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데이팅 | 제대 후, 그 남자의 사정

DAY 1 오래된 남자, 세자빈 간택처럼 기다리다

남자가 있다. 남자는 오래되었다. 연애해본 지도, 설렘을 느낀 지도. 남자는 특별한 ‘데이’를 챙기고 싶었다. 남자의 ‘데이’는 365일 똑같은 그냥 ‘데이’였고, 연초에 다져놨던 마음을 연말에 가슴 치며 후회하는 햇수만 벌써 3년째. 올해 가슴을 쳤다가는 가슴에 피멍이라도 들 기세다. 남자는 어느 날 우연히 친구에게서 놀라운 정보를 듣는다. 너의 사진과 기본 정보만 올리면, 괜찮은 이성을 소개해주는 인터넷 사이트가 있다고. 남자는 “에이, 그런 거는 진정한 사랑이 아니지.”라면서도 진심으로 끌린다. 그날 밤 남자는 한 인터넷 소셜 데이팅 업체에 가입하고, 기본 정보와 학력 이른바 ‘스펙’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죄다 입력한 뒤 세자빈 간택되는 것을 기다리듯 정갈한 마음으로 가입승인을 기다렸다. 그리고 가슴 한편에 모처럼 찾아온 설렘에 양 뺨이 붉어지며 잠을 청했다.

Day 2 문제는, 프로필 사진이었던가!

아침이 되자마자 가입승인 여부를 확인하는 남자. 아직 가입승인이 되질 않았다. 은근히 이 남자는 초조해진다. 음, 뭐가 문제일까? 남자는 아침부터 자신과의 스무고개에 들어간다. 학력? 이 정도는 뭐, 중간은 되는 것 같은데. 취미? 영화 보기, 음악 감상이니 무난하지 않았나? 그런데 가입신청이 왜 안되는 걸까? 거울 앞에서 곰곰이 고민하는 남자, 거울 속 그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순간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이 있었다. 바로 프로필 사진!! 제대하고 나서 갓 찍은 터라 짧은 머리와 거뭇거뭇한 피부, 거만해 보이는 눈매까지, 남자는 자신의 프로필 사진이 여자에게 별로일 거란 생각에 사로잡힌다. 남자의 성격이 제1의 가치라는 여자도 많지만, 그래도 남자는 생각한다. 첫인상을 판단하는 것은 ‘얼굴’이라고. 오랜만에 왁스를 바르고, 렌즈를 끼고, 군대 말년 이후에 고이 모셔두었던 화이트닝 제품을 꺼내는 남자. 정성스레 얼굴을 터치하고 머리카락을 손질한다. 그리고 ‘뽀샤시한’ 각도를 잡아 찰칵! 어 이게 아닌데? 왜 이렇게 하관이 넓어 보이게 나왔지? 다시 찰칵! 이번엔 옆머리가 너무 가라앉은 거 같다. 이렇게 찍기를 수십 회, 드디어 남자의 마음에 드는 사진 몇 장이 나왔고, 남자는 흐뭇한 미소와 함께 프로필 사진을 수정한다. 할 거 다 했으니, 빨리 승인을 다오!

