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 말아요, 시청률의 제왕

화면 오른쪽 아래에 다양한 색의 그래프 막대가 빼곡히 들어서 있다. 이미지 위에는 ‘울지마요, 시청률의 제왕’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숫자는 정확하다. 아침이면 전날 방영된 TV프로그램의 시청률이 기사로 도배 된다. 하나의 수치가 대중의 취향이나 프로그램의 인기를 반영하기도 한다. 성적표의 점수처럼 시청률이 매겨지는 문화 속에, 시청률과 대중문화가 주고 받는 영향력은 무엇일까?

연장전과 콜드게임의 차이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의 시청률이 고공행진을 한다면, 제작진들은 연장 방송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대중들이 끝나가는 드라마를 조금이라도 더 볼 수 있게 연장을 하는 것은 인기 있는 방송만의 특권이기도 하다.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의 시즌제만 해도, 시청률에 좌우되기도 한다. 한숨만 푹푹 나오는 시청률이라면 연장방송을 고려할 의미가 없다.

인기를 얻으며 연장 방송을 한 드라마들의 포스터. 왼쪽은 MBC ‘주몽’으로, 남녀 주인공인 송일국과 한혜진이 고려 시대의 의상을 입고 키스할 듯 얼굴을 가까이 대고 있는 모습이다. 오른쪽은 KBS ‘소문난 칠공주’로 주인공들이 각자 옆을 보거나 정면을 보는 모습이 드러나 있다.

인기리에 방영된 MBC 특별기획 드라마 < 주몽 >은 20회를, KBS 주말연속극 < 소문난 칠공주 >는 30회를 연장하였다. 인기 고공행진을 반영하듯, 연장방송에서도 우수한 시청률을 거두긴 하였지만 느슨해지는 전개와 개연성 없는 이야기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았다.

조기종영의 불운을 안은 MBC 드라마 ‘엄마가 뭐길래’. 주인공 나문희가 앞치마를 입은 채 사진 중앙에서 양쪽에 있는 무언가를 끌어당기는 듯한 포즈를 취하고 있고, 양 옆에는 주인공에게 끌려오듯 다른 출연배우들이 빨간 줄을 잡고 끌려오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화면 양 옆에는 ‘효도는 필요없다! 불효만 하지 말아다오!’라고 쓰여 있다.

많은 대중들의 선택을 받은 프로그램은 동 시간대 시청률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도 하지만, 야심 차게 출발한 TV프로그램들이 외면을 받는 경우도 허다하다. 시청률이 점점 하락한다면 ‘조기종영’의 아픔을 맛보기도 해야 한다. 콜드 게임처럼 갑작스럽게 프로그램이 끝난 경우가 있었다. MBC일일 시트콤은 < 엄마가 뭐길래 >는 시청률 부진을 원인으로 방영 되어온 이야기의 흐름과 무관하게 갑작스러운 종영을 선언했고, 그 후 시트콤을 시청하던 시청자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시청률이 안 나오면 ‘끝’내버리는 방송사의 무책임한 태도가 논란을 가중시켰던 것.

더 나아갈 것인가, 일찍 철수할 것인가는 ‘시청률’이 절대적인 지배권을 갖고 있다. 시청률은 곧 대중들의 선택이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이 지나치게 선정적이거나 자극적이어도 대중이 많이 보기만 하면 된다는 식의 의식도 없지 않아 있다. ‘인기’가 있다는 것은 자본이 많이 모이기도 하고 유명세를 쉽게 탈 수 있기 때문에, 대중이 중심이 되는 대중문화에선 가장 커다란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

시청률, 숫자들의 전쟁?

많은 대중이 선택한 작품의 시청률은 고공행진 할 때도 있지만, 그것이 좋은 작품인가에 부합하는 기준을 따지면 꼭 비례하진 않는다. 실제로 많은 대중의 선택을 받은 작품이 가지고 있는 선정성과 폭력성에 비난을 받은 드라마가 있었고, 시청률이 잘 나오는 프로그램일수록 구설수에 오르기 쉽다.

