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뮤지컬, 매력을 더하다 – 뮤지컬 배우 임병근

브로드웨이, 웨스트 엔드의 유명 작품이 휩쓸던 뮤지컬 시장에 당당하게 자리를 잡은 우리나라 창작 뮤지컬. 특히 최근, 잘 만들어진 창작 뮤지컬이 많은 팬들을 모으며 큰 인기를 누리고, 나아가 해외 진출까지 이뤄내고 있다. 바야흐로 창작 뮤지컬의 시대! 그 인기의 중심에 선 창작 뮤지컬의 주인공들과 함께 창작 뮤지컬만의 매력을 말한다.

따뜻한 조명, 잘 짜인 무대, 이야기를 전하는 노래, 꽉 찬 객석, 그리고 배우. 배우는 뮤지컬을 완성시키는 ‘주인공’이다. 무대예술은 배우예술이라 했던가. 수많은 요소들을 한데 모아 뮤지컬이라는 작품을 완성시키는 배우는 창작 뮤지컬에서도 그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우리 곁에서 우리 이야기를 우리 말로 노래하는 뮤지컬 배우, 임병근을 만났다.

작품 활동 사진 중 하나로 보이는 임병근 배우의 모습. 무대 위, 조명이 그를 비추고 있고 무대 뒤에는 큰 책장과 시계 등 오래된 서양의 어느 방처럼 꾸며져 있다. 임병근은 무대 중앙에서 뿔테 안경을 끼고 체크무늬 정장을 갖춰 입었으며 손에는 와인잔을 들고 약간 위를 바라보며 노래하듯 살짝 웃고 있다.

배우를 배우다, ‘배우’ 임병근

뮤지컬 < 바람의 나라 >, < 15분 23초 >, < 에비타 >, < 광화문 연가 >, < 서편제 >, < 마마 돈 크라이 >, < 쓰릴 미 >까지… 뮤지컬 배우 임병근이 차근차근 쌓아온 필모그래피다. 데뷔 6년 차, 그는 창작과 라이선스 형태를 오가고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배우를 배우고 있다.

그가 뮤지컬을 처음 만난 것은 중앙대학교 국악대학 음악극과에 다닐 때였다. 한국적인 음악극을 배우던 과에서 그는 처음으로 뮤지컬 음악을 만났다. 그간 겪어보지 못했던 새로운 음악이 그에게는 강렬한 충격으로 다가왔고 그는 어느새 뮤지컬에 푹 빠져있었다. 노래를 잘 하고 싶어 4년 동안 판소리도 배우고 후배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지독하게 연습에만 매진하기도 했다.

“후배들이 저더러 ‘연애도 안 하고 놀지도 않고 연습밖에 모르는 선배’라고 했다더라고요(웃음). 그만큼 좋았어요. 뮤지컬 노래 레슨도 즐거웠고 계속 하고 싶었어요. 그러다 정말 뮤지컬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임병근의 프로필 사진. 회색 배경 앞에 그가 서 있고, 연한 푸른빛의 셔츠와 회색 체크무늬 넥타이, 짙은 회색 조끼를 갖춰 입은 그가 카메라를 보고 있다. 조끼의 가슴팍 주머니에는 동그란 안경이 끼워져 있고, 중앙의 단추와 주머니에는 넥타이를 집을 때 쓰는 핀의 줄 같은 것이 걸려 있다.

정식으로 데뷔한 후, 그는 주로 대극장 작품을 하다 우연한 기회에 ‘서울예술단’에 들어가게 되었다. 서울예술단은 한국적인 창작 가무극을 제작하는 곳으로, 다양하고 실험적이면서 질 높은 국내 공연 작품을 선보이는 단체다. 국악대학에서의 학부 생활, 그리고 3년간의 서울예술단 생활을 통해 그는 한국적인 공연과 창작 뮤지컬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키워나갔다.

