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속 숨은 타이포그래피 찾기

세상에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 수없이 많은 글자와 그림들이 생겨나고 자리잡았다. 그냥 무심코 지나치고 만 이것들, 가만히 살펴보면 그 속에는 다양한 의미와 숨은 매력이 가득하다. ‘디자인의 도시’라 불리는 런던 곳곳의 타이포그래피는 더욱 기상천외하다. 그럼 놀이를 바로 시작해볼까? 런던 속 숨은 타이포그래피 찾기, 게임 스타트!
런던 피카딜리 서커스 광장 가운데 위치한 ‘Cool Britannia’라는, 유니언 잭과 여러 영국 관련 상품을 판매하는 상점의 쇼윈도 앞 모습이다. 유니언 잭이 커다란 스팽글로 꾸며져 있고, 국기 옆에는 다양한 옷을 입은 마네킹이 서 있다. 쇼윈도 앞에서 한 여인이 청남방에 짧은 팬츠를 입고 쇼윈도를 바라보고 있다. 상점 앞 길에는 빨간 공중전화 박스가 서 있다.

바쁘고 피곤한 출퇴근 시간을 위로해줄 대중교통 속 타이포그래피

횡단 보도 옆에 서 있는 신호등을 클로즈업하여 촬영한 사진. 빨간 불이 켜져 있고, 빨간 불 안에 들어있어야 할 일반적인 사람의 모습이 말을 타고 가는 사람의 모습으로 나타나 있다. 신호등은 검은색 기둥으로 되어 있으며 빨간색 신호등 아래에는 초록색 신호등 불이 꺼진 상태로 있으며 초록색 신호등 옆에는 한 칸의 신호가 더 있다. 기둥 반대편에는 다른 쪽 횡단보도 보행자를 위한 신호등이 하나 더 매달려 있다.
런던은 어느 관광 명소를 가든지 대중교통에서부터 그 장소의 특색이 확연하게 드러나 있다. 타이포그래피로 그 장소만이 갖는 특이한 특징을 재미있게 표현하는 것이다.
왼쪽 위부터 순서대로. 1: 언더그라운드 베이커 스트리트 역 내부 벽, 언더그라운드 표시 안에 BAKER STREET라는 글자와 셜록 홈즈의 시그니처 캐릭터가 크게 그려져 있다. 2: 같은 역의 다른 벽면으로, 타일로 된 벽면에 타일 하나하나당 셜록 홈즈 캐릭터가 그려져 있다. 3: 다른 벽면에 셜록 홈즈 작품 속 삽화를 크게 붙여놓은 것이다. 4: 다른 지하철 역 안에 걸린 사진으로, 지하철 역 앞 광장을 크게 사진으로 찍은 듯한 광고다. 5: CHARING CROSS 역 안에 붙어 있는 그림으로, 중세 시대에 살고 있는 것 같은 사람들이 그려져 있다. 6: 어느 지하철 역 안 공익광고로, 지하철 문에 어느 남자가 끼어있고‘Caution! Watch your step’이라고 쓰여 있다. 7: 지나가는 버스 사진으로, 관광버스 창문에 한글로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적혀 있다. 8: 지하철 역 어느 벽에 Way out이라 쓰여 있는데 이것이 벽난로 그림 안에 글자가 쓰여진 모양새다.
하이드 파크와 버킹엄 궁전 근처 신호등에는 그냥 사람 모양이 아닌 승마를 하고 있는 사람이 신호를 알려준다. 신호등에서부터 ‘이 곳은 왕이 살고 있는 궁전입니다!’라고 말해주는 듯하다. 서민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지하철은 더욱 다채로운 타이포그래피 요소들이 숨어 있다. ‘셜록 홈즈 박물관’이 있는 Baker Street역은 온통 셜록 홈즈 세상이다. 셜록 홈즈 기념 벽화들이 곳곳에 그려져 있고 심지어 벽의 타일 하나하나에 셜록을 새겨 놓았다.

이러한 표시들은 이곳이 역사적 명소임을 알려주고, 그 의미와 가치를 더 높여준다. 영국인들에게는 그 사실을 상기시켜주고, 관광객들에게는 초입에서부터 쉽게 찾을 수 있는 지표가 되는 것이다. 또한 ‘나가는 곳’ 등을 느낌 있는 그림으로 표현한 것은 매일 똑같은 장소를 오가는 바쁜 직장인에게 ‘한번쯤 웃고 가라’는 배려로 볼 수 있다.

