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눠보자, 골라보자, 공포영화!

“여름인데 그냥 공포영화나 볼까?” 매년 이맘때면 우리는 의무적 이끌림에 홀려 다시금 스크린을 찾는다. 이맘때면 어김없이 극장가에 넘쳐나는 수많은 공포영화, 이들은 모두 똑같은 공포영화인 걸까? 천만의 말씀! 럽젠의 공포영화 마니아가 추천한다, 당신의 깐깐한 공포 취향까지 만족시킬 ‘맞춤형 안내서!’

미국 영화 엑소시스트의의 한 장면. 영화의 배경이 되는 한 주택가의 이층집을 흑백 필름으로 보여주고 있다. 어둠이 깔린 밤. 2층 왼쪽 창문에서 빛이 새어나오고, 중절모를 쓴 사내가 카메라를 등지고 집 앞 가로등 앞에 서서 그 빛을 응시하고 있다.

저주받은 영혼, 귀신의 냉혈한 복수극

1. 기담 (2007)

왼쪽 사진은 어두운 공간을 배경으로 왼쪽에 검은색 머리를 늘어뜨린 여자아이가, 오른쪽에 그녀를 마주 응시하는 남자아이가 긴장감 넘치게 대칭을 이루는 모습이다. 오른쪽 사진은 10살 소녀가 공포감 어린 눈으로 엄마 귀신을 마주하게 되는 순간. 눈물을 글썽이며 화면의 왼쪽을 응시하는 모습이 소름 그 자체다.

공포영화 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것은 긴 머릴 늘어뜨린 소복의 귀신. 영화 < 기담 > 역시 이러한 동양적 공포영화의 주요 소재인 ‘귀신’을 통해 관객에게 다가선다. 영화는 각각의 인물이 저마다 ‘사랑’에 대한 비밀을 풀어나가면서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을 보여주며, < 기담 >이라는 제목에 맞게 기이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느낌을 전달한다.

배경 역시 일제 치하의 경성에 세워진 한 병원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다뤄, 현대적 설정에 익숙한 관객들에게 호기심과 흥미를 유발한다. 이 영화는 특히 어둡고 침침한 곳에서 펼쳐지는 일반 공포영화와 다르게, 때때로 세련된 분위기를 연출해 시각적 매력까지 더했다. 차분하고 조용히 옥죄어 오는 시간 속에서 예상치 못한 한 방으로 뼛속까지 전해지는 전율을 느끼고 싶다면, 영화 < 기담 >을 적극 추천한다.

이 장면, 놓치지 말 것!

10살 소녀가 무서움에 눈물을 흘리며 엄마 귀신을 마주하게 되는 그 순간! 피로 범벅된 엄마 귀신이 화면을 가득 채운 원샷은, 그야말로 ‘소름 그 자체’다.

2. 셔터 (Shutter, 2004)

왼쪽 사진에는 사진작가인 남자 주인공이 즉석 사진기를 들고 사진을 찍으며 화면을 응시하고 있다. 찍혀 나온 사진에는 피사체 뒤로 기이한 혼령이 함께 찍힌 것이 보인다. 오른쪽 사진은 여자 주인공이 대학교 건물에 들어가 무작정 찍은 즉석 사진에 역시 혼령이 찍혀 있는 장면이다.

사진작가인 남자 주인공과 그의 여자친구는 자신들이 저지른 뺑소니 사고 이후, 주변 친구들의 잇단 자살과 기이한 혼령이 찍히는 사진을 통해 점점 무언가가 그들의 숨통을 조여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 영화는 공포영화의 단골 소재인 ‘심령호러’의 기본 공식에 충실했다. 때문에 네티즌 사이에서도 좋은 평이 자자하다. 영화 < 셔터 >는 2004년 태국을 강타하여 엄청난 흥행 기록을 세웠으며, 더불어 국내에서 동남아시아 영화에 대한 낮은 수준의 선입견을 단번에 무너뜨리는 계기도 마련했다.

이 장면, 놓치지 말 것!

달리는 자동차 씬, 옆 창문을 조심하라!

한 핏줄 다른 영화?

살인마와의 짜릿한 추격전, 슬래셔 무비

1. 텍사스 전기톱 연쇄살인사건 (The Texas Chainsaw Massacre, 2005)

왼쪽 사진은 어두컴컴한 공간에서 여자 인물이 살인자를 피해 입을 틀어막고 숨죽이는 장면. 오른쪽 사진은 어두운 공간, 연기가 깔린 배경을 뒤로하고 살인자가 전기톱을 든 채 등장인물을 찾아다니는 장면이다.