“아무래도 학부 때 한국적인 것들을 많이 배우다 보니 관심이 많이 가게 되었어요. 판소리도 배웠고요. 지금 뮤지컬 시장에서 많이 활성화되지는 않았지만 < 살짜기 옵서예 > 와 같은 작품도 올라오곤 하는데, 그런 한국적인 작품에 관심이 아주 많아요. 개인적으로 한국적인 공연이 많이 활성화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는 동명의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창작 뮤지컬 < 서편제 >에도 출연했지만, 이단아적 로커 역할을 맡은 지라 판소리를 제대로 보여줄 기회는 없었다. 잠깐이지만 애정을 가지고 배웠던 판소리도 무대 위에서 선보일 기회가 왔으면 좋겠다는 그의 모습에서 한국 창작 작품에 대한 애정이 느껴졌다.

창작, 명작의 시작!

꾸준히 한국 창작 작품에 대한 애정을 쌓아온 임병근 배우. 라이선스 뮤지컬과는 또 다른 창작 뮤지컬의 매력에 흠뻑 빠진 이는 비단 임병근 배우뿐만은 아니었다. 뮤지컬 붐 초반에는 화려하고 규모가 크고 주로 사랑을 주제로 하는 라이선스 작품들이 주를 이루었다면, 최근에는 공감가는 우리 정서를 바탕으로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신선한 창작 작품에 관객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창작 뮤지컬의 가장 큰 매력은 ‘우리 것’이라는 점이에요. 우리만 공유할 수 있는 감성이나 정서가 담겨 있어서 관객들이 감정적으로 더 쉽게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새로움’. 창작 뮤지컬에서는 새로움을 만날 수 있어요. 기존의 뮤지컬과는 새로운 주제, 형식 등 많은 것을 많이 시도하는 편이거든요.”

입에 착착 붙는 예쁜 우리말 가사와 편하고 공감 가는 정서, 그러면서도 동시에 어디에서도 들어보지 못했던 창작 이야기의 매력! 외국의 정서로 만들어진 라이선스 작품과 비교해 창작 작품이 가지는 가장 큰 이점이자 최근 관객들이 창작 작품에 빠지는 치명적인 매력 포인트이기도 하다.

뮤지컬 서편제의 장면. 왼쪽 사진은 두꺼운 옛날 한복을 입은 임병근이 무대 위에서 한 여배우와 마주보고 서서 손을 맞잡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이다. 그의 뒤에는 초록빛과 푸른빛의 벽이 서 있다. 오른쪽 사진은 임병근이 같은 옷을 입고 혼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본 채 걸어가며 노래를 부르고 있다.

하지만 사실 창작 뮤지컬은 무척이나 어렵고 힘들다. 임병근 배우 역시 제작 단계뿐 아니라 연습과정, 그리고 공연을 무대에 올리는 과정 중 많은 부분이 쉽지 않다고 말한다.

“최근에 지원이 조금 많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제작 여건은 좋지 않아요. 지원이 꾸준히 이뤄져 좋은 작품을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역시 배우로서 가장 힘든 것은 ‘만들어가는 과정’인 것 같아요. 초연인 창작 작품을 할 때에는 하나하나 다 만들어야 하거든요. 연출가님, 작가님과 조율해가면서 캐릭터부터 신까지 전부 다 새롭게 만드는 창작의 고통이 정말 크죠.”

그러나 그는 힘들고 고통스럽다는 말을 꺼내기가 무섭게 다음 말을 덧붙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열심히 만든 작품이 무대에 올려지는 것을 보면 뿌듯하고 성취감도 정말 크다며 활짝 웃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창작 뮤지컬이 우리나라 뮤지컬의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명작들도 처음부터 명작이지는 않았을 거예요. < 레미제라블 >이 25년간 공연을 하면서 계속 다듬어지고 고쳐지면서 세계적인 대작으로 롱런할 수 있던 것처럼요. 창작 뮤지컬의 소재나 주제 선정처럼 ‘창작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새로운 시도가 우리나라의 뮤지컬을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나가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해요.”

세계적인 명작을 공연하는 것도 물론 의미 있는 일이지만 우리나라 뮤지컬 시장 자체적으로 그에 못지않은 훌륭한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약간은 어설플지라도 창작 뮤지컬의 걸음마가 필요한 법이다. 물론 한국 뮤지컬의 발전을 위한다는 명목 아래 부족한 작품을 올리는 일은 없도록 창작자와 배우들의 노력도 필수적으로 따라야 한다. 작품의 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창작자와 배우들과 창작 뮤지컬을 아끼고 응원하는 관객들이 있다면 우리나라 뮤지컬 시장이 더욱 발전하고 탄탄해지지 않을까.

