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 │ 노멀패밀리, 그 회복의 여정

사진제공_뮤지컬해븐(02-744-4337)


특별함을 꿈꾸던 사람들이 다시 보통을 꿈꾸게 되었다. 각자의 사연과 아픔을 묻어두고 평범한 삶을 노래하려는 가족이 여기에 있다.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에서 만난 노멀패밀리(Normal Family), 공연을 통해 시련을 견디며 회복으로 나아가는 여정을 만날 수 있다.

기억의 조각에 베인 엄마 다이애나와 아빠 댄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은 브로드웨이 역사상 가장 완벽한 뮤지컬이라는 찬사 속에 한국으로 입성했다. 단란해 보이기만 하는 보통 가족 이야기를 하면서 그 내면에 깊게 파고든 상처를 이야기한다.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며 동시에 우리 모두의 일상이기도 한 무대를 재구성한 뮤지컬이다.

주인공이자 아들을 잃은 슬픈 기억의 편린에 베인 엄마 다이애나가 여기에 있다. 정신과 치료는 물론이고 약물에 의지하며 살아가는 불구의 삶 속에서 자주 넘어지기도 한다. 전기 충격 요법 시술을 권유받고, 더 나아질 수 있을 거라는 희망 한 줄기에 기억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어쩌면 다이애나는 엄마라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동안 숨길 수밖에 없는 상처를 드러내면서, 아직 그 상처를 드러내지 못한 엄마를 대변하는 일종의 판타지일 수도 있다. 늘 희생하기만 했던 불우한 삶마저 망가져 버린 엄마 다이애나를 보고 있으면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되기도 한다.

가족을 책임져야 하는 그 무게는, 아버지 댄을 통해 알 수 있다. 부인의 피해망상이 깊어질수록, 엇나가는 딸 나탈리와 죽은 아들 게이브에 대한 환상을 마주하는 댄.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짊어진 것이 너무 많게만 느껴질 때 관객은 댄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다. 아내 다이애나가 떠나기로 했을 때, 그녀를 보내주는 마음과 허전해진 집 안에 홀로 앉아 슬픔을 축여 말하는 독백은 가슴이 아프기도 하다. 넓은 마음으로 모든 가족을 보듬어주지 못했다는 자책은 모든 아버지의 고질적인 병처럼 남겨진다.

지워진 공간을 배회하는 아들 게이브와 채우려는 딸 나탈리


죽은 아들 게이브는 사랑스럽게 엄마의 볼에 뽀뽀한다. 다정한 말투와 사랑스러운 모습이 더더욱 그 빈자리를 돋보이게 한다. 환영처럼 떠돌며 다이애나와 댄의 기억 속에 사는 게이브는 자신의 기억을 잊어버린 다이애나 때문에 슬퍼하기도 한다. 자꾸만 자신이 지워져 가는 공간에서 자기를 갱생하려고 노력한다.

반면, 그 빈 공간을 채워야 하는 딸 나탈리는 음악에 대한 열정과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아이다. 낭만적인 로맨스의 상대 헨리를 만나 사랑에 봉착하기도 하지만, 혼란스러운 엄마와의 갈등, 지금은 없는 게이브에 오히려 자신이 밀려난다고 생각했는지 자꾸 엇나가게 된다. 어쩌면 이런 그녀는 사랑받고 싶어하는 여린 누구의 딸이기도 할 것이다.

노멀패밀리(Normal Family)의 퍼즐 게임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에서 주목할만한 점은 무대 구조다. 3층 철제구조물 배경으로 진행되는 이 뮤지컬의 무대는 브로드웨이 것을 그대로 가져오면서, 그 감동을 재현하기도 한다. 복잡해 보이지만 집 안을 복원해놓은 모습은 마치, 엉키고 설킨 가족들 간의 관계, 이해와 합의를 상징하는 구조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가족물이라고 하여 잔잔한 노래만 나오지 않는 것도 주목할만한 점이다. 파워풀한 락, 리드미컬하면서도 우울함을 가진 노래들은 노멀패밀리의 여정에서 갖게 되는 감정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때로는 몇 마디의 말보다 진심을 다해 부르는 노래가 더 많은 말들을 남기기도 한다. 갈등을 보여주고 또 그 갈등이 해소되는 고지에는 항상 다양하고 인상적인 노래들이 흘러나온다.

