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 드는 겨울밤, 심야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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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나 소시지… 있나?”
“있어. 문어 모양으로 볶아줄까?”

밤 열두 시가 넘은 새벽, 심야식당이 열린다. 아침 일곱 시까지 사람들이 찾는 이곳. 재료만 있다면 손님이 원하는 음식을 만들어주는 게 이곳의 영업방침이다. 험상궂은 야쿠자가 심야식당을 찾았다. 담배를 물고 비엔나소시지 볶음을 주문한다. 마스터는 친절히 문어 모양으로 볶아준다.

드라마 심야 식당 1화 빨간 비엔나소시지와 달걀말이 에피소드 가운데 한 장면이다. 험상궂은 야쿠자가 식당에 들어와 빨간 비엔나소시지를 먹으려 한다.
드라마 <심야식당> 1화, 빨간 비엔나소시지와 달걀말이 편 中. (이미지 출처 : 드라마 <심야식당>)

빠듯이 흘러가는 일상. 우리 대부분은 몸과 마음이 지치기 쉬운 시간을 살아간다. 먹는 것이 지친 영혼을 위로할 수 있을까. 고된 하루를 마친 늦은 밤, 심야식당에 들어선다. 화려하고 비싼 음식은 아니지만 나를 위한 음식을 건네는 그곳. 소소하지만 특별하다.

아베 야로의 <심야식당>아베 야로의 심야식당 책 표지. 한자로 심야식당이라는 글귀와 함께 음식 그림이 그려져 있다.

일본의 만화가 아베 야로가 2007년부터 제작한 만화. 신주쿠 구 하나조노 근처의 어느 밥집. 평범해 보이는 이곳은 ‘심야식당’으로 통한다. 자정부터 아침 7시까지 문을 여는 이곳의 메뉴는 정해진 게 없다. 식당을 찾은 사람들이 원하는 음식을 내놓는 게 원칙이다. 매일 밤 이곳을 찾은 사람과 심야 식당의 주인 마스터의 이야기를 그린다. 2009년부터 드라마화되었고, 2015년엔 극장판이 개봉될 예정이다.

입춘이라고는 하나 아직도 시큰한 바람에 마음마저 쌀쌀해지는 겨울밤, 방학 내내 잠 못 이룬 럽제니를 위해 준비했다. 정말 배가 고픈 것인지, 마음이 헛헛한 것인지 모호한 이 밤. 당신의 주린 곳을 채워줄 따뜻한 음식이 있는, 만화 속 그곳이 아니라 진짜로 찾아갈 수 있는 심야식당이다.

겨울밤 따뜻하게 찾는 심야식당 ① 심야식당 시즌2 – 주바리 프로젝트

‘심야식당 시즌2 – 주바리 프로젝트’(이하 심야식당)는 셰프 권주성 씨의 두 번째 공간이다. 저녁 일곱 시부터 다음날 새벽 다섯 시까지 문을 연다. 야심한 밤 이태원을 밝히는 곳이다.

이태원의 심야식당 시즌2 – 주바리 프로젝트 내부 사진이다. 6개 남짓한 테이블과 아이패드를 활용한 메뉴판이 인상적이다.
6개 남짓한 테이블, 아이패드를 활용한 메뉴판.

심야식당의 오픈 키친이다. 길게 늘어선 주방 안에 다양한 조리기구와 식재료가 보인다.
요리하는 모습을 구경할 수 있는 오픈 키친.

심야식당의 가장 큰 매력은 음식이다. 셰프가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경험한 맛을 한국인의 입맛에 맞추었다. 요리가 뽐내는 이국적인 맛은 서로 충돌할 법도 하나 묘하게 어울린다.

태국, 일본, 한국의 맛을 담은 이태원탕이다. 주황빛 국물에 각종 채소와 주꾸미, 차돌박이가 들어있다.
태국, 일본, 한국의 맛을 담은 ‘이태원 탕’.

“태국의 똠얌꿍, 일본의 돈코츠, 나가사키 육수와 우리나라의 육수를 배합해 만든 ’이태원 탕’이에요. 원래 이름은 ‘칼칼 나가사키 짬뽕 탕’이었는데요. 사람들이 단순히 매운 나가사키 짬뽕이라 해서 섭섭하더라고요. 이 육수를 만드는 데만 몇 년이 걸렸거든요! 그래서 이태원 탕으로 이름을 바꿨죠. 하하.“

채친 감자, 강판에 간 치즈, 반숙 달걀이 어우러진 ‘스위스 감자전’이다.
채를 친 감자, 강판에 간 치즈, 반숙 달걀이 어울리는 ‘스위스 감자전’.

