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L마케팅, 고객의 손을 붙잡다


우리는 마케팅의 세상에서 산다. TV를 켜면 곧바로 마주하는 것이 광고요, 신문을 펼치거나 포털 사이트에 접속해도 한 편의 광고에 반드시 눈이 닿는다. 전철을 타면 목적지에 도달하는 순간까지 무료한 눈으로 여기저기 부착된 광고를 읽게 되고, 길을 나서면 곳곳에 반짝이는 광고판들이 두 눈을 사로잡는다.

한밤의 뉴욕 타임스퀘어 광고판들의 사진. 중앙의 구글플레이 광고판 주변으로 다양한 브랜드들의 광고판이 빛나고 있다. 광고판들 뒤로 높이 뻗은 마천루가 보인다.

하지만 사람은 비슷한 자극에 계속 노출되면 무감각해지는 법. 반복되는 광고에 사람들은 더 이상 아무런 감흥을 느끼지 않게 되고, 아무리 훌륭한 상품이라도 스쳐 지나가는 광고로는 상품의 모든 장점을 전달할 수 없다. 이처럼 매스 미디어 마케팅이 한계에 부딪힘을 알게 된 광고주들은 매스 미디어를 초월해 고객과 직접 대면해서 보다 자세히 상품을 알리는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고 바로 그렇게 ‘BTL프로모션’이 탄생했다.

잠깐! BTL(Below The Line)마케팅이란?
TV, 신문, 라디오, 옥외광고 등 매스 미디어를 활용해 고객과 대면하지 않는 형태의 마케팅을 줄여서 ATL이라고 한다. 반면에 BTL마케팅은 ATL을 제외한 로드쇼, 전시회, 협찬, 콘서트, 대회 주최 등 현장에서 고객과 대면하게 되는 쌍방향 마케팅 일체를 의미한다.

HS애드 BTL프로모션팀 최정남 차장이 말하는 BTL프로모션

최정남 차장의 정면 사진. 책상 앞에 앉아 있는 모습인데 왼손을 앞으로 내밀어 책상위에 얹혀두고 있다. 책상 위에는 무언가를 열심히 준비해온 듯 종이들이 보인다.

카리스마 넘치는 눈빛이 인상적인 최정남 차장. 그는 2001년도에 LG애드(현 HS애드)에 입사한 이래로 지금 이 순간까지 오로지 BTL프로모션을 담당하고 있다. 휘센 에어컨, LG유플러스, 트롬 세탁기 등 LG의 대표적인 히트 아이템 대부분을 다뤄본 그가 말하는 BTL마케팅이란 무엇일까? 매스 미디어 광고와는 달라도 많이 다른 BTL마케팅의 세계를 최정남 차장에게 직접 들어보았다.

저는 원래 광고 디자인을 전공했어요. 그러다 우연히 LG애드로 입사하면서 BTL프로모션 분야에 지원했는데 당시 이승헌 본부장(현재 HS애드 사장 퇴임)님이 “야, 디자인 전공한 놈이 프로모션 할 수 있겠어? 프로모션이 뭔 줄이나 알아?”라고 미심쩍은 눈초리를 보내셨죠. 그때는 BTL프로모션이라는 것 자체가 그리 잘 알려진 분야가 아니었거든요. 그래서 ‘저는 남들보다 꼼꼼하고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잘 할 수 있다’고 우겼고, 결국 오늘까지 자리를 지켜왔네요.(웃음)

BTL마케팅의 범위는 상당히 넓다. 선수의 유니폼에 로고를 넣는 스포츠 마케팅도 바로 BTL프로모션의 일환이며, 각종 협찬행사와 더불어 메가 스포츠의 개•폐막식 기획과 운영도 바로 BTL프로모션 팀에서 진행한다. 지난달 인천 아시안게임 개•폐막식 역시 최정남 차장이 속한 HS애드가 기획하고 운영한 작품이다.

