가창만으로는 가수로 성공할 수 없는 시대이다. 노래에 어울리는 무대 매너, 관객과의 적절한 대화, 혹은 카리스마가 있어야 특히 이와 같은 공연에서 많은 호응을 유도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열 팀 모두 철저한 준비로 어느 현역 가수 못지않은 끼를 과시했으나, 이미 십 년은 무대에서 ‘놀아본 듯한’ 그것을 보여준 이들이 눈에 띄었다. ‘담배가게 아가씨’라는 선곡에서부터 진한 내공을 풍긴 하승은부터 TOP 5 진출이 아닌 우승을 위해 멤버들이 다같이 대구에서 서울로 상경했다는 오일밴드, 다소 가라앉은 분위기의 첫 무대임에도 불구하고 여유를 보여준 힙합 듀오 채널아쿠아, 랩부터 비트박스까지 모든 분야를 능수능란하게 소화한 랩퍼 헤르메스까지.

이제는 TOP 5다

심사위원 점수 60%, 온라인 투표, 현장 관객투표 20%를 합산한 결과가 지난 1월 15일 뮤니브 공식 블로그를 통해서 발표되었다. 온라인 투표는 1월 10일부터 14일까지 총 4일간 뮤니브 페이스북으로, 현장 관객투표는 공연이 마무리된 직후에 가장 기억에 남는 뮤지션 세 팀의 판넬에 스티커를 부착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결과에 따라 김효정, 꽃지수, 오일밴드, 하승은, Waves, 다섯 팀이 2월 27일 뮤니브 콘서트에서 맞붙는다. 2015 뮤니브 콘서트는 오후 6시부터 10시 15분까지 홍대 무브홀에서 열릴 예정이며, 사라수, 잔나비, 파브릭 뮤직 소속의 브레이 등 실력파 가수들의 축하무대와 애프터 디제이파티로 알차게 꾸며진다. 예매는 Yes24 또는 부루다콘서트 홈페이지를 통해 가능하며, 사전예매는 22000원, 현장구매는 25000원에 책정되어있으니 관심 있는 이들은 참고하자.

초대가수 파브릭 뮤직 소속 아티스트 Bon voyage, 브레이, 지푸의 모습. 그리고 뮤니브 미니콘서트를 서포트했던 대학생 기획단과 관객의 모습이 보인다.
이날 초대가수로는 파브릭 뮤직 소속 아티스트 Bon voyage, 브레이, 지푸가 참여했다. (상단 왼쪽이 지푸, 하단 오른쪽이 Bon Voyage) 상단 오른쪽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번 뮤니브 미니콘서트를 서포트했던 대학생 기획단.

아이디어 제시, 구체적인 기획, 참가자 섭외, 홍보까지 전부 대학생들의 손을 거쳐 탄생한 뮤니브 미니콘서트. 추운 겨울 저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예상보다 많은 관객들이 공연장을 찾아와 참가자들의 노래를 들어주었다. 또한 이러한 콘서트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지속적인 축제로 이어질 수 있도록 뮤니브 측에서 진행했던 소셜펀딩은 100% 이상의 성과를 기록하며 마무리되었다. 대학가요제를 부활시키고자 한 이들의 의도에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하고 있음을, 그리고 아직 20대는 사라진 세대가 아님을 여실히 증명하고 증명한 셈이다. 이제 누가 1위를 거머쥘 것인지는 그다지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 마지막 무대에서 보여줄 한 팀 한 팀의 이야기가 모두 궁금하다.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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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동준

    점점 더 발전해가고 있는 뮤니브. 올해는 더 다채로운 뮤지션들의 공연이 있었네요! 충분히 의미있는 대학생들만의 일을 만들어가고 있는 뮤니브! 응원하고 기대합니다!! :)
  • 윤수진

    와우. 대학생들만의 의미있는 공연문화네요! 뮤니브, 앞으로도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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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휘주

    ㅎㅎ그렇죠? 저도 기대됩니당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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