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 에세이가 남겨 놓은 것들

지난해, 많은 사람의 상처를 보듬어준 말은 ‘힐링(Healing)’이었다. TV, 책 등으로 회자되면서 하나의 문화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는데, 특히, 출판계에서는 ‘힐링 에세이’의 독보적인 판매량에 잠시 불황을 잊기도 했다. 저자의 경험이라는 거울로 독자의 상처를 공감하고 치유하려 했던 힐링 에세이. 그것이 남겨 놓은 것들은 무엇이 있을까?

2년 연속 베스트 셀러의 주인공, 힐링 에세이

88만원 세대로 호명된 젊은이들의 갈 길은 아직 멀다. 이 세상이 막막하기만 하고, 할 일들은 또 많다. 졸업을 앞둔 대학생들은 취업 준비에 지치고, 막상 그렇게 발을 내딛게 된 사회생활은 또 쉽지만은 않다. 이런 아픔을 공감하면서 신드롬을 일으킨 책이 있다.

서울대학교 김난도 교수가 쓴 < 아프니까 청춘이다 >(쌤앤파커스, 2010)는 교보문고가 집계한 2011년 최고의 베스트 셀러에도 선정된 바가 있다. 출판계의 불황을 딛고 현재 국내에서 300만 부 판매 돌파를 앞둔 가운데, 중국에서도 20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며 더 다양한 독자들을 만났다.

그 뒤를 이어받은 책이 혜민 스님의 <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쌤앤파커스, 2012)이다. 청춘에 국한하지 않고 전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힐링 에세이로, 특히 종교적인 색깔을 벗어나 사람이 삶을 살아가는 것에 있어 크고 작은 지혜를 드러냈다. 마찬가지로 교보문고가 집계한 2012년 최고의 베스트 셀러에 선정되기도 했다.

위의 두 권 외에도 힐링 에세이는 더 다양한 작가와 장르가 접목되면서 꾸준히 독자들을 사로잡았다. 방송작가 강세형이 쓴 < 나는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 >(김영사, 2010)는 재조명되며 다시 한 번 세간에 주목받았고, 올해 출간한 < 나는 다만 조금 느릴 뿐이다 >(쌤앤파커스, 2013) 역시 높은 판매고를 올리며 힐링 에세이 돌풍의 주역이 되었다.

공감의 시도와 악수하기

“힐링 에세이는 공감이 되면서 위로를 받고 있다는 기분이 들죠. 혼자 묵묵히 읽을 땐 스스로 다짐할 수 있는 계기를 주고, 읽고 난 후엔 든든하고 위로받은 느낌, 뭔가 청소가 된 듯한 느낌을 받아요. (한기엽, 서울예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11학번)”

힐링 에세이는 저자가 다루는 내용을 독자가 공감하면서 자연스럽게 ‘힐링(Healing)’ 효과를 유발한다. 해석의 여지가 있는 문학 작품과는 다르게, 직관적으로 이야기하는 방식이다. 그 자체로도 함께한다는 느낌을 받으며, 가지고 있던 근심을 조금 덜 수 있다는 점이 힐링 에세이의 역할이다. 다른 사람이 쓴 문장이 곧 자신의 이야기가 되어가는 과정에서 힐링 에세이는 많은 독자의 마음을 녹였다. 서로 처음 보는 사람이 악수하며 반갑게 인사하듯이, ‘너도 그러니? 나도 그랬어.’와 같은 통성명에 서로 악수를 하는 셈이다.

“페이스북에서 혜민 스님의 글에 수만 개의 ‘좋아요’가 눌리는 것이 힐링 에세이의 인기를 증명한다고 생각해요. 뭔가 공감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그래, 내 마음이 이랬어.’ 랄지 ‘그래, 그러니까 이렇게 하는 게 맞는 거야.’ 하는 마음에서 오는 것 아닐까요? 뻔할 수도 있는 것은 이미 우리가 다 아는 내용이기 때문이지만, 그럼에도 마음을 다독일 수 있는 건 힐링 에세이가 치료해준다기보단 공감 같은 걸 이끌어내서 자기 자신의 힐링을 도와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서수현, 명지대학교 디지털미디어학과 08학번)”

서점에서 만난 대학생 독자들은 힐링 에세이의 역할이 다름 아닌 공감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최근 SNS의 사용 빈도수가 높아지면서 힐링 에세이의 부분을 인용하는 글이나 힐링 에세이의 저자들이 게재하는 글에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있다. 공감이라는 것은 나누면서 배가 되는 효과를 가져다준다. 88만원 세대의 나아갈 점과 현실, 세태 등을 드러내는데 급급했던 과거와 다르게 힐링 에세이는 문장 속에서 함께 부대낀다는 의미로 감싸주는 역할이 더 크다. 유행처럼 구입해 읽게 된 힐링 에세이의 엔진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닿지 않는 곳에 상처가 났다

“책에서 하라는 대로 했다가 그다지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을 때 상실감은 더 커질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책의 저자 보다는 나를 잘 아는 사람에게 충고를 받는 것이 힐링의 진정한 의미가 아닐까요? (숭실대학교 문예창작학과 11학번 이영현 학생)”