메가 스포츠 개•폐막식은 국가가 직접 준비하는 것이 아니에요. 바로 이벤트를 전공하는 사람들이 준비하죠. 요즘은 아시안게임에 이어 평창 동계올림픽 개•폐막식을 수주하기 위해 지금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열심히 준비하고 있어요. 이외에 모터쇼, 각종 대회 주최, 국제적인 전시회에 참석하는 일, 기업 사회공헌 활동도 바로 BTL영역에 들어갑니다. 매스 미디어 매체에서 나오지 않는 마케팅 일체가 모두 BTL에 속한다고 보시면 되죠. 예전에는 ‘이벤트’라는 국한된 개념을 사용했지만 최근에 비로소 BTL프로모션이라는 개념으로 통합이 됐어요.

고객의 손을 붙잡다, BTL프로모션

휘센 합창대회의 사진. 30명 가량의 주부 합창단이 상아색 원피스를 맞춰 입고 무대에서 합창을 하고 있다. 무대는 푸른색 조명 위주에 위로는 단원의 얼굴을 클로즈업한 스크린이 떠있다.
LG전자에서 개최한 ‘휘센 합창대회’. (이미지 출처 : LG전자)

BTL마케팅이라는 개념이 탄생한 것은 불과 30년 전이다. 최정남 차장이 입사한 당시에는 영역이 불명확해 업무가 광범위하고 실제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사람도 그리 많지 않았다고. 하지만 일반 매스 미디어 광고와 달리 ‘내 제품은 이렇다, 이런 기능이 있다, 이렇게 활용해야 더욱 잘 사용할 수 있다.’는 식의 분명한 설명과 각인을 시켜줄 수 있다는 점에서 BTL마케팅의 위상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예를 하나 들어볼까요? LG전자의 휘센 에어컨은 고급스러운 브랜드 이미지를 확보하면서도 대중적인 인기를 이끌어낼 필요가 있었어요. 그래서 ‘휘센 주부합창단 대회’를 기획했죠. 주부합창단 구성원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동시에 사회활동도 활발하게 하는 오피니언 리더 분들인 만큼 좋은 마케팅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예상 했거든요. 실제로 성공적인 반응을 이끌어냈고 이벤트 협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죠. 이런 식으로 타깃을 중심으로 하는 BTL프로모션도 진행되고 있으며, 가장 최근에는 대통령, 그룹 회장단을 모시는 LG사이언스파크 기공식을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주어진 아이템을 효과적으로 알리기 위해 소통의 장을 마련하고, 다양한 고객들을 대면하는 것. BTL프로모션 팀은 특히 그러한 마케팅 행사를 기획하는 것과 더불어 운영까지 직접 수행하기 때문에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고초가 많았다.

광고하는 사람들, 특히 프로모션 담당자들에게 어려운 점을 묻는다면 다들 한 치도 망설임 없이 ‘인간관계’라고 답할 거예요. 물론 어떤 일에서나 인간관계는 중요하지만 특히 BTL마케팅은 고객, 광고주와의 커뮤니케이션이 수시로 이루어지다 보니 친밀도가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내가 광고주에게 커뮤니케이션을 잘못했을 경우 수주하려던 계약이 단번에 날아갈 수 있어요. 이건 저 개인 뿐만 아니라 회사에 엄청난 손해를 끼치는 것이죠. 또 고객을 대할 때도 무언가 실수를 하면 그 아이템의 마케팅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고요. 더 큰 문제는, 세상에 모든 사람들이 착하고 예의 바르지는 않다는 거예요. 정말 사람은 만나면 만날수록 별의별 사람들이 다 있다는 걸 깨닫게 되죠.

최정남 차장의 사진. 몸 전체는 사진 구도 상 왼쪽에 쏠려있으며 오른손을 책상 위로 내밀어 얹고 있다. 우측에는 마시던 중인 테이크아웃 커피가 보인다.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어려움을 토로한 최정남 차장. 그 고초 뒤에는 자신이 맡은 아이템을 반드시 성공시켜야만 한다는 무거운 책임감이 자리 잡고 있었다.