최근 방영중인 개그 프로그램의 한 코너. 왼쪽 사진은 제작자 역을 맡은 배우가 ‘시청률은 돈이다’라고 쓰여진 실시간 시청률 그래프를 뒤에 두고 기대에 찬 눈빛을 하고 있는 모습이고, 오른쪽 사진은 드라마 촬영중인 배우들 옆에서 제작자가 그래프와 함께 이를 지켜보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제작진의 입장에서는 어떨까? ‘시청률’은 무시할 수 없는 방망이와도 같다. 어떤 프로그램인들 낮은 시청률을 원하겠는가. 시청률을 위해 무분별한 설정이나 기존에 인기가 있었던 프로그램 포맷 베끼기, 무리한 연장 방송, 출연자 겹치기 등 문제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이를 풍자하며 패러디 한 KBS2 < 개그 콘서트 >의 ‘시청률의 제왕’이라는 코너만 봐도 잘 알 수가 있다.

영화나 드라마 같은 경우,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시청률이나 관객수 공약을 내세우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그만큼, 한 작품이 가지는 시청률의 의미는 남다르다. 대중이 많이 선택한 작품에는 유명세와 수익이 동반하기 때문이다. 방송사마다 매년 드라마 라인업을 구성하고, 경쟁 드라마를 피하기 위해 눈치 싸움을 하는 것도 이젠 대중에게도 익숙하다.

| Mini interview

시청률의 비밀을 밝힌다! AGB 닐슨 미디어 리서치 심재봉 사원

nielsen이라고 쓰여진 글자 아래에 일렬로 점이 여러 개 찍혀 있는 닐슨 미디어 리서치 회사의 로고.

AGB닐슨 미디어 리서치는 전 세계 시장의 76%, 46개국을 조사하는 세계 1위의 시청률 조사 기업이다. 급변하는 미디어 시장에 부응하며 미디어 조사 분야에서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국내 최초의 피플미터 시청률 조사 회사로서 국내 유일, 국내 최대 전국권 시청률을 생산하고 있다.

럽젠Q | 시청률을 집계하는 방법을 간단히 알려주세요.

시청률 집계 방법을 간단히 나타낸 이미지다. 기초조사 실사, 패널선정, People meter 설치, 시청 기록 수집, 데이터 베이스로 통합, 프로그램 모니터링 입력, 시청률 자료 분석 등의 과정을 화살표로 순서대로 보여주고 있다.

“우선 인구센서스 자료를 기반으로 모집단 전체 크기(가구수/인구수 및 성별/연령별 인구수)를 추정하고 TV시청 환경 및 특성(TV대수/가족원수/시청플랫폼) 파악 목적의 기초조사를 실시합니다. 기초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대표성을 보장한 패널접촉 및 영입 후 패널 가구에 피플미터기를 설치해요. 패널 조사기기의 시청기록을 바탕으로 전체 시청자의 시청행위를 추정 후 시청률을 산정하게 되고, 시청률 분석 소프트웨어를 통해 시청률 자료를 분석하여 제공합니다.”

MBC ‘사랑이 뭐길래’ 드라마 포스터. 파스텔 톤의 배경 위에 ‘사랑이 뭐길래’라는 드라마 제목을 글씨로 쓴 단순한 포스터다.

럽젠Q | 닐슨 코리아에서 집계한 결과로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한 프로그램은 무엇인가요?

“현재까지 최고의 평균시청률을 기록한 프로그램은 1992년도에 방영한 MBC주말연속극 < 사랑이 뭐길래 > (59.5%) 입니다.”

MBC 드라마 < 사랑이 뭐길래 >는 최민수, 하희라, 이순재 등이 출연한 주말 드라마다. 그 당시 엄청난 인기로, 방영 시간엔 전화 통화량과 수돗물 사용량이 뚝 떨어졌다고 할 만큼 최고의 히트작으로 손꼽히고 있다.

럽젠Q | 시대에 따라 시청률의 변화가 있었나요?

Young G’s TV Viewing Trend 그래프로, 10대와 20대, 30대와 40대, 50대 이상의 TV 시청 현황을 나타낸 그래프다. 10대와 20대는 2004년 10.3%이던 것이 2012년에는 6.4%까지 떨어졌고, 30대와 40대는 2004년에 16.1%이던 것이 2012년에는 13%까지, 50대 이상은 2004년에 24.1%이던 것에서 2012년에 22.4% 정도로 하락했다.