Day 3 가입 승인, 첫 번째 인연의 등장

정오, 남자의 휴대폰으로 문자가 왔다. ‘OO님, 가입 승인되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좋은 인연 만나시길’ 지루한 수업시간에 졸린 눈을 간신히 뜨고 있던 남자는, 순간 한국 축구 국가대표의 우승을 바로 확인한 듯 흥분하기 시작한다. ‘그래, 사진이 문제였어!’ 그는 빨리 수업이 끝나기만을 기다린다. 오늘따라 길어지는 수업. 드디어 ‘오늘은 여기까지’라는 교수님의 말이 나오고, 남자는 바로 인터넷이 가능한 컴퓨터를 찾아 전력 질주한다. 복학생 동지들은 밥도 안 먹고 어디론가 뛰어가는 그 남자를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본다. 그러거나 말거나 남자는 컴퓨터 자리를 잡고, 사이트에 접속한다. 이 사이트의 특징은 매일 오후 12시에 자신과 어울리는 한 명의 이성을 이어 준다는 것이다. 과연 자신의 첫 번째 인연은 어떤 사람일지 두근두근 아니 심장이 터질 것 같은 남자! 그는 베일에 가려진 그녀를 확인하기 위해 클릭하는데••• ‘짠!’처럼 극적인 등장은 아니다. 그의 이상형은 아니지만, 얼굴과 취미, 사는 지역까지 이 정도면 괜찮은 만남이 될 것 같다. 하지만 문득 불안감이 엄습한다. 이 소셜 데이팅 사이트의 특성상 남자가 만나고 싶어도 여자가 거절한다면 만날 수가 없다는 것! 잘 모르는 사이지만, 여자의 거절이 두려운 남자는 일단 ‘킵keep’해놓을까 생각 중이다. 친구의 의견도 들어봐야지. 내일 오후 12시에는 다른 여자 분이 또 찾아오니, 천천히 생각해야지. 남자는 머릿속만 복잡해진 채로 컴퓨터를 종료한다.

Day 4 첫 번째 여인이여, 돌아오라

오전 11시 40분이다. 첫날 만난 인연과 계속 이어갈지, 남은 선택의 시간은 20분이 채 남지 않았다. 이 남자, 조급해진다. 사실 남자는 이것 때문에 어제 오랜만에 복학생 동지들을 소집하여 술을 마셨다. 그녀가 별로라는 아이도 있었고, 너랑 정말 잘 어울린다고 말해준 친구도 있었다. 갈등 중인 남자, 지금 한시가 급한데 마냥 혼자서만 행복한 고민을 하는 자신이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 난 정말 바보인가? 시간은 계속 흐르고 지금 시각은 오전 11시 59분, 아쉽지만 첫 여자는 접기로 한다. 이제 그의 모든 관심사는 두 번째로 자신을 찾아올 여성에 모든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드디어 정오다. 남자는 어제보다 더 초조한 마음을 억누르며 베일에 싸인 뉴 페이스를 확인한다. 어??? 아, 생각해보니 첫 번째 여자가 남자의 이상형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역시 ‘첫 번째’는 처음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의미 있는데, 인연을 너무 과소평가했던 그의 몰가치적 행태가 새삼 부끄럽게 느껴진다. 다시 첫 번째 여자와 연결될 수 있을까? 남자는 사이트를 뒤적거리다가 유료 아이템을 구입하면, 다시 그녀와 연결되는 ‘끈’이 주어진다는 것을 알아내었다. 그런데 지갑이 얇은 그에게 아이템의 가격은 두 끼 식사 값인데••• 하지만 인연을 놓칠 수는 없지. 그는 아이템을 구입하고, 첫 번째 여자를 찾아내어 데이트 신청을 클릭한다. 과연 남자의 바람은 이루어질까?

Day 5 토요일, 강남역에서 만나요

아악! 그녀의 답신이 없다. 이대로 남자는 인연을 놓치고 말 것인가? 왜 남자는 ‘처음’의 의미를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았던가? 그는 스스로 무력함과 허탕함에 땅을 치고 후회한다. 하지만, 아직 그녀의 수락 시간이 조금 남았다. 기다려 보기로 한다. 1시간 뒤, 휴대폰에 문자가 왔다. ‘저, OO씨, 저, @@인데요. 실제로 어떤 분일지 궁금하네요, 만나보는 게 어떨까요?’ 남자는 아르키메데스처럼 방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며 환호한다. 가만, 오늘이 목요일이니까. 마음 같아서는 당장 보고 싶지만, 토요일에 보자고 할까? ‘토요일은 어떠세요?’라고 문자를 보낸다. 바로 오는 답신, ‘토요일 강남역 어때요?’ 음••• 강남역 물가가 비싸기는 하지만, 뭐 어때 인연이라고 생각하면! 그깟 돈은 아깝지 않다! 며칠 술 안 먹고, 담배 한두 갑 안 피면 되는 것을. 남자는 흔쾌히 수락한다. 이렇게 인연을 빨리 만날 줄이야.