사이코 킬러의 살인 행각과 등장인물이 살인자를 피해 긴박한 추격전을 벌이는 ‘슬래셔 무비’. 이 슬래셔 무비의 바이블이라 불리는 대표 작품이 바로 영화 < 텍사스 전기톱 연쇄살인사건 >이다. 영화는 1974년 처음 개봉 후 최근 3D로 다시 제작되어 그 시리즈를 이어가고 있을 만큼,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대단하다. 지속적인 호응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영화 내의 악역이 실제 존재했던 살인마에서 모티브를 따왔다는 점. 그래서 모든 상황이 보다 사실적으로 와 닿는다.

여행을 떠난 5명의 젊은 청년들, 그리고 한 마을에서 벌어지는 예기치 못한 살인마의 습격. 영화 < 텍사스 전기톱 연쇄살인사건 >은 기괴한 혼령이 나오는 오컬트 무비보다 더욱 ‘그럴 듯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우리의 간담을 더욱 서늘하게 한다.

이 장면, 놓치지 말 것!

영화 중반부부터 엔딩까지 약 40분간의 추격전은 그야말로 당신을 ‘지리게’ 할 것이니, 마음 단단히 먹도록 하자.

2. 데드캠프 (Wrong Turn, 2003)

왼쪽 사진은 숲 속에 고립된 등장인물 2명이 화면을 향해 서 있는 모습. 긴장감 넘치는 표정으로 예상치 못하는 공포와 맞서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살인마의 습격으로 누워 있는 여자를 남자가 돌보는 장면이다. 참혹한 추격전의 긴장감을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들다.

차량이 고장 나는 바람에 인적이 드문 산에 고립된 청년들. 그들은 숲 속을 헤매던 중, 돌연변이 모습을 한 듯한 살인마들과 마주하면서 무자비한 살육행위를 당하게 된다. 영화 속 돌연변이는 비주얼 자체만으로도 쇼킹하다. 그들은 동물적 감각으로 마치 인간을 식량으로 ‘사냥’하는 것처럼 보여지며 점점 높은 강도의 긴장감을 조성한다.

스토리가 탄탄하거나 스케일이 큰 것은 아니지만, 관객을 끌어들이는 ‘긴장감’만큼은 충분하다. 킬링타임용으로 손색없는 작품. 언뜻 광활해 보이는 숲이라 할지라도 살인마로 인해 한정적인 공포의 공간이 될 수 있음을 확실히 보여주는 영화다.

이 장면, 놓치지 말 것!

극 중 살인마에게서 도망쳐 안심하는 찰나, 둔기로 습격을 당한다. 영화 포스터로도 사용될 만큼 ‘쎈’ 장면.

한 핏줄 다른 영화?

좀비, 그들이 깨어나기 시작했다

1. 28일 후 (28 Days Later…, 2002)

왼쪽 사진은 비가 내리는 배경을 뒤로하고, 자동차 안에서 좀비의 습격을 받는 장면이다. 오른쪽 사진은 좀비의 습격으로 무기력한 표정을 한 채 서 있는 등장인물의 모습이 비춰지고 있다.

‘분노 바이러스’가 온 세상을 덮은 지 28일 후, 교통사고로 병실에 잠들어있던 주인공이 깨어나면서부터 참혹한 세상과 맞닥뜨리게 된다는 내용의 영화 < 28일 후 >다. 사실, 이 영화의 관전 포인트는 쫓고 쫓기는 좀비와의 추격전이 아니라, 영화 자체가 좀비영화로 ‘한 획’을 그었다는 점에 있다. 좀비영화는 최근 기본 형태에서 벗어나 SF, 코미디, 로맨스까지 결합하며 점점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그 선두에 선 것이 바로 < 28일 후 >다.

영화 < 28일 후 >는 종전에 느릿느릿했던 좀비가 아닌, 빠른 속도로 인간을 쫓아 오는 신개념의 좀비를 만들어 좀비영화계의 ‘혁명’을 일으켰다. 좀비영화의 진정한 마니아가 되기 위해서라면 이 작품이 필수 입문 영화가 될 것이며, 이 영화를 인상 깊게 본 사람이라면 후속작인 < 28일 후 > 역시 감상해보길 바란다.

이 장면, 놓치지 말 것!

영화 초반 주인공이 병실에서 깨어나 런던의 텅 빈 거리를 홀로 배회하는 장면은 또 하나의 흥미로운 볼거리다.

2. 알.이.씨 ([●Rec], 2007)

왼쪽 사진은 구조 요청이 들어온 사고현장 내부를 비춘 모습. 좀비의 비주얼만으로도 섬뜩한 공포감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오른쪽 사진은 좀비를 피해 도망 다니는 여자의 참혹한 모습이 카메라를 향해 다가오는 장면이다.

