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깍지 벗겨지는 그 순간! 우리 사이 권태기 파헤치기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라는 명대사를 탄생시킨 영화 ‘봄날은 간다’ 속에서 주인공들이 그 대사를 말하는 장면. 두 남녀 주인공이 반팔 티셔츠를 입은 채 마주 서 있다.
또 왜 그러는데 뭐가 못마땅한데
할 말 있으면 터 놓고 말해봐
너 많이 변했어 (내가 뭘 어쨌는데)
첨엔 안 그랬는데 (첨엔 어땠었는데)
요새는 내가 하는 말투랑 화장과 머리 옷 입는 것까지
다 짜증나나 봐 (그건 네 생각이야)

– 더 자두 ‘대화가 필요해’ 中

남녀가 대화를 나누는 위의 가사 속 상황. 이들의 대화가 굉장히 어색하거나 엄청나게 낯선 말들이 오가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가 식당에서 밥을 먹거나, 정류장에 서서 버스를 기다리거나, 심지어 한가로이 길을 걷다가도 우연히 듣게 될 수 있는 대화이기 때문. 영화나 드라마에서 너무나도 많이 목격하고 접한 두 남녀의 이런 상황이 식상하다며 혀를 내두를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혹자는 자신의 지난 경험을 떠올리며 씁쓸한 웃음을 머금을지도 모르고 말이다.

유지태가 말했다,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라는 명대사를 탄생시킨 영화 ‘봄날은 간다’ 속에서 주인공들이 그 대사를 말하는 장면. 두 남녀 주인공이 반팔 티셔츠를 입은 채 마주 서 있다.
영화 <봄날은 간다>의 명대사를 탄생시킨 바로 그 장면. (이미지 출처 : NAVER 영화)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주인공 역을 맡은 배우 유지태는 사랑의 막바지를 향해 치닫고 있는 그들의 안타까운 상황과 그의 괴로운 심정을 단 한 마디로 일축해 보여주었다.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이 말로 우리는 그의 입 안에서, 혹은 가슴 속에서 맴돌고 있었을 수많은 말들을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으리라. 이쯤 되면 한 번 생각해볼 법도 하다. 배우 유지태의 대사처럼, 어떻게 사랑이 변할까. 도대체 언제, 왜 변하는 것일까.

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미혼남녀의 84%가 ‘연인과 사귀면서 권태기를 느낀 적이 있다’고 밝혔다. 미혼 남녀 5명 중 4명이 연인과의 만남 중 권태기를 경험했다는 이 결과는, ‘사랑은 당연히 변한다.’는 명제를 확실하게 보여주는 듯해 어딘지 모를 씁쓸함이 느껴진다. 서로가 없으면 못 살 것처럼 뜨겁던 연인 사이에는 어느새 날카로운 말들이 오가고, 씩씩대며 서로를 노려보는 그 어두운 순간들이 겹겹이 쌓이고 쌓여 권태기를 만들어 낸다.

권태기, 남들은 어떤지 궁금해?

평균적으로 권태기를 경험하는 시기는 연애를 시작한 지 1년 3개월쯤 지난 후라고 한다. 1년 넘게 만난 연인이라면 대다수가 경험해 봤을 권태기. 나만 겪는지 궁금하고, 너는 어땠는지 궁금한 이 속앓이를 해결하기 위해 “혹시 권태기 겪어보셨어요? 어땠어요?” 하고 아무나 붙잡고 쉽게 물어볼 수도 없는 일이다. 고작해야 절친한 친구들과의 소소한 경험담을 공유하는 것이 전부인 우리들의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직접 나섰다.

권태기 경험 case 1. 1년 6개월차 권OO양(23) : 장거리 연애가 불러온 시련

럽젠 Q 언제쯤 권태기라는 것을 겪고 그것을 인지하셨나요?