흰 페인트와 바닥만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어, 거리 속 타이포그래피

소호 카나비 스트리트 입구를 알리는 표지판이다. 건물과 건물 사이에 조형물을 설치한 것으로, CARNABY 2013이라는 문구와 함께 유니언 잭이 건물과 건물 사이에 허공에 떠 있듯 설치되어 있다.
런던에 가면 바닥과 벽에 쓰여 있는 수많은 글씨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곳에 대한 주의사항을 안내하는 문구도, 이곳이 어디인지를 홍보하는 광고 문구도 종이가 아닌 바닥과 벽에서 찾을 수 있다.
 왼쪽 위부터 순서대로. 1~3: 횡단보도 아래에 쓰여진 ‘Look Left’, ‘Look right’, ‘Look both ways’라는 문구다. 4: 지하철 선로 바닥에 쓰여 있는 ‘Mind the gap’이라는 문구. 5: 높고 오래된 벽 위에 흰색 페인트로 ‘This area, these streer & the Pallets stored here are the property of Neal’s yard dairy / Any bicycles chained to the stairs will be removed’라고 쓰여 있다. 6: 어느 건물 옆 벽면에 ‘Lower marsh mar…’이라 쓰여 있으며 옆에 우거진 나무 때문에 글자가 잘 보이지 않는다. 7: 어느 표지판을 찍은 것으로, ‘Station Lifts’라는 문구와 함께 유모차를 끌고 가는 사람, 휠체어 탄 사람, 엘리베이터를 탄 사람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 8: 분리수거 통인데, 흰색, 하늘색, 연두색으로 구분되어 있다.
벽에 쓰여 있는 타이포그래피는 다른 사람 일에 참견하기도, 거꾸로 나 자신의 일에 간섭받기도 싫어하는 영국인들의 문화적 특성이 잘 드러난 사례다. ‘개인의 영역’을 매우 중요시하는 영국인들에게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고 알려주는 것은 그 말을 하는 입장이든 받는 입장이든 불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안전을 위해서는 알려줄 건 알려줘야 하니, 사적인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살포시 말해줄 수밖에. 이 때문에 어느 시설물이나 구조물을 따로 만들지 않고, 바닥이나 벽에 문구를 써 두어 넌지시 주의 사항을 일러주는 문구들이 많다. 길거리 표지판이나 이정표, 쓰레기통도 ‘강요’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지 않도록 귀엽고 재치 있게, 그러나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는 정확하게 표현하고 있다.

간판도 물건도 그냥 만들면 재미 없지, 가게 속 타이포그래피

서점에 꽂혀 있는 요정 책 시리즈. 검은 색 책장 안에 컬러풀한 책들이 꽂혀 있으며, 초록색, 빨간색, 분홍색, 노란색의 네 가지 컬러 책에는 양피지를 펼쳐놓은 듯한 종이 모양 위에 책 제목이 쓰여 있고, 가운데에는 요정 그림이 그려져 있다.
런던에서는 굳이 물건을 사지 않더라도 거리를 돌며 그저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보는 사람의 이목을 끌 수 있도록 상점 간판과 물건을 개성 넘치고 인상적으로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왼쪽 위부터 순서대로. 1: 어느 상점의 간판으로, 검은색 타원형의 간판에 금색으로 된 여신의 조각상 그림과 함께 원형 간판에 ‘Victoria, Del, Gra, Britt, Regina, Fid, Def, Ind, Imp'라고 원 모양으로 쓰여 있다. 2: 어느 상점 앞 간판으로, 주전자 모양의 간판이 매달려 있고 주전자에 가게 이름이 쓰여 있다. 3: 상점 위에 유리로 된 간판 안에 초록색 사과 그림이 그려져 있고, 사과 위에 graVity라고 쓰여 있다. 4: 상점 위에 걸린 검은색 타원형 간판 위에 '목 스페이스'라고 한글로 쓰여 있다. 5: 노란색 간판 위에 'I Knit London'이라 쓰여 있다. 6: 어느 상점 안에 전시되어 있는 Keep calm and carry on 엽서. 7: 팩에 싸둔 딸기 박스 위에 유니언 잭 스티커가 붙어 있다. 8: 둥근 접시와 사각형의 철제 통이 매대에 전시되어 있는 것으로, 접시에는 여왕의 얼굴이, 상자에는 여왕의 마차가 그려져 있다.
영국이 남들과는 조금 다르게, 특별하게 물건을 제작하게 된 배경에는 왕족이 있다. 예로부터 왕실의 힘이 워낙 강력했던 나라여서 그들을 위한 예술품을 많이 생산하다 보니 고급스럽고 특이한 디자인이 많이 만들어졌고 오늘날엔 그게 일상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영국과 일본 등의 섬나라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꼼꼼하고 겉모습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대륙과 떨어진 섬나라인 만큼 다른 나라에 자신을 확실히 드러내고 정체성을 부각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이 영향으로 ‘눈으로 보여지는’ 디자인이 영국과 일본에서 발달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예의를 중시하는 영국인들은 남에게 피해 주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남에게 좋은 모습을 보이려 겉모습에 신경을 쓰게 됐고, 이 과정에서 상업적 디자인도 더 성장할 수 있었다.

숨은 타이포그래피 찾기, 골라보는 재미가 있다!