창작 뮤지컬, 새로운 역사가 움트다

임병근의 프로필 사진. 회색에 팔 부분이 검은색으로 배색된 코트와 검은 셔츠를 입고 있는 임병근이 약간 돌아선 채로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다.

임병근 배우는 최근 초연 창작 뮤지컬인 < 폭풍의 언덕 > 연습에 들어갔다. 또 한 번의 어렵고도 힘든 길이지만, 또 한 번의 창조의 길이기도 할 것이다.

“창작 뮤지컬도 많이 찾아봐 주셨으면 해요. 관객분들이 많이 찾아주셔야 묻혀버릴 지도 모르는 좋은 공연들이 연장 공연으로 이어지거나 다음 시즌에 다시 공연될 수 있거든요. 아무리 좋은 작품이라도 관객 분들이 찾아주지 않으면 사라지게 돼요. 뮤지컬에 관심이 있으신 관객분들이 창작 뮤지컬을 많이 사랑해주신다면 < 레미제라블 >만큼이나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아요.”

배우와 창작자들은 이야기를 엮어 수많은 감정을 정리하며 한 사람, 한 사람을 만들어내고 나아가 또 하나의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간다. 그 길고도 험난한 여정의 끝에서 마지막으로 세계를 완성하는 것은 배우도 창작자도 아닌 관객이다. 당신의 때론 따뜻하고 때론 따끔한 사랑과 관심이 닿을 때, 창작 뮤지컬의 새로운 역사가 움틀 것이다.

임병근 배우의 차기작 뮤지컬 < 폭풍의 언덕 >

뮤지컬 폭풍의 언덕 포스터. 포스터에는 언덕이 보이고 언덕 위에는 나무가 하나 서 있다. 폭풍이 칠 듯 하늘은 잔뜩 어둡고 흐린 빛이다. 사진 위에는 ‘뮤지컬 폭풍의 언덕 / 2013.12.13 GRAND OPEN / 강동아트센터 대극장 한강’이라 쓰여 있다.

| 기간 2013. 12. 13 ~ OPENRUN

| 장소 강동아트센터(02-440-0500)

| 프로듀서 이규창

| 연출 송현옥

| 작곡 홍승기

| 출현진 서범석, 김영호, 서태화, 임병근, 강신효, 배다해, 선우, 윤지영 외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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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도 우리 것 참 좋아하는데... 그리고 새로움도 참 좋아하고... 우리 것과 새로움, 창작 뮤지컬에 모두 들어있는 것 같네요! 이제 밑거름을 다지는 단계니까 분명 더 좋은 새싹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임병근 배우의 바람처럼 창작 뮤지컬이 더 많은 관객들의 사랑을 받기를, 그래서 창작 뮤지컬에도 레미제라블 같은 대작이 탄생하기를 기원합니다!
  • 민성근

    태어나서 뮤지컬은 딱 2번밖에 관람해보지 못했는데, 이 기사를 통해 뮤지컬 문화 자체에 대한 식견이 넓어진 것 같아 좋아요! ㅎㅎ 임병근 배우님이 말한, 레미제라블도 오랜 기간 다듬고 다듬어져서 지금의 레미제라블이 되었다는 말처럼, 차기작인 폭풍의 언덕도 대중들과 미디어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아서 해외로 라이센스를 수출하는 작품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기사 잘봤어요!
  • 고은혜

    창작 뮤지컬에 대한 선입견이 있는 것 같아요. 유명하고 오래된 외국 뮤지컬에 비해 어딘가 스토리도 지루하고 완성도도 떨어지고 그냥... 재미없을 거 같다는. 그래서인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창작 뮤지컬은 잘 찾아보지 않게 되더라구요. 그렇지만 처음부터 명작은 없듯이 다듬어지고 고쳐지면서 우리만의 한국적인 작품들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 과정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찌 보면 창작 뮤지컬도 적극적으로 관람하려는 수요가 많아야 한다는 것이겠지만요. 저 역시 선입견을 버리고 창조적인 무대를 위해 땀흘린 분들을 생각하면서 뮤지컬 문화생활에 좀 더 관심을 가져야겠어요! 의미 있는 기사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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