“저는 서울에서, 남자친구는 대전에서 학교를 다녀요. 방학을 제외한 학기 중에는 거의 만나지 못하잖아요. 쉽게 오갈 수 있는 거리가 아니라서, 주말에도 큰 맘 먹고 겨우 만날 수 있어요. 처음에는 장거리 연애가 힘들지 않냐는 말을 들어도, ‘더 애틋해지고 좋은 것 같아~’ 하면서 아무렇지 않은 척 웃어 넘겼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주위에 있는 더 멋있는 남자들도 눈에 들어오고, 캠퍼스에 남자친구랑 팔짱 끼고 돌아다니는 친구들 보면 부럽고… 힘들거나 아플 때 옆에 아무도 없으니까 너무 외로워지더라고요. 그게 아마, 사귄 지 10개월쯤 됐을 때였을 거예요.”

럽젠 Q 권태기를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정말 많이 고민했어요. 내 옆에 없는 남자친구가 밉고 마냥 서운했던 것 같아요. 점점 그런 마음이 심해지니까 나중에는 남자친구 전화도 받기 싫고, 영상통화로 얼굴도 보기 싫어지더라고요. 그 때, ‘이런 게 권태기인가?’ 싶었죠. 그런 저를 보고, 남자친구가 짐작을 했나 봐요. 어느 날, 남자친구가 수업을 듣고 있을 시간이 분명한데, 저희 학교까지 무작정 올라온 거예요. 제가 좋아하는 녹차 케이크와, 울퉁불퉁한 글씨로 쓴 편지, 직접 만들었다며 수줍게 건넨 쿠키를 받고 엉엉 울었는데, 그게 제 마음을 한 순간에 녹인 것 같아요. 그간 힘들어했던 시간이 너무나 미안해지고, 이렇게 좋은 남자친구를 두었으면서도 투정 부렸던 제 자신이 부끄러워졌어요. 남자친구도 언젠가 권태기가 오게 되면, 그때의 시간을 떠올리면서 저도 최선을 다하려고요.(웃음)”

행복한 연인 한 쌍이 공원에 누워 책을 읽고 있다.

권태기 경험 case 2. 2년 9개월차 박OO군(26) : 솔직함으로 진심에 다가서다
럽젠 Q 언제쯤 권태기라는 것을 겪고 그것을 인지하셨나요?

“군대를 다녀오고 복학하자마자 지금의 여자친구를 만났어요. 여자친구는 저보다 4살 어린데, 처음에는 마냥 좋았죠. 여자친구가 너무 사랑스럽고 예뻐서, 그 누구보다 더 사랑해줄 자신 있었을 만큼요. 사실 제가 좀 나빴던 것 같아요. 그렇게 좋았던 마음이 2년을 넘어가니까 조금씩 변하더라고요. 싫고, 막 밉고 그런 건 아닌데, 예전만큼 설레지도 않고, 예뻐 보이지도 않고, 친구 여자친구들과 비교하면 너무 어린애 같고… 한 2주 정도 그랬던 것 같아요. 제가 예전같이 대해주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군말 없이 여전히 제 앞에서 웃어주는 걸 보고 답답하기도 하고, 바보 같기도 하고 그랬어요. 지금 생각하면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요.”

럽젠 Q 권태기를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밤에 산책하자고 불러서 솔직하게 말했어요. 더 시간 끌면 서로 상처만 깊어질 것 같아서요. 사실 예전 같지 않다고, 권태기인지 뭔지 나도 왜 그러는지 모르겠는데, 아무리 마음을 다잡아도 어쩔 수가 없는 것 같다고… 마음 여린 여자친구가 펑펑 울 줄 알았는데, 놀라거나 당황한 기색 하나 없이 아래를 보면서 얌전히 제 얘기를 듣고 있더라고요. 오히려 솔직하게 말해줘서 고맙다고까지 말했어요. 예상치 못한 반응에 좀 당황했지만, 속 시원히 여자친구에게 말하니 좋았죠. 사흘 동안 서로 연락 하나 없다가, 3일째 되는 날 여자친구가 집 앞이라고 나와보라더니, 지금까지 함께 찍은 사진을 몽땅 인쇄해 엄청 큰 앨범 편지를 만들어서 왔더라고요. 그 때서야 울면서 저한테 안기더니 뭘 해줘야 할지 모르겠어서 고민하다가 만들어왔다고 하는데, 그렇게 마음이 풀어진 것 같아요. ‘아, 내가 이렇게 사랑받는구나. 이렇게 나를 사랑해주는 여자가 있구나’ 하는 생각에, 지금은 여자친구한테 헌신하고 있죠.(웃음)”