‘스위스 감자전’은 스위스 여행길에 맛본 감자 요리를 담백하게 바꾸었다. 감자를 강판에 갈아 만드는 평범한 감자전과 달리 채친 감자 사이사이에 고급 치즈가 박힌다. 마지막으로 노란 반숙 달걀을 터뜨리면 요리의 완성. ‘미소 삼겹 구이’도 인기 메뉴다. ‘삼겹살을 배불리 먹고 온 손님도 부담 없이 즐기는 삼겹살 요리’를 지향한다. 미소 된장과 유자소스, 숯불에 담백하게 구운 삼겹살이 산뜻하게 어울린다.

미소 된장, 유자 소스, 채썬 적양파와 숯불향이 나는 삼겹살 마지막으로 빨간 후추로 장식한 미소 삼겹 구이다.
미소 된장, 유자 소스, 채썬 적양파와 숯불향이 나는 삼겹살, 마지막으로 빨간 후추로 장식한 ‘미소 삼겹 구이’.

심야식당엔 이 밖에도 다양한 요리가 있다. 제철 재료를 활용하니 계절 따라 새로운 메뉴가 개발된다. 심야식당 페이스북 페이지에 오늘의 메뉴를 공지하니 수시로 확인해보자.

심야식당의 주인장 권주성 씨 뒤로 깔끔한 오픈 키친이 인상적이다.
심야식당의 셰프, 권주성 씨.

Location 서울특별시 용산구 이태원동 64-15 5층
Price 식사 2만 원 대(2~3인분), 사이드 메뉴 1만 원 대
Open 화-일요일 오후 7시~오전 5시
Info 02-3785-3385, www.facebook.com/worldsoulfood
TIP
– 예약은 필수! 전화 혹은 페이스북 페이지로 날짜와 방문 인원을 알려주세요.
– 안주와 어울리는 독특한 술이 가득! 안주에 고급 맥주, 화요, 문배주를 곁들여 보세요.
겨울밤 따뜻하게 찾는 심야식당 ② 막집

“어디 찾아오셨어요?”

저녁 열 시 반, 어두 컴컴한 골목에 들어섰다. 식당을 찾지 못해 두리번거리던 그때, 수염이 난 남성이 무심히 말을 건넨다. 그는 ‘막집’의 주인장. 그가 알록달록한 막집의 문을 직접 열어 주었다.

막집의 주인 아저씨가 요리를 준비하고 있다. 뒷모습이다.
막집의 주인장이 요리를 준비하고 있다.

이곳은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곳은 아니다. 막집 방문 제1원칙은 ‘남자끼리 방문하면 안 됩니다.’이기 때문. 손님을 웃기려는 사장님의 유머라고 생각하면 큰일이다. 길을 지나다 우연히 방문한 성인 남성 세 명이 주인아저씨의 무심함에 발길을 돌렸다.

막집의 다양한 모습. 진열된 그릇과 테이블, 맥주를 담은 냉장고 등이 보인다.
막집 방문 필수 조건. 사용법 익히기.

알고 가자, 막집 사용법
1. 남성 분끼리는 출입이 안 돼요.
2. 술과 물은 SELF!
3. 술자리 게임, 시끄럽게 떠들기 금지!

마냥 친절하지만은 않은 곳임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곳엔 메뉴판이 없다. 만화 <심야식당>처럼 주인 아저씨 마음대로 그날의 요리가 결정된다. 인당 1만 5천 원을 내면 주인 아저씨가 마련한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어떤 요리가 나올지 기대하는 재미가 있다. 요리는 제철 재료를 활용해 신선하고 맛도 좋다.

이날의 메뉴는 생굴과 레몬, 황태포와 마요네즈, 닭 다리 살 튀김, 마지막으로 동태 한 마리가 통째로 들어간 생 동태탕이었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동태탕, 생굴, 닭다리살 튀김이 놓여있다.
이날의 메뉴는 생굴과 레몬, 황태포와 마요네즈, 닭 다리 살 튀김, 마지막으로 동태 한 마리가 통째로 들어간 생 동태탕이었다.

막집에서는 눈이 즐겁다. 주인아저씨가 전 세계 곳곳에서 모은 이국적인 소품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크기와 모양이 다양한 그릇이 진열돼 있다. 벽 한쪽에 마련한 서재를 메운 아프리카 소품도 인상적이다. 일본과 중국에서 사들인 술잔이 특히 많다.