“힐링 에세이는 나의 상황이 맞아떨어지느냐로 좋은 책인지 아닌지가 판가름났지, 내 삶을 얼마나 바꾸었느냐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었어요. 덮고 나면 실제로 달라지는 것은 없었죠. 어쩌면 뻔하거나 두루뭉술한 마무리 때문일지도 모르고, 사람들의 공감을 자극하는 데만 열중해서일지도 모르겠어요. (이다솜, 이화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08학번)”

힐링 에세이가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실제로도 많은 판매량을 기록한 이후, 여기저기서 힐링 에세이가 쏟아졌다. 그 과정에서 같은 맥락으로 여행 에세이, 멘토 에세이 등 에세이 분야의 도서가 많은 독자에게 선택받기도 했다.

그러나, ‘힐링’으로 통용하려는 공동의 상처를 책 한 권이 위로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느끼는 부분도 알 수 있었다. 사람이 사람을 위로하는 바람, 진실을 품지 못하고 쏟아지는 힐링 에세이가 범람해버린 서점가 등이 우려하는 부분이었다. 힐링 에세이가 긍정적으로 읽혔던 것은 공감대의 스펙트럼이 넓었다는 점이었지만, 모든 사람을 한데 묶어 일반화시키는 듯한 느낌을 준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사실 우리는 책이라는 매개체가 가진 사적일 수 없는 부분에서 치유를 기다릴 때가 더 많다. 그래서 대중적인 책 한 권이 쉽사리 자기 자신을 바꾸진 못할 것이라는 기대 아닌 기대감을 가진 독자들도 있었다.

힐링 레시피, 그 위로의 조건

“힐링 에세이를 통해 마음을 치유받을 수 있는 건, 그 글의 내용이 어떻건 독자가 마음을 열고 적극적으로 수용할 자세를 가졌을 때만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겉으로 읽고 그냥 지나치는 독자에겐 100번의 위로를 해줘도 101번째에 원래의 자리로 돌아올 수 있으니까요. 힐링 에세이 같은 보완적 도구는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으로 생각하지만, 힐링 에세이가 주는 위로를 진정 자기 자신에게 주는 위로로 만드는 것에 대한 성찰이 필요할 것 같아요. (임웅진, 동국대학교 행정학과 09학번)”

힐링 에세이가 젊은 청춘들에게 꽃다발을 주진 않았지만, 상처를 보듬고 걱정해주는 역할을 했다. 그 후 상처가 아물게 된 사람도 있을 것이고 상처가 그대로인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책 한 권이 객관화할 수 없는 문제까지 모두 해결해준다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최대한 가까이에 닿을 수 있게 공감의 씨앗을 여기저기 뿌려둔 셈이다. 이제는 자기의 역할과 취향에 맞게 선택할 수 있을 정도로 세분화 된 다양한 힐링 에세이가 출간되었다. 믿고 읽어보자는 식으로 갈증을 해결할 수 있을까.

사실 책의 활자가 언제나 영향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힐링 에세이에 아로새겨진 문장들이 통과할 수 있는 통로가 있어야 느낄 수 있다. 즉, 능동적으로 자신을 움직일 줄 알아야 위로받을 수 있는 것이다. ‘나는 가만히 있는데 책 한 권이 알아서 해줄 것’이라는 믿음으로는 공감의 끄덕임도 쉽지 않을 것이다.

아직도 서점에는 매일 같이 새로운 힐링 에세이 서적들이 태어난다. 그리고 많은 독자가 선택했던 힐링 에세이들 역시, 여전히 위로받고 싶어하는 사람들 곁으로 간다. 때로는 사람들이 ‘힐링’이라는 말을 너무 의미 없이 사용하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힐링 에세이가 남겨 놓은 자리에는, ‘힐링’이라는 가치 역시 준비된 자에게 먼저 찾아간다는 지혜가 숨겨져 있을지도 모르겠다.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moticon

스티커 댓글

스티커를 사용해서 댓글을 남겨보세요!

댓글달기
  • 감동
  • 부들부들
  • 눈물
  • 두근두근
  • 좋아요
  • 사랑해요
  • 멋짐
  • 하하
  • 신남
  • 행복
  • 멘붕
  • 헉
  • 시무룩
  • 하이파이브
  • 응원
  • 쓰담쓰담
  • 뽀뽀
  • 박수
  • 선물하기
  • 고마워
  • 귀여워
  • 셀카
  • 저요
  • 열공
  • 쓰러짐
  • 씻기
  • 팩
  • 민성근

    치유의 원천이 타인이든, 자신으로 부터든, 아니면 어떠한 사물이든, 무언가 스스로에게 자극과 힘을 줄 수 있는 대상은 꼭 필요한 것 같아요. 힐링 서적들도 그러한 방법 중에 아주 작은 한 예라고 생각합니다.
    기사 잘봤습니다 ㅋㅋ!!
    댓글 달기

    서현동

    더 좋고 다양한 힐링 방법이 있다면 몰래 제보와 공유 부탁드려요. :-)

  • 유이정

    현동기자님, 역시 현동기자답게 글 잘 쓰시네요 :) 힐링이 필요할 때, 힐링 에세이가 실질적인 도움은 되지 못해도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준다고 생각해요. 힐링이 난무한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이 제대로 힐링 하려면 현동기자님 말씀대로 능동적으로 움직이려는 자세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첫기사 완전 축하드려요♥_♥ 우리 앞으로 1년동안 힐링이 필요할 때 함께 힐링해보아요! ^_^
    댓글 달기

    서현동

    실천하는 힐링, 움직이는 힐링, 서로에게 힐링, 힐링은 ING가 붙었으니까 언제나 진행형으로 느껴졌음 좋겠네요. 큭큭.

