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인질의 시대, 자기 PR의 시대


이제는 자기 주체적인 삶이 필요하다. 방안퉁수는 허락되지 않는 사회에선 나에 대해 알리는 일이 필요하다. 나를 돌보는 일로부터 나의 존재를 각인시키는 것, 그리고 SNS에서 나를 노출시키는 심리가 궁금하다.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 음식 사진 올리기


찹찹찹찹. 눈으로 보기만 해도 맛있고 경쾌한 소리다. 글씨만 봐도 입맛을 다시게 되는데, 윤기 자르르 흐르는 음식 사진을 본다면 침샘은 범람의 위기에 처한다. MBC 주말 예능 프로그램 <일밤-아빠! 어디가?>의 윤후 때문에 뜨거운 감자가 된 ‘먹방’. 사실 먹방이 유행하기 이전부터 사람들은 ‘먹는 사진’, ‘음식 사진’을 찍어 공유해왔다. 음식을 찍은 사진에서 이제는 먹는 모습을 찍은 사진으로 콘텐츠의 성격이 조금 바뀌었을 뿐이다. 이런 사진을 SNS에 올리는 심리는 무엇일까? ‘음식 사진’을 올리는 사람을 유형별로 분석해 보았다.

1. 성취형
먹은 것을 찍어서 올리는 것이 그냥 단순한 취미생활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찍은 사진을 SNS에 게시함으로써 남에게 보여줄 수 있게 되었다. 무언가를 한 뒤 사진으로 남긴 것을 누군가 봐준다는 것이 스스로 ‘무슨 일을 했다는 것에 대한 인증’이라고 생각한다. 그럴 경우 식사가 단순히 먹고 끝나는 소모적인 일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내가 먹은 맛있는 것을 보고 남도 함께 ‘그 맛’을 느낄 수 있고, ‘그곳’도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묘한 성취감을 느끼기도 한다.

2. 회상형

사진의 역할인 ‘기록’의 의미가 크다. 나중에 그 음식이 생각날 때 꺼내어 보면 먹고 싶은 마음을 조금이라도 위로하거나 진정시킬 수 있다. 그러면서 그때 먹었던 음식과 공간의 분위기, 함께 있었던 사람을 떠올린다. 자연스럽게 그날의 일들이 생각나고 추억을 회상할 수 있다. 단순한 음식 사진 하나가 글이 없는 ‘그림일기’ 역할을 하는 것이다.

3. 예술가형

자신이 만든 요리를 올려서 나만의 전시회를 만드는 유형이다. 그 순간만큼 그 사람은 예술가요, 음식은 작품이며, SNS는 전시회장이 된다. ‘나의 요리실력은 이 정도’라는 것을 보여줄 수도 있고 ‘잘 먹고 잘 산다’는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다.

4. 인맥관리형
‘다음에 밥 한 번 먹자.’ 보통 친한 사람이 아닌 지인, 아는 사람을 만났을 때 하는 무의미한 인사말이다. 음식 사진을 올리면 주로 이런 댓글이 달린다. ‘혼자만 맛있는 거 먹니! 나랑도 먹으러 가자’, ‘나도 이런 거 먹을 줄 아는데’. 그럼 자연스럽게 ‘다음에 같이 먹으러 가자^^’ 라는 말로 응답하게 된다. 그렇다. 그냥 하는 말이다. 음식 사진을 올렸을 뿐인데 서로의 안부를 전할 수 있다. 음식 사진은 ‘현대판 무의미한 인사말’을 전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

거울아 거울아, 셀카를 부르는 주문

가수 싸이의 ‘Never say goodbye’라는 노래에 이런 가사가 있다. ‘기억을 기억하고 추억을 추억하고 죽을 만큼 울다가도 결국 눈물이 마른다’라는. 우리도 마찬가지로 이렇게 기억을 기억하고 추억을 추억하기 위해 사진을 찍는 것 아닐까?