Day 6 희열, 환희 그 중간쯤의 잠 못 이룬 밤

남자는 내일 있을 오프라인 만남을 위해, 새로운 분위기를 연출하러 서울 시내 유명 패션센터를 찾았다. 자신의 인상을 좋아 보이게 하는 여러 가지 소품을 비롯해 그녀의 관심을 사로잡을 수 있도록 헤어스타일도 손질한다. 그날 밤, 남자는 키가 160m이었던 중 2 시절의 희열이 오버랩된다. 자신을 설레게 한 옆 반 여자아이의 모습이 떠오르는 듯한! 잠을 쉽게 이루지 못한다. 과연 남자는 올해 진하게 손잡고 행복한 나들이를 할 수 있을까?

Day 7 드디어 만나다, 그런데∙∙∙

드디어 약속의 날. 남자는 약속 시각보다 무려 3시간 일찍 모든 준비를 끝내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다. 약속 시각은 오후 6시. 강남역 7번 출구 인근의 한 커피숍. 긴장된 마음을 애써 가라앉히기 위해 노래를 듣는다. 10CM, 성시경, 김동률 등 여자들과의 감성 소통을 위해 오늘만큼은 삭막한 남자가 아닌 그녀만을 위한 민트남이 되기로 한다. 약속 시각 1시간 30분을 남기고, 그는 집에서 출발한다. 30분도 안되어 도착. 1시간이 남았다. 그는 미리 약속 장소에 한 번 들어가 시뮬레이션을 한다. 화장실에 들어가 머리도 다시 체크하고, 얼굴에 조금씩 생기는 기름도 기름종이를 이용해 말끔히 흡수한다. 멘트를 정리하고, 마음을 가라앉힌다. 드디어 약속 시각, 문을 열고 들어오는 한 여자! 남자에게 싱긋 미소를 지으며 들어오는데∙∙∙ 아, 그녀가 찾는 남자는 내가 아니었구나. 남자는 얼음물을 삼킨다. 그리고 이윽고 들어온 여자. 음, 이런 비유는 그렇지만, 그녀는 흡사 전날 배운 서양사 과목에 나온 2차 세계 대전의 소련군 붉은 군대의 여자 전투원 느낌이 난다. 못생겼다는 뜻이 아니다. 다만 너무 ‘포스’가 있다. 외형으로만 설명하기 어렵다. 그런데 그녀가 나를 본다. 에이 설마, 에이∙∙∙ 이건 아니지, 어 내가 어디선가 봤던 얼굴인데. 아이 참, 제길.

남자는 그날 이후로 진정한 사랑은 인터넷이라는 매개 수단으로 만나는 것이 아닌 사람과 사람으로 오래 보고 마음을 열어가야 한다는 것을, 죽을 때까지 마음속에 간직하자고 다짐한다. 외롭다고 함부로 나의 모든 것을 인터넷에 올리고, 모르는 사람과 함부로 만나는 것은 나에 대한 예의도 그 사람에 대한 예의도 아니라는 것을 느끼면서. 남자는 유료 아이템까지 산 데다가 3주가량 매일 정오 새로운 여자가 찾아올 사이트 계정을 눈물을 머금고 삭제한다.
이때 그의 음악 재생목록에서 나오는 김윤아 누님의 담담한 목소리, “봄은 또 오고 꽃은 피고 또 피고, 지고 아름다워서 너무나 슬픈 이야기, 그건 아마 사랑도∙∙∙” 남자는 순간 마음의 봄날이 가고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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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도 한번 해보고싶네요 ㅋㅋㅋㅋ재밌겠다 비록해피엔딩이아닐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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