  • 이유진

    기사 잘읽었습니다~~~~~! (첫 기사 축하해용)
    '힐링'이라는 말이 언젠가부터 만연해지면서 뭔가 부담스럽기도 한 단어였는데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지는 거겠죠?
    운, 힐링, 기회 모두 다 준비된 사람에게 돌아간다는 것!
    결국은 초ㅣ선을 다해 살아가면서 차근차근 자기만의 무언가를 준비해나가야 하는 것 같아요
    *_*
    댓글 달기

    서현동

    자기 만의 것을 차근차근 준비한다는 것, 설레고도 멋진 일 같아요. 그렇게 완성되어 만나면 더더욱 그렇겠죠?ㅎㅎ

  • 유다솜

    기사 읽는 동안, 뭔가 마음이 차분해지는 느낌이에요! '힐링 에세이'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들을 공유할 수 있어서 좋아요
    댓글 달기

    서현동

    히히, 차분해주셔서(?) 감사해요. 더 다양한 의견들이 있을 것 같아요.

  • 별B612호

    TV에도, 서점에도 '힐링'이라는 단어가 넘쳐나는 세상이 되어 버렸네욤...
    그만큼 세상살이가 팍팍하고 어려워 상처받은 사람들이 많다는 반증이겠죠?ㅋ~
    댓글 달기

    서현동

    맞아요. 병이 많아져 병원과 약국이 많아지는 것과 같은 것 같아요, 그런 시각에 입각하면 안타깝네요. T_T

  • 전영은

    독자들을 위해 쉽게 풀어써주신 기자님께 고마움을 전하며! 평소 에세이를 그리 좋아하지 않던 저에게 많은 것을 느끼게 하는 기사네요^_^
    댓글 달기

    서현동

    우리 많이 느끼고 많이 엎질러집시다. 킥킥.

  • 고은혜

    힐링이라는 단어가 불편하긴 해요. 너무 과다한 느낌. 하지만 어쩌다 읽어보면 좋은 내용들도 참 많더라구요. 힐링에세이에 대해 다양한 생각들이 많네요. 저눈 사실 공감이 잘 안 돼서요. 그 사람 상황에선 그 방법이 최선이었을지라도 내 상황에선 아닐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도 이렇게 이슈가 되는 걸 보면 아프고 힘든 사람들이 많다는 건 누구라도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네용. 현동기자의 색깔이 흐드득 묻어나는 기사 잘 읽었습니당!^____^
    댓글 달기

    서현동

    저도 첫 줄에 공감. 그런 편견을 사회가 만들어버린 것이 아닌가 싶어요. 힐링이 상품화 되면서.. 그 때문에 정말 좋은 것들도 많이 묻힌 것 같아요. 참되고 좋은 것을 발굴하는 의미에서 능동적인 읽기와 실천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 이미선

    대학교에 들어와 목표를 잃고 방황할 때, 친구가 선물해준 힐링 에세이에 눈시울을 붉히며 꿈을 다졌던 기억이 나네요! 아무리 좋은 힐링 메시지도 직접 실현하는 것은 자기 몫이란느 데에 크게 공감합니다!
    댓글 달기

    서현동

    실현과 자기 몫이라는 단어에 눈길이 가네요. 어렵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

  • 첫 기사를 축하드립니다. 윤후 시인 트윗 보고 놀러왔어요. 이런 곳이 있는 줄 몰랐네요 : )
    댓글 달기

    서현동

    앗 부끄럽네요......... 감사합니다.

  • 트위터 보고 들어왔는데 글이 참 좋네요 생각할 여지가 많은 기사인 것 같아요~! 진짜, 힐링이 무엇인지,,,
    댓글 달기

    서현동

    감사합니다. 진짜와 가짜로 나뉠 수 있는 것이 힐링은 아닌 것 같지만 참된 힐링은 있겠죠?ㅎㅎ

소챌 스토리 더보기

안산 다문화거리 궁금해?

한국 영화 퀴즈쇼 무비Q with LG글로벌챌린저 Action팀

너의 최애는

LG-KAIST 영어과학캠프

가을맞이 문화재 야행

웹툰 [자취생 생활만족 향상템]

강의실 밖 진짜 수업, 겟잇프레쉬 윤성민 대표

20대 양우산 추천템

2012년, 빙의하고 싶은 영화 속 주인공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