그 당시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는 것도 좋지만, 사진을 보며 그때의 상황을 기억하고 추억하며 지난 날을 회상하는 것도 소소한 행복이다. 사진 중에서도 셀프 카메라(Self Camera), 일명 ‘셀카’를 찍는 것은 우리에게 큰 의미를 갖는다. 스스로가 자신의 모습을 기록한다는 것, 더불어 셀카를 찍는 것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개인의 SNS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에 올림으로써 다른 이와 공유한다는 것은 자기 자신을 스스로 상품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보통 사람들은 SNS에 셀카를 게시할 때 소위 ‘백 장 찍어 한 장 건지는’ 상황을 경험하기도 한다. 많은 사람이 보는, 또는 많은 사람에게 보이기 위한 공간이기 때문에 여러 번 찍어서 가장 잘 나온 사진을 올리는 것이다. 다양한 표정과 몸짓을 이용한 몇 가지 셀카 중에서 하나를 건졌던 경험, 한번 쯤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헤어 스타일을 바꿨을 때, 화장이 잘 되었을 때, 새로 산 옷을 입었을 때 등등 무언가 외적인 변화가 있을 때나 남에게 내 모습을 자랑하고 싶을 때 기념으로 셀카를 찍어 SNS에 올린다. 그리고 그에 대한 긍정적인 피드백을 기대한다. 남에게 최상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인간의 욕구와 본능. 이는 스마트폰이 생겨남으로써 더욱더 펼치기 용이해졌다.
네이버 카메라, 푸딩 카메라 등 사진을 예쁘게 찍어주는 어플은 물론 포토원더, 카메라360처럼 찍고 난 뒤 예쁘게 꾸밀 수 있는 어플도 많아지고 있다. 보정을 손쉽게 할 수 있으니 그만큼 셀카를 찍고 올리는 빈도가 늘어나게 되고, 이를 페이스북, 트위터, 카톡 프로필 등으로 공개하면서 그 활용도 또한 높아졌다. 그렇다면 이러한 셀카의 ‘기록’은 어떤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까?

가장 잘 나온 셀카를 남에게 보여줌으로써 보는 이로 하여금 자신이 원하는 이미지를 각인시켜줄 수 있다. 잘 만들어진 이미지, 내 외모의 좋은 점을 부각시키면서 셀카에 긍정적인 상징성을 부여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잘 나온 사진뿐만 아니라 다소 엽기적인 셀카를 이용해 자기 자신을 희화화하고 평소와는 다른 자신을 새롭게 표현하기도 한다.
셀카는 자신의 이미지를 다방면으로 표현하는 도구인 한편, 요즘 근황이나 소식을 알리는 용도로 사용되기도 한다. 인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그 유니폼을 입은 셀카를 공개해 자신의 소속을 알리거나 사원증을 들고 결의에 찬 표정을 짓기도 한다. 이렇듯 셀카는 우리가 남들과 공유하고 싶은 근황, 소식, 경험을 하나의 사진에 표현할 수 있다.

그러나 셀카를 잘못 활용하면 오히려 남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양산할 수 있다. 지인 중에도 매일매일 셀카를, 그것도 똑같은 표정에 똑같은 몸짓의 셀카를 하루가 멀다고 SNS에 올리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자신이 볼 때는 조금씩 다른 사진일지 몰라도, 남들이 보기에는 똑같은 얼굴인 사진들이 그것.
또 타인의 이목을 끌기 위해 너무 과한 표정이나 멘트도 삼가야 한다. 자화자찬이라든지, 과한 노출이 있다든지, 심하게 귀여운 척을 한다든지, ‘과장된’ 셀카는 지인들에게 부담감만 안겨줄 것이다. 셀카는 분명 자신의 현재 상황을 단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다. 그러나 사진을 찍고 그 사진을 스스로 올리는 개인의 ‘자유’ 뒤에는 그에 따른 ‘책임’이 뒷받침한다는 것도 알아두어야 한다.

못 찾겠던 꾀꼬리의 발견, 위치 태그하기


GPS가 스마트폰에 장착되기 시작하면서 위치 정보 확인이 활성화되었다. 그 후, 위치태그를 기반으로 한 SNS ‘foursquare’, ‘I’M IN’ 등의 어플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나 여기에 있어!”라고 말하는 위치태그가 빛을 발하는 순간, 언제일까?

1. 게릴라 데이트를 위한 체크인
“나 여기에 있어, 너도?” 넘어져 코 닿을 거리에 숨어 있는 지인과 게릴라로 만날 수 있다. 흔치 않겠지만 위치태그는 방방곡곡에 있는 사람들과 근처에서 동시간을 향유한다는 기분을 선사하기도 한다. 어쩌면 우연을 가장한 만남을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 좋아하는 사람을 한 번 더 만나고 싶다면 타인의 체크인을 주목해도 좋을 것이다.

2. 신개념 초대장, 길 잃어버리지 마세요
출판사에서 주최하는 낭독회, 홍대에서 열리는 소규모 콘서트 등, 실제로 행사나 사람들을 초대하는 파티 측에서는 일찌감치 위치태그의 초대장을 뿌린다. 번지수로는 알쏭달쏭했던 그곳을 이제는 현재 위치한 곳으로부터 얼마 떨어져 있고, 어떻게 갈 수 있는지까지 알 수 있다. 길을 자주 잃어버리던 사람도 제시간에 나타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된다.

3. 공간의 미학, 그땐 그랬지
한 시절을 함께 풍미했던 학교 앞 분식집, 기념사진으로 남아 있는 추억의 공간에 다시 머물러 위치태그 하는 일도 빈번하다. “그땐 참 좋았었는데, 벽에 낙서하고 왔던 것 기억나?” 할 말이 쏟아진다. 공간을 공유하고 추억을 돌이키는 위치태그는 스쳐 지나간 많은 인연을 떠올리게 한다. 너도 그곳을 찾았구나, 나도 그곳에 있었는데. 함께 했으나 엇갈리는 바쁜 일상에선 더없이 좋은 추억을 재구성하는 도구이다.