아무리 뛰어난 상품을 만들어도, 마케팅에서 한 번 잘못되면 무가치한 상품이 될 수 있어요. 개발자들은 밤을 새고 코피를 흘리면서 만들어낸, 자식만큼 소중한 결과물을 최종적으로 우리에게 맡기는 것이죠. 우리는 마케팅을 연구하고 시행하는 전문가 입장에서 반드시 그 상품을 잘 띄워줘야만 하는 의무가 있어요. 그런 자식 같은 상품을 맡기는 개발자들이니, 당연히 많은 것을 원하고 요청하겠죠. 그래서 인간관계가 영향을 많이 받고 실제로 ‘친분 마케팅’이라는 것이 존재해요.

이토록 쉽지 않은 길임에도 불구하고 13년 동안 BTL프로모션 자리를 지켜온 최정남 차장. 그 원동력에는 새로운 기획을 창조하고 그 기획을 성공적으로 마침으로써 느끼는 보람, 그리고 그렇게 맺어지는 사람과의 좋은 관계가 있었다. 13년 동안 곳곳의 광고주들과 쌓은 친분은 이제 그의 강력한 무기가 되어 있었다.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고, 그리고 그 도전을 성취하고 나서 광고주로부터 ‘잘 하셨습니다.’라는 칭찬을 받을 때 마음이 사르르 녹아드는 기분을 느껴요. ‘열심히 하셨습니다.’가 아니라 반드시 ‘잘 하셨다,’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들어야 하죠.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형식적인 칭찬은 없어요.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예의상으로나마 ‘열심히 하셨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하고 말하긴 하지만 결코 잘했다고 하지는 않죠. 이 둘은 아주 큰 차이가 있어요. 눈에 딱 봐도 드러나고 결국 나중에 다시 관계를 갖기도 껄끄러워지죠.

주어진 아이템을 성공시키기 위해 무거운 부담도 기꺼이 지고 가는 최정남 차장. 더 좋은 BTL프로모션을 위한 그의 공부는 현재진행형이었다.

일단 해외 사례를 많이 살펴봐요. 유럽은 우리나라보다 BTL프로모션 분야가 앞서 있거든요. 그렇게 공부를 하다가 좀 더 전문적인 부분이 필요하면 논문도 살펴봐요. 요즘은 특히 인문학 분야를 자주 보는데 다양한 사람들이 갖고 있는 생각엔 인문학이 기초를 이루고 있죠. 인문학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고 그 감동으로 하여금 설득을 이끌어 내요. 이것이 바로 마케팅의 목적과 상통하죠.

BTL프로모션을 꿈꾸는 이들에게

최정남 차장의 좌측면 모습. 팔짱을 낀 채로 책상에 편안한 자세로 걸쳐있다. 뒤로는 노트북과 스마트폰, 저녁 해가 지는 창가가 보인다.

최근엔 마케팅에 대한 사회적인 수요가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고객과 대면하는 마케팅, 행사운영에 관심을 가지는 이들 또한 많아지고 있다. BTL프로모션 분야를 꿈꾸는 대학생들에게 어떤 준비가 필요할지를 묻자 최정남 차장은 ‘경험’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마케팅을 하려면 다방면의 지식과 경험이 필요해요. 학교에서는 A부터 Z를 가르치지만, 현실에서는 A와 Z의 순서가 바뀌어 있을 수도 있죠. 열린 마음으로 많은 경험을 쌓고, 여행을 가더라도 디테일하게, 다른 것을 최대한 많이 보려고 노력하세요. 이건 지금의 저도 노력하는 부분이죠. 세상에 더 이상 새롭게 창조되는 아이디어는 없어요. 무언가를 보고 얻은 영감을 우리 삶의 필요한 부분에 잘 접목시켜야 비로소 좋은 아이디어가 완성되죠. 이런 마인드와 생각을 습관화 해보세요.
또, 조금 슬픈 얘기지만 스펙이 필요한 건 사실이에요. 물론 그것이 최선은 아니지만 기본은 해야겠지요. 무언가 해 보려고 도전하는 사람들이 좀 더 앞서가는 건 사실이에요. 앞서 말했지만 같은 사물을 보더라도 조금 더 관심 있게 보는 연습을 하세요.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은 결국 사람을 설득하는 것이에요. 그것에 능숙해지기 위해선 자신 있게 말하고 전달할 수 있는 실력이 필요하죠. 또 연애도 많이 해보세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면서도 어려운 대상이 바로 애인이잖아요. 광고주, 고객들을 애인에게 하는 것처럼 한다면, 그것이 사람을 상대하는 비즈니스 마인드의 바탕이 될 수 있을 거예요.