영국 런던의 어느 길거리를 촬영한 사진. 오래된 건물들이 양 옆으로 늘어서 있고 가운데에는 차도와 인도가 보인다. 인도에서는 사람들이 북적이고 있고, 차도 역시 뒤쪽에서 앞쪽으로 오는 차선이 복잡하다. 왼쪽 건물에는 어느 가게의 간판 로고인 듯 Hamleys라고 쓴 흰색 글자가 빨간 깃발 위에 쓰여져 두 개 걸려 있다. 양 옆으로 서 있는 건물 사이에는 보라색 깃발이 한 줄로 매달려 있는데, 깃발 안에는 왕관 모양의 그림과 ‘60’이라는 숫자들이 걸려 있다.
역시나 디자인을 중시하는 나라여서일까. 영국, 그 중심에 있는 런던엔 각양각색의 타이포그래피들이 곳곳에 존재하고 있었다. 런던이 이러하듯, 당신 주위에도 분명 작지만 ‘존재감 강한’ 타이포그래피들이 살아 숨쉬고 있을 터. 이들을 그냥 무심코 지나칠 게 아니라 어디에, 그리고 어떻게 숨어 있는지 찾아 보자. 그러다 보면 이들을 마주칠 때마다 반갑고, 찾는 과정 속에서 쏠쏠한 재미를 느끼고 있는 당신을 발견할 것이다.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moticon

스티커 댓글

스티커를 사용해서 댓글을 남겨보세요!

댓글달기
  • 감동
  • 부들부들
  • 눈물
  • 두근두근
  • 좋아요
  • 사랑해요
  • 멋짐
  • 하하
  • 신남
  • 행복
  • 멘붕
  • 헉
  • 시무룩
  • 하이파이브
  • 응원
  • 쓰담쓰담
  • 뽀뽀
  • 박수
  • 선물하기
  • 고마워
  • 귀여워
  • 셀카
  • 저요
  • 열공
  • 쓰러짐
  • 씻기
  • 팩
  • 저희과에서 한국 서울에 숨은 타이포그라피 라는 주제로 조사를 한 사람이 있었는데.ㅋ 한국에도
    주차금지, 개조심, 쓰레기 버리지 마세요, 우유넣지 마세요 등 ㅋ 정말 재밌고 다양한 타이포가 있더라구요. ㅎ 이거 보니깐 그게 생각나요.ㅎ 이렇게 우리가 도시에 살면서 놓치는 디자인을 익명성의 디자인이라고 하더라구요 ㅎ 글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ㅎ
    댓글 달기

    유이정

    맞아요! 우리 주변에도 정말 다양한 타이포들이 존재하죠~ 익명성의 디자인이라 +_+ 저도 이 기사를 계기로 주변을 더더욱 관찰하게 됐어요!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당 *_*

  • 우리나라에도 이런 타이포그래피가 있는지 찾아보고 싶은 흥미로운 기사네요~!
    댓글 달기

    유이정

    저도 이 기사를 쓰면서 우리나라 타이포에 대해 더 관심갖게 됐어용! ㅎ.ㅎ

  • 영국 런던하면 런던 올림픽이 최고죠!!
    런던 올림픽 때 박태환 선수가 금메달 따던게 생각나요 ㅠㅠ 그 때 정말 감동이었는데...그만큼 감동이 왔습니다. 이 기사를 보고서. 우리나라가 이번 월드컵때 8강안에 들겠죠??
    댓글 달기

    유이정

    ㅋㅋㅋㅋ그렇겠죠 양돈님?

  • 우와 ^^ 런던이네요 신호등이이뻐요
    댓글 달기

    유이정

    신호등특이하죠!ㅎㅎ

  • 우와 런던속엔 모르는게 너무 한가득 이네요~!
    댓글 달기

    유이정

    런던 가보시면 한가득 알아오실거예요~!ㅋ.ㅋ

  • 타이포 그래피가 뭔지 몰랏는데 기사 보고 알앗어요~ㅋㅋㅋ 사진이 많아서 더 보기 좋네여! 셜록 지하철 맘에 들어요^^
    댓글 달기

    유이정

    저도 사실 이 기사를 쓰기 전엔 잘 몰랐어영 지금두 잘아는건 아니지만~^^;; 사진이 많아서 더더 부담없이 읽으셨을거예요!

  • 나로

    꼭가보고싶은나라 영국~^^
    댓글 달기

    유이정

    다시가보고싶은나라 영국~*.*

  • 우아 꼭 런던가보고싶어요! 이제막 셜록 시즌3 끝난마당에, 셜록 타이포그래피가 참 인상깊네요 ㅎㅎ잘읽었습니다~
    댓글 달기

    유이정

    셜록 타이포그래피 아이디어도 좋고 참 멋있져~ 런던가면 꼭 들려보세요!

소챌 스토리 더보기

시험 기간 소채리 7요정 분양합니다.

대티스트 메이킹 필름

요즘엔 이런 것까지 배달된다

LG전자 송창현 책임|워라밸의 기준 혹은 모범

알쏭달쏭 한글 맞춤법

내 방에서 산업으로 훨훨, IoT의 날갯짓

오픈더작업실 3탄_슈메이커 전영재

신동윤│우주를 꿈꾸는 ‘별 덕후’

2012년, 빙의하고 싶은 영화 속 주인공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