화려하고 거대한 스케일의 뮤지컬은 아니지만, 이 가족이 꿈꾸는 회복의 여정 속에 담긴 진솔하고 묵직한 이야기가 오히려 더 큰 무언가를 주는 작품이다. 지금 우리 가족의 모습이기도 하고, 현대 사회가 앓고 있는 상처이기도 해서 이입할 수 있는 여지와 생각할 여지는 다양하다. 진지하면서도 동시에 지루함을 탈피하는 다양한 요소들은 극 중 인물들과 스토리, 외부적인 연출 요소들이 동시에 퍼즐을 맞추며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되어 간다.

기억에 박힌 가시 때문에 아파하는 한 가족의 회복을 통해, 우리가 모름지기 방관해왔던 가족의 어두운 이면을 되새길 수 있다면 이 뮤지컬의 존재감은 충분해질 것이다. 때론 미친 것처럼 살기도 하고, 우아하고 단란하기도 하지만 폭발 직전의 감정들이 존재하는 가족의 단상. 가족의 스펙트럼은 무한하고 넓기만 하다. 그 모습을 재현하며 새로움이 아닌 보편적인 삶을 꿈꾸는 노멀패밀리를 만나게 된다면 아마 감동의 악수, 화해의 악수, 공감의 악수를 건네는 손을 마주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Title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Next to Normal)
Location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Date 2013년 4월 6일(토)~2013년 5월 5일(일)
Running time 140분(7세 이상 관람가)
Price R석 8만8천원 / S석 6만6천원
Cast 박칼린, 태국희(다이애나役), 남경주, 이정열(댄役), 한지상, 서경수(게이브役), 오소연, 김유영(나탈리役), 박인배(의사役), 이채훈, 최종선(헨리役)
Info 더스테이지, 02-744-4033
Tip 매 공연마다 달라지는 배우 캐스팅 스케줄을 확인하면 더 만족스러운 공연을 볼 수 있다. 또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의 입구에 마련된 피아노 복도를 걸으며 발걸음마다 소리를 내는 즐거움도 만날 수 있다.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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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유진

    가족이라는 평범한 소재를 가지고 특별한 에피소드를 만들어 낸 뮤지컬 같네요
    무대구조도 신기하고! 남경주씨 굉장히 좋아하는데, 기대되는 작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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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현동

    남경주 씨 꽃중년이시더라구요, 무대에서 보면 더 멋있는 듯!

  • 민성근

    기사잘봤습니다!ㅋㅋ
    흔들리는 가족의 현실을 잡으려 노력하는 식구 개개인의 모습이, 어쩌면 우리 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가정의 모습과 다를바 없네요. 어느 가족이든 자그마한 위기를 마주치지 않고 살아가는 것을 불가능하잖아요. 줄거리를 보면서 특히 아버지, 어머니에게 보여드렸으면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고하셨어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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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현동

    맞아요, 다 다를 바 없이 특별한 점 없는 보통의 삶인데도 그 삶들의 연속이니, :-)

  • 정민하

    머리가 아픈 공연이예요. 하지만 그 지끈거림이 그다지 싫지는 않네요 :-) 보통, 이란 무엇일까요? 평범이란, 행복이란..? 오래오래 곱씹어볼 만한 뮤지컬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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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현동

    드레스리허설 함께 관람한 민하 기자와 나눈 이야기들이 몇 몇 생각이 납니다. 노멀하지만 오래 남겨지는 잔상들에 대해 또 이야기 나눴으면 !

  • 유다솜

    "때로는 몇 마디의 말보다 진심을 다해 부르는 노래가 더 많은 말들을 남기기도 한다." 이게 바로 뮤지컬만의 매력인 것 같아요! 현동 기자의 기사를 읽으니, 빨리 <넥스트 투 노멀>을 눈 앞에서, 귀 앞에서(?) 보고 듣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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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현동

    오감을 만족시키는 뮤지컬이니 눈 앞 귀 앞 다 맞는 말!!!

  • 유이정

    넥스트 투 노멀이라는 제목만 들었을 땐 가족 이야기인 줄 몰랐는데, 알고보니 노멀패밀리, 우리들의 보통 가족이야기군요! 우리 일상 속 평범한 가족들도 누구나 상처를 하나씩은 다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특히 엄마 다이애나(그녀처럼 꼭 정신과 치료를 받진 않더라도)와 아빠 댄처럼 가족의 한 가장으로서, 버팀목으로서 희생하는 모습이 바로 우리네 부모님들의 모습이 아닐지. 남경주, 박칼린 이름만 들어도 억 소리가 나는 라인업도 짱! 가족과 함께 보고 싶은 뮤지컬입니다. 기사 잘 봤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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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현동

    라인업 짱이죠. 가족의 회복을 보며 나의 가족을 되새길 수 있는 좋은 작품이에요,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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