노을을 보며 안고 있는 연인의 뒷모습이다.
너무도 진부할 정도로 당연한 말이지만, 식어가는 사랑에도 노력이 필요하다. (이미지 출처 : creative commons @Flickr)

권태기 경험 case 3. 1년차 한OO양(22) : 마침표를 찍은 그녀의 이야기
럽젠 Q 언제쯤 권태기라는 것을 겪고 그것을 인지하셨나요?

“지금은 솔로예요. 사귄 지 1년이 좀 덜 된 남자친구와 권태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2달 전에 헤어졌거든요. 저희는 과는 달랐지만 같은 학교였어요. 둘 다 기숙사에 살았기 때문에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데이트를 했죠. 초반에는 남들보다 자주 볼 수 있으니까 그 사실만으로도 행복했는데, 매일 보다 보니까 다투는 횟수가 점점 잦아지더라고요. ‘왜 이런 것도 이해를 못 해주지?’, ‘왜 이거 하나 못 받아주지?’ 하는 생각도 들고, 저희 과의 친한 오빠들과 자꾸 비교가 되더라고요. 서운한 게 점점 늘어나고, 제 짜증이 심해질수록 그 애도 점점 지치는 게 느껴졌죠. 큰 소리로 싸우는 날이 많아졌어요. 내가 바라는 건 그런 게 아니었는데… 그건 그 애도 마찬가지였겠죠. 그 애도, 저도, 서로 자기감정만 생각하면서 화를 낸 거예요. 조금만 더 만났으면 1년을 기념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을 텐데… 1년이라는 시간이 그냥 허무하게 느껴져요.”

럽젠 Q 권태기를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그 때는 미운 것 투성이였어요. 나를 이해해주길 바랐고, 나를 받아주길 바랐고, 나를 더 신경 써주길 바랐죠. 지금 생각하면, 그 애도 나와 같은 마음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서로 바라기만 하니까 결국 둘 다 멀어진 것 같아요. 무조건 입을 닫고, 마음을 닫고, 귀를 닫은 채, 상대방이 먼저 나에게 뭔가를 해주길 기다린 거죠. 1년을 만났는데, 멀어지는 건 순식간이더라고요. 만남을 더 이어갈 수도 있었겠지만, 이미 너무 늦었죠 뭐. 하지만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는 않을 거예요. 관계가 무너지기 시작하면, 최선을 다해 노력해볼 거예요. 그 다음은 제 능력 밖이겠지만.(웃음)”

알면 알수록 쉬운 권태기 극복법!

권태. 연인들의 최대 적인 이 단어의 사전적 정의는, ‘어떤 일에 싫증이 나거나 심신이 나른해져 게으른 상태’이다. 싫증이 났다면, 싫증 나기 전의 초심을 돌아보면 될 일이고, 나른해져 게으른 상태라면 최선을 다해 부지런히 움직여 마음을 다독이면 될 일이 아닌가? 그러나 말처럼 쉽다면 많은 연인이 이것 때문에 쓰디쓴 눈물을 삼킬 일은 없었을 것이다. 관계의 회복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진심으로 다가가는 세심한 배려가 아닐까. 두 사람만의 소중한 시간과, 마음이 오갔던 특별한 순간들을 고작 작은 심경의 변화로 인해 날려 버리기엔 너무도 순수하며, 너무도 아름답지 않은가.

권태기 스트레스 해소법으로 남자들은 ‘속으로 참기’, ‘취미생활하기’, ‘술마시기’ 등의 방법을 찾는다. 그런가 하면 여자들의 방법은 ‘친구 만나기’, ‘연인과 다투기’, ‘쇼핑하기’ 등이다. 남녀의 사랑법이 다르듯이 남녀의 권태기 대처법 또한 눈에 띄게 다른 것. 대다수가 이런 방법으로 권태기를 해소할 만큼 권태기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지만, 결국 눈덩이처럼 커진 앙금은 돌이킬 수 없는 금을 긋게 할 것이다. 무작정 참거나 싸우는 것보다는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권태기 극복법을 전문가들은 알고 있었다.