“스마트시대에 맞게 영상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디바이스(PC, Mobile, DMB 등의 영상 매체) 및 인터넷 온라인 환경이 지속적으로 구축되고 발전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TV시청량이 많이 줄어 들고 있으며, 더불어 이와 같은 기기들을 이용하는 층들이 젊은 층이기 때문에 젊은 층들의 TV시청량이 더욱 줄고 있습니다.”

럽젠Q | 케이블 시청률은 1%만 넘어도 흥행했다고 하는데, 케이블 시청률을 공중파 시청률과 비교해서 분석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흥행의 기준은 주관적이라서 지표를 내리기가 힘들지만 요즘과 같은 경우 케이블 프로그램 중에서도 4~5% 시청률이 나오고 있는 프로그램들이 꽤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케이블 시청률이 1%를 넘어 흥행했다는 의미 자체는 약 5~6년 전과 같은 경우라고 생각합니다. 케이블 채널은 지상파 채널과 다르게 유료플랫폼에 가입한 사람들만 시청이 가능하기 때문에 기준타깃을 다르게 설정하여 시청률을 산출합니다.”

럽젠Q | 시청자들이 ‘시청률’에 대한 자료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참고하는 것이 문화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 한 말씀 부탁 드립니다.

개인적으로 방송은 트렌드라고 생각합니다. 시청자들은 시청률 자료를 근거로 많은 프로그램 또는 채널 중 어떤 것이 우위에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는 정도의 참고자료로 활용 할 순 있습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시청자들은 본인이 보고 싶은 콘텐츠를 시청하기에 시청자들이 시청률을 보고 콘텐츠를 선택한다고 말할 순 없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시청률을 평가지표로서 하되 절대적인 수치는 아니고 서로간의 의사소통을 도와줄 수 있는 하나의 보조적 소재 정도로 참고하시면 어느 정도 트랜드에 맞는 문화생활에 도움이 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자료 제공 : 닐슨 미디어 리서치 코리아)

시청률이여, 잘 있거라

시청률은 대중에게 일상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크다. 인기 지표를 확인하기 위해서, 동시에 하나의 새로운 대중문화 아이콘으로 자리잡기 위해선 높은 시청률이 필요하다. TV프로그램과 방송사의 성적표이기도 한 ‘시청률’은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자료가 되었다.

하지만, 시청률의 수치는 이것이 가지고 있는 시대적인 초상을 반영, 대중문화의 흐름을 엿볼 수 있는 자료로 기록되는 것도 사실이다. 단순히 높은 시청률에 선동되어 자기 주관을 잃는 문화 소비보다 현명하게 시청률이라는 자료를 활용해보면 어떨까?

인기와 외면을 동시에 반영하는 시청률이라는 잣대가, 대중들에게 휘두를 수 있는 양날의 검이 되어선 안 된다. 주체적인 대중의 시선과 올바른 시청으로 시청률을 긍정적인 부분을 활용하는 제작자와 시청자가 균형을 이뤄야 할 것이다.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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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도 보고 내 친구도 보고 주위 사람들이 정말 많이 보는 프로그램이 시청률이 낮을 땐 의아했는데, 시청률 집계 방식이 따로 있었군요! *_* 제가 보는 드라마가 시청률도 높으면 왠지 뿌듯하더라고요 ㅎㅎ 이번에 상속자들 보면서 시청률에 급관심 가졌었어요 ㅎㅎ 시청률에 연연하지 말고 제가 보고 싶은 걸 봐야하긴 하는데, 아무래도 시청자로서 시청률이 신경쓰이긴 하더라고요. 시청률 높으면 한두번씩 찾아보게 되고, 낮으면 괜히 이게 재미 없나?라는 생각도 들고.. 마지막에 현동기자가 제안한 것처럼 현명하게 시청률을 활용할 줄 아는 시청자가 되겠슴돠! *_*
  • 힘내

    시청률이 어떻게 조사되는 건지 궁금했는데..저런 방식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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