그리 길지 않은 역사의 BTL프로모션.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기획과 운영을 직접 수행한다는 점에서 일반 사무직과는 업무 환경이 많이 다를 것 같았다. 업무 환경은 어떠냐는 질문에 최정남 차장은 가볍게 미소 지었다.

팀 분위기는 굉장히 자유롭고 얽매이는 게 덜해요. 업무를 자기가 설계해서 일정을 잡을 수도 있고 보고 체계, 복장도 자유롭죠. 하지만 구성원 한 명 한 명이 기획부터 실행까지 스스로 완벽하게 꿸 수 있을 정도로 주인의식을 가져야 해요. 그래야만 비로소 좋은 기획과 운영이 이루어지거든요. 또 저희 팀은 오로지 BTL을 전공한 사람들이 오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전공의 사람들이 모여요. 그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토론함으로써 각자가 가진 지식과 경험을 잘 융합하고 어느 한 부분 빈틈없는 멋진 기획을 만들어내죠.

최정남 차장의 근무 중 모습을 보여주는 사진. 책상 앞에서 노트북을 켜놓고 무언가를 고심하듯 턱을 쓰다듬으며 살펴보고 있는 그의 모습이다.

최정남 차장은 언젠가 기회가 닿는다면 ‘테마공연’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고객들이 제품을 체험하고, 경험하고, 직접 만들어보고, 이외 다양한 방법을 통해 아침부터 저녁까지 오직 하나의 브랜드로 오감을 즐길 수 있는 그런 집약적인 공간을 완성해보고 싶다는 것이다. 실제로는 엄청난 비용과 노력이 필요할지도 모르는 원대한 상상력. 하지만 최정남 차장은 분명 이것을 바라는 광고주가 있을 것이고 그런 광고주를 만나 직접 제안을 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자신에게 주어진 브랜드와 아이템에 책임감을 갖고, 고객들에게 최대한의 마케팅 효과를 내기 위한 위한 상상에서 최정남 차장의 뜨거운 도전정신을 느낄 수 있었다.

고객, 그리고 브랜드와 보다 가까운 소통의 장을 열어주는 BTL프로모션 팀. 그들의 도전과 노력이 있기에 우리 또한 하나의 아이템에서 최상의 만족과 서비스를 누릴 수 있게 됐다. 하루가 다르게 거대해지고, 점점 더 새로워지는 BTL프로모션의 세계! 언젠가는 하나의 아이템이 출시되면 본래 상품 가치의 10배, 100배의 고객만족을 누릴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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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깨너머로 들어왔던 BTL마케팅! 아무래도 현업에 종사하시는 분이 사례를 통해 말씀해주시니 쉽게 이해가 됐던 것 같아요. 어떤 분야에서든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게 여겨진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갑니다. 좋은 기사 잘 읽었어용!
  • 김종오

    앞서 말했지만 같은 사물을 보더라도 조금 더 관심 있게 보는 연습을 하세요.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은 결국 사람을 설득하는 것이에요. 그것에 능숙해지기 위해선 자신 있게 말하고 전달할 수 있는 실력이 필요하죠. 또 연애도 많이 해보세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면서도 어려운 대상이 바로 애인이잖아요. 광고주, 고객들을 애인에게 하는 것처럼 한다면, 그것이 사람을 상대하는 비즈니스 마인드의 바탕이 될 수 있을 거예요.

    이 말씀이 와닿네요. 책을 보든, 텔레비전을 보든 유심히 보고 그걸 남한테 재미있고 논리적으로 이야기하는 연습을 해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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