권태기, 이렇게만 하면 충분히 극복한다!

1. 진솔한 대화로 솔직하게 서로의 마음을 들여다보자.
2. 지난 날의 사진이나 편지 등 추억을 되돌아보며 초심으로 돌아가보자.
3. 둘만의 여행을 준비하고 떠나며 서로 더 가까이 있어보자.
4. 함께 공유할 수 있을 취미생활을 시작해보자.
5. 일상의 변화를 주는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해보자.
6. 무언가를 바라기보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며 이해하려고 노력하자.
7. 상대방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자.
8. 싸우더라도 서로에게 깊은 상처가 될 말실수나 막말은 절대 하지 말자.

변하지 않는 것이 무엇이 있으랴. 10년이 지나면 강산이 변하고, 돌도 모래가 되는 것이 당연한 이치다. 하다못해 변덕 심하고 감정이 앞서는 사람 마음은 오죽할까. 하지만 조금 더 다르게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함께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고, 그 과정에서 서로의 마음을 조금 더 굳건히 다져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면 더없이 좋은 기회가 아닐 수 없지 않을까. 내가 바라는 만큼 상대도 나에게 바랄 것이고, 내가 서운한 만큼 상대도 나에게 서운할 거라고 생각하면 조금 더 관대해지고 너그러워지는 것이 또한 사람 마음일 것이다. 엄청난 인연으로 사랑을 시작한 연인들이기에, 그 사랑을 지키기 위해 한 걸음 더 천천히 걸어주고, 한 뼘 더 헤아려주는 작은 배려야말로 그들의 사랑을 증명하는 가장 아름다운 길일 것이다.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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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도 정여울님 기사인줄 알았어요 ㅋㅋㅋㅋ 권태기는 피해갈 수 없는 것 같네요.....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당 :)
  • 최동준

    인상적인 기사네요. 수진 기자님~ 권태기라는 것도 사람들이 다 다르게 느끼는 거 같아요. 인터뷰를 통해 다른 사람들의 권태기 극복법을 들어보니.. 더 와닿았던 거 같아요~
  • 이유진

    정여울님 기사인 줄..<3 잘 읽었습니당. 사람 사이 일은 결국 스스로 극복해야 함이 맞는 거 같지만 다른 사람들은 어떤지 궁금해지는 게 사람 마음인 듯해요..! 인트로가 좋아요 ㅋㅋㅋ대화가 필요해
  • 봄날은 간다 명대사 또 있어요!~ 어쩌면 더 유명한 라면 먹고 갈래~? 이 대사는 웃긴 게 라면 먹고 가라는 순수한 의미가 동침을 뜻하는 말을 가리키는 유행어였어요! ㅋ 19금~, 편집을 라면먹고 갈래 묻는 장면 다음에 서로 아침을 맞이하는 장면을 감독이 씬을 이어붙여서 발생한 사례에요. 참, 권태기는 음... 좀 어렵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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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팜므파탄

    라면먹고 갈래?? 정말 길이남을 명대사일듯 하네욬ㅋ 개그우먼 안영미님이 생각나네요

  • 이지예

    권태기.. 어떤 관계든 피할 수 없는 거 같아요. 노력!! 피할 수 없으면 노력해야겠지요. 기사 잘 봤습니다. 수진 기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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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수진

    맞아요...꼭 연인간이 아니더라도 인간관계에서 권태로움은 언제든 찾아올수 있으니까요ㅎㅎ 노력하려는 자세가 중요한것같아요! 감사합니다!

  • 저는 권태기가 왔을때..둘만의 여행을 다녀왔던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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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수진

    와 신해솔님은 권태기 극복법을 아주 제대로 실천하셨네요 :) 둘만의 여행, 아주 좋은 방법인것 같아요ㅎㅎ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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