좀비영화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영화 < 알.이.씨 > 시리즈. 영화 < 알.이.씨 >의 전반적 이야기는 이렇다. TV 리포터와 카메라맨이 방문한 소방서에 갑작스러운 구조 요청이 들어온다. 사고현장에 동행한 리포터와 카메라맨은 건물이 봉쇄되면서 갇히게 되고, 카메라를 통해 그 안에서 전염된 사람들의 모습이 그대로 보여진다.

이 영화는 스페인 좀비영화로, 1편에서 크게 흥행해 속편과 더불어 할리우드에서의 리메이크까지 된 바 있다. 특히, 이 영화의 가장 큰 무기는 ‘리얼함’에 있다. 영화 < 알.이.씨 >는 허구 상황을 마치 실제 상황처럼 가공한 ‘페이크 다큐멘터리(fake documentary)’를 기본으로 하되, 소형 카메라만으로 촬영한 영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핸드헬드(handheld)’ 기법을 사용하여 생동감 있는 공포를 집중적으로 부각시킨다. 1인칭 시점과 음향효과의 부재는 관객을 영화 속 인물과 동화시키며 깊은 몰입감을 얻어내기도 한다.

이 장면, 놓치지 말 것!

좀비를 피해 결국 어두컴컴한 맨 위층에 갇힌 상황. 하지만 그곳에 있던 ‘누군가’에 의해 어디론가 끌려가게 되는 바로 그 장면은 가히 압권이다!

한 핏줄 다른 영화?

정체를 알 수 없는 괴수의 습격

1. 클로버필드 (Cloverfield, 2008)

왼쪽 사진은 정체를 알 수 없는 괴생명체로부터 공격을 받는 모습을 아래에서 올려다본 장면이다. 오른쪽 사진은 괴생명체로 인해 파괴되어 가는 도시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평온한 송별 파티장을 캠코더에 담던 주인공과 친구들은 알 수 없는 거대 괴생명체가 자유의 여신상의 머리를 날려버린 것을 목격하게 된다. 그들은 점점 파괴되어 가는 도시로부터 벗어나면서 겪는 일을 영상으로 기록하기 시작한다.

이 영화는 위에서 살펴본 영화 < 알.이.씨 >와 같이 ‘핸드헬드’ 기법을 이용한 ‘페이크 다큐멘터리’ 장르다. 그렇기에 일반적 괴수영화에 나오는 괴물의 괴이한 모습보다는 인간의 공포심리에 더욱 초점을 맞춘다. 결말 역시 평범한 끝맺음이 아니라서 관객의 호불호가 갈리긴 하지만, 인터넷 상에서 속편에 대한 온갖 추측이 난무한 것을 보면 그만큼 이 영화가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좀 더 사실적인 괴수영화를 보고 싶은 당신에게 안성맞춤인 작품이 될 것이다.

이 장면, 놓치지 말 것!

영화의 마지막 부분, 캠코더가 바닷가를 비출 때 하늘에서 ‘무언가’가 떨어진다는 사실.

2. 더 씽 (The Thing, 2011)

왼쪽 사진은 남극의 노르웨이 탐사팀이 빙하 속에서 찾은 괴수를 내려다 보고 있는 모습. 오른쪽 사진은 무기를 든 남자와 여자가 괴생물체의 공격에서 살아남기 위해 추격전을 벌이는 장면이다.

1982년 개봉한 영화 < 더 씽 >의 프리퀄 버전으로 과거 원작의 내용이 일어나기 이전의 사건을 재구성한 작품이다. 2011년 작의 영화 < 더 씽 >은, 남극의 노르웨이 탐사팀이 빙하 속에 갇힌 괴생물체를 찾으면서 시작된다. 얼마 후 얼음 속에서 깨어난 괴생물체는 한 사람씩 차례차례 공격하기 시작하는데, 인간의 외형을 모방할 수 있는 그들의 능력 때문에 사람들은 점점 서로를 믿지 못하는 상황까지 이르게 된다.

영화 중간 중간 인간의 외형에서 흉측한 모습으로 변하는 여러 장면은 정말 압권이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향상된 기술력에 비해 전작의 훌륭한 연출력을 따라가지 못했다는 평도 있다. 이 영화를 감상하고 원작을 본다면, 마치 하나의 긴 작품을 감상한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장면, 놓치지 말 것!

원작까지 볼 사람이라면, 극 중 천장의 구멍이나 도끼가 꽂힌 곳 등 사소한 흔적까지 유심히 관찰하자. 원작에서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부분을 찾는 깨알 같은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한 핏줄 다른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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