4. 지도를 품은 지식
좋아하는 K리그 구단의 원정 경기를 찾아 나섰지만 경기장이 낯설다? 원정 경기의 낯섦 속에서 헤매지 않는 방법으로도 사용된다. 주제별 위치태그를 검색하면 필요한 장소를 찾아 나서는 작은 내비게이션으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공통분모로 다양하게 태그 된 공간을 클릭하면 지식은 쏟아진다.

이 밖에도 가끔은 핫 플레이스에 내가 있었음을 보여주는 태그들도 많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는 이미 위치태그 기능이 사진 업로드, 상태 업데이트와 같은 시스템에 마련되어 있다. 공간은 때로 존재하는 시간과 사람, 벌어지는 일 모든 것을 함축하기도 한다. 백 마디 말보다 한 공간을 드러내는 것이 자기표현에 효과적일 때, 망설임 없이 GPS에 위치 정보 확인을 동의한다. 가끔은 ‘내 방 속 이불’ 같은 곳에 자신의 위치를 태그하고 하루를 마감하는 사람도 있다. “잘 자”라는 청각적인 인사보다 더 촉감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것.

이렇듯, 다양한 SNS 활동을 통해 우리는 스스로 감추고 숨기는 것에 능해졌다. 이처럼 자신을 표현하는 과정에서는, 오해가 비롯되지 않도록 정확해야 할 때와 누군가가 상징하고 있는 메시지를 알아차려야 할 때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실시간으로 타임라인을 넘나들고 뉴스피드를 관찰하는 것이 아닐까. 자기 인질의 시대? 자기 PR의 시대! SNS의 탐구는 도가 없다. 끊임없는 퀴즈처럼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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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식, 셀카, 체크인! SNS의 3대 요소를 콕 찝어 제대로 파헤쳤네요 :D 정곡을 찔린 기분이 드는건 왜일까요ㅋㅋ 저는 셀카형도 음식형도 아닌, 체크인형 sns를 즐겨하는데요~ 조금 특별한 장소에 갔거나 남에게 알리고 싶은 일이 있을때, 공감을 얻기 위해 장소를 체크인해서 올리곤해요ㅎㅎ 자기 PR의 시대! 꼭 나쁜것만은 아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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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이정

    어디어디에서 누구누구와 함께! 특히 저도 누군가와 영화를 볼 때 그 영화를 기억하고 그 순간을 기념하기 위해 그리고 보여주기 위해 체크인을 하곤하죠ㅎㅎ 너무 과장된 셀카만 찍지않는다면 자기피알의 시대 꼭 나쁜것만은 아니겟쪄?.?후후

  • 민성근

    정말 재밌게 잘봤습니다 ㅋㅋㅋ 요즘 SNS에는 나를 나타내기 보단, 나를 보여주고 싶은 것에 욕심이 더 많은 것 같네요. 꼭 나쁜 건 아니지만, 글처럼 과도한 셀카는 주변사람에게 부담감을 주니까요^^ㅎㅎㅎ 기사잘봤습니다. 이정,현동,유진기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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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이정

    흐흐흐흐흐흐.. 페북을 사랑하고, 셀카를 주로찍는 저에겐 정말 금쪽같은 교훈이죠..ㅎㅎ.. 전 그런적은 없지만^^ 그래도 셀카와 페북을 자주 애용하는(더불어 페북에 셀카를 종종 올려 긍정적인 피드백을 기대하는) 저에겐 조금 더 다양하고 신선한 셀카 포즈, 표정이 필요할 것 같네요. 연구할게요, 성근기자님.. 지켜봐주이소. 그나저나 내 이름 젤 앞에 불러줘서 조으당 후후후후 성근기자님도 은근 제 셀카파트가 맘에 들었나 봄 흐흐흐흐

  • 이정기자의 셀프디스 ㅋㅋ 잼있네요 제 사진 노른자에 후사진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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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이정

    기자라면 때로는 살신성인도 필요합니당..크킄~ 오잉? 몰랐어요! 그냥 계란후라이 노른자에 텔레토비의 햇님 같은 애기 사진이 있는 줄 알았어요 ㅎㅎ 아 그래서 계란hoo라이님이신거군요! 너무 깜찍하고 기발해요! 자기PR의 시대에 걸맞는 프로필 사진과 이름인 것 같슴당! ㅎ.ㅎ

  • 유이정

    자기 인질의 시대, 자기 PR의 시대에 부합하는 살신성인 셀프디스 그리고 셀프댓글...ㅋㅋㅋ..ㅋㅋ.. 함께 기사 쓴 현동 기자님, 유진 기자님 수고하셨어용~! ㅋ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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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유진

    우리 모두 수고수고 ㅋ.ㅋ...!!! 셀프디스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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