이국적인 문양이 아름다운 술잔 네 개, 그 옆에 황태포 그리고 마요네즈가 놓여있다.
술맛이 한껏 오를 것만 같은 술잔과 황태포, 그리고 마요네즈 소스.

주인아저씨가 여행하며 하나 둘 모은 소품이 서재에 빼곡하다. 아프리카 소품서부터 작은 피규어와 사진이 자유롭게 배치돼있다.
식당의 주요 인테리어인 무수한 소품의 출처를 묻자 주인장은 간결하게 답한다. “여행하면서 모은 거예요.“

막집의 엄격한 이용수칙에 지레 겁먹지 않길 바란다. 무심함 속에 느껴지는 따뜻함이 이곳의 매력이다. 주인 아저씨는 수시로 다가와 필요한 게 없는지 묻는다. 손님과 마주앉아 맥주 한 잔을 곁들이는 모습도 자주 비췄다.

종이에 그린 막집 주인 아저씨의 초상화와 고양이 모형이 있다.
무심한 듯 친절한 막집의 주인장 아저씨.

Location 서울특별시 서초구 잠원동 14-10 (신사역 4번 출구 앞 GS 주유소 뒷골목 위치)
Price 1인당 1만 5,000원에 주인아저씨의 마음 따라 서 너 가지 메뉴
Open 오후 6시~오전 2시
Info 02-512-2113
TIP
– 예약은 필수! 전화로 방문 날짜와 시간 인원을 알려주세요.(여자 분 동행 필수)
– 카메라 지참! 아기자기한 소품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사진을 남기지 않고 못 배길 곳.

잠 못 드는 겨울밤이라면, 심야식당을 찾아보자. 끼니도 거르고 일에 치인 날, 외로움이 사무치는 밤, 누군가와 따뜻한 한 끼를 하고픈 밤에도.

심야식당에 못 간다면, 내 방에서 맛보는 소소한 한 끼

바야흐로 ‘먹방’(먹는 방송)의 시대. 먹는 것을 전면에 내세운 콘텐츠가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야심한 밤 자의든 타의든 바깥 외출을 금하는 럽제니, 집에 있기를 즐기는 럽제니를 위해 준비했다. 내 방에서 맛볼 수 있는 먹는 콘텐츠 리스트.

① 드라마 <심야식당>

드라마 심야식당의 한 장면. 주인이 부엌에서 뒤돌아보는 모습이다.
드라마 <심야식당>. (이미지 출처 : TBS 홈페이지)
아베 야로의 만화 <심야식당>을 소재로 만들어진 드라마. 일본 TBS 방송사에서 2009년부터 방송 중이다. 2014년 시즌 3을 마무리하며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②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의 한 장면. 식당 앞에 한 남자가 서 있는 모습이다.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 (이미지 출처 : TV 도쿄 홈페이지)
일본 TV 도쿄에서 제작한 드라마다. 제목 그대로 미식가 주인공의 맛집 탐방기를 그린다. 고독한 미식가의 시청 포인트는 섬세함! 주인공은 섬세한 화법으로 음식을 설명한다. 달걀말이 하나 먹는 데도 오물거리기를 수십 번. 맛에 대한 상념은 덤이다.

③ 웹툰 <오무라이스 잼잼>

웹툰 오무라이스 잼잼의 캐릭터들이 나열되어 있는 모습.
웹툰 <오무라이스 잼잼>. (이미지 출처 : 다음 웹툰 오무라이스 잼잼 페이지)
웹툰 작가 조경규가 그리고 썼다. 일상적인 음식에 관한 소소한 이야기를 그린다. 카스텔라, 샌드위치, 포테이토 칩 등. 음식과 관련한 에피소드와 역사를 이야기한다.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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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맙소사...괜히 봤어...배고파요. 스위스 감자전이랑 미소 삼겹구이 완전 먹고 싶어서 지금 당장이라도 이태원으로 출두하고 싶네요 ㅠ_ㅠ 주바리 프로젝트 꼭 가볼 거예요!!!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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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지예

    넵!! 유진기자님 꼭 가보세요. 셰프님의 내공이 그득 담긴 맛! 친절하게 요리도 설명해주신답니당 홍홍

  • 배고픈 저녁시간에 봐서그런지 더 